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28일 목요일

이케아에서는 왜 콜라를 와인잔에 담아줄까

이케아를 생각하면 참 재미있습니다. 처음 한국에 들어온다고 했을 때, 우리나라 가구 회사는 다 망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한샘을 필두로 우리나라 가구 회사들은 이케아가 들어오고 나서 몇배로 성장을 했고, 주가도 폭발적으로 상승했습니다.

작은 한국 시장에 메기가 한마리 들어오면서 미꾸라지들이 더 부지런히 움직인 결과 더 잘 생존하게 됐다나요. 이걸 마케팅 용어로는 메기효과라고 부른다나요. 말은 만들기 나름이니까요.

이케아에 간다간다 하면서 한번도 못 가다가 오늘 다녀왔습니다. 가서 그냥 구경하고 밥만 먹고 왔습니다. 사실 이케아에서 밥을 판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가구 매장에서 밥 파는걸 그냥 우리나라 일반 백화점들이 분수효과샤워효과를 노리는 것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것도 아니면 요새 자구책으로 꺼낸 디파테인먼트 전략 정도로 생각했지요.

하지만 이케아 현장에 다녀와 보니 동선 구성을 비롯해서 밥을 파는 이유, 그리고 사소한 아이템들의 배치 하나하나가 모두 고도로 전략적인 기획하에 구성된 것임을 느꼈습니다.

동선의 맨 마지막에 먹는 공간을 만들어 둔 것도, 엘리베이터타고 직행하면 놀이방이 있는 것도요. 이런 동선 전략이야 유통 업체들이 언제나 신경쓰는 부분이죠.

이케아 밥이 나름 레스토랑 흉내 정도는 낸다고 해서 먹으러 올라가봤습니다. 왜 이런 레스토랑을 만들어 놓았는지 대번에 알아챘습니다.

일단 밥 먹는 곳에 준비된 가구가 전부 이케아에서 파는 가구였습니다. 아무 가구에나 앉아서 먹으면 되는데, 가구 형태가 다양하게 준비돼 있습니다. 낮은 테이블, 높은 테이블, 쇼파에서 앉아서 먹을 수 있게 준비된 테이블, 중간 높이 테이블 등등. 편안한 인테리어와 조명 아래 다양한 형태의 식탁에서 밥을 먹으면서 이케아와의 경험을 소비자들에게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게임 회사로 치면 소비자들에게 베타테스팅을 그런식으로 진행하고 있던셈이죠.

이케아는 디테일에서도 고도의 마케팅 전술을 발휘하고 있었습니다. 일단 음식을 팔아서 내는 수익도 적지 않을 것 같았지만, 음식을 사려면 일부러 줄을 서야합니다. 애플이 자주 쓰는 줄 세우기 마케팅을 하고 있더군요. 밥 주문하는데 한참 걸렸습니다.

처음 가서 놀랐던게 식사를 하면서 사람들이 저마다 와인을 마시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와인이 알고보니 콜라였습니다. 콜라를 와인잔에 담아줍니다. 투박한 플라스틱 컵에 담아주면 자신들의 가구도 덩달아 초라해 보일테니, 우아하게 보이기 위한 전략이었습니다. 정말 테이블마다 와인잔이 올려져 있으니 가구도 깔끔해 보이는 착시 효과가 있었습니다.

미트볼이나 감자샐러드와 같은 음식에 파란색 스웨덴 국기를 꽂아둔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일단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 국가들의 이미지는 동경과 찬사의 대상이죠. 국가 이미지를 각인할 뿐 아니라 고급 브랜드가 아니지만 그래도 외제라는 인상을 주기에는 충분했습니다.

노마진 정책을 쓰면서 유통에서는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는 코스트코. 대신 연간 회비를 통해서 영업이익을 올리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처음에 저는 코스트코의 BM을 접하고 무릎을 탁 쳤던적이 있습니다. 이 모델을 다른 형태의 소매점이 가격으로 이기는건 처음부터 불가능합니다. 심지어 월마트도 코스트코와의 가격 경쟁은 힘들어 할 정도라고 하니까요.

어쨌든 코스트코의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BM을 접했을 때 만큼의 신선함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간만에 정석 마케팅 책 한권 읽고 온 느낌입니다. 어쩌면 뻔한 마케팅, 뻔한 동선 구성일지도 모르지만 뻔한게 정석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석으로 그래도 한국 시장에서 작년에 장사 잘 했다네요. 모범생 같은 이케아 구경 잘 하고 왔습니다.

2016년 1월 28일
송종식 드림

댓글 7개:

  1. 작성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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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엄청나게 장문의 댓글..
      왜 지우셨나요. 글 쓰시는데 시간도 꽤 들이셨을 것 같은데요.
      좋은 댓글이었고, 감사한 마음으로 읽었는데 지우셔서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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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냥 저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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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안녕하세요. 제가 댓글을 단 후에 카페에 글을 않 올리시는 것 같아 상당히 괴롭습니다.
      우선 제가 지금 별로 좋지 않은 상황에 있습니다. 놀고 있거든요. 우체국 계리직을 준비한다고 책을 사서 보는데 공부는 하지 않고 놀기만해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 상황입니다. 컴퓨터 일반 책은 아예 해독이 안되서 책을 배껴 쓰면서 공부했는데 그 마저도 하기 싫어서 잠만 자고 그냥 무의미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왜 세상은 열심히 살아야 할까요?

      이런 상황에서 중요하지도 않은 것을 제 개인사를 들춰내며 주저리 주저리 떠들며 제 실명을 언급했던게 많이 창피했습니다.

      저 참 말이 많죠? 왜 이리 말이 많이지 모르겠습니다. 알바 나간 공장에선 4시간동안 떠드는 저를 보고 반장누나가(40대) 라디오 틀어 논 것 같다고 웃더라구요. 저는 말이 엄청 많지만 제가 말한 것을 챙피해 하며 말 수를 줄이기도 하고 또 많이 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우선 제 댓글을 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제 댓글을 읽고 조금 웃으셨다면 제 기분이 많이 좋아질 것 같습니다.

      아... 앞날을 생각하니 암담하기도 하면서도 이 댓글을 쓰고난 직후 공부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몇일 전 성광밴드의 전방산업인 플랜트에 대해서 검색하던 중 다음과 같은 글을 봤습니다. 이 글을 보고 제가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제 능력으로는 플랜트산업과 성광벤드의 관계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이 글이 맞는 말이면 성광벤드의 단기적인 미래는 그리 밝지 않은 것인가요? 전 올해 안에 2배가 되어서 팔고 싶습니다. 제발 그리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현실이라는 것이 있고 저보다 나은 사람의 지혜를 듣고 싶습니다. 저는 주식만 하면 벼락부자가 될 줄 알았는데 왜 이렇게 어려운 건가요?
      http://m.blog.daum.net/_blog/_m/articleView.do?blogid=0Y7D6&articleno=993&maxNo=995&minNo=986&maxDt=20160212222112&minDt=20151230084627&maxListNo=0&minListNo=0&maxListDt=&minListDt=&currentPage=1&beforePage=1&categoryId=

      이제 이 글을 쓰고 공부를 해야 하는데 저는 과연 공부를 하고 있을까요?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왜 이리 게으른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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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주소가 링크가 안되네요... 다음에서 플랜트라고 치시고 블로그에서 "조성환의 플랜트 이야기" 에서 "한국 epc 업체의 미래" 입니다. 이미 알고 계신 것을 제가 설레발 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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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렇지만 형님이 모르셔서 이걸 알려준 제가 칭찬받고 싶은 기분이 매우 강합니다.한바탕 떠들고 났더니 기분이 매우 좋습니다. 오늘은 밤을 새서 공부(책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주저리 때문에 쓸모없는 애기들이 많아서 형님 블로그를 더럽히고 싶지 않아 댓글을 안달려고 했던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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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제가 종종 들르던 블로그였는데 블로그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던차였습니다. 마침 블로그 이름을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자주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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