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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9일 월요일

제주, 해녀의부엌 (종달점)

뿔소라. 제주 해녀분들의 주수입원 이라고 합니다. 과거에는 70~80%가 일본으로 수출되었다고 합니다. 근래엔 경기침체와 소비패턴 변화로 일본에서 뿔소라 소비가 크게 줄었다고 합니다.

해녀의부엌 종달점 입구 <사진 : 송종식>

해녀의부엌 창업자이신 김하원 대표님은 천재들만 모인다는 한예종에서 연기를 전공한 젊은 천재입니다. 제주와는 어떤 인연이 있는가 하면, 제주 종달리에서 나고 자란 제주 토박이입니다. 

16살 때 한예종에서 예술영재로 선발되어 상경했습니다. 이후 미국 유학을 준비하다가 방학을 맞아 제주에 방문했습니다. 이때, 어머니를 비롯한 고향 해녀들이 뿔소라를 비롯한 해산물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김 대표님은 제주 해녀분들의 주수입원인 뿔소라가 제값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해녀의부엌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한가지 더 안타까운 점은 해녀의 명맥이 끊겨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종달리에도 막내 해녀, 동네말로는 애기해녀가 딱 한 분 남으셨다고 합니다. 그 애기 해녀분의 연세가 50대 중반을 훌쩍 넘기셨다고 합니다. 70대 해녀분들이 젊은이로 불릴 정도라고 합니다.

이에 창업자 김하원 대표님은 해녀의부엌을 통해서 사라져 가는 해녀문화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일도 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고향을 사랑하는 김 대표님의 애정이 느껴지는 창업정신이었습니다. 창업계기도 공감이 되고 숭고함도 느껴졌습니다.

해녀의부엌의 큰 컨셉은 연극공연을 즐기면서 해산물 식사를 하는 코스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테이블 세팅 <사진 : 송종식>

종달점에 입장하면 위와 같은 분위기를 마주하게 됩니다. 푸르스름한 분위기에 좌석은 미리 다 배정이 되어 있습니다. 전방에 연극 무대로 쓰일 공간이 있고, 무대 우측의 스크린에서는 외국인 손님들을 위한 영어 버전의 대사가 올라갑니다.

환영카드 <사진 : 송종식>

제주 방언으로 "오젠 허난 속았수다. 같이 찌거지게 놀아 마씸"이라고 써진 환영카드를 받았습니다.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을 케어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이 방언은 표준어로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같이 즐겁게 놀아요"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추가 음료 신청서 <사진 : 송종식>

식전에 음료 신청서를 미리 작성해 둘 수 있습니다. 저는 오메기술과 제주 낭만을 마셔 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운전도 해야하고, 마침 재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청귤에이드와 당근식혜를 하나씩 주문해서 마셔 보았습니다.

인화 해녀님과 연기자분들의 열연이 끝나고.. <사진 : 송종식>

식사를 할 수 있는 테이블 앞에는 연극이 진행되는 무대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무대의 오른쪽 끝에는 외국인 손님들을 위한 스크립트가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어촌계에 만들어 진 작은 무대입니다. 소박해 보이지만 나름대로 큰 공을 들여서 만든 무대와 연극이라는 것을 단박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인화 해녀님의 시간이었습니다.

인화 해녀님은 어릴 때 부터 책을 읽고 글쓰는 것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스스로 학교에도 다니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시절 제주에서 태어난 여성의 운명이 으레 그렇듯, 인화 해녀님도 해녀가 되는 운명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합니다. 책을 읽거나 학교에 가는 날에는 집에서 불호령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인화 해녀님은 변호사가 되고 싶었지만, 40년 넘게 물질을 해야하는 운명을 숙명으로 받아 들이신 듯 했습니다. 지금도 '해녀가 되기는 싫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투박하다면 투박한 무대였습니다. 그렇지만 인화 해녀님의 진심이 담긴 이야기, 젊은 예술가 분들의 혼이 담긴 열연에 많은 분들이 눈시울을 붉히셨습니다. 저도 눈물을 쉽게 흘리는 사람은 아닌데, 이날은 제 눈시울도 붉어졌습니다. 그만큼 젊은 연기자분들의 연기가 우리에게 진심으로 다가왔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진 : 송종식

공연은 객석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연기자 분께서 객석의 참여를 지속해서 이끌어 냅니다. 이후에 뿔소라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도, 객석과 계속해서 소통하는 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중간중간에 재미있는 이벤트들도 많으니,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면 더 즐거운 관람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진 : 송종식
사진 : 송종식

해녀이야기 공연과, 해산물 이야기 클래스가 끝나면 식사 시간이 시작됩니다.

톳흑임자죽 <사진 : 송종식>

톳흑임자죽으로 입 안의 감각을 살짝 올려놓고 시작합니다. 따뜻하고 소박하고 고소한 맛이 참 좋았습니다.

물회 <사진 : 송종식>

그리고 미역국과 물회도 나왔어요. 미역국도 맛있었고, 물회도 시원하고 식감이 좋았습니다.

정갈한 갈치조림 <사진 : 송종식>

갈치조림이 아주 정갈하게 나왔습니다. 맛도 너무 좋아서, 밥 한 그릇은 뚝딱 해치울 맛이었습니다.

사진 : 송종식

뿔소라 꼬지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습니다. 정해진 인원만 예약을 받기 때문에 손님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생각보다 혼잡하지는 않습니다.

사진 : 송종식

공연을 진행하셨던 젊은 예술인분들, 그리고 요리를 준비하시는 분들과 인화 해녀님까지 모두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소매를 걷어 올리셨습니다.

사진 : 송종식

저는 정갈하게 뿔소라꼬지 하나만 받아왔습니다. 여담으로 이날 처음 안 사실이 하나 있는데요. 내장의 색이 하얀색이면 수컷, 청록색이면 암컷이라고 합니다. 뿔소라가 암수구분이 있다는 사실과 내장의 색으로 구분이 된다는 사실을 평소에는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이 이야기가 참 재미있었습니다.

사진 : 송종식

상웨빵, 돔베고기 그리고 채소도 뷔페 형식으로 제공이 되었습니다. 다들 배가 고프셨는지 음식을 듬뿍듬뿍 담아가셨습니다. 저는 플레이팅에 재미가 들려있어서, 상웨빵 한 조각, 돔베고기 두점과 된장 한 스푼만 예쁘게 담아와서 먹었습니다.

사진 : 송종식

아까 주문했던 청귤차와 당근식혜가 나왔습니다. 둘다 맛이 궁금했는데, 개인적으로는 당근식혜가 조금 더 맛있었습니다.

사진 : 송종식

식사를 마무리하는 디저트는 제주 감귤로 만든 양갱이었습니다. 먹을만했습니다.

사진 : 송종식

공연과 식사가 모두 마무리 되고 나서 커튼이 걷어졌습니다. 바깥으로 종달리 포구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잠시 꿈 속에 있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사진 : 송종식

이제 제주 해녀의 명맥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앞으로 십수년 후에는 종달리 해녀도 한 두 분이 남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더 흐르면 해녀의 이야기는 역사 책 속에서만 보게 될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조금 먹먹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해녀의 이야기를 잘 간직하려고 한예종 출신의 젊은 예술가가 총대를 메고 이 사업을 시작했을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모쪼록 해녀의부엌이 제주 해녀 문화의 이야기를 잘 간직하고, 그것을 우리 후손들에게도 잘 전달해주는 그런 기업으로 성장하길 응원드립니다. 그리고 해녀분들도 건강히, 행복하게 잘 지내시면 좋겠습니다. 참. 젊은 예술인 분들과 스텝분들도 항상 행복하시고 건강하시면 좋겠습니다. 참 좋은 에너지를 가지신 분들이었고, 저도 그 기분좋은 마음을 잘 간직한 채 제주 여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상으로 제주 해산물을 연극 공연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유익하고 뜻 깊은 가게 '해녀의부엌'에 다녀 온 이야기를 마칩니다. 이 포스팅은 업체의 후원을 받지 않았으며, 제 돈과 제 시간을 써서 제가 자발적으로 다녀오고 남기는 포스팅입니다.

해녀의부엌


자료 : 카카오맵

  • 종달점 주소 : 구좌읍 종달리 477-16
  • 북촌점 주소 : 조천읍 북촌리 1281

월, 화, 수는 휴무일입니다. 100% 예약제로만 운영됩니다. 네이버예약 등을 통해서 사전에 예약을 하셔야 합니다. 혼자 오시는 분들도 계셨고, 친구들, 가족들과 오시는 팀도 있었습니다. 혼자든, 가족들과 함께든 어떤 형태로든 방문하시면 참 좋겠다 싶은 장소입니다. 제주에서 이색적인 시간을 보내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참고로 음식을 전문적으로 하는 곳은 아닙니다. 따라서, 음식에는 너무 큰 기대를 갖지는 마세요. 저는 뭐든 맛있게 잘 먹는 편입니다. 저는 정말로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이 가격에, 멋진 공연을 보고 음식도 이 정도면 저는 아주 만족합니다 :)

2026년 10월 19일
송종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