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5일 월요일

사업보고서, 재무제표가 눈에 잘 안 들어 온다면?

간혹 이런 질문들이 저에게 들어옵니다.

"재무제표 공부를 몇달째 하고 있어요. 그런데 여전히 숫자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요. 제가 재능이 없는걸까요?"
"사업보고서를 읽으라고 하셔서 열심히 읽고 있는데 아무리 읽어도 눈에 들어오지 않아요. 솔직히 졸리기만 하고 무슨소리인지도 모르겠어요. 쉽게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이 외에도 이와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이건 너무 당연합니다.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해서 새롭게 배우고 탐구할 때 공통으로 일어나는 일입니다. 

디자인을 보는 안목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외국어를 잘 하기 위해서는요? 악기 연주는 어떻게 잘 해야할까요? 재무제표 보는 법이나, 사업보고서 읽는 것이 익숙해지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어떤 분야에 대입해도 비슷한 질문과 뻔한 답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많이 읽고, 보고, 듣고, 쓰고, 노출돼서 익숙해지는 수 밖에 없습니다"라는 대답입니다.

뭐든지 읽으면 바로 이해하고, 한번 보고 들은것은 바로 기억하는 정도의 천재는 드뭅니다. 저도 평범한 사람이구요. 태어날 때 부터 사업보고서와 재무제표를 편안하게 읽은 것이 아닙니다.

저도 처음에는 아무리 봐도 무슨 소리인 줄도 모르겠고, 모르는 것은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읽었습니다. 어떤 것은 한번 찾고 이해와 기억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것은 기억과 이해가 될 때까지 수십번 찾아가면서 읽었습니다. 오랫동안 계속 보다보니 사업보고서도 그렇고 재무제표도 그렇고, 심지어 차트까지도 다 자동으로 눈에 익어버렸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르는 것은 반드시 이해를 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알게되는 것을 점점 파고 들어가면서 근본적인 것 까지 이해를 하고 넘어가도록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눈과 귀에 익숙해지도록 자주 들여다 보는 것이 효과를 보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정파로 공부를 하면서 막힘 없이 이해할 정도가 되었다면 그 다음이 응용 단계로 넘어가는 것입니다. 기본이 되고 나서 응용과 기교의 단계로 넘어갑니다. 나중에는 나만의 창조적인 방법도 만들 수 있고 여러가지 변칙과 기교도 부릴 수 있게 됩니다. 기본을 소홀히 하고 기교 부터 부리려고 하면 안됩니다.

여러가지 질문에 뻔한 답을 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만, 달리 왕도는 없는 것 같습니다.

공부하실 때 회독 공부법이라는 것을 씁니다. 책을 통으로 1회독, 2회독, 3회독으로 반복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나가다 보면 처음에는 어려웠던 것들도 하나씩 익숙해집니다.

디자인 보는 안목을 높이려면 멋진 디자인을 자주 보면 됩니다. 외국어를 잘 하는 아이들은 부모들이 어렸을 때 부터 외국어에 노출을 시킵니다. 그냥 학원에서 한두시간 배우고 나오는 수준이 아니라 눈을 뜨면 영어가 흘러나오고, 잘 때까지 영어에 노출되어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죠. 악기 연주? 그것도 너무 당연합니다. 많은 연습량에 노출될수록 연주를 더 잘하게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죠. 어떤 분야든 안 그런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0점 수준에서 98점이나 99점 수준까지는 누구나 많은 노출과 노력으로 끌어올릴 수 있지만 99.99점과 99.98점 사이의 차이는 엄청난 것이고 여기서는 재능이 개입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투자를 통해서 돈을 벌고자 하는 것이지, 투자 올림픽에 참여해서 800만 투자자 중에서 1위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처음부터 무언가 한번에 얻어 내려고 하기 보다는 시간을 갖고 꾸준히 점진적으로 얻고 성장해 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처음에는 다소 더딜지라도 어느 기점을 지나면서 모소대나무처럼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도끼 한자루를 주면서 한시간안에 나무를 베어 보라고 시키면 45분간 도끼 날을 가는데 시간을 투자할 것이라는 링컨의 이야기. 4년 동안 거의 자라지 않지만 5년째부터는 하루에 30cm씩 자라는 모소 대나무의 이야기. 

모소대나무는 4년간 겨우 3cm 남짓 자란다. 5년째 부터는 하루에 30cm씩 폭발적으로 자란다.

한명의 투자자가 성장하는 이야기. 하나의 종목을 발굴해서 수익 실현하기까지의 이야기가 이런 것들과 일맥상통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빨리 무언가 얻어내려고 무리 하지 마세요. 쉽게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유자재로 투자하며 멋진 성과를 내는 투자자들도 처음에는 긴 시간 동안 실력을 다지고, 이리저리 헤매며 배우는 시간이 있었을 것입니다.

물론 서술한 이야기는 제 개인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이런 제 생각이 당연히 진리도 무조건 정답도 아닙니다. 다른 좋은 생각이 있으시면 그 노하우를 댓글로 공유해 주셔도 감사합니다.

2021년 4월 5일
송종식 드림

댓글 22개:

  1. 재무제표 공부한다고 책 펼쳐놓고 기업 사업보고서 출력해서 비교하며 밑줄 그으며 공부했던 기억이 나네요. 물론, 어려워서 처음 몇일 하다가 덮은기억이 있습니다.(그 책은 여전히 제 사무실 책상 위에 놓여있지만 더이상 손이 가질 않더군요.) 아마 어려워서... 책에 손이 가질 않나봅니다.
    종식님 글을 보며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라는 종식님도 그랬었구나.. 라는 이상한 동질감과 함께 다시 도전해볼 용기(?)가 생기네요. 하핫... 내일 출근하면 커피한잔하며 다시 한번 책을 열어봐야겠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감사합니다.

    주린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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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꾸준함 말고는 없는거같습니다. 요행없이 꾸준히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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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bm이해가 되면 좀 쉽게 읽히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bm을 가진 회사부터 투자하는게 주린이에겐 좋아보이긴 합니다. (문과라서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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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래서 상대적으로 미국주식이 더 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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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내가 댓글 당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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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두분 왜 제 블로그에서 연애하세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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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손잡고 얼마전에 소개해주신 포항한번 가야겠습니다...ㅋㅋ
      좋은 포스팅 텔방인사이트공유 감사합니다. 모소대나무 내용너무좋았습니다 요즘 주변에서 코인으로 난리인데 2017년을 뛰어넘은거같더라구요 근데 보니까 흥분할만한거같습니다 그냥 레포트하나 더 읽어야겠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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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고자지만 게이는 아닙니다!!!
      종식센세 공간인데 제가 너무 더럽히는게 아닌가 싶네여~.~
      댓글놀이는 유튜브에서만 하는게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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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울림이있는 글이네요. 모소대나무이야기에 감명받았습니다. 어떤분야이든 결국 시간이 필요하고 꾸준함이 답이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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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마 하시는 본업도 그러실 줄 압니다. 화이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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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안녕하세요 종식님. 항상 글 잘읽고있습니다. 오늘 텔레에 올라온 업종별 기업분류 그림이 중천 님 자료가 넷상에 퍼진게 아닌 가 싶습니다. 확인해보는게 필요할 것 같아 댓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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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텔레그램은 위에 보시면 from이라고 출처가 남습니다. 제가 불펌을 한 것이 아니라, 다른 채널에 올라온 자료를 그 채널의 출처를 남기고 포워딩 한 것입니다. from 출처를 타고타고 넘어가보면 최초로 불펌한 사람이 누구인지 찾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텔레그램에서 자료 출처 문제가 굉장히 많이 생기네요. 글을 하나 작성해야겠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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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네 잘알고 있습니다 ㅎㅎ참고해주시니 감사합니다. 햄복한 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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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몰랐던 사실을 알려주셔서 저도 대단히 감사합니다~~ 좋은 날씨 만끽하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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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안녕하세요 종식님! 그간 블로그 정말 잘 읽고있었습니다. 구글블로그에는 어떤방식으로 닉네임이 노출되는지 몰라서 고민도 좀 하고, 헤매다가 이제서야 댓글남기네요. (준도짜유튭 입니다!)

    특히 요근래 포스팅이 정말 주린이들의 심금을 울리는것 같습니다. ㅠ.ㅠ 주린이 100%가 이 현상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퇴근하고 사업보고서, 재무제표, 재무제표 분석에 관한책, 기초회계, 회계원리, 보고서, IR자료 등등 읽어봐야 한다는것들을 찾아서 다 띄워두고 얄팍하게 겉핥기로 슥 보는 방식들만 하고있었으면서(그마저도 못하기도 하면서), 내일 출근해야하니 피곤하다고 잠들러 가버리는 저의 모습을 돌아보고 다시 마음을 다잡게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종식님께서도 이전 직장인시절 굉장히 심도있게 기업을 분석하고 공부하셨다고 들었는데요(그당시 쓰시던 블로그가 유실되어서 궁금하지만 찾아볼수가 없게 되었네요 ㅠㅠ) 같은길을 가고 싶은 입장에서, 정말 존경심이 듭니다.

    포스팅 감사합니다 ^^ 일교차가 큰데 감기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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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예은님, 제가 항상 고마워 하는거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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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좋은 글 감사합니다.
    본문에 회독법 이야기가 나오니 수험생 시절이 생각나네요.
    1년간 유투브도 보고, 투자 대가들 얘기도 보고 들으며 시간을 보낸 제 모습이 마치 수험 처음 시작하고 인강 1,2회 돌려본 상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재무제표 보면서 모르는 부분과 안다고 착각하는 부분을 뜯어보는 등 스스로 공부할 단계가에 온게 아닌가 싶습니다.
    수험공부도, 강사가 아무리 뛰어나서 설명을 잘해줘도 내 것이 되질 않고 그 후에 스스로 회독, 발췌독 하면서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한데, 정확히 그것과 같은 것이겠죠.
    사실 수험공부는 죽은 지식을 공부하는 것 같아 흥미가 떨어졌는데, 주식 관련된 공부는 그와 달라 재밌을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물론 어렵습니다.)

    링컨의 도끼 이야기는 간혹 보는 이야기인데, 오늘 이렇게 보니 새삼 다르게 느껴지네요.
    예전엔 링컨이 도끼질을 시작하기 전에 45분을 갈았을거라고만 생각했는데,
    도끼의 무뎌짐과 체력저하 등을 생각해보면 10분을 갈고 2분을 패는 등 '분산'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ㅎㅎ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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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맞아요. 삶의 많은 원칙들이 어디에나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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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뒤늦게~ 선생님의 티스토리를 알고 천천히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자주 댓글 남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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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감사합니다. 종종 이야기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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