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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9일 금요일

개그우먼 이영자님과 일본 아오모리현 사과농장 이야기 그리고 스타일난다

#1


오래전 일이지만 개그우먼 이영자씨가 다이어트 관련 사업을 했던 건 유명합니다. 물론 그 사업은 여러가지 스캔들을 내면서 보기 좋게 실패했습니다.

이영자씨는 최근에 발상을 전환했습니다. 아예 자신의 전문 분야인 '먹는 정보'를 통해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래 이거지!" 싶었습니다. 굳이 체질에도 안 맞는 다이어트에 열을 올릴 필요가 없었습니다. 먹는 게 즐거우면 실컷 먹으면 됩니다. 그리고 그쪽이 내 전문 분야라면 그걸로 멋진일을 할 수 있습니다.

#2


이영자씨의 이야기를 듣고, 모두가 다 아는 1991년 아오모리현 사과 농장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태풍으로 사과가 죄다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그해 농사는 망치게 생겼습니다. 그런데, 번뜩 역발상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나무에 매달린 몇 개의 사과만 "떨어지지 않는 사과"라는 타이틀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그걸 고가에 팔았습니다. 그 아이디어로 태풍 피해를 입기 전 보다 더 높은 수익을 올렸다는 전설같은 이야기입니다.

#3


스타일난다 지분 70%가 4,000억에 매각됐습니다. 매수자는 프랑스의 유명 업체인 로레알입니다. 대단한 쾌거입니다.

약 10여년 전, 쇼핑몰 창업 열풍이 불었습니다. 제 주변만 해도 인터넷 의류 쇼핑몰 창업자를 보는 시선은 따가웠습니다. "공부 못하는 애들이 하는거 아니냐?" 그리고, 쇼핑몰들 이름도 하나같이 촌스러웠습니다. 스타일난다도 마찬가지였죠.

그리고 약 10년 후, 그 학벌 안 좋고, 아이템 틀별할 것 없고, 이름도 촌스럽다고 놀림을 당하던 스타일난다는 로레알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35살 젊은 창업자는 단숨에 억만장자가 되었습니다.

#4


남들을 따라가려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보편적인 정서를 따라가려고 하면 나의 강점이 약점이 돼 버릴 수 있습니다.

발상을 전환하고 남들과 같은 길을 가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남들이 약점이라고 말하는 내 기질도 완전히 장점으로 바꿔 버릴 수 있습니다.

'먹는 걸 좋아한다', '뚱뚱하다'라는 이미지는 다이어트 산업 열풍을 바라만 봐야했던 이영자씨에게 힘든 낙인이었을겁니다(물론, 저는 영자누님이 뚱뚱하다고 생각을 안합니다). 그러나 그녀는 최근 '먹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을 단점이 아니라 장점으로 만들었습니다. 다이어트 산업에서 보면 그건 단점입니다. 그러나, 숨은 맛집을 찾거나 음식 정보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커다란 장점입니다.

태풍으로 떨어진 사과를 과감하게 버린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안 떨어지고 나무에 매달려있는 몇개의 사과에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 사과'라는 스토리텔링을 부여하고, 이를 비싼값이 팔아 이문을 남긴 사례. 이것 역시 남들이 생각하는 보편적인 정서를 거스른데서 시작한 기발한 아이디어입니다.

#5


전화위복.

스타일난다는 별다른 기술이 없었습니다. 누구나 하는 단순 쇼핑몰이었습니다. 창업자의 스펙도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초기 투자를 전혀 못 받았습니다. 창업자는 단지 옷과 화장품을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쇼핑몰을 '꾸준히' 운영했습니다.

2010년쯤부터 한류에 힘입은 'K-뷰티'산업이 대박났습니다. 스타일난다는 이런 시대의 변화에 올라탔습니다. 그녀의 사업도 대박을 냈습니다. 회사를 성공적으로 수 천억 원에 매각했습니다. 김소희 대표의 지분이 전부이기 때문에 대박은 오롯이 그녀의 몫이었습니다.

만약, 그녀의 스펙과 아이템이 좋았다면 어땠을까요? 그녀는 여기저기의 투자를 받았을겁니다. 그녀의 지분율은 아마 지금보다 훨씬 희석 됐을것입니다. 따라서, 그녀가 이번 매각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도 훨씬 적어졌을테지요. 이걸 바로 '전화위복'이라고 부르는 듯 합니다.

#6


그리고 재차 언급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집중력 있게', '꾸준히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는 걸 새삼스레 느낍니다.

'이것저것 할 줄 아는게 많아서 꽤 어려운 여러가지 일을 하는 것 보다, 핫도그 만드는 것 밖에 몰라서 핫도그 장사 하나에 집중하고, 그 장사를 꾸준히 해내는 것. 그런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요즘 들어서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생각이 더욱 많아집니다.

핫도그 장사는 하나의 예입니다. 어떤 사소한 일이라도 집중적으로 꾸준히하면 시간이 갈수록 위대한 일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필통님이 예쁜 목소리로 나레이션을 입혀주셨습니다

2018년 4월 11일에 스팀잇에 쓴 글을 백업해 옴
송종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