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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24일 수요일

사람이 살아가는 저마다의 동력


일본의 한 요양원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약간 각색하여 글을 쓴다. 

요양원의 어르신들은 무료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저 식사 때가 되면 밥을 먹는다. TV 시청을 하거나 가끔 동네 골목이나 정원을 산책하는 정도의 일상을 보내고 있다.

"료타 할아버지, 자주 씻으셔야 해요. 그게 건강에도 좋단 말이에요. 어제도 오늘도 안 씻으셨죠?"

어르신들을 돌보는 직원들은 늘 할아버지들께 잔소리한다. 그럴 때마다 할아버지들은 "아이구 귀찮어" 하시며 손사래를 치신다.

할머니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젊고 예뻤던 시절에는 그렇게 열심히 꾸몄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기력도 없다. 무기력한 어르신들이 오늘도 요양원에서 하루를 보낸다. 억지로 장기를 두거나, 꽃을 가꾸며 즐거운 척해보지만 그래도 활력 없음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하루는 요양원 직원인 미즈키가 료타 할아버지와 케이코 할머니를 소개해 드렸다. 두 분은 오래된 부부인 양 금방 친해지셨다. 미즈키에게 소개를 받은 이후 두분은 항상 붙어 다니셨다. 젊은 연인이 부럽지 않았다. 두 분은 근교로 놀러 다니시기도 하고, 매일 손을 잡고 근처에 산책하러 다니셨다.

두 분께는 놀라운 변화도 생겼다. 작년에 여든을 넘기신 케이코 할머니께서 화장하기 시작하셨다. 이제 자기를 예쁘게 꾸미는 데 꽤 시간을 쓰신다. 변화는 료타 할아버지에게도 생겼다. 일주일에 한 번을 씻을까 말까 하던 료타 할아버지. 몸에서 냄새가 난다고 직원들에게 매일 혼나던 그 료타 할아버지께서 매일 샤워를 한다. 이제는 옷도 다려 입는다. 매일 몸을 청결하게 하고, 나름대로 옷도 꾸며 입으시려고 노력한다. 멋쟁이 할아버지가 되셨다.

두 분은 외로움을 크게 타는 분들이다. 그래서 좋은 친구가 되실 거라는 생각에 미즈키는 두분을 소개해 드렸다. 하지만 미즈키 자신이 생각한 것 보다 훨씬 더 놀라운 변화를 보면서 기분 좋은 요즘이다.

두분의 연애(?)가 무르익어 가던 어느 날. 마코토 할아버지가 케이코 할머니에게 호감을 표했다. 케이코 할머니는 친구가 많아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했다. 케이코 할머니는 료타 할아버지와도 연애를 하고, 마코토 할아버지와도 연애를 했다. 할머니는 두 할아버지들한테서 큰 사랑을 받았다. 할머니는 날로 더 생기가 넘쳐 보였다. 두 할아버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세 어르신은 활력이 넘쳤다. 건강하게 잘 살아가는 노년이 이런 것이라는 모습을 보여 주시는 듯 했다.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삼각관계를 이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사건은 터졌다. 케이코 할머니가 마코토 할아버지와 따로 만나는 걸 알게 된 료타 할아버지가 마코토 할아버지를 찾아갔다.

"당신! 케이코 한테서 떨어져!"

마코토 할아버지가 말했다.

"내가 왜 그래야 하나?"

료타 할아버지가 다시 말했다. 

"좋아 그럼 우리 맨 주먹 싸움으로 승부를 보자. 남자답게 말이야."
"그래 해보자. 나도 그쪽은 자신 있다구."

료타 할아버지는 사무라이 출신이었다. 마코토 할아버지는 평생 사무직으로 일을 하다가 은퇴를 하신 분이다. 당연히 평생 운동을 한 료타 할아버지에게 싸움으로 어떻게 해 볼 여지가 없었다. 그래도 케이코 할머니를 잃고 싶지 않았던 마코토 할아버지는 최선을 다해 다투었다. 할아버지들의 싸움이었지만 그래도 꽤 소란스러웠다.

결국 싸움은 사무라이로 살아 온 료타 할아버지의 당연한 승리로 끝났다. 

꽤 소란스러운 사건이었다. 요양원장인 타다요시의 귀에 사건의 전말이 모두 들어가게 되었다. 타다요시는 한참을 고민했다. 결국 료타 할아버지, 마코토 할아버지, 케이코 할머니를 모두 요양원에서 퇴소시키기로 결정했다. 어려운 결정이었다. 하지만 세분이 함께 계시면 요양원은 계속 소란스러워질 터였다. 다른 어르신들의 건강과 안녕을 위한 조치였다.

요양원은 다시 조용해졌다. 3개월 후 요양원 직원들은 어떤 소식을 접하고 깜짝 놀랐다. 3개월 전 퇴소한 료타, 마코토 할아버지와 케이코 할머니에 대한 소식이었다. 세 분 모두 요양원 퇴소 후, 삶의 의욕을 극도로 잃었다고 한다. 그리고 시름시름 앓으시다가 줄줄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었다.

세 분의 퇴소를 결정한 타다요시 원장은 큰 죄책감에 빠졌다. 한동안 실의에 빠져 힘든 나날을 보냈다. '그냥 그 어르신들이 옥신각신 하시도록 둘 걸 그랬나..' 큰 후회를 하였다고 한다.

2023년 5월 24일
송종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