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생민의 영수증, 그리고 욜로(Yolo). 경제불황의 단면.


근래 재미있는 현상이 눈에 띕니다. 김생민 현상과 욜로(Yolo) 열풍입니다. 두 현상은 서로 반대되는 현상입니다. 그리고 극단적이기도 합니다.

출처 : KBS

김생민의 영수증은 팟캐스트 누적 다운로드 1,000만 회를 돌파하면서 공중파에 입성했습니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요지는 "돈을 쓰지마라"는 것 입니다. 무조건 쓰지말고, 아끼고, 저축하자. 이것이 요지입니다.

반대편에 있는 욜로 열풍도 매섭습니다. "인생은 한번 뿐이니, 지금 즐기라(You Only Live Once)"는 것이 요지입니다.

출처 : 윤스매거진(yoons-magazine.com)

이 양극단적인 현상이 모두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현재 나라의 경제 상황이나 사람들의 삶을 보면, 아이러니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됩니다.

김생민 현상은 불황과 저성장으로 인한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욜로 현상은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단념" 때문에 인기를 얻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 김생민 현상


김생민은 극도의 절약을 요구합니다. 얼마전에 MBC 뉴스에 나와서 돈을 모으려면 1980년대 생활 수준으로 생활을 하라고 조언하던 자산운용사 직원의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합니다. 김생민의 말은 돈을 모으려면 따라야 하는 당연한 이치는 맞습니다. "소득-지출=잉여"이니 당연히 잉여가 저축이 되고, 잉여를 쌓아가면서 저축 규모를 키워야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도 잘 할 수 있습니다. 저축이 커지면 투자기회도 생기게 되구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누구나 실천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소득의 절반을 저축하라고 하면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거라 생각됩니다.

이렇게 어려운 돈 모으기 조언에 열광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국내 주요 산업들은 줄줄이 붕괴된 상태고 현재 나라 경제는 반도체 하나에 의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경제 전체의 성장률 또한 마이너스가 되기 직전입니다. 국민소득의 성장률 자체도 저성장의 늪을 못 빠져나가고 있지만, 일자리도 구하기 어렵습니다. 저출산으로 노동가능 인구는 급감하고 있고 산업과 경제의 활력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동안 해외 선진국들의 경기는 아주 좋습니다. 미국과 독일의 경기 상황 모두 괜찮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지만 어쨌든 일본의 경기도 단기적으로는 아주 호황인 모양입니다. 우리나라만 구조적인 어려움에 처해있는 모양새 입니다. 젊은 사람들은 앞으로 돈 벌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을 염려하고 있습니다. 이제 장기간 진행됐던 저금리 시대가 종료되면 돈의 가치도 올라갈 것 입니다. 사람들은 지금 쥐고 있는 돈을 쉽사리 잃지 않으려고 합니다. 미래에 대한 공포, 미래에 대한 대비로 젊은이들은 극단적인 절약에 동참하면서 김생민 현상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단념, 욜로 현상


욜로 현상은 "나중은 나중이고, 인생은 한번 뿐이니 현재를 즐기라"고 말합니다. 소비재를 비롯해서 많은 부분의 시장이 축소되거나 정체되다보니 기업들이 내놓은 상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뜩이나 가진 것 없는 젊은이들을 더욱 더 소비로 내몰아 자신들의 잇속을 채우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다만, 그럼에도 욜로 현상에 열광하는 젊은이들의 심리도 알아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률은 10.7%입니다. 이는 IMF에 구제금융을 받고 있던 환란기의 청년실업률 9.8%를 훌쩍 넘어서는 수치입니다. 2013년 이후 청년실업률은 매해 높아지고 있습니다. 환란기에는 환란이 지나면 경제 상황이 급호전 되리라는 기대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환란기도 아닌, 구조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상황으로 젊은이들에게 미래는 더욱 어둡기만 합니다.

서울시의 경우 취업한 청년 10명 중 4명이 비정규직입니다. 정규직까지 모두 포함하여도 우리나라 전체 청년 세대의 중위소득은 월 평균 150~220만원 사이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권역별 차이는 있지만, 서울의 가구당 아파트 평균 가격은 이미 6억 원을 넘어선지 오래입니다. 서울 아파트의 평당 매매 가격은 2,100만원을 넘었고, 전세가도 1,600만원을 넘었습니다. 지방으로 내려가면 그나마 싼 주거지를 찾을 수 있겠지만 양질의 일자리는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있습니다.

대기업에 취업을 한 상위 5% 이내의 청년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청년들에게 내집 마련은 엄두도 못 낼 꿈에 불과합니다. 이러니 다들 결혼을 미루거나 아예 단념하게 됩니다. 요즘에는 실속있는 청년들이 늘어서 결혼식 비용도 줄이고, 집도 줄인다고는 하지만 아직 일부의 이야기입니다.

일자리는 줄어들고, 일자리를 가졌다고 해도 취업의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시대입니다. 게다가 일자리를 갖지 못한 대부분의 청년들이 비정규직과 아르바이트를 전전합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예 미래에 대한 기대와 불안을 외면하고 현재를 즐기자 하는 욜로족이 나타난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뉴스핌

실제로, 수입차 판매율과 해외여행 송출객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집은 못 살테니, 젊을 때 여행이나 한번 더 하고, 무리해서 수입차를 타면서 작은 사치를 누려보자고 하는 심리가 만연한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일단 아끼는게 답 vs. 실컷쓰고 더 벌면 되지


일단 아끼자 쪽 


우선 제 경험담 입니다. 제 경우에는 이미 십수년전부터 김생민과로 살았습니다. 겨울 점퍼는 하나를 사서 몇년을 입고 있습니다. 옷도 두벌을 사서 몇년을 돌려입었습니다. 외출화는 하나로 몇년을 신고, 오래신어서 헤지면 수선해서 신는 식으로 신었습니다. 식사는 무조건 회사에서 주는 밥으로 해결했습니다. 자동차는 사지 않았고, 교통비는 회사와 집을 오가는 하루 두번의 지하철비만 지출하였습니다. 불필요한 만남을 통해 식비와 유흥비 지출을 하지 않기 위해서 되도록 퇴근을 하면 곧바로 집으로 향하였고, 친구들과의 만남도 가급적 자제하였습니다. 교통비 이외에 하루 지출을 5,000원으로 제한하였습니다.

이런식으로 눈 딱감고 별로 높지 않은 소득의 대부분을 저축해서 20대때 1억 원이 넘는 돈을 모았습니다.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놀고 싶은 것을 포기하며 돈을 모으는 것은 고통스럽습니다. 특히, 주말에 또래들이 동네 술집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맛있는 걸 나눠먹으며 하하호호 웃는 모습을 쳐다보는 것은 더 고통스럽습니다. 그러나, 확실히 통장에 숫자가 쌓여가는 재미는 충분히 행복감을 줬습니다.

1억이 넘는 돈을 집에 깔고 있기 아까웠습니다. 저는 이걸 전부 주식투자금으로 운용하고 월세 20만원짜리 반지하에서 살았습니다. 여름에 에어컨은 돌리지 않았고, 겨울에 보일러도 가급적 틀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완벽한 경제적 자유를 얻지는 못했지만, 또래들보다 빨리 시간적 자유를 획득하고 전업투자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몇해전부터는 나름대로 저와 가족을 위해서 소비를 조금 늘렸습니다. 수입차도 한대 구매하였고, 여행도 자주 다니고 있습니다.

제 지인의 지인 중 저보다 더 독한 김생민과도 계십니다. 이분은 투자로 성공해서 개인 자산이 500억 원 가까이 되지만 여전히 차가 없다고 합니다. 집도 무리하지 않고 작은 곳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지인이나 동생들이 놀러오면 술값도 더치페이 한다고 하네요. 삶 자체가 검소함 그 자체입니다. 보는 사람 시각에 따라서 너무하다 싶을수도 있지만 사고방식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쪽 사람들의 생각은 현재의 작은 소비가 훗날의 큰 지출이 된다고 믿는 특성이 있습니다. 특히 가치투자자들의 경우에는 복리 수익에 민감합니다. 워런버핏도 그랬습니다. "20대때 샀던 3만불짜리 집이 아직도 아깝다고요. 그걸 집을 안 샀으면 지금 수백억 원이 되었을건데.." 하는 이야기를 합니다. 돈은 안 쓰고 쌓을수록 증식하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중요시 하는 사람들은 더욱 자린고비 생활을 지향하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자수성가한 큰 재벌 회장님들도 검소한 생활을 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컷쓰고 더 벌면 되지 쪽


이쪽은 사실 대책없이 소비만 하는 욜로족과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적어도 "더 벌자"는 결의나 시도는 있기 때문입니다.

"실컷 고생해서 돈 모아 놓고 내일 죽으면 어쩔거야? 일단 하고 싶은걸 하고 살아. 돈은 더 벌면되지. 푼돈 아무리 모아봐야 자가용 비행기 한 대 살 수 있어?" 큰 부자가 된 케이스에는 이런 마인드를 가진 케이스도 적지 않습니다. 김생민처럼 안 쓰고 아끼면 돈은 무조건 모이게 돼 있고 작은 부자는 되게 돼 있습니다. 그러나 벌이가 크지 않으면 청춘을 돈 모으다가 보내야 할수도 있습니다.

어떤 부자는 이런 이야기도 합니다. "포르쉐나 벤츠를 갖고 싶다면 일단 사라. 그리고 그 차의 할부값을 갚고, 라이프 스타일을 차에 맞추기 위해서 더 열심히 일해 소득을 키우면 돼. 그러면서 자신의 삶을 레벨업 시킬 수 있어." 하지만, 이것은 리스크가 큰 방법이므로 보통의 결의로는 도전하면 안된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어쨌든, 이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굳이 큰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돈을 모으려 하는 대신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거나 자신의 몸값을 올려서, 소비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이 벌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아내가 소비 성향이 높다고 그걸 타박하는게 아니라 아내가 실컷 써도 남을 정도로 돈을 더 벌려고 도전 정신을 갖는 것 입니다. 말이 좀 이상하지만 성차별이나 역성차별 발언이 아니라, 소비보다 큰 소득을 만든다는 관점의 이야기로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실제로 제 주위에도 이런 마인드로 큰 부를 이룬 지인들이 몇 있습니다.



SW 사업을 하는 형인데, 가진게 없는 흙수저 출신이었습니다. 정말 땡전하나 없이 빚더미를 끌어안고 결혼했는데 형수님의 소비성향도 높았습니다. 집에 자산이라고는 하나도 없었지만 형은 굳이 소비를 줄이려고 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자동차도 가지고 다녔고, 한번 내려가면 자주 목돈이 깨짐에도 처갓집과 고향집 방문을 자주했습니다. 자산이 없었지만 소비도 줄이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에 이 형은 열심히 SW를 개발했고 이게 성공해 회사를 설립하였습니다. 현재는 개인적으로 보유한 현금만 200억 원이 넘고, 가지고 있는 회사의 지분가치도 어마어마 합니다.

제 주변에 성공한 주식 투자자들 중에서도 "더 많이 벌면 되지"라는 마인드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도 돈을 쓰고 다녀서 주변에서는 걱정이 많지만, 쓰는 돈 보다 더 많이 벌면서 매해 순자산을 증가시켜 나가는 투자자들도 많습니다.

오래전에 선데이토즈를 창업해서 억만장자가 된 이정웅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무조건 아낀다고 부자가 되는게 아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해서 더 많이 벌면 부자가 된다."고요.

낭비벽이 심한 억만장자로 알려진 래리 앨리슨은 호화저택과 수천억대 요트와 섬 그리고 자가용 비행기를 구입하는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래리 앨리슨이 사치로 인해 부를 잃을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억만장자 중 한사람입니다. 쓰는 것 보다 더 많이 벌기 때문입니다.

제 생각에는..


저나 김생민처럼 극단적으로 아끼면서 살면 주변 사람들의 미움을 사기 쉽습니다. 사람들은 인색한 사람을 대번에 알아보기 때문입니다. 그런점이 우려돼, 돈을 모으면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집에만 기거한다면 인간관계가 단절됩니다.

또, 모든 사람들이 소비를 멈춰버린다면 역설적으로 경기는 더욱 침체되고 각 경제 주체는 더욱 어려움에 직면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어쨌든 청춘이라는 것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돈 몇푼을 아끼고 훗날을 도모한다는 명분으로 현재의 젊음을 잃게 됩니다. 무조건 돈을 쓰는게 젊음을 누리는 것은 아니지만, 여행만 하더라도 젊을 때 하는 여행의 맛과, 노후에 하는 여행의 맛은 완전히 다르다고 합니다. 꼭 돈이 들어가야만 하는 분야는 있으니까요. 장점은 역시나 훗날 언젠가는 경제적, 시간적 자유를 얻고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점이겠습니다.

욜로족은 자칫하면 신용카드 빚더미에 앉아서 경제적 불구자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노후에 폐지를 줍고 살 확률이 높아진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현재 즐겁게 사는 것은 돈으로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임에도 어느정도 동의합니다. 모두 그렇게 되기는 힘들겠지만 일부 욜로족은 소비 경험을 통해 얻은 자신감과 인사이트로 새로운 사업에 도전한 뒤 성공해서 더 나은 삶을 살 가능성도 없지는 않습니다.

이렇듯 극단적으로 아끼는 삶과, 극단적으로 즐기는 삶은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뭐가 어쨌든 소비가 소득보다 적어야 하는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적자가 지속되면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삶이 매우 힘들어 질테니까요. 다만, 그 소비를 어느 정도선에서 통제할지는 개인의 능력이나 성향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각자가 선택할 부분이지 절대적으로 이래야한다 저래야한다 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럼에도 제 의견을 조심스레 말씀드리겠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별로 특출난 기술도 없고, 기업가 정신도 없다면 김생민의 이야기대로 힘차게 아껴서 빨리 목돈을 만들고, 그 목돈을 토대로 제대로 된 자산에 투자하여 미래를 도모하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만약 본인이 여러가지 재능이 있고, 기업가 기질도 있다면 현재를 행복하게 보내기 위한 소소한 지출에는 인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전제는 당연히 적자가 나면 안된다는 점이구요. 자본이 훼손되면 안된다는 점 입니다. 자본을 훼손시키지 않고, 소득 규모를 넘어서지 않는 선에서 쓸 만큼 쓰고, 더 열심히 일해서 더 벌면 되겠습니다.

무조건 어떤 방법이 진리라고 단정짓기는 어려우니 각자 사고 방식대로 행복하게 살면 된다고 생각됩니다. 계속 강조드리듯, 다만 적자는 나쁜 것 입니다. 기업이든 사람이든 적자가 누적되면 끝이 매우 비참해집니다.

이야기가 산으로 흘렀는데, 김생민 신드롬이나 욜로 열풍이나 불안한 우리의 미래에서 시작된 현상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여러 대내외 여건이 개선되어서, 사람들이 불안을 느끼면서 살기보다는, 미래에 대한 희망과 하루하루에 대한 행복으로 살아가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17년 10월 13일
송종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