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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13일 토요일

19대 대선 결과, 문재인의 불안과 안철수의 희망

미래로 나아가기 위하는 마음으로 인물을 보고 안철수를 찍었던 한 사람으로서 19대 대선 결과는 아쉬운 마음이 조금 남습니다. 그래도, 민주주의 원칙대로 뽑힌 대통령이니 문재인 대통령께서 태평한 치세를 만들어 주시길 절박한 마음으로 부탁드립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몇몇 종목들이 정치권의 말 몇마디에 따라 영향을 받는 것을 보았습니다. 정치에 아예 신경을 안 쓸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평소 정치 이야기를 등한시 하지는 않았지만 공개적으로 대놓고 하는 것은 지양하는 편이었습니다. 해봐야 개인적으로 좋을 것이 없으니까요. 그러나, 이제는 왕왕 저의 투자와 조금 더 내밀한 경제 상황 예측을 위해서도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정치 이야기도 가볍게 해보고자 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누가누굴 지지하고 말고도 자유이고, 정치적 견해는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생각이 다소 다르더라도 그것을 오롯이 담아낼 수 있는 사람 또한 진짜 민주시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블로그에 방문해주시는 여러분들의 넓은 마음을 믿습니다. 참고로 저는 좌파, 우파와 같은 진영 논리는 그다지 갖고 있지 않습니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저 같은 사람을 '부동층' 또는 '중도층'이라고 부르더군요. 친구들은 박쥐라고 부르고요. 보수 친구들은 저를 빨갱이, 진보 친구들은 저를 수꼴이라고 부르니 양쪽에서 쥐어터지는 입장입니다.

상황에 따라, 정책에 따라, 인물에 따라. 진영 논리 없이 누구나 더 좋아 보이는 사람을 자유롭게 찍어 왔습니다. 최근까지는 투표를 할 때 늘 차악을 선택해왔는데 처음으로 최선의 후보를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중도'라고 하는 안식처가 생겨서 편안한 마음도 있었고요.

투표율 <출처 : 네이버, 선관위>

총 유권자 4,248만명 중에서 3,281만명의 유권자가 투표를 하였습니다. 투표율은 77.2%로 생각보다 높지는 않았습니다.

총 득표율 <출처 : 네이버, 선관위>

모든 후보들이 사퇴나 단일화 없이 완주를 하였습니다. 단일화나 사퇴가 있었다면 문재인 후보도 당선을 장담할 수 없었을 겁니다. 2, 3위 표를 합하면 1,400만표가 넘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단일화 하지 않은 상태에서 모두 완주해 문재인 후보는 홍준표 후보와 500만표 이상의 차이를 내면서 당선되었습니다.

문재인 후보를 뽑은 이유 <출처:JTBC>

문재인 후보를 찍은 유권자들은 인물과 정책을 보고 찍은 사람들이 34.2%, 당을 보고 전략투표를 한 사람들이 66.8%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물보다는 외부적인 요인들을 보고 한표를 찍어 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홍준표 후보를 뽑은 이유 <출처:JTBC>

이건 좀 의외인데요. 홍준표 후보의 인물과 정책을 보고 찍은 유권자 비율이 47.6%입니다. 문재인 후보의 34.2%보다 높은데요. TV토론에서 인간적인 매력도를 많이 높였던 탓인지 모르겠지만 스트롱맨 컨셉을 충실히 지켜내서 보수층의 호감을 얻은데 성공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홍준표 후보를 찍은 분들 중 10.5%는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찍었다고 대답했습니다.

안철수 후보를 뽑은 이유 <출처:JTBC>

안철수 후보를 찍은 유권자들은 74.9%가 인물과 정책을 보고 찍었다고 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안철수 후보를 찍은 유권자들의 사고방식으로 선거가 진행되어야 앞으로 우리나라 정치는 물론이고 사회도 조금 더 선진화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소속 정당 의석 수 대로 득표율이 나온다면 선거를 치르는 의미를 찾기도 힘들 뿐더러, 계속 당파 정치, 계파 정치, 패거리 정치에 머물 가능성이 높습니다. 늘 정치공학적으로 움직이고, 싸움만 할게 아니라 정치가 국민을 위해 진짜로 일을 하게 만들어야겠죠.

이 선거의 결과는 문재인의 불안, 부활의 불씨를 살린 홍준표, 희망을 본 안철수, 정도로 요약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후반으로 가면서 선거 프레임은 진보-보수간의 싸움으로 진행됐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이 프레임을 깨려고 갖은 노력을 했지만 결국 이 프레임을 깨지는 못했습니다. '홍준표가 급부상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던 보수층은 홍준표에게 표가 갈려 나갔습니다. 특히, '적폐청산' 구호가 먹힌 반 자유한국당 진영 지지자들은 문재인으로 결집하였습니다. 특히, 호남의 표가 홍준표를 막기 위해 전략적으로 결집한 것이 국민의당에게 큰 타격을 주었습니다.



안철수 후보의 지지자들은 중도층을 중심으로 온건진보와 온건보수를 아우릅니다. 지지층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습니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도 여기저기에서 뜯겨져 나가는 표가 많았습니다. 선거 후반으로 가면서 다른 후보들에게 계속 표를 빼앗겼습니다. '진보와 보수는 모두 기득권 적폐 세력이며, 이들 누가 되더라도 과거로 돌아간다.'고 설파하던 안철수 후보의 외침은 공허했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런 극한 상황에서도 700만표나 받은 안철수 후보는 사실 대단합니다. 오롯이 자신의 네임밸류로 얻은 표 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사실상 당이나 캠프가 안철수 후보에게 도움이 거의 되지 못했으며, 폐를 끼친 부분도 있다고 보는 것이 안팎의 시각인 것 같습니다. 물론 각자 자리에서 열심히 한 부분은 있겠지만요..

어쨌든 안철수 후보가 득표한 이 700만표는 앞으로 안철수 후보의 정치 생명에 있어서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작용할 표 입니다. 진영 싸움에도 흔들리지 않고 안철수 후보를 지지해줬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선거가 끝나고 나서도 민주당에서 안철수 후보를 정계에서 은퇴시키고 국민의당을 흡수하기 위한 정치 공작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안철수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700만표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얻은 것을 최대의 성과로 삼아 흔들리지 말고 나아가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문재인 후보의 경우에는 투표한 유권자 중 41%의 지지를 받았습니다만 과반 득표에 실패한 것은 물론이고 펼쳐졌던 환경에 비해서도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한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촛불정국,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오면서 얻은 버프, 그리고 홍준표 후보가 급부상하면서 안철수 후보의 표가 더욱 쪼개지는 버프 등 여러가지 버프가 있었는데도 41%면 민주당 입장에서는 위기의식이 없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상상력을 동원해서 아마 같은 자리에 안철수 후보가 출마를 했다면 그보다 훨씬 높은 득표율을 기록 했을거라는 건 누구나 알 것 입니다.

어설펐던 국민의당과 다르게 250만이 넘는 거대한 당원 수, 전국에 촘촘하게 퍼져 있는 엄청난 조직들, 유능한 젊은 인재들과 자원봉사자들, 막대한 선거자금,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온갖 사회 시대상과, 선거 구도의 버프. 이런 각종 빵빵한 지원을 보급받고도 문재인 후보는 결과적으로 1,342만표를 획득했습니다. 전체 유권자의 31%만이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건데 지지 기반이 취약해서 국정 운영에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민주당의 의석수도 혼자서 뭔가 하기엔 역부족인 상태이구요.

앞서 인물과 정책을 보고 지지했다는 응답률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문재인 후보는 459만표를 이 기준으로 획득, 안철수 후보는 524만표를 획득했습니다. 인물 호감도는 문재인 후보보다 안철수 후보가 높은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내 안철수 죽이기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홍준표 후보는 집중적으로 문재인 후보를 공격했습니다. '좌파', '종북'이라는 자극적인 단어를 쓰면서 보수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습니다. 마지막에 진영 프레임으로 선거 구도가 급속히 전환되면서 보수들의 표가 홍준표 후보에게 결집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초반에는 선거 비용도 보전받지 못할 위기에 처해 있던 자유한국당이 부활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을 지지하지 않는 분들 입장에서는 문재인 후보 측 캠프에서 홍준표 후보가 선전하도록 방조하거나 도운 측면이 있다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안철수 후보 측에서는 이를 '적대적 공생관계의 부활'이라 하며 이런 상황을 안타까워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인물의 진정성과 의정활동 실적, 살아 온 길과, 정책의 혁신성과 꼼꼼함, 그리고 기본적으로 자수성가한 타입인데다 생각 자체가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라는 이유 등을 전체적으로 평가해서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대한민국이 미래로 나아가길 바랬지만 좌절되었네요. 제 생각에는 '적폐청산'이라는 것도 결국은 정치 세력간 보복전에 불과하고, 지금과 같은 양당제는 서로간 공생하면서 밥그릇을 나눠먹는 것이기 때문에 안철수 대통령이 아닌 이상 세상은 크게 안 변할거라 보았습니다.

어쨌든 합법적이고 민주적인 과정으로 선출된 새 대통령을 응원합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국정운영을 잘 하셔서 '진보-보수 싸움만 하다가 과거로 돌아가게 되었다'는 사람들의 우려를 시원하게 불식시키셨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우리나라를 어제 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잘 사는 나라로 만들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2017년 5월 13일
송종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