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를 생각하면 참 재미있습니다. 처음 한국에 들어온다고 했을 때, 우리나라 가구 회사는 다 망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한샘을 필두로 우리나라 가구 회사들은 이케아가 들어오고 나서 몇배로 성장을 했고, 주가도 폭발적으로 상승했습니다.
작은 한국 시장에 메기가 한마리 들어오면서 미꾸라지들이 더 부지런히 움직인 결과 더 잘 생존하게 됐다나요. 이걸 마케팅 용어로는 메기효과라고 부른다나요. 말은 만들기 나름이니까요.
이케아에 간다간다 하면서 한번도 못 가다가 오늘 다녀왔습니다. 가서 그냥 구경하고 밥만 먹고 왔습니다. 사실 이케아에서 밥을 판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가구 매장에서 밥 파는걸 그냥 우리나라 일반 백화점들이 분수효과나 샤워효과를 노리는 것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것도 아니면 요새 자구책으로 꺼낸 디파테인먼트 전략 정도로 생각했지요.
하지만 이케아 현장에 다녀와 보니 동선 구성을 비롯해서 밥을 파는 이유, 그리고 사소한 아이템들의 배치 하나하나가 모두 고도로 전략적인 기획하에 구성된 것임을 느꼈습니다.
동선의 맨 마지막에 먹는 공간을 만들어 둔 것도, 엘리베이터타고 직행하면 놀이방이 있는 것도요. 이런 동선 전략이야 유통 업체들이 언제나 신경쓰는 부분이죠.
이케아 밥이 나름 레스토랑 흉내 정도는 낸다고 해서 먹으러 올라가봤습니다. 왜 이런 레스토랑을 만들어 놓았는지 대번에 알아챘습니다.
일단 밥 먹는 곳에 준비된 가구가 전부 이케아에서 파는 가구였습니다. 아무 가구에나 앉아서 먹으면 되는데, 가구 형태가 다양하게 준비돼 있습니다. 낮은 테이블, 높은 테이블, 쇼파에서 앉아서 먹을 수 있게 준비된 테이블, 중간 높이 테이블 등등. 편안한 인테리어와 조명 아래 다양한 형태의 식탁에서 밥을 먹으면서 이케아와의 경험을 소비자들에게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게임 회사로 치면 소비자들에게 베타테스팅을 그런식으로 진행하고 있던셈이죠.
이케아는 디테일에서도 고도의 마케팅 전술을 발휘하고 있었습니다. 일단 음식을 팔아서 내는 수익도 적지 않을 것 같았지만, 음식을 사려면 일부러 줄을 서야합니다. 애플이 자주 쓰는 줄 세우기 마케팅을 하고 있더군요. 밥 주문하는데 한참 걸렸습니다.
처음 가서 놀랐던게 식사를 하면서 사람들이 저마다 와인을 마시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와인이 알고보니 콜라였습니다. 콜라를 와인잔에 담아줍니다. 투박한 플라스틱 컵에 담아주면 자신들의 가구도 덩달아 초라해 보일테니, 우아하게 보이기 위한 전략이었습니다. 정말 테이블마다 와인잔이 올려져 있으니 가구도 깔끔해 보이는 착시 효과가 있었습니다.
미트볼이나 감자샐러드와 같은 음식에 파란색 스웨덴 국기를 꽂아둔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일단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 국가들의 이미지는 동경과 찬사의 대상이죠. 국가 이미지를 각인할 뿐 아니라 고급 브랜드가 아니지만 그래도 외제라는 인상을 주기에는 충분했습니다.
노마진 정책을 쓰면서 유통에서는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는 코스트코. 대신 연간 회비를 통해서 영업이익을 올리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처음에 저는 코스트코의 BM을 접하고 무릎을 탁 쳤던적이 있습니다. 이 모델을 다른 형태의 소매점이 가격으로 이기는건 처음부터 불가능합니다. 심지어 월마트도 코스트코와의 가격 경쟁은 힘들어 할 정도라고 하니까요.
어쨌든 코스트코의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BM을 접했을 때 만큼의 신선함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간만에 정석 마케팅 책 한권 읽고 온 느낌입니다. 어쩌면 뻔한 마케팅, 뻔한 동선 구성일지도 모르지만 뻔한게 정석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석으로 그래도 한국 시장에서 작년에 장사 잘 했다네요. 모범생 같은 이케아 구경 잘 하고 왔습니다.
2016년 1월 28일
송종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