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17일 금요일

공공도서관 출입을 저지당하다

Unsplash@ryunosuke_kikuno

어릴때부터 읽고 모아둔 책, 신입사원 때 꾸준히 월급의 일부를 떼어 사서 읽었던 책이 족히 1,000권은 넘었다. 예전에는 이렇게 모아 둔 책을 집에다 쌓아뒀다. 그런데 그것도 너무 많으니 이래저래 짐이 되었고 처치곤란 상태가 되었다. 

그래서 그 책을 공공도서관에 몽땅 기부했다. 그렇게 한지도 벌써 5년이 넘었다. 대신 공공도서관에서 책을 열심히 빌려보고 있다.

빌린 책을 다 읽게되어 오늘도 책을 빌리러 동네에 있는 공공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런데 입구에서 출입저지를 당했다. 사실 나는 하루종일 집구석에만 있기 때문에 백신을 맞을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언젠가 백신을 좀 맞아볼까 싶어서 알아보니 나에게 배정된 모더나가 있다고 해서 맞으려고 한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쫄보인 나는 백신을 맞지 않고 발길을 돌렸다. 백신을 맞기 전 까진 몰랐는데 직전에 들어보니 나는 고위험군이었다. 비만에 혈액질환, 간질환 등 위험인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움직이는 종합병동 ㅠ_ㅠ

부작용 리스크가 클 수 있다고 하기에, 큰 리스크를 지고 백신을 맞느니 그냥 당분간 더 집구석에 있기로 했다.

어쨌든 나는 백신 미접종자였기에 도서관 입구에서 출입을 저지당했다. 국가의 지침을 따르지 않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별 수 없었다. 그런데 돌아 나오는 길에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공공도서관은 우리가 낸 세금으로 운영이 된다. 나는 신입사원 몇십년치 연봉에 달하는 금액을 이런저런 세금으로 냈다. 그런데 공공도서관 이용조차 제한을 당하고 있다니 이건 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세금을 많이 내건 적게 내건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님을 잘 안다. 그런 종류의 이야기는 아니다. 나보다 세금을 많이 내는 분들은 하늘의 별처럼 많은 것도 알고 있고, 세금을 적게 내거나 내지 않는다고 해서 국가로부터 나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도 더더욱 아니다.

어쨌든 내가 공공도서관 출입 저지에 황당함을 느끼는 이유는 나는 지금 카페에 앉아서 이 글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카페는 이렇게나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한데 공공도서관은 왜 안 되는지 의문이다. 도서관에서 다른 사람들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도서관에 가면 미리 빌려보기로 한 서적을 무인대출기를 이용해서 빌리고 금방 건물에서 빠져 나온다. 사람과 대화를 나눌 필요도 없고 오래 머물지도 않는다.

꼭 방역 문제만이 아니다. 이번 정부 들어서 유독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간섭한다는 느낌이 심하게 든다. 게다가 내가 낸 세금을 제대로 돌려받고 있다는 느낌은 더더욱 없을 뿐 더러, 일관성 없고 사리에도 맞지 않는 방역수칙들과 규제는 더더욱 사람을 맥빠지고 피곤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