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여느 딸바보 아버님들처럼 딸바보랍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예쁜딸이죠. 어느 부모님이 안 그럴까요. 그렇지만 자식을 사랑하는 것과 육아의 고통 사이에는 오묘한 괴리가 존재합니다.
미혼인 블로거분들이 육아의 고통을 모르고서 이휘재씨를 아쉽게 생각하는 글을 많이 쓰신 것 같습니다. 심지어 군대보다 육아가 지치고 힘들다는 아버님들도 계시고, 육아로 인해서 우울증을 겪는 어머님들도 많습니다. 이건 정말 자식을 사랑하는 것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
아기를 낳기 전에는 전혀 몰랐고, 또 육아 관련 이야기들을 들어도 관심 조차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기를 키우고 있는 지금은 물리적, 육체적, 정신적인 어려움과 더불어 사회적으로도 양보를 해야하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정말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을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육아와 양육의 스펙타클한 세계 몇 가지만 맛배기로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결혼을 준비중이거나 막 결혼 하신분들은 주목해보세요.
임신기
입덧이 심한 여성분들은 정말 엄청 고생하는 시기입니다. 먹지도 못하고 컨디션도 안 좋습니다. 항상 아프고 뭐 그런 저기압의 나날들이 계속됩니다. 가끔 입덧으로 인한 고통 때문에 새벽에 병원에 가는 일도 있고 그렇습니다. 옆에 있는 남편도 안타까운 마음과 수발의 노동이 더해져 힘들기는 마찬가지인 시기입니다.
그런데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고 나면 입에서 절로 '차라리 임신때가 좋았어'라는 말이 나오게됩니다(ㅋㅋ).
1. 수면의 어려움
아기는 위가 작기 때문에 수시로 배가 고픕니다. 그래서 자주 잠에서 깹니다. 또 말을 못하기 때문에 울죠. 밥달라고. 부모는 수시로 잠에서 깨어나 우는 아기를 달래고 밥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아. 기저귀를 갈아 달라는 목적으로 깨어나 울기도 합니다. 그러니 아기를 가진 부모님들 대부분의 바람 중 하나는 '스트레이트로 7시간 꿀잠을 한번 자보는 것'이 됩니다. 잠을 제대로 못자서 아기를 가진 부모님들은 만성피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게 우울증으로 연결되는 사례도 너무 많습니다.
아기는 자주 통제 불능 상태로 울기도 합니다. 이때는 아기를 데리고 산책하거나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해야 합니다. 제 경우에는 한동안 아기를 데리고 한밤중에 한두시간씩 산책을 하며 아기를 달래는 게 정규 일과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2. 외출할 때
처녀, 총각 시절이나 아기가 없던 때는 '바람 쐬러 갈래?', '콜' 이렇게 동의하면 바로 바깥으로 나가면 그만이었습니다.
그러나 아기가 있으면 다릅니다. 몇 시간이나 나가 있을지에 따라서 챙겨가야 할 물품을 준비해야 합니다. 기저귀를 챙기고, 분유를 챙기고, 또 뜨거운 물과 찬물을 챙겨야 합니다. 여분의 분유병과 손수건 그리고 아기가 춥지 않게 옷을 예쁘게 입혀야 하고 담요 같은 것도 챙겨야 합니다.
보통 아기랑 외출을 할 때 아기에게 드는 시간이 30~40분 이상입니다. 이러면 엄마나 아빠는 꾸밀 시간이 없습니다. 정말 외출 준비는 정신 없는 일거리 중 하나입니다. 그래도 보통 아기들은 외출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수고로움을 감수하고라도 외출은 자주 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3. 대소변
수시로 큰 것과 작은 것을 몸 밖으로 내 보냅니다. 보통 커 가면서 시간 간격이 벌어지긴 하지만 소변은 2시간 간격으로 대변은 하루에 한두번은 봅니다. 기저귀를 가는게 일입니다. 기저귀 값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기저귀 값을 아끼기 위해서 천 기저귀라도 쓰면 아기 엄마의 스트레스와 노동 강도는 곱하기 세 배로 올라갑니다. 대소변 받아내는건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대중교통에서 응아를 하게 되면 답이 없는 (...)
5. 식사
분유는 따뜻한 물과 찬물을 조합해서 미지근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하루 권장 섭취량(ml)도 정해져 있구요. 매번 눈금을 정확하게 맞춰서 분유를 먹여야 합니다. 모유 수유라도 하게되면 아기 엄마는 젖꼭지에 피가 날 정도로 통증을 호소하구요.
또 젖병 설거지는 보통 손이 많이 가는게 아닙니다. 아기 젖병용 수세미를 이용해서 젖병을 닦아야 합니다. 젖꼭지는 젖꼭지용 수세미를 써야하구요. 또 뜨거운 물에 소독을 해야하죠. (!) 이걸 하루에 몇번씩 해야합니다.
아기가 돌쯤되면 분유와 이유식 혼용을 시작합니다. 이유식은 매번 여러가지 재료를 손수 갈아서 만들어야 합니다. 노동이 갈수록 추가되죠.
생후 100일 안된 아기의 대소변 횟수와 밥량. 일상적 노동입니다. <출처:이정환 기자님 페이스북에서 동의 받고 가져왔습니다> |
5. 목욕
아기는 질병에 취약합니다. 그래서 하루에 한번씩 목욕을 해야합니다. 목욕은 조심스럽게 해야합니다. 아기 목욕에는 손이 많이 갑니다. 울기라도 하면 골치 아파집니다. 중이염도 조심해야 합니다. 옷을 입히고 벗길때 큰 매번 큰 저항에 부딪힙니다.
6. 자유 제한, 사회 활동 제한과 경력의 단절
아기는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습니다. 깨어있는 시간에는 항시 아기를 지켜보고 있어야 합니다. 가정 주부가 집에서 하루종일 혼자서 육아를 한다면, 작게는 사생활의 자유가 사라집니다. 심지어 마음놓고 대변 보러도 못 갑니다. 물론 밥도 제대로 못 먹습니다. 허겁지겁 먹어야 합니다.
신생아를 다른데 맡기지 않는다면 다니던 직장도 그만 둬야 하고 친구들과 연락하는 것도 한동안은 사치스러운 일이됩니다. 자기 자신을 꾸미거나 자기 계발을 하는데 들어가는 시간도 거의 사라집니다.
7. 난장판(!)
아기가 본격 기어다닐 때 부터는 집안이 난장판이 됩니다. 물건은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습니다. 여기를 치워 놓으면 어느새 저쪽이 엉망이 돼 있죠.
그리고 아기는 수시로 웁니다. 아기가 울면 부모는 영혼이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죠.
저 모든 것을 뛰어 넘는 힘
그래도 이 모든 어려운 것들을 이기는 힘. 바로 아기의 살인 미소 한방입니다. 내 새끼가 부리는 애교에 이렇게 살살 녹는지 아기 낳고 알았습니다. 모든 힘든 것들을 합해도 아기는 꼭 낳아야 된다고 봅니다. 아기 낳기 전 했던 여러가지 사랑과 다른 차원의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있거든요.
그리고 저희 딸 송소희의 미소가 담긴 동영상도 처음으로 블로그에 공개합니다.
저 미소 애교 한방이면 모든게 사르르 녹아요. 요번 겨울에 찍었으니 생후 14개월 쯤 됐을 때네요. 도서관에 처음 와보고 신기한 듯 두리번 거리는 모습입니다.
다시 슈퍼맨이 돌아왔다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렇듯 아기 한명도 키우는게 고됩니다. 하물며 쌍둥이라면 어느 정도의 육아 스트레스가 있을지 상상이 안되네요. 게다가 둘다 아들이라면(...) 화면상으로만 봤지만 제가 보기에 이휘재씨는 두 아들을 충분히 사랑하고 있고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힘든 건 어쩔 수 없지요. 부모도 인간이니까요.
어쨌든 연애를 글로 배운다고 하늘에서 애인이 뚝 떨어지지는 않잖아요. 저 멀리 이국만리에서 전쟁하는 걸 모니터로 봐도 별 감흥이 없죠. 이글도 그런 느낌이지 싶습니다. 영양가 없는 육아의 난이도를 글로 한번 느껴보는 시간을 잠깐 가져봤습니다. 세상의 모든 전현직 그리고 예비 부모님들 화이팅입니다.
2014년 2월 8일
송종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