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26일 월요일

나는 UFO를 본 적 있다

요즘 부쩍 UFO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기분탓인가. 내가 어릴적, 그러니까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도 UFO 이야기가 붐을 이뤘던 적이 잠시 있다. 그때는 대부분 공포요소나 미스테리 요소로 다루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최근의 UFO에 대한 이야기는 그런 요소보다는 뭔가 그것이 실제로 우리 주변에 돌아 다니고 있음을 확신한다는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는 것 같다.

미 공군이나 NASA가 미확인 비행물체에 대한 존재를 인정하는가 하면 CCTV나 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기에서 UFO가 촬영되고 있다. 촬영기기의 보급으로 과거보다 곳곳에서 미확인 비행물체가 찍힐 가능성이 확연히 높아졌다. 또, 과거보다 영상 판독 기술도 좋아졌기 때문에 이제는 어설픈 합성 따위로 사람들을 속이지 못한다.

요즘 UFO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나도 20여 년전 UFO를 목격한 추억이 떠 올랐다.

때는 군복무를 하던 시절. 장소는 포항의 모 해안초소. 보통 해안 경계 근무는 2인이 1조가 되어 서게 된다. 당시에 나는 짬밥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근무는 항상 선임들과 들어갔다.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야간 해안 경계 근무를 서게 되면 선임들은 들어가자마자 초소에서 잠을 잔다. 후임은 서서 경계를 서는데, 보통은 바닷가 쪽을 안보고 간부가 오는지 안 오는지를 지킨다. 간부가 들어오면 잠자는 선임을 깨운다. 그게 경계 근무를 서는 후임의 주요 임무 중 하나였다. 이건 국방부장관님도 모르실 1급 군사 기밀인데 이렇게 누출해도 되나 모르겠다.

군에 다녀오지 않은 분들이 이 글을 읽으시면 몹시 불안감을 느끼실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이렇게 허술하게 경계를 서는 것 같아도 의외로 바닷가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면 놓치지 않고 잘 잡아낸다. 그러니 든든하게 두발을 뻗고 주무셔도 된다.

해안쪽도 가끔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많았다. 군용 초소는 일반인들이 절대로 찾을 수 없는 곳에 숨어 있었다. 그래서 가끔 민간인이 진입할 수 없는 군사지역 해변 끝단까지 차량들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었다. 한밤중에 그런 곳에 들어오는 민간인 차량들은 목적이 대부분 뻔했다. 우리는 가끔 그런 차량에 무슨 군사작전을 하는 마냥 조심스럽게 접근하여, 차량 유리창에 몰래 붙어서 좋은 구경을 하곤했다.

어쨌든 이날 야간 경계근무도 그렇게 평소처럼 평화로웠다. 선임은 초소 안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었고, 나는 초소 바깥에서 야시경으로 부지런히 바닷가 쪽과, 해안쪽을 감시했다.

야시경으로 하늘을 보면 별이 무척 잘 보인다. 나는 어릴적부터 별을 좋아했다. 그래서 경계근무를 서면서도 나는 이따금씩 야시경으로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곤 했다. 그날도 그랬다.

그런데 그날따라 이상한 불빛이 잡혔다.

일단은 가만히 있으면 다른 별들과 분간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그 빛은 움직임이 있었다. 현대 인류 기술로는 구현할 수 없는 형태의 움직임과 속도였다. 나는 탄성을 질렀다. 혹시 인공위성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나마 했지만 평소 하늘을 자주 올려다 보는 나는 인공위성과, 항공기의 움직임 정도는 구분할 수 있었다. 확실히 인공위성은 아니었다.

눈에서 야시경을 떼고 보았다. 야시경을 쓰지 않아도 그 빛은 아주 잘 보였다. 동쪽 하늘에서 서쪽 하늘로 순식간에 이동하는 모습이 경이로웠다. 서쪽으로 이동한 불빛은 1초 정도 급정거를 하여 제자리에 멈춰있더니, 순식간에 3개로, 그리고 6개로 분열되었다. 내가 가진 기초적인 물리학적 지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아마 그것을 보았다면 누구나 그리 느꼈을것이다. 그리고 하늘에서 보아서 그렇지 상당한 거리를 저 정도로 빨리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이 계속 나를 경탄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6개의 불빛은 다시 하나로 합쳐져서 순식간에 동쪽 하늘로 사라졌다. 커브를 틀어 이동하는 속도도 정말 순식간이었다. 비행기나 인공위성이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곧장 90도로 방향을 틀어 순식간에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형태의 움직임을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는 내 눈으로 직접 보고, 귀로 들은 것이 아니면 어떤 사실에 대해서 잘 믿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그때도 내가 피곤해서 헛것을 보았나 싶어서 멍하니 서 있었다. 하늘을 계속 올려다 보고 있었다. 아까 그 불빛이 다시 나타났다.

나는 이번에는 초소 안에서 잠을 자고 있는 선임을 용기내서 깨웠다. 자고 있는 선임을 깨우거나 몸에 손을 대는 것은 자살 행위이다. 당시에 나는 짬밥도 거의 먹지 않은 상태였고, 같이 근무를 서던 선임은 떨어지는 낙엽도 멈춰 세운다는 상병 말호봉이었다.

"OO해병님, OO해병님"
"왜? 간부 올라와?"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아.. 새끼야 근데 왜 깨워"
"그게 아니라 하늘에 UFO가 있습니다"
"아, 이 미친놈아, 기어이 돌았나. 그런거 없으면 쳐 맞을 줄 알아라"

잠을 자던 선임은 나의 긴박한 행동에 귀찮다는 듯이 주섬주섬 일어났다. 입으로는 온갖 짜증을 다 내뱉으면서.

밖으로 걸어나온 선임에게 내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선임은 입에서 탄성을 질러댔다.

"와, 저게 뭐야. 와 뭐야 저게 도대체 우와!!"

이제는 나보다 선임이 더 신난 것 같았다. UFO도 UFO지만, 그 자리에 그 친구들이 있어줘서 고마웠다. 혹시라도 사라졌으면 나는 그날 가루가 되게 얻어 터졌을 것이다.

어쨌든 내가 헛것을 본 게 아니라는 게 입증되었다. 나는 눈으로 보지 않은 것을 믿지 않기 때문에 이전까지는 UFO 이야기를 사람들이 지어낸 이야기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 날 이후에 나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UFO가 외계인이 타는 비행체라고는 단정하지 못해도 뭔가 신기한 비행체가 실재하기는 하는구나!"

근무를 함께 섰던 선임과 나는 아침 식사 시간에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당연히 모두 믿지 않았다. 우리 둘만 미친 인간들 취급을 받았다. 상병 말호봉 선임은 병장 선임들에에게 엄청난 놀림을 당했다. 나는 내 윗 선임들에게 비웃음을 샀다.

같이 UFO를 본 선임과 나는 무척 억울했다. 어쨌든 사람들이 믿지 않는 것은 당연했지만 그 선임과 나는 확실히 보았고, 좋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야간 경계근무 장소에 진입하는 해병대원들 <자료: 연합뉴스>

내가 가끔 이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늘상 되묻는 이야기들이 있다.

질문 1) 야시장비에 뭔가 묻었거나 빛이 번진것은 아닌가? 이건 확실히 아니다. 베테랑 군인이 빛 번짐과 이상한 비행체가 날아다니는 것을 구분하지 못할리가 없다. 그리고 위에도 언급했지만 야시 장비를 쓰지 않고 맨눈으로 보아도 그 빛은 잘 보였다.

질문 2) 날파리나 날벌레들이 날아다니는 것을 보고 UFO로 착각한 것은 아닌가? 이것도 아니다. 당시 초소는 빛이 거의 없었다. 그런 것도 가로등 빛이나 무언가 있어야 할텐데 어두컴컴한데 날벌레가 보일리가 없다. 또한, 날벌레가 움직이는 패턴과 그 비행체가 움직이는 형태는 확실히 다르다. 베테랑 군인들이 날벌레 날아다니는 것을 구분하지 못할리도 없다. 당시 나는 시력이 2.0이었다.

질문 3) 인공위성 아닌가? 이 부분은 어릴적부터 별을 보았기 때문에 확실히 구분한다. 그리고 동쪽 지평선 부근과 서쪽 지평선 부근을 순식간에 왔다갔다 하고 빛이 3개로, 6개로 분열되는 군무까지 보여줬는데, 인공위성은 절대로 아니라고 확신한다. 나 뿐만 아니라 그 선임도 탄성을 질러댔으니.

질문 4) 드론 같은 것은 아닐까? 당시에 드론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현재 사용하고 있는 드론의 움직임을 보았을 때 드론으로는 택도 없는 움직임을 가진 물체였다. 그리고 드론이 그렇게 떠 다닌다면 아마 우리 방공망이나 감시장비에 감지가 되었을 것이다. 우리 소초 옆에는 TOD를 운용하는 소초가 있었다. 그리고 아주 높은 고도에서 움직이는 비행체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비행체였으므로 절대로 드론도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도 궁금하다. 그때 그 비행체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외계에서 온 것일까? 우리 후손들이 타고 온 미래의 비행체일까? 아니면 어떤 고도로 발달한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비밀리에 연구하는 비행체였을까?

2021년 7월 26일
송종식


댓글 10개:

  1. 해안경계 2년내내 서고 전역한 입장에서, 뭔가 반가운 이야기입니다.
    저는 UFO는 보지 못했고 수영하는 고라니나 토막사체인줄 알았던 고무장갑 따위만 봤지만요.

    초병 근무 서는 시간과 환경, 군복무 시기를 짐작해보면 열거하신 대상들은 자연히 아닐거라고 생각합니다.

    UFO도 신기하지만, 신기한걸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변했다는게 흥미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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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야 어쩐지 사용하시는 용어가 저희쪽(?)분이신 느낌이 팍팍 드는데요? 고무장갑 이야기를 들으니 저희도 통나무 쪼가리 하나 떠내려온걸 북괴군 뗏목으로 식별해서 한 겨울 그 추운 새벽에 전투배치 붙었던 기억이 나네요. 상황 종료후에 다들 어이없이 웃었언 기억이 납니다. 고라니는 가끔 저희들 전투력 올려주는 샌드백이 되어 주던 기억도 나구요 ㅋㅋㅋ 군생활하면서 UFO본 건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최근에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구요. 저는 실재하는 걸 보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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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미지의 대한 세계관을 더 넓힌 계기가 되었겠군요.
    경이보다 어찌보면 이런 경험이 빠르게 늘려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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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세계관이 넓어지는데 일조한 게 맞아요. 내가 모르는 세상이 분명히 더 많을거라는 겸손한 태도랄까요.. ㅠㅠ 원래부터도 저는 우주의 먼지 같은 존재라는 걸 인지는 했지만 피부로 더욱 와닿게 된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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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저는 UFO를 보진 못했지만... 신선한(?) 경험을 했습니다.
    도구해안 경비중에 말이... 그 히이잉 거리면서 풀뜯는 초식동물 말이..
    해안가를 달리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말은 초원에 있는게 아닌가... 하면서 입초에 보고를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하다가
    후달린 짬밥에 입초에 보고를 날린 기억이 나네요.

    얼마전 미국에서도 인정한 UFO 존재를 미리 한국에서 겪으셧다니
    진귀한 경험이신거 같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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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추억의 도구해안이라는 단어 정말 오랜만이네요.
      제가 알기로 그 근처에 승마장이 하나 있었던거 같은데 확실한 기억은 아닙니다. 그래도 해안 경계 근무를 하시면서 해변에서 말은 본 경험은 평생 안 잊혀지실 것 같습니다. 저 같아도 저게 뭐야 하면서 깜짝 놀랐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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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굉장히 비슷한 경험을 했어서 흥분하여 댓글 남기게 되네요.

    저는 꽤 어렸을 적의 일인데, 초등학교 간부수련회 후 귀가하던 버스안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버스안에서 손전등을 켠 형상이 유리창에 비친 줄 알았습니다.
    모두 흰색의 발광하는 6개의 물체였고, 글 쓰신 것처럼 합쳐졌다 나눠졌다 했었습니다.

    버스가 꽤 조용했어서 그때당시 레인폰 ㅎ.. 으로 촬영했었는데...
    물체를 보는 것에 흥분해서 찍히긴 찍혔으나 물체보다는 산과 하늘이 더 많이 찍혔었던 것 같네요.

    저도 봤던 비행의 형태가 너무 비슷해서서..ㅎ
    조금 흥분된 상태로 댓글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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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와와 저와 같은 경험을 하셨군요! 너무 반갑습니다. 직접 본 사람들만 알죠. 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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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저는 어슴프레한 새벽에 운동을 하는데 손톱만한 크기의 불빛인 ufo 3개가 편대지어 날아가더군요 속도는 순식간에 시야 밖에서 전방쪽으로 휙 날아가다 갑자기 뿅하고 사라졌어요 카메라를 꺼내고 자시고 할 새도 없이... ㅋ 뭐 저만 알고 있는 신기한 추억이 되어 버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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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맞아요. 다른 사람들에겐 말해도 믿어주지도 않을테니, 같은 경험을 했던 사람들끼리만이라도 이렇게 서로 믿어주고 추억도 공유하고 그러니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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