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29일 목요일

투자공부를 위해 전기차를 이용해보다

전기차 시장이 이제 슬슬 꽃을 피우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전에는 전기차 시장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미온적 태도를 취해왔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슬슬 관심을 좀 가져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7년 글로벌 전기차 100만대 판매량 돌파, 이듬해 1년만에 200만대 돌파
<자료출처 : 중앙일보>

개인적으로는 휘발유 차량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제주에 가면 항상 오픈에어링을 즐깁니다. 그런 개인적인 취향을 뒤로하고 이번에는 전기차를 선택하였습니다. 전기차에 대한 본격적인 공부를 하기전에 워밍업을 해보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전기차, 그 중에서도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을 렌트하였습니다.

저는 다양한 전기차를 이용해보지 못했습니다. 단지, 제주에서 휴식하면서 아이오닉만을 이용하였습니다. 따라서, 모든 전기차에 대한 내용을 커버리지 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차량을 소유한게 아니라 단 며칠만 렌트를 하였기 때문에, 소유를 해야만 얻을 수 있는 장단점 또한 알지 못합니다. 따라서, 글의 내용상 협소한 점이 있더라도 이런 부분을 이해해주시면 감사드립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전기차를 이용해보고 느낀 장점과 단점을 나열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시장에 더욱 폭 넓게 침투하려면 개선돼야 할 점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생각을 기록해보겠습니다. 제 개인적 기록 차원에서도 남기는 것이니 내용상 허점이 많더라도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이용해보니 느껴지는 장점


저렴한 비용


전기차의 충전 단위는 kWh를 씁니다. 제가 차량을 이용할 때는 1kWh를 충전하는데 170~200원 정도가 들었던 것 같습니다. 차량마다 다르지만 1kWh에 3km~6km를 이동할 수 있다고 합니다. 10kWh를 충전하는데 1,700원~2,000원 정도가 들어갑니다. 그렇다면 1,700원에서 2,000원 정도 충전해서 약 30km~60km를 이동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기름 1리터 조금 더 되는 비용으로 저 정도를 갈 수 있으니 경제성은 상당한 편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승차감과 가속감


내연기관 자동차에는 변속기가 있습니다. 전기차에는 변속기가 없습니다. 그냥 1단으로 쭉 달립니다. 대신 감속기라는 장치가 있습니다. 일정한 기어비를 갖고 감속기 개수에 따라 몇단이다 하는 것 같습니다.

저처럼 휘발유 엔진의 드르렁 거리는 소리를 좋아하는 분들은 안 좋아하실 수 있습니다. 반면에 조용한 걸 좋아하는 분들께 전기차는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신호대기중에는 차량소리가 거의 나지 않습니다. 차가 꺼져있는 것 처럼 조용합니다. 시동을 걸고 엑셀을 밟으면 차가 부드럽게 출발합니다. 기어 변속 개념이 없어서 시속 100km까지도 쭉 치고 올라갑니다.

차량이 조용한 건 한편으론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차가 조용히 이동하다보니 보행자들이 차량이 오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칫하면 사고가 나기 쉽다고 느껴졌습니다.

환경을 지킨다는 좋은 기분


모두가 느낄 감정은 아닙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환경을 지키고 있다는 좋은 생각에 운전을 하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물론, 전기차가 쓰기 위한 전기도 발전을 통해서 얻어집니다. 환경 오염을 100% 안할 순 없지만 그래도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들보다 현격하게 환경에 기여할 수 있으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용해보고 느낀 단점


충전소의 부족


전기차를 이용하기 전부터 귀에 닳도록 듣던 소리였습니다. 제주에는 약 1,600개의 전기차 충전소가 있습니다.

제주도내 전기차 충전소 현황 <출처 : 환경부>

축소된 지도로 1,600개의 충전소들을 보면 충전소가 넉넉해보입니다. 그런데 실제 여행을 하면서는 충전소가 굉장히 부족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우선은 충전 방식이 다양해서 제 차에 맞는 충전기를 찾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또, 충전을 하는 동안 관광을 하는게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그나마도 관광지별로 충전소가 없는 곳이 많았습니다. 충전소가 있는 곳은 다른 차들이 이미 충전을 하고 있어서 충전을 못하는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또, 충전비용을 납부하는 형태도 충전기 별로 달랐습니다. 크게 두가지 정도가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해피이차저, 지차저). 하나는 렌트카 업체에서 준 충전 카드를 사용하는 방식이었습니다(해피이차저). 다른 하나는 충전소용 모바일 앱을 설치해서 앱에서 선결제하고 충전하는 방식이었습니다(지차저). 물론 신용카드 등 다른 결제 수단도 이용이 가능했습니다.

제주도는 섬의 크기로 보나 충전소의 개수로 보나 최적의 전기차 테스트 베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전소가 부족하다고 느꼈고, 꽤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제주에서도 이 정도라면 수도권에서 전기차가 늘어나면 충전 문제가 더욱 부각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충전시간


항상 이게 문제입니다. 충전을 시켜놓고 관광을 하거나 밥을 먹으며 시간을 때워야 됩니다. 운이 좋아 숙소나 숙소 근처에 충전기가 있다면 충전을 해놓고 잠들면 됩니다. 어쨌든 충전시간은 전기차를 운행하는 내내 큰 이슈였습니다.

급속 충전소는 20~30분 안에 풀충전이 되었습니다. 완속 충전소는 풀충전에 3~5시간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급속 충전소를 이용하더라도 충전을 하는 동안 주변에서 20~30분은 다른 일을 봐야합니다. 충전이 완료되면 문자 메시지로 알려줍니다. 20~30분도 짧지 않기에 충전 속도 문제는 해결이 돼야하는 문제입니다.

다행으로,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 문제는 해결이 되고 있습니다. 전기차 성장의 가장 큰 이슈는 '충전 시간은 짧게, 갈 수 있는 거리는 더 멀게'이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메이커들을 비롯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10분 내외로 풀충전이 가능하도록 KS표준, 나아가 세계표준안이 마련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직은 여러 기술장벽이 있겠지만 언젠간 해결될 문제들이라고 생각은합니다. 충전시간은 갈수록 더 짧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충전 중 보안


제주는 최적의 전기차 테스트베드입니다. 그리고 관광객도 많습니다. 나름의 문화와 규칙이 자리가 잡혀있었습니다. 그래서 다른차가 충전중일 땐 누구도 그 차에 손을 대지 않습니다. 그러나 본토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충전소는 모자라고 돌아다니는 전기차가 많다면, 충전중인 다른 사람의 충전기를 빼버리고 내 차에 끼워서 충전하는 경우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전기차 충전중, 아무나 충전기를 뽑아 충전을 방해할 수 있다. <사진 : 송종식>

'전기차 충전 방해 금지법'이 작년 9월 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이 법이 존재하는지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남이 충전중인 충전기를 빼버리고 자기차에 꽂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 법의 존재에 대해 안다고 해도 법의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제주의 일부 충전소는 완충이 되면 문자로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였습니다. 나름대로 편리하였습니다. '언제쯤 완충이 되려나?'하는 고민이 없어서 좋았습니다.

어쨌든 충전 중 다른 사람이 방해를 못하도록 시건 장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건 장치는 충전이 끝나면 남들이 해제할 수 있도록 설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복잡한 충전타입


충전기 타입이 다양합니다. 충전소마다 지원하지 않는 충전 타입이 있습니다. 충전기 타입이 표준화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넥슨컴퓨터 박물관 전기차 충전소의 충전 지원 타입 <사진 : 송종식>

위의 사진에서 의아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현대 아이오닉은 DC 차데모 방식으로 충전하라고 돼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탔던 차는 DC콤보 타입이었습니다. 같은 기종의 차량이어도 충전 타입이 다를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아래에 차종 문구를 써둔 건 괜히 혼란만 가중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현재 사용되는 표준 충전구 타입들
<출처 : blog.naver.com/lagrange0115>

차량의 충전구 생김새와 충전 타입을 숙지해야합니다.

에어컨 사용 부담


당연히 제가 타고 있는 휘발유 차도 에어컨을 틀면 연료 소모가 조금 더 빠르긴 합니다. 그렇지만 전기차는 그 정도가 조금 더 심했습니다. 에어컨을 빵빵하게 켜고 가면 배터리가 쭉쭉 떨어졌습니다. 이때문에 이동중에 에어컨을 몇번이나 꺼야 했습니다. 에어컨을 계속 켜면 목적지에 도착을 못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에어컨이 배터리 소모를 심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여름은 갈수록 더워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은 필히 해결되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오르막길 이용 부담


1100고지 휴게소로 향하기 전, 풀충전을 하였습니다. 계기판에 주행 가능 거리가 200km를 훌쩍 넘었습니다. 이 정도면 됐겠지 싶어서 안심하고 1100고지 도로를 올랐습니다. 고도가 높아지자 악천후와 마주했습니다. 오후 2시였음에도 사방은 한밤중이 된 것 처럼 어두워졌습니다. 역대급 폭우도 쏟아졌습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배터리 잔량이 소모되는 속도가 컸습니다. 20km 정도를 이동했을 뿐인데도 주행 가능 거리는 100km가까이 줄어들어 있었습니다. 오르막길 탓인지, 고도가 높아진 탓인지, 악천 후 탓인지 아니면 다른 요인 때문인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엔지니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확실히 이것은 크디 큰 약점으로 느껴졌습니다.

풀충전 했던 배터리가 1100고지 도로 하나 타고 오르는 동안 거의 다 소진 돼 버리다니. 오르막길을 오르는 내내 차량이 멈추지 않을까 하는 불안에 떨었습니다.

재미있는 점도 있었습니다. 1100고지에서 내려올 때는 배터리가 다시 충전이 되었습니다. 물론 원래대로 충전되진 않았지만 목적지에 이동하는데는 무리가 없을 정도로는 충전이 되었습니다.

시장이 확대되려면 필요하다고 느낀것들


역시나 충전 문제였습니다. 오래전부터 많은 분들이 이야기 하던거죠. 막상 전기차를 이용해보니 더욱 절실하게 다가왔습니다. 제주에는 꽤 많은 충전소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전 시설을 이용하는데 애로 사항이 많았습니다.

그나마 제주는 전기차 테스트베드를 하기에 좋은 환경이니 망정이지, 본토에서, 그것도 수도권에서 전기차가 대중화 되려면 충전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합니다.

아마 크게 세가지 방향으로 충전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점점 전기차도 대중화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완충 속도의 증가입니다. 충전속도가 10분 안으로 짧아질 수 있다면 전기차 대중화에 상당히 긍정적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둘째, 전기차 충전소 자체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입니다. 이건 너무 당연한 이야기네요.

셋째, 가정용 개인 충전기의 보급입니다. 공용충전소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조금 찾아보니 13개 업체를 통해서 가정용 완속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피앤이시스템에서 판매중인 비공용 완속 충전기의 형태
<자료 출처 : 환경부>

설치비는 따로 들어가는 것 같고, 충전기는 정부에서 보조금이 나온다고 합니다. 전기차를 타는 사람이 거의 없을 때는 보조금도 상당히 많이 나왔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전기차는 물론이고 충전기에도 보조금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것은 전기차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비공용 충전기의 문제는 아파트는 설치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아파트에 설치하려면 관리실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설치 장소도 마땅치 않습니다. 결국에는 공용 주차장에 설치를 해야할텐데 이 과정에서 여러가지 난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행거리는 확실히 더 증가돼야합니다. 오르막에서 배터리 감소가 커지는 것도 해결돼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제주에서도 넉넉하게 전기차를 이용하려면 완충시 300km 이상은 갈 수 있는 자동차를 타야 된다고 했습니다. 200km대 자동차는 좀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제주 현지인이 그렇게 말했습니다. 아마 본토에서는 그보다 훨씬 오래가는 자동차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배터리 기술이 발전해서 충전 시간은 더 짧아지고, 주행거리는 더 길어지다 보면 이 문제도 해결될거라 생각했습니다.

투자 공부를 할 겸 전기차를 렌트했다고 글의 서두에서 말씀드렸습니다. 전기차를 3일간 이용해보니 장래성은 충분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전기차에 대한 공부도 시작하고 관련 기업도 슬슬 발굴하려고 생각했습니다.

세계 차량 소매 시장은 성장을 멈췄습니다. 차량판매 그 자체의 폭발적 성장은 기대하기 힘듭니다. 다만, 내연기관이 사라진 자리를 EPCU, 배터리, 모터 같은 것들이 메꾸게 됩니다. 따라서, 제 생각에는 EPCU, 배터리, 모터를 중심으로 공부를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께서 공부하고 있고 자료도 많으니 공부하기는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요즘 한창 정부에서 밀어주는 관련 소재 분야에 대해서도 기회가 된다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글은 전기차에 대한 투자를 하기 위해 전기차를 며칠간 이용해 본 소감과 에세이에 불과합니다. 관련된 공부는 본격적으로 해보고 더 심도 깊은 이야기는 기회가 되면 다른 포스팅으로 해보겠습니다.

2019년 8월 25일
송종식 드림

2019년 8월 24일 토요일

내리막길에서 더 넓게 보인다

제목 그대로입니다. 누구나 아는 내용입니다. 주식 투자자는 상승장 보다는 하락장에서 더 많은 걸 배웁니다. 사업을 하는 사람은 승승장구 할 때 보다는 사업이 힘들 때 더 많은 걸 배웁니다. 뻔한 이야기지만 지난주에 제주에서 쉬면서 새삼 그걸 다시 느꼈습니다. 제주에서 두가지 일화가 있었습니다.

성산일출봉에서의 배움


아침 일찍 성산일출봉에 올랐습니다. 중국인 관광객 버스가 몇대 도착해 있었습니다. 그들 일행과 섞여 함께 계단을 올랐습니다. 나이를 먹어서이기도 하지만, 올라가는 높이도 꽤 되었습니다. 그래서 숨을 헐떡이며 올라갔습니다. 올라가는 동안에는 정말 앞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보이는 건 오로지 다음 발을 디뎌야 할 계단과 앞 사람의 발 뒷꿈치 뿐이었습니다.

숨을 헐떡이고 올라가다 가끔씩 뒤를 돌아 보았습니다. 어느 정도 올라오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고도는 점점 높아졌습니다. 제 시야에서 보이는 풍경도 점점 멋있어졌습니다.

한참을 올라가다보니 이윽고 정상에 다다랐습니다. 정상에 올라가니 별로 볼 건 없었습니다. 나무로 뒤덮힌 신기한 분화구만 구경했습니다. 다시 계단을 타고 내려왔습니다.

내리막길에서 신기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오르막길에서는 앞만 보고 걷느라 시야가 좁았습니다. 힘들어서 숨만 헐떡였습니다. 그저 한걸음 한걸음 오르기에 바빴습니다.

성산일출봉에서 내려다 본 풍경 <사진 : 송종식>

내리막 길을 걷고보니 비로소 시야가 넓어졌습니다. 오르막 길에서, 그리고 정상에서 보지 못했던 멋진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내리막을 내려오면서 배운 건 '여유'였습니다.

살면서도 그렇습니다.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곳에 오르려고 헐떡일 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많았습니다. 우리네 인생도 살짝 내리막을 타고 내려올 때 조급해 할게 아니라 오히려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더 넓은 시각에서 세상을 조망하고 인생을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벤처기업으로 성공한 형님과의 밤 산책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꽤 성공한 형님과도 만났습니다. 휴지기가 필요해서 내려왔다고 했습니다. 직원들 모르게 내려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자신과 제주에서 만난 이야기는 비밀로 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글에서 굳이 누군지는 밝히지 못하는 점,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이 형님과는 어릴적부터 가까웠지만 살면서 서로 바빠 간간히 연락하는 사이입니다. 가족들과 마침 제주에 캠핑을 왔다고 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 밤늦게 캔맥주를 나누며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지금보다 더 어린 날, 이 형님은 에고가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이런 글을 쓰면 형의 기분이 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본인도 그걸 인정하고 있었습니다. 형은 항상 자신이 남들보다 우월하다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독선과 고집도 있었습니다. 태도는 부드러웠지만 내면에는 그런 감정들이 었었지요.

그러나 최근 오랜만에 만난 형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 있었습니다. 승승장구 하던 사업이 최근 약간 부침을 겪었다고 했습니다. 주변을 가득 채우던 좋은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났다고 했습니다. 지난 날 자신의 고집과 독선을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조금 더 형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성격도 과거 보다 더 유연해졌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소중함도 다시금 깨닫고 있다고 했습니다.

일출봉에서 제가 느꼈던 감정과 일맥상통한 이야기를 형이 해주었습니다. 이것은 우리 인생 뿐 아니라 투자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약세장에서는 '진짜' 배운다


투자를 하다보면 수 없이 많은 약세장과 강세장을 겪게 됩니다. 또 폭락장과 폭등장도 겪게 됩니다. 시장 경험이 풍부하면 이런 상황에 무덤덤하게 대응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투자자들은 공포에 질리거나 흥분하는 감정에 몰리게 됩니다.

다만, 시장에서 퇴출되지만 않는다면 시장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투자자들은 하락장과 약세장에서 배우는게 많습니다. 강세장에서보다 약세장에서 배우는 게 훨씬 많습니다. 강세장에서 아무 생각없이 수익을 내다가도 시장 자체가 약해져서 손실을 내게되면 그제서야 본질적인 것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잃지 않는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닫게 됩니다.

투자는 덧셈과 뺄셈의 게임이 아닙니다. 곱셉의 게임이고 복리 게임입니다. 따라서 잃지 않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많은 투자 철학이 약세장에서 만들어집니다.

이번 급락장에서도 어김없이 주식을 손절하고 떠난 사람들이 있습니다. 또, 레버리지를 과도하게 쓰다가 화를 입은 분들도 계십니다. 그분들이 어떻게든 잘 회복하고 복귀하길 바랍니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건 '강세장에서 수익을 자신의 실력으로, 약세장에서의 손실을 남탓으로' 돌리면 투자자로서의 성장은 영원토록 하지 못하게 됩니다.

저는 항상 생각합니다. '수익은 시장이 주는것이고, 손실은 내가 내는 것이다. 다만 그 확률을 높이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공부할 뿐이다.'라고요.

약세장에서 우리는 많은 걸 배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몇번의 약세장과 폭락장에서의 경험을 얻으면 우리는 튼튼한 투자자로 성장하게 됩니다. 지금도 약세장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약세장을 통해 책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배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우리는 평생의 자유를 얻을 수 있는 훌륭한 투자자로 조금씩 성장하리라 믿습니다.

며칠 전, 코스닥이 폭락을 하던 시기에 올렸던 유튜브 영상을 하나 첨부합니다.


2019년 8월 24일
송종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