2021년 4월 25일 일요일

수익금 vs. 수익률

수익률과 수익금,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


얼마전에 모 자산운용사 대표님을 만나 뵈었을 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겨 주셨습니다.

"저희 같은 기관은 수익률 관리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 분들은 수익금이 더 중요합니다."

기관 투자자들은 투자 성과를 수익률로 측정합니다. 수익률이 더 많이 나와야 더 많은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립니다. 운용자금의 규모가 커질수록 운용보수 수익금이나 성과보수 수익금이 커집니다. 그리고 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라서 운용 자산은 늘었다 줄었다 합니다. 그래서 기관투자자들의 부의 원천은 수익률이고 이것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반면에 개인투자자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익률보다 수익금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수익률이 아무리 훌륭해도 수익금이 보잘 것 없으면 개인의 삶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래서 개인투자자는 수익률보다는 수익금이 중요하다고 말씀해 주신 것 같습니다.

개인투자자가 수익금 관리를 잘 하려면 그 방법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먼저, 1) 처음부터 큰 시드로 시작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2) 그 다음은 시드가 적은 경우에 조금은 집중투자를 해서 수익률을 유효한 수익금으로 전환시키는 방법이 있습니다. 아무리 종목을 잘 고르고 좋은 수익률을 올려도 비중을 제대로 싣지 못했다면 큰 의미가 없겠습니다. 3) 다음은 시드도 크지 않고 어느 정도 분산도 해 둔 포트폴리오가 시장 상황이 좋아서 전체적으로 다 빠르게 상승하는 경우가 있겠습니다. 4) 수익률을 희생시키더라도 불타기를 통해 비중을 높여 나가면서 수익금을 극대화 하는 전략도 있습니다.

출처 : Unsplash, Markus Spiske

고수라고 할 수 있는 개인투자자의 요건


일단 저 부터가 고수가 아닙니다. 그리고 아래에 써 내려 갈 내용들은 제 개인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그 점을 감안하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고수의 조건은 아래와 같습니다. 자꾸 고수라는 단어가 나와서 개인적으로도 거부감이 조금은 드네요. 그냥 '혹여나 살다가 어려운 일을 만나서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진다 하더라도, 다시 종자돈을 모으고 그걸 투자로 잘 불려낼 자질과 능력이 있는 사람' 정도로 생각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런 능력과 자질이 있다면 삶이 두렵지 않을 것입니다.

조건 1) 자신만의 합리적인 투자철학이 확고하고 그것을 잘 지키는 사람.
조건 2) 투자대상에 대한 분석을 철저히 하는 사람.
조건 3) 어느 정도의 투자 경력이 있고 성과도 꾸준한 사람.
조건 4) MDD도 낮고, 계좌 등락의 변동폭도 적은 사람.
조건 5) 자금관리를 잘 하는 사람.
조건 6) 흔들리지 않는 느긋하고, 단단하고, 잔잔한 멘탈을 가진 사람.

이런 조건을 가지고 있으면 고수 즉, 투자를 평생 잘 영위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래전 아모레퍼시픽은 태평양이라는 사명을 달고 있었습니다. 태평양 시절에 회사 주식을 받아서 잊어버리고 있던 몇몇 분들은 나중에 큰 돈을 벌었습니다. 주식 투자에 '주'자도 모르고 그냥 주식을 갖고만 있었지 별로 오르든 내리든 관심도 없었다고 합니다. 이분들을 고수라고 하기에는 애매합니다. 이유는 위의 조건 1)과 조건 2), 조건 5가 궁극적으로 빠져 있어서 그렇습니다.

어떤 사람이 시드 1억원을 들고 시장에 들어왔습니다. 이 사람은 일단 분석이고 뭐고 필요없고 대충 뉴스나 자료들을 훑어보고 남들이 좋다고 하는 자산에 몰빵을 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투자에 입문한지 1년만에 시드 1억을 20억원으로 불렸습니다. 이 사람을 투자자 A라고 하겠습니다.

이번엔 투자자 B가 있습니다. 이 사람이 운용하는 자산은 3억 원 정도입니다. 시드는 3천만원 정도입니다. 약간의 변동은 있었지만 투자기간 10년 동안 연평균 25.89% 정도의 수익률을 거의 꾸준히 올려왔습니다. 제대로 기업을 분석하고 포트관리에도 철저한 편입니다. 종목도 스스로 발굴합니다. 요행은 바라지 않습니다.

요즘 시장 분위기를 보면 사람들은 투자자 A에 열광합니다. 투자자 A를 더 고수라고 부를거고, 자기 할일을 잘 하고 있는 투자자 B 조차도 투자자 A를 보면서 '이렇게 가는게 제대로 된 길이 맞나?' 의문을 품으며 혼란을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제가 봤을 때는 A는 아직 코린이나 주린이고, B가 더 고수입니다. 투자자 A처럼 한 사이클 꼭지와 꼭지를 노리는 것은 절대로 오래가지 못합니다. 요즘 시장 분위기에 흔들려서 괜히 A 같은 투자자들에게 혹하면 안됩니다. 운용 자산이 더 크고 단기간에 크게 벌었다고 더 잘 한다고 할 수 없습니다.

투자자 A와 B의 10년 후, 20년 후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요?

물론, 앞에서 언급한 자산운용사 대표님도 개인투자자는 수익률보다 수익금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우리의 삶의 질이 바뀌려면 수익금의 규모를 키우는게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그것을 부정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차피 투자는 돈 벌면 장땡이라고 하지만, 오래도록 시장에 머물다 보면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됩니다. 투자를 통해서 돈을 버는 걸 결과이지만 그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훌륭한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그 플랫폼은 우리 자신입니다. 우리 자신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능력을 위의 6가지 정도로 생각합니다.

투자를 하루이틀 할 것은 아닙니다. 투자는 평생해야 합니다. 그러니 잔기술이나 잔파도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평생에 걸쳐 사용할 수 있는 크고 단단한 철학적 토대를 구축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앞의 투자자 A와 B의 비교에서 가장 큰 문제는 비교 그 자체입니다. 블로그에서 늘 강조드리듯이 남은 남이고 나는 나입니다. 남의 계좌와 내 계좌, 남의 인생과 내 인생의 상관관계는 0입니다. 그리고 투자가 꼭 1등을 해야 살아남는 올림픽 경기도 아닙니다. 남 생각말고 내 인생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참 그리고, 이 부분에서 운에 대해서 물어보시는 분들도 종종 계십니다. 물론 투자나 사업은 운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컨트롤 할 수 없는 부분은 애초에 생각하지도 말고, 우리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면 운도 점점 더 좋게 만들어 갈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2021년 4월 25일
송종식 드림


댓글 18개:

  1. 1,2,3은 모르겠고 4,5,6은 괜찮은거 같긴하네요.
    사실 수익률이 높은 정찰병은 의미없져
    좀 물려서 물타면서 기다린게 결국 큰수익을 준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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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맞습니다. 꾸준히 매출과 이익을 키워가는 회사를 골랐다면 다소간 평가손이 나더라도 길게보면 큰 수익이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더라구요.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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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센세 저 같은 떠돌이가 사랑방에서 좀 쉬고 싶은데 문 좀 안열어주시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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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주식 유튜브 채팅창은 이제는 아무나 열면 불법이라나요. 여기 블로그에서 댓글로 소통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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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제가 수익률은 괜찮은데 수익금은 적습니다.ㅋㅋ
    아쉽긴한데 뭐 어쩔수 있나요. 지나간 것은 지나간데로~
    저는 다행히 4~6번은 조금은 가지고 있는 것 같네요. 1~3번은 착실하게 쌓아가야지요.
    존경하는 투자자님들을 보면서 하나씩 개선해 나가고 있습니다.
    오늘도 무쏘의 뿔처럼 가즈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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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수익률이 괜찮다면 일단은 투자를 잘 하고 계신다는 증거입니다. 그렇다면 저축률과 소득금액을 높여서 시드를 조금 더 파워풀하게 키워보시면 더 좋은 성과가 있으실 것 같습니다. 오늘도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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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일리단님 포탈을 그만 열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꼭 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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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가 포탈을 안 열때도 제가 포탈을 열었다고 누명을 씌우는 글이 올라 오기도 하더라구요. 그리고 디씨인사이드 김유식씨는 WWW 정신에 근거해서 디시인사이드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WWW 정신의 기본은 '공유'이거든요. 아마 포탈이 열리는 걸 막으려면 디씨인사이드 재갤을 유료 회원제로 바꾸고, 검색엔진이 접근해서 사이트를 인덱싱하지 못하도록 robots.txt도 수정하고 메타태그도 바꾸고 링크도 싹다 지워야 할텐데요. 무엇보다 제가 텔레에 링크를 건다고 해서 재갤에 몇명 유입되지도 않더라구요 ㅠㅠ 아마 재갤에 훌륭한 글이 많이 올라와서 다른 경로로 유입되는 유입량이 더 많을거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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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수익률은 특정 기업들의 수익률이 아니라 전체 곚사의 연간 수익률이겠죠
    저의 생각으로는 복리의 마법을 믿는다면 개인도 수익금보다 수익률이 중요할것 같습니다.
    수익금은 따라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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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물론입니다. 전체 계좌 기준으로 꾸준히 좋은 수익률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저 자산운용사 대표님 말씀은 눈덩이를 굴려서 의미있게 불려 내려면 초반에는 시드를 키우는데 더 주력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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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수익률을 남을 보여주기 위한 것.
    수익금은 나를 위한 것.
    그래서 전 수익률은 관심을 가지지 않는 편이네요.
    예전에 생각했던 내용들이라서 많이 공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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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조건 6) 흔들리지 않는 느긋하고, 단단하고, 잔잔한 멘탈을 가진 사람.
    이게 가장 어렵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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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타고난 멘탈이 좋은 분도 계시지만 대부분은 훈련으로 단련이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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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작성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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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투자자A 입장에서 생각이 많아지는 글이네요ㅎ A가 분석 없이 추종매매 몰빵으로 20배를 벌었다면 그건 로또맞을확율의 운이지 않을까요? 요즘 가끔 보이는 A유형 또한 나름의 분석과 기준의 틀이 있을겁니다. 몰빵을 하지도 않구요ㅎ 앞으로 횡보나 하락장에서 원금을 유지하며 수익금을 늘려나가야하는 숙제는 남았지만요. 여튼 이제 욕심을 좀 줄이고 말씀하신 고수의 영역에 들수 있게 공부를 열심히 하려던 참인데. 좋은 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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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업투자자들 중에서는 열심히 공부해서 A유형의 투자자가 되는 경우가 왕왕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초기에 기하급수적으로 벌고 그 다음부터는 정상적으로 투자를 하는 모델로 가더라구요. 행운이 지속할 순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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