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 수능 7등급 받으면, 호주에 가서 용접이나 하고 살아야 돼. 지이잉~ 지이잉~"
과거 대한민국 고도 성장의 숨은 공신들 <출처 : 판타웍스> |
특정 직업 비하발언입니다. 무엇보다 첨단 기술이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에, 젊은 사람이 뿌리깊은 사농공상 마인드를 아직까지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었습니다. 비단 저 강사만의 문제는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이제 막 학부형이 된 제 또래 70~90년대생들 조차 자녀들이 판사나 의사가 되길 바라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판사와 의사는 우리 사회가 지탱되기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직업입니다. 그러나 모두가 판사나 의사가 될 필요도 없고, 또 판사나 의사가 되지 못한 사람을 비하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되었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스타강사에 비할바는 아니고, 수입으로 직업을 재단할 수는 없습니다만, 어쨌든 용접공은 수입이 굉장히 높은 직업입니다. 그리고, 강사의 말대로 기술 베이스의 직업들이 '공부를 못하면 해야하는' 그런 직업도 아니고 고도의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이 부분에서도 강사의 어두운 눈과 무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뿌리깊은 사농공상 마인드는 나라를 몇번이나 절망의 늪에 빠뜨렸습니다. 공상(공업과 상업)을 중시하는 나라는 실리주의와 힘을 바탕으로 빠르게 국력을 키웠습니다. 그리고 우리와 같이 공업과 상업을 천시하고, 벼슬아치와 양반 그리고 농업의 '사농'을 중시하는 나라는 그들의 밥이 되었습니다.
사농공상은 중국 춘추전국시대부터 유래하였다 전해집니다. 다만, 그때의 '사'는 우리나라에서 변질된 벼슬아치나 양반을 뜻하는게 아니라 '군사, 병사'를 뜻한 것이라고 전해집니다. 또한, 중국은 우리보다 상업을 더 중시하였고 오래전부터 그랬습니다. 또 다른 이웃나라인 일본 역시 사무라이들과 상인들의 힘이 강력했던 나라입니다.
유독 우리나라만 세계 정세는 물론이고 당장 처자식 밥 굶는 것도 관심없는 말쟁이, 글쟁이들이 권력 중심에 올라갔고, 또 그런 사람들을 귀하게 여기는 나라였습니다. 공업과 상업을 천시하고, 양반과 벼슬아치들을 귀히 여긴 대가는 컸습니다. 나라는 몇번이나 남의 손에 들어가 갈기갈기 찢어지고 짓밟혔습니다. 이제는 정신차릴만도 한데,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저런 사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집니다.
나라가 번영하려면 학원강사보다 용접공이 더 필요합니다. 공돌이 출신인 제가 이번 강사의 발언에 너무 화가 나서 한마디 되받아 치겠습니다. "말이 좋아서 스타강사이지, 사회적 잉여에 불과한 존재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창시절에 열심히 공부해서 명문대를 졸업하고, 기껏 한다는 게 입시학원강사입니다. 그리고 그 학원강사를 통해서 배운다고 모든 학생이 공부를 잘 하는 것도 아닙니다. 공부를 잘 하는 몇몇은 명문대에 진학해서 열심히 공부한 다음, 또 학원 강사가 됩니다. 입시를 위한 입시 제도 자체가 문제이지만 그런 제도에 기생한 자들에 불과합니다.
스타강사가 한해에 몇백억, 몇천억을 버는 소식이 들립니다. 그것은 국가적 비극입니다.
한해에 20조 원이 넘는 사교육비는 부모들의 노후 빈곤을 담보로 한 돈들입니다. 그 돈이 기업으로 간다면 더 번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돈이 '잉여'에 불과한 학원 강사들 주머니로 들어갑니다. 하다못해 그 20조 원을 사교육비가 아니라 아이들이 행복해지는데 쓸 수 있다면 지금보다 아이들이 더 행복한 나라가 될 것입니다. 스타강사들이 버는 돈은 아무런 가치도 창출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흘러 들어가는 눈먼 돈에 불과합니다.
제 주변에도 입시학원에서 강의하는 분들이 계시고, 입시학원을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대부분 사명감 보다는 돈 때문에 하는 것이고, 사명감이 있다고 해도 아이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는 정도의 사명감에 불과합니다. 서당에서 글 잘 배워서 벼슬아치를 하면 뭐합니까?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프로그래밍을 가르치거나, 철학을 가르치거나 그런 종류의 것을 가르치는 것은 분명히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오로지 '좋은 대학을 보내기 위해' 부모들로 부터 막대한 돈을 가로채는 것이 사회적으로 무슨 큰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쯤에서 입시학원업에 종사하시는 분들께서 되받아 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주식쟁이가 사회에 기여하는 것은 뭔데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오래전에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에 대한 글을 썼던 적이 있으므로 참고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저는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전에도 공돌이 출신이었고 지금도 뼛 속까지 공돌이입니다.
열심히 하시는 입시학원분들이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기술직 비하 발언을 듣고 어이가 없어서 한 글자 썼습니다. 공업과 상업이 존중받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2020년 1월 15일
송종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