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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9일 화요일

기업 탐방을 다니면서 느끼는 점 (일, 중국, CR)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는 우리나라가 약하다 생각하고 부정적으로 보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기업 현장에서 보는 우리나라는 만만한 나라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흔히 알려진 유명브랜드를 가진회사, 대기업, 그리고 자기가 몸 담았거나 몸 담고 있는 산업외에 정말 개미처럼 많은 강소기업들이 여러 분야에 존재하는 것을 탐방을 다니면서 배우고 있습니다.

서류상으로만 만나는 회사들은 일률적으로 PER몇배 짜리네 OPM 얼마짜리네 하는 수준의 정량적 느낌이었습니다. 현장에서 회사 임직원들을 만났을 때 느낌은 조금 달랐습니다. 이분들이 우리나라를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주와 임직원


투자자들만 회사의 호악재나 실적, 시세 등락에 마음이 급합니다. 반면에 회사에서 일하는 임직원들은 작은일에 일희일비 하지 않습니다. 이분들은 목적 의식을 가지고 한마음으로 땀흘려 일하고 있었습니다. 주주들 방문에 입발린 소리만 하는 것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만, 공장에서 부지런히 나오며 들어가는 트럭들과 지게차, 분주하게 일하는 직원분들까지 모두가 회사에 방문한 주주들을 의식하며 일하는건 전혀 아니겠지요.

회사를 진정 아끼는 주주라면 주식 시세 등락에 일희일비하며 직원들을 다그치는 건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전을 가지고 그 방향으로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을 믿어주는 마음가짐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국


최근에 뉴스로만 접하던 걸 직접 피부로 느낀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여러 업종의 다양한 회사를 탐방하고 전화 통화를 하면서 회사들이 말하는 공통된 단어는 '중국'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고도 성장을 끝냈습니다. 최근 몇년간은 제대로 된 경제 성장을 못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의 하락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기업들의 다음 먹거리 입니다. 내수가 시원찮다보니 많은 기업들이 다음 먹거리로 '중국'을 지목했습니다. 거의 모든 회사들이 중국 시장 개척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 보여집니다.

중국 의존이 얼마나 심각한지 백화점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내수 산업을 영위하는 대표적 업종이 백화점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수 대표 업종인 백화점이 외국인인 중국인에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백화점도 이제는 요우커 없이는 영업이 불가능 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스마트폰 부품주, 굴삭기 부품주는 물론이고 심지어 자동차 부품주나 게임, 엔터테인먼트 회사들까지 전방위적으로 중국에 의존하는 모습이 보여집니다. 우리나라는 강하다고 믿지만 한편으로 우리나라 경제 체질이 구조적으로 취약해지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감도 들게 했습니다.

부품업체나 콘텐츠 업체 뿐 아니라 소위 대기업이라고 불리는 전방 업체들도 다음 먹거리를 중국에 의존해야 하는 문제가 심각하게 느껴집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시장 문제 뿐 아니라 산업의 경쟁력도 중국에 많이들 넘어가고 있습니다. 유럽->북미->일본을 산넘고 물건너 돌고 돌아 한국까지 왔던 특정 산업의 피크 시절은 갔습니다. 주요 먹거리의 많은 수가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하이테크 산업도 빠른 속도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딜레마는 우리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판매 시장 뿐 아니라 생산하는 산업 자체가 중국으로 넘어가는 우울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미국도 문제가 없지는 않지만 미국은 주요산업들을 후발 국가에 넘겨주고도 군사력과 기축 통화 화폐발행권 그리고 각종 하이테크 산업과 끝없이 태어나는 스타트업들이 국가를 튼튼하게 지켜주고 있습니다.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나 국가 부채 등 심각한 문제들을 안고 있지만 어쨌든 전세계 곳곳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놓은 부자국가고 아직까지 정밀 부품이나 로봇, 우주, 군사 무기, 기초과학, 의학 등의 분야에서 자기 앞가림을 잘하고 있습니다.

여태껏 우리를 먹여살렸던 주요 산업을 중국에 넘겨주는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강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나라가 가야할 방향은 무엇인지가 사뭇 궁금합니다. 그것이 바로 한국에 투자하는 우리 투자자들로서도 투자의 방향을 정하는 하나의 열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CR(단가인하압력)


참. 그리고 CR에 대한 부분을 지나칠뻔 했네요. CR은 전방기업에 납품을 하는 협력업체의 숙명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부품주 주주들은 항상 CR에 대해 염두에 두고 있기도 하고요.

각 기업들이 말하는 CR에서도 독특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흔히 대중들이 아는 것과 달리 규모가 더 큰 기업일수록 CR압력이 작은 기업에 비해 적다고 합니다. 그리고 해외(특히 신사적으로 경영하는 미국계)대기업들이 국내 대기업 보다 CR압력이 적고 제품 가격을 잘 쳐준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느끼는 점은 비지니스에 있어서 자영업자의 그릇, 장사꾼의 그릇, 기업가의 그릇.. 뭐 그런 그릇의 크기가 따로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S그룹의 경우 대중들에게 욕을 많이 먹지만 협력업체들은 한결같이 S그룹이 그래도 자신들을 제일 잘 대우해주는 기업이라고 입모아 말합니다.

크게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한다는 이야기를 새삼 깨달았으며 S그룹이 이렇게 까지 크게 된 (여러요인이 있겠지만)요인 중 하나도 함께 비지니스 하는 기업들을 잘 대우해주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것이 사회공헌이라는 거창한 명분을 떠나서라도 자신들의 비지니스 생태계를 지키는데 더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하고요.

혹시 저도 비지니스를 할 일이 있다면 내 몫만 챙기기에 급급하기 보다는 함께 비지니스 하는 사람들과 널리 그 몫을 나눠가며 더 크게 더 멀리 가야겠다는 생각과 다짐이 들었습니다.

오늘 글은 주절주절 횡설수설하는 글이 되었네요. 본격적인 추위가 왔습니다. 모쪼록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2014년 12월 9일
송종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