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31일 월요일

화진, 땅굴파기는 계속되고 주가는 너무 싸다

주가 흐름만 놓고 보자면 올해 위너는 바이오, 제약, 음식료 정도 되겠습니다. 반대로 올해 루저는 철강, 자동차, 조선이었죠. 화진은 루저인 자동차 섹터에 들어가는 종목입니다. 올해 내내 하락만 했습니다. 저도 주가가 내려가면서 비중을 조금씩 높였기 때문에 이제는 화진이 제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꽤 커지고 있습니다. 화진의 비중이 처음부터 높지 않았기 때문에 계좌 전체적으로는 수익 중이지만 화진 한 종목만 놓고 보면 평가손실이 꽤 큰 상황입니다.

그렇지만 크게 동요하거나 개의치는 않고 있습니다. 몇 가지 흠이 있는 관계로 필립피셔가 말하는 위대한 기업은 될 수 없을지 몰라도, 여전히 훌륭한 기업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루저는 내일의 위너가 될지도 모르죠.

화진의 52주간 주가 흐름 <출처:네이버 금융>

2014년 5월에 고점을 찍은 주가는 최근까지 줄줄 흘러내렸습니다. 최근 4,000원을 깰 뻔했는데, 이때 시가총액이 500억 원 초반대까지 싸졌습니다.

작년 매출이 1,255억, 올해 반기 매출이 581억, 올해 반기 영업이익이 54억입니다. 순자산은 795억이네요. 시가총액이 일시적으로 500억 원 초반대까지 낮아졌고 지금은 581억입니다. 작년에 주당 150원 배당을 줬으니 4,000원에 매수할 수 있었다면 작년 기준으로 세전 시가 배당률도 2.6%네요. 정말 쌉니다.

이 회사처럼 주가가 고점에서 반 토막이 날 정도라면 1) 회사의 장래가 앞으로 망할 일만 남았거나, 2) 실적이 급속하게 감소해서 머지않아 적자 기업 수준으로 전락하거나 하는 수준의 충격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화진의 분기 매출 추이 <출처:화진 사업보고서, 송종식>

분기별 매출 추이를 보면 실제로 성장세는 주춤한 모습입니다. 그런데 주가가 반토막이 날 정도로 역성장을 하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게다가 그 어렵다는 자동차 업황의 폭풍속에서도 분기 매출을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화진의 분기별 이익 추이 <출처:화진 사업보고서, 송종식>

주가가 꺾이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매출은 안 꺾이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익과 이익률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2012년 3분기에 17%에 육박했던 opm은 지속적으로 하락해서 올 2분기에는 8~9%대로 추락했습니다. ROE가 계속 하락하다보니 주가도 슬금슬금 하락한 것 같습니다. 도장파트가 늘어나면 이익률은 지속적으로 감소합니다. 자동차 업황의 어려움도 화진의 주가 하락에 한몫했구요.

현대차의 일간 주가 흐름 <출처:네이버 금융>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업황을 가장 손쉽게 파악하는 방법으로 현대차의 주가를 확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최근 시장이 무너지면서 예민한 돈들이 저평가되었다고 판단되는 자동차 업종으로 몰렸습니다. 현대차 주가도 일단은 고개를 틀어올리는 모습이고, 많은 자동차 부품주들도 다시 올라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데드캣 바운스인지 변곡점이 발생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마켓 타이밍을 맞출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저 현재 상황 흐름만 보자는 것입니다.

현대차가 고개를 들고 있으니 동사 주가도 머지않아 따라가야 정상이라고 봅니다.

현대차의 최근 5년간 요약 실적 <출처:네이버 금융>

현대차의 실적을 보면 이익이 다소 감소하고는 있으나 매출은 어쨌든 조금씩 늘고는 있습니다. '주가가 반토막 날 정도인가?'하는 의문이 들지만 시장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거겠죠.

기업은 성장해야 하지만 현대차의 성장을 가로 막는 가장 큰 3가지 요소를 찾아보자면 1) 엔저 2) 중국 내수에서 로컬 업체들과 경쟁 격화 3) 내수 시장에서 외제차 판매량 증가 정도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52주간 JPY/KRW 환율 <출처:블룸버그>

3년 내내 내리던 엔화는 1엔당 8.8원을 저점으로 반등해서 52주만에 최고가인 10.12원을 돌파했습니다. 1엔에 15원을 넘나들던 엔고 시절에 비하면 아직 여전히 엔저의 그늘아래 있습니다만 무한정 계속될 것 같던 엔저 공포에서 어느 정도는 벗어나는 모습입니다. 자동차 업황을 억누르던 한 축이 해소되는 모습입니다. 엔저 마무리 역시 데드캣바운스인지 지속적인 방향성을 가진 것인지 조금 더 확인이 필요합니다.

화진의 사업장별 2015년 반기 실적 <출처:화진 분기보고서>

화진의 사업장별 반기 실적입니다. 최근 계속 발목을 잡는 게 중국 사업장의 실적입니다. 중국 사업장 실적을 체크해 보겠습니다.

중국 공장은 1분기에 92억 / 3억의 실적을 냈고 올 반기까지 201억 / 8.7억의 실적을 냈으므로 2분기에 중국 사업장에서는 109억 / 5.7억 정도의 실적을 냈습니다. QoQ로는 턴을 했는데, YoY로는 여전히 부진합니다.

올 7월 중국의 신차판매는 yoy 7.1% 감소했고, 같은 기간 현대기아차는 30% 가까이 판매량이 급감했습니다. 중국 쇼크가 계속되는 모습입니다. 우리나라 중후장대 산업은 현대기아차뿐 아니라, 포스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중공업 등 거의 모든 대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도 솔직히 어려움을 겪는 중후장대 산업 중에서 현대차는 조금 나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은 듭니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고전하는 반면에 그래도 인도 시장에서는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7월 판매량이 yoy 24% 증가했습니다. 중국, 러시아 시장이 어렵고, 인도, 북남미, 유럽에서는 그래도 선방해주는 모습입니다. 앞으로 원화 약세가 지속되면 해외 판매 실적이 조금 더 나아질 기미는 있어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에 와서 화진 주식을 팔 생각은 없습니다. 업황이 어려운 와중에도 적자를 내지 않고 꾸준히 이익을 내주는 모습이 강한 기업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현대차는 어려워도 일본에 납품하는 비중이 절반 정도되니 그 영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감소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ROE 13%~15% 수준인데 PBR은 0.7배 수준까지 내려왔습니다. 업황의 어려움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주가가 더 내려갈 소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하지만 주가가 아무리 내려가도 동사와 같은 기업이 PBR 0.5배 이하로 내려간다면 저는 지속해서 추가 매수를 할 생각입니다.

앞서 살펴봤지만 주가가 정말 싸기는 합니다. 그럼에도 고잉컨선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강력한 상승 요소도 필요합니다. 1) 신규 업체의 수주를 하루 빨리 따는 것, 2) 세계적인 자동차 판매 부진 현상이 끝나는 것, 3) 중국 자동차 시장의 로컬 업체 강세가 끝나는 것, 4) 엔저가 끝나는 것, 5) 도장파트 일거리를 줄여서 opm을 높이는 것 정도가 떠오릅니다. 이 중에서 어느 하나만 잘 풀려도 화진의 주가는 훨훨 날아갈 수 있다고 봅니다. 

이도저도 아니라면 분기 이익률이 조금이라도 턴만 해줘도 시장에서는 바로 반응을 하리라 생각됩니다. 워낙에 싼 기업인데다, 오랫동안 '쩔어' 있었기 때문이죠.

어쨌든 지금은 오히려 조금씩 더 사고 싶고 손절매는 절대로 하고 싶지 않네요.

2015년 8월 31일
송종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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