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1일 일요일

전업투자자, 정신 번쩍 드는 방법

전업투자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당연히 다시 가난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 하는 것, 개인의 자유가 사라지고 생계를 위해 월급에 의존해야 하는 것. 그것을 가장 두려워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업투자를 장기간 하였다면 재취업은 당연히 힘들테니 투자로 실패하면 사회 밑바닥을 전전하게 될것입니다. 배고프고 어려웠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두렵습니다.

나태함과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전업 주식쟁이는 두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전업트레이더 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바로 그런 이미지를 가진 사람들이죠. 하루종일 모니터 앞에 붙어서 매매를 합니다. 호가창을 놓칠세라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해외 증시를 체크합니다. 장 마감후에는 복기하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생계형 전업 비중이 많습니다.

또, 다른 한쪽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전업투자자입니다. 매매를 자주 안하는 가치투자자들이 많습니다. 가치투자 지향형 전업투자자들은 스타일이 다양합니다. 사업보고서를 읽으며 주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책을 읽는 사람이 있고, 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기업탐방을 자주 다니는 사람이 있고, 취미 활동을 열정적으로 하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 낮잠을 즐겨 자는 사람이 있기도 합니다.

라이프스타일이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전업투자자 중에서는 하루 일과를 정해진 루틴대로 사는 분도 많습니다. 부지런하게 일어나서 전업사무실에 출근을 하고 그날 나온 리포트를 모두 훑은 후, 회사와 통화도 하고 기업분석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장이 마감하면 곧장 집으로 퇴근합니다.

또, 반대로 저 처럼 게으른 전업투자자도 있습니다. 내 마음대로 놀러 다니고, 읽고 싶으면 읽고,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는 등 정해진 루틴없이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삽니다. 옆에서 혹은 위에서 누가 이끌어주거나 혼내는 사람이 없으니 저 처럼 게으르고 고삐풀린 망아지는 갈수록 나태해집니다.

투자는 운이 크게 작동하는 분야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기본적인 성실함이 배제된다면 투자자 생활을 꾸준히 영위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저처럼 게으른 전업투자자분들은 한번씩 정신이 번쩍 들만한 충격요법이 필요합니다.

버스나 전철 첫차 타보기


지역마다 회사마다 편차는 있습니다만, 보통 지하철이나 버스는 새벽 4시 30분~5시 30분 정도에 첫차를 운행합니다. 직장인들도 좀처럼 타보기 힘든것이 첫차라 생각됩니다. 물론,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으로 먹고 사는 사람에게는 딴 세상에서 운행되는 차량들입니다. 그리고 상상조차 하지 못하죠.

새벽 4시 버스 첫차 <출처 : hani.co.kr>

지하철 첫차나 버스 첫차를 타보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충격에 빠질거라 생각합니다. 첫차는 만석 수준이 아니라 사람으로 미어차서 운행됩니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잠을 자고 있는 시간인데도 그렇습니다. 세상이 정말 부지런하게 돌아가는 걸 느낍니다.

그 중에는 사장님도 있을 것이고 부지런한 직장인도 소수 있긴 할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일용직이나 막일을 다니는 분들입니다. 몸에 차고 있는 장비들이나 옷차림을 보면 대번에 알 수 있습니다. 절대로 그분들을 비하할 의도로 작성하는 글은 아닙니다. 그분들도 다 각자가 가진 사연들이 있을테니까요. 다양한 사연들이 있겠지만 그들은 첫차 그득 몸을 싣고 일터로 향합니다. 표정들은 거의 대부분 일그러져 있거나 행복하지 못한 표정들입니다.

내가 나태해서 계좌 수익률을 까먹거나, 올바르지 못한 판단으로 실패를 할 경우 이렇게 첫차를 타고 생계를 유지해야 할 수 있음을 피부 깊숙히 상기해보면 정신이 번쩍듭니다. 아둥바둥 살 필요는 없지만 늘 현명한 판단을 내리고 기본적인 성실함은 유지해야 함을 절실히 느낍니다.

지금 먹고 살만하다 싶으면 나태해지기 쉬우므로 한번씩 새벽 첫차를 타고 나도 노가다 현장으로 나간다는 마인드를 상기해보면 머리가 번쩍 깨입니다.

아르바이트나 직장인(프리랜서) 체험 해보기


"내 주머니에는 지금 1원도 없다. 나는 생계를 위해서 이것을 한다." 이렇게 단단히 세뇌를 합니다. 그리고 편의점 아르바이트, 신문배달, 대리운전 등의 일을 한두달 해보면 이것도 정신이 번쩍듭니다. 원치 않는 시간에 원치 않는 노동을 하는 괴로움. 그리고 박봉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절박함. 온갖 사람들로부터 당하는 갑질과 모욕.

두번 다시 가난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머리 좀 굴려서 기업발굴을 하고 손가락 까딱까딱해서 과분한 수익을 올리며 사는 것, 그것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를 새삼느끼게 됩니다.

최근에 알게된 것인데 프리랜서도 회사에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출퇴근은 하는데 정규근로자는 아닌 특이한 형태의 사람들이었습니다. 프리랜서는 정식 채용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일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보통 한달이나 두달 단위로 계약을 하고 일을 종료하는 방식인데 이것도 한번씩 해보면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신 자차로 다니면 안됩니다. 모든 직장인이 벗어나고 싶어하는 출퇴근 시간 콩나물 시루같은 전철을 타고 며칠만 왔다갔다 해보면 정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됩니다. "누가 나에게 잔소리 하고 관리하지 않는다고 나태하게 살면 안되겠구나.", "투자금을 모두 잃으면 생계를 위해서 정말 평생 이렇게 출퇴근 해야되는 수가 생기는구나.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겠다."

누차 말씀드리지만 해당 직종이나 직군에 대해서 무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잘못된 의사 결정과 게으름으로 투자금을 잃게 되면 다시 종자돈 모으는 기약 없던 시절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것의 두려움을 알고 부지런하고 진지하게 투자하자는 의미입니다.

나에게 주어진 1초, 계좌에 있는 100원의 소중함


한번씩 저런 체험을 하다보면 내게 주어진 1초가 새삼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계좌에 있는 숫자도 그냥 화면에 찍힌 숫자가 아니라 진짜 돈임을 절감하게 됩니다. 나를 지켜주는 최후의 그 숫자들. 현재 가진것에 대한 감사함, 그리고 잃지 않는 투자를 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철학적 토대 다지기.. 이런것들을 상기할 수 있게 됩니다.

고통 체험은 짧게 가끔씩만


'고시원에 살기'나 '쪽방촌 깔세방 한달 살기' 같은 다양한 체험도 정신 차리기에 도움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이런 충격 요법은 나태할 때 가끔씩만 해야합니다. 그리고 체험후에는 반드시 5성급 호텔에서 쉬든, 여행을 가든 뇌에게 회복기를 줘야합니다. 일부러 어려운 체험을 한다고 해도 자칫 뇌가 가난한 쪽으로 방향을 틀고 굳어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매우 위험합니다. 자신의 나태함을 반성하는 용도이어야지 나의 잠재의식과 뇌가 다시 가난을 향하도록 두어서는 안됩니다.

* 덧 붙이는 글 : 누군가에겐 삶일지언데, 누군가에겐 '체험'이라고 하니 상당히 건방진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크게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글이고요. 다만, 저희 전업들은 저희들 위치에서 정신을 차릴만한 방법들은 늘 필요한 법이니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가난과 부는 순식간에 뒤집어 질 수 있는 것이고, 누구의 운명이든 손바닥 뒤집히듯 뒤집힐 수 있는 것입니다. 누구든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전철, 버스 첫차에 몸을 싣고 자기 할일을 묵묵히 하시는 분들을 응원합니다. 그분들의 삶도 술술 잘 풀려서 머지 않은 미래에는 고생을 덜 하고 사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2019년 12월 1일
송종식 드림

댓글 6개:

  1. 도둑맞은 가난 - 박완서

    답글삭제
    답글
    1. 책이 너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책 추천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읽어보겠습니다 :)

      삭제
  2. 위의 글을 보니 송종식님의 투자 일대기가 궁금해집니다. 블로그를 보니 직장인 개발자였던것 같고, 어떻게 투자를 접했고.. 언제 시작하게 되었고, 어떻게 공부 및 연구를 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네요.. 가치투자도 가치투자지만 그 연구와 방법이 사실 어려웠을텐데... 저도 개발자로써 40대 중반을 바라고고 있기에 그래도 안정적인 직장인이지만 미래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안정된 직장인이라해도 일반 직장인으로 아이들 충분히 지원하기엔 모자른 세상인것 같습니다.

    직장인일때... 개발자여서 숫자엔 좀 나름 친하긴 하지만.. 투자에 있어 부족한 시간을 어떻게 이겨나가셨는지 궁금하네요.. 혹은 투자가 잘될때는 괜찮치만 잘 안될때는... 직장 생활속에서 멘탈도 쉽지 않는경우도 있는것 같습니다. 마치 긴 터널 같이 지루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글구 투자에 있어 최대의 적은 조급함인데.. 그 조급함이 합리화가 되어 투자결정도 하게 되는 나 자신을 바라봅니다. 물론, 실수에서 부터 배우는것도 값진데.. 그 기회비용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도 들기도 합니다. 그런가운데 송종식님의 이런 진솔한 나눔에 있어 그런 기회비용을 조금이나마 충당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읽어야할 필독서에 비탈리카스넬슨님의 책이 빠진것 같습니다. PER에 관해 설명하실때 비탈리님의 설명이 있어서 읽으셨겠다 싶어서요.. 덕분에 요즘 다시 읽고 있습니다. 다시 읽으니 색다르네요.. ^^ㅋ

    답글삭제
    답글
    1. 안녕하세요. 투자를 하면서 몇가지 기억에 남을 일화들도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계좌를 따박따박 키워온 것 같습니다. 남들처럼 화려한 플레이를 잘 하는 것이 아니라서 단기간에 확 땡긴 편도 아니고, 요즘처럼 침체기에는 꽤 오랫동안 박스권을 맴돌기도 하지만 연간으로는 따박따박 가는게 마음이 편한 것 같습니다. 복리효과를 생각하면 그게 제 성향에도 맞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직장에 다니시면서 투자를 병행하시는 건 정말 잘하신 선택이라고 확신합니다. 투자는 무조건 해야하는 것이라는데 동의합니다.

      직장에 다닐때 시간을 이겨낸 방법은 다른 건 없었고 잠을 많이 줄였던 기억이 납니다. 졸립지만 집에 와서 식구들이 자면 그떄부터 기업분석을 하고, 포트폴리오 운용 계획을 세우고 또 별도로 책도 읽고 자기계발도 하고 블로그에 글도 쓰고 여러가지 활동을 했었습니다.

      아마 올바른 가치투자 철학을 갖고 계신다면 실수님께서 힘든 기간에 전업가치투자자들도 다 같이 힘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도 실수님은 현금흐름(월급)이 나오지만 보통의 전업투자자는 그런 것 없이 온몸으로 두들겨 맞고 있을테니 상대적 위안을 가져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요즘 같은 시기에 회사에 더 감사한 마음을 가지신다면 오히려 투자하실때 멘탈 관리에도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그리고 책 소개에 비탈리 카스넬슨 책이 빠졌군요. 전혀 인지하고 있지 못했는데 지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그래도 이번에 멋진 책을 한권 읽고 있습니다. 그걸 다 읽고 다음번 업데이트를 할 때 비탈리 카스넬슨의 책도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삭제
    2. 저도 항상 감사합니다. 종식님 덕분에 솔직한 투자이야기를 블로그를 통해 만날 수 있어 좋습니다. ^^

      삭제
    3. 네, 저도 대화 나눌 수 있어서 즐겁고, 또 항상 감사드립니다 :)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