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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29일 일요일

2015년 늦가을의 근황

이제 슬슬 한해를 마무리 할 시기가 오는 것 같습니다. 투자 마감 글은 12월에 올려 드릴 예정입니다. 그때는 투자 이야기만 집중할게요. 오늘은 한해를 마감하기에 한달 앞서서 올해 개인적으로 지나간 일들을 기록에 남기고 근황을 여러분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저의 기본 일상은 언제나 그렇듯 큰 변화는 없습니다. 평일 장중에는 기업 분석을 하거나 독서를 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시장을 보고는 있지만 시장 상황과 매매에 집중하지는 않습니다. 굉장히 한가하게 전업투자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장마감 후, 몇가지 뉴스와 복기를 끝내면 오후 시간에는 육아를 하는 딸바보 아빠로 변신을 하구요. 그게 거의 전부네요. 일상이 한가합니다.

현투모(현명한투자자들의 모임)에서의 인연들..


인천/부천 지역의 재야고수이자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슈퍼개미 좋은습관 형님이 이끄는 스터디 모임입니다. 이제는 스터디도 1기, 2기, 3기... 기수가 더해지면서 그 인원도 엄청나게 많아졌습니다. 1기 분들은 꽤 오래전부터 모임을 하셨던 것 같구요. 저는 2014년 11월부터 현투모에 합류해서 1년 내내 함께하고 있습니다.

현투모 연말 모임, 리서치의 기본 에너지는 '술' <사진:송종식>

자산 규모도 크신데다 정말 주식 잘 하시는 분들과 교류하고 공부하면서 올 한해는 저 스스로도 많이 발전한 한해라고 느낍니다. 저의 투자관도 정말 많이 변했구요. 실제로 투자를 통해서 커다란 부를 쌓아나가는 형님, 동생들을 보면서 늘 자극 받고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경제적 자유는 늘 옳습니다.

서동모(서울 동쪽 모임)와의 인연


서울 강동, 광진, 송파에 거주하는 투자자들의 스터디 모임입니다. 개인적으로 애착을 가지고 활동하려 했건만, 제가 인천으로 오는 바람에 중도에 모임을 그만두게 됐네요. 여기는 제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형님들이 계시구요. 또 새롭게 만난 인연들도 있습니다. 몇몇분은 앞으로도 꾸준히 잘 지낼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만나게 되는 인연들이 올해는 많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 저와 내내 함께하며 어려운 시장 흐름 속에서도 서로 힘이 돼주었던 상현형님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엘리트 출신이면서도 늘 자기를 낮추고, 또 사람들에게 사려 깊은 모습이 멋진 분입니다. 물론 투자도 매우 잘 하시구요. 멋진 전업투자자입니다.

인천 생활 시작


20살 쯤 상경해서 지방에서의 군 생활을 빼면 서울의 테두리를 벗어나서 살아본적이 거의 없습니다. 저의 생활 반경은 절반이 강남권, 나머지 절반이 서울 관악, 동작, 서초, 강동권이었습니다. 최근 몇년간은 집도 직장도 강남에, 강동에 있어서 그 반경을 벗어나 본 기억이 별로 없네요. 잠시 다른 지역에 스치듯 머물기는 했지만.. 어쨌든 제게는 강남, 강동 지역이 제 2의 고향 같은 느낌입니다.

인천의 가을, 비 내리는 인천 <사진:송종식>

제 인생에서 인천에 살게 되리라는 건 계획에도 없었고 전혀 짐작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여차저차 하다보니 시대의 흐름과, 운명의 끈이 이끄는대로 9월에 인천에 이사를 오게 됐고, 동네에서 적응을 해가고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마계 인천은 사람 사는 곳이 아닌데 어쩌다 그런 동네로 가게됐니..' 하면서 약도 올리고, 안타까워 해 주셨습니다. 이런 그럼 전 사람이 아닌거군요.(ㅋㅋ)

초반에는 인천에 살아야 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우울증이 밀려왔습니다. 허기진 나날이 계속 됐습니다.

지방에서 태어나 '성공하려면 무조건 서울로 가야한다'는 생각에, 무작적 했던 상경. 그 젊은날의 가슴 설레는 상경의 느낌과 반대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상실감?

우리나라의 중심지인 한양에서 밀려났다는 생각, 저녁마다 한강변을 산책하던 기억, 시원한 초저녁에 집앞 한강변에서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서 맥주 한잔 나누던 기억, 지금보다 어릴 적 청담동에서 회사 다니며 우리나라 뉴스 메이커들과 함께했던 추억, 역삼동과 강남역을 반경으로 슬리퍼 끌고 쥐잡듯이 동네를 뒤지며 밤새도록 놀고 마시던 기억, 잠실 수영장에서 수영하고 올림픽 공원에서 김밥 먹던 기억, 허름한 인천 동네 구석에 쳐 박혀서 난 이제 이렇게 쥐죽은 듯 살아야되나.. 같은 생각에 우울나무 열매를 먹은 듯 그렇게 지냈습니다. 유배를 당한 것 같은 기분도 들었구요. 생활 환경이 바뀌는건 쉬운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한동안 서울 앓이를 많이 했습니다.

스마트폰에 남아있는 기억의 조각들 <사진:송종식>

그런데 인천에 막상 살아보니 사람들의 우려와 다르게 정이 많은 동네였습니다. 마계는 무슨요. 그냥 헛소문. 그렇게 차츰 적응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현투모 멤버 중 저희 집 근처에 사는 형이 있어서 친해지고 있습니다. 자주는 못 보지만 종종 만나 우정을 나누고 있습니다.

자주 가는 동네 커피숍 사장님과도 친해지고 있습니다. 동네 사람들도 정이 많구요.

근데 글이 좀 이상하죠? 최근 읽은 책의 작가 중 성공한 투자자인 가이 스파이어가 한말이 기억에 남네요. 환경은 중요하다구요. 어떤 환경에 저를 놓느냐에 따라서 제 인생도 바뀐다구요. 그렇지만 가이가 한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합니다. 환경이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건 '내면의 힘'이라구요. 고작 주거환경 조금 바뀌었다고 칭얼대는 제 모습이 너무 어린애 같아 보였네요.

참. 큰 결심을 한 것도 있는데요. 좋게 생각하면 마냥 행복하지만, 허들을 넘고 처리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 한없이 책임감이 필요하고 무거운 일들이죠. 어쨌든 저는 그 길을 가기로 마음 먹었고, 하나씩 현명하게 처리해 나가며 승리와 행복을 모두 쟁취할 생각입니다.

이런 저런 일들로 이제는 인천이 점점 제게 소중한 동네가 되고 있습니다.

이름을 밝히기 곤란한, 크게 성공한 투자자 형님과의 인연


시장 참여자들의 부러움과 존경을 받는 분이지만 실명을 공개하기는 곤란한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 분과는 앞으로도 교류를 쭉 해나갈 것이지만, 딱 한번의 첫만남으로도 강렬했습니다. 맨손으로 수백억대 자산을 쌓은 사람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검소한 모습이 놀라웠습니다. 옷 차림, 점심 메뉴, 자동차 보유에 관한 생각 등 모든 부분에서 부자라고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검소했습니다. 하긴 낭비벽이 있는 사람이 부자가 될리는 만무하겠죠.

말 수는 적고 남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캐릭터였습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진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지금은 바쁘셔서 못 만나고 있지만 앞으로 많이 교류할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발전하리라는 기대를 해 봅니다. 저 역시 그분에게 도움되는 사람이 돼야겠죠.

부산 여행


부산, 참 친근하고 느낌이 좋은 도시인데요. 자주 가기는 힘든 도시입니다. 처가는 강동에 있지만 마침 장모님께서 부산 해운대에 장기 체류를 하고 계십니다. 전문의인 처형의 도움을 받으며 치료를 받고 계시는 장모님을 핑계 삼아서 부산 여행을 다녀온게 기억에 남네요. 특별한 연고가 없다면 일부러 찾아가기엔 힘든 도시이기 때문에요.

렉서스 타시는 간지짱 장모님 길 안내로 찾아간 횟집,
딸램과 해운대 걷기, 아시아 최대 규모의 신세계 백화점 <사진:송종식>

딸래미와 해운대 밤바다도 걷고, 맛있는 회도 먹고, 즐거웠습니다. 근데 사람들 성격이 은근히 급해서 운전하기는 매우 힘든 도시였던 기억이 남습니다.

29박 30일의 베트남 국토 종주 여행


6월부터 7월까지 29박 30일간 가족 여행을 했습니다. 가뜩이나 더운 여름에 베트남행이라니. 정말 더웠습니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할 정도의 무더위에 잘 견뎌 준 소희에게 감사를 남기며..

조용한 미래 도시의 느낌이 나는 우리나라, 아직은 후진적인 소음이 시끄러운 베트남. 그러나 성장 동력이 멈춰버린 늙고 우울한 한국의 공기와 달리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나라인 젊은 베트남의 역동성은 저를 흥분시켰습니다. 호찌민 시내 한 가운데에 서 있으면 역동적으로 발전하는 베트남의 공기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베트남의 맛있는 음식들 <사진:송종식>

베트남 사람들은 매우 부지런하고, 음식은 우리 입맛에 잘 맞으며, 순수하고 착한 사람들이 많은 나라라는 점도 현지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사람들의 순수성이 점점 사라질 걸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서글픈 마음도 드는 여행이었습니다.

호찌민의 무질서한 거리, 다낭 미케 해변에서 놀다가 파도에 떠내려가 저를 식겁하게 만들었던 딸램, 호이안에서의 추억, 비포장 도로를 거북이 속도로 밤새도록 달리는 슬리핑 버스, 브이비엔과 데탐, 현지에서 만든 친구들... 모든게 그립네요.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조만간 준비중인 서비스 하나를 공개 드릴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2015년 11월 29일
송종식 드림

2015년 3월 16일 월요일

하이퍼플래닛 (오프닝, 엔딩 음악)

희귀한 영상을 찾았다. 아니 음원이라고 하는게 맞겠다. 유튜브 이용자 y0ungmin님이 하이퍼플래닛 오프닝, 엔딩 음악을 올려놓았다.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오랜만에 들으니 아련한 기분이든다.

하이퍼플래닛 오프닝




하이퍼플래닛 엔딩




하이퍼플래닛은 윈도우 3.1 기반의 CD-ROM타이틀이었다. 89년에 발매(한국에서는 90년대 초반에 발매)된 타이틀이다. 콘텐츠가 빵빵했다. 지금 생각해도 정교하게 잘 만든 타이틀이다.

삼성 매직스테이션을 사면 번들로 들어있던거였다. 내 컴퓨터는 금성 심포니였기 때문에 이 타이틀이 있는지 몰랐다. 8살 때였나? 10살때였나? 암튼 20여 년 전 코흘리개 시절에, 제일 친한 친구가 삼성 매직스테이션을 가지고 있었다. 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가 이 타이틀을 보고 한 번에 홀딱 빠졌다.

그때 살던 곳이 시골이었다. 어차피 친구도 많지 않던 동네였다. 다만 애로사항은 집 근처에 대규모 공단이 있어서 밤에 별을 보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산이나 어두운 곳으로 자주 들어갔다.

2012년 운제산에서 바라 본 포항 공단, 20년 전보다 개발이 진척됐어도 아직 시골이다
<사진:블로거 산사나이님, 출처:http://blog.daum.net/kbtsc/5781350>

내가 실종된 줄 알고 어른들이 나를 찾으러 자주 다니셨다. 어른들 애를 많이 먹였던 것 같다. 하도 밤만 되면 애가 없어지니 나중엔 어른들이 포기하셨다. 가끔 집 앞에서 밤잠도 잊고 하늘만 쳐다보고 있을때는 동네 어른들이 '안됐네 쯔쯔.' 하며 혀를 차셨던 기억도 있다. 정신이 나간 애인 줄 알고. 당시 내 꿈은 어린이답게 천문학자 겸 우주비행사였다. 나 어릴 적 트렌드는 아이들의 장래희망이 대통령이랑 과학자가 많았다. 지금은 교사랑 연예인이던가.

어린이라면 하나씩 다 전문분야가 있다. 아마 다른 분들도 어릴 적에 전문 분야가 하나씩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어린이 시절에 내 전문분야는 이쪽이었다. 별자리와 신화, 항성들의 등급과 표면온도, 크기나 지구와의 거리 같은 걸 줄줄이 꿰고 있었다. 계절-시간대별로 고개만 들면 별과 별자리를 척척 찾아냈다. 물론 지금은 거의 다 잊어버렸지만..

모교 포항 남성초등학교 <출처:doopedia>
2009년에는 입학생이 4명에 불과해 폐교 위기에 몰려있다 ㅠ_ㅠ

내가 다니던 국민학교 도서관은 어지간한 소형 아파트거실보다 작았다. 책도 몇권없었다. 푹 빠져있던 우주/과학 서적은 단숨에 몽땅 다 읽었고, 어머니께서 사주신 학생대백과 사전도 종이가 너덜너덜해지고 내용은 달달 외울 정도로 봤지만, 콘텐츠에 대한 갈증이 해소가 안됐다. 시골이다 보니 콘텐츠나 문화 접근성이 더 떨어졌던 것 같다. 하이퍼플라넷은 그때 등장한 소낙비 같은 존재였다.

그 소낙비를 다시 맞아보려고 타이틀을 구매할 수 있나 찾아봤다. 그런데 일단 한국어로는 하이퍼플라넷 정보 자체를 구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 같다. 시간도 오래됐고 많은이의 기억에서 잊힌 듯하다.

일본에서 만든 것이니 일본 사이트들을 찾아봤다.

야후!재팬 경매 사이트에 올라온 하이퍼플래닛 중고CD
출처 : http://page16.auctions.yahoo.co.jp/jp/auction/u55739547

우와. 1,090엔에 물품이 올라왔다! 글을 쓰고나서 윈도우 3.1에서만 구동되는지, 경매 참여는 어떻게 하는지 알아봐야겠다. 갖고 싶다.

We’re alone in the universe <출처 : lmao-pics.net>

우주는 공간적인면에서 압도적이다. 빛은 1초에 30만km를 움직인다. 지구를 7바퀴 반 돈다. 지구에서 출발한 빛은 8분 19초 후에 태양에 도달한다. 빛으로 8분 19초 거리인 이 1억 5천만km가 천문단위로 1 AU 이다.

태양과 명왕성의 평균거리는 39 AU다. 태양계만 놓고 봐도 엄청난 크기. 그러나 태양계는 우리 은하계에서도 아주 구석진곳에 덩그러니 위치하고 있고 먼지에 지나지 않는다.

빛이 1년간 달려 도달하는 거리는 광년(ly)이다. 천문단위로 3.26광년을 1파섹(pc)으로 표기한다.

우리 은하는 지름이 약 10만 광년이다. 빛으로 10만 년을 달려야 은하 끝에서 끝까지 갈 수 있다. 태양계는 은하 중심에서 약 26,000광년 떨어져 있다. 우리 은하는 2,000억 개 이상의 별로 구성돼 있다. 그 별들 중 태양은 볼품없다.

고작 이웃한 화성에도 정착하지 못한 초보적인 인간이 과연 우리 은하계나 벗어나 볼 수 있을까? 언젠가는?

우리 은하와 가장 가까운 이웃 은하 중 하나가 안드로메다 은하다. 우리 은하에서 빛으로 220만 년을 달려야 도착한다. 220만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살던 시절 출발한 안드로메다의 모습을 지금 우리는 보고 있는 것이다.

안드로메다와 우리 은하를 비롯해서 30~40개의 은하가 국부은하군을 이룬다. 이 국부은하군의 지름은 약 500만 광년이다. 은하군보다 큰 은하단은 수백 개에서 수천 개의 은하로 구성돼 있다. 은하단의 직경은 보통 2~10메가파섹(Mpc)이다. 1메가파섹은 3.26 x 100만 광년이므로 큰 은하단은 최대 직경이 3,260만 광년에 이른다.

우리 은하계와 은하단을 포함하는 라니아케아 초은하단은 길이가 153메가파섹에 이른다. 5억광년이다. 그리고 '대규모 구조' 그보다 큰 개념의 '거대한 벽'이 있다. 정확한 수를 알 수 없는 압도적인 수의 은하들이 이 거대한 벽안에 갇혀있다. '우주의 크기는 190억 광년이다, 900억 광년이 넘는다.'말들이 많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는 우주의 미세 먼지도 안되는 지구를 벗어나지도 못했다는 사실이다. 작은 점에서 망원경 가지고 추측해봐야 그건 추측이다. 우리가 모르는 900억 광년 너머의 엄청난 세상이 있을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재미로 보자.

우주는 시간적인 면에서도 인간들을 압도한다. 우주의 나이를 1년으로 잡자. 빅뱅이 일어나고 나서 9월 첫째 주에 태양계가 형성된다. 태양의 나이는 45억 살이다. 비교적 미래가 창창한 젊은 별에 속한다. 인간의 조상인 유인원이 12월 31일 자정이 다 되기 몇 분 전에 나타난다. 인간의 문명은 자정이 되기 전 몇 초도 안돼 완성된다. 인간의 역사란 우주의 시간에 놓고 보면 이처럼 보잘것없다.


조지소로스와 42세 연하 세번째 부인 타미코 볼튼 <출처:로이터, 뉴스1>

투자 철학이나 사회에 남긴 부정적인 면은 빼자. 트레이더나 돈을 다루는 카리스마 넘치는 면모 자체는 배울 점이 많은 조지 소로스. 소로스는 42세 연하의 여성 사업가 타미코 볼튼과 결혼을 했다. 많은 사람이 그 나이 차를 보면서 놀랐고, 타미코 볼튼이 소로스의 돈을 보고 결혼했다는 둥 갖은 뒷말을 만들어냈다.

소로스와 타미코볼튼의 나이 차이 42년은 지금까지 우주 나이로 봤을 때 0.0000000028%밖에 안되는 시간, 지구의 나이로 봤을 때는 0.0000000093%, 인류가 최초 등장한 시간을 기준으로 해도 0.000014%밖에 안되는 시간이다.

지금까지 우주의 나이를 24시간으로 환산하자. 자정을 기점으로 시계가 돈다고 치면, 소로스와 타미코볼튼의 나이 차이 42년은 0.000486초밖에 안된다. 자정에서 출발한 초시계가 1초도 못 움직인 시간. 그야말로 찰나이다.

찰나. 동시대에 살아있는 사랑으로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다. 간혹 남녀 간 나이 차이가 10살이 난다, 20년이 난다하면서 사람들이 놀라워 하는데 우주적 관점에서는 엄청난 인연이 만난 것이다. 인간계 시간이야 부질없는 것이다. 찰나의 인연에게 잘해야 하는 이유다.

이야기가 잠시 옆으로 샜다.

우주적 관점으로 보면 티끌도 안되는 지구에서 티끌도 안되는 삶이란 부질없다. 자칫 회의주의에 빠지면 위험하다. 그러나 겸손할 필요는 있다.

월급을 200만원 받니, 500만원 받니. 이런 것. 니 잘 났니, 내 잘 났니. 이런 것.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아무의미 없다. 인간의 역사? 문명? 유산?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아무의미 없다. 큰 우주 앞에서 겸손해야 하고 찰나를 사는 삶이 행복해야 한다.

나는 투자를 한다고 온갖 똑똑한 척은 다 하고 있는데, 사실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참 웃음밖에 안나는 일이다.

그 어릴적 세속의 물이 하나도 들지 않았을 때 가슴은 큰 우주를 향했다. 그러나 그때보다 훨씬 아는 것도 많아지고 세속의 물이 든 지금의 나는 어떤가. 이 작은 지구별에서 그저 티끌도 안되는 인간사 아웅다웅하겠다고 큰 우주를 놓치며 사는 건 아닌가.

밤하늘을 올려다본 게 꽤 된 것 같다. 하지만 가슴속에 꿈은 잊어버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언젠간 작은 인간들의 세속적 삶에서 한발 물러서서, 어두운 산에 들어가 큰 우주를 눈과 가슴으로 품으며 살아보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다. 어릴적 삶이 한번 엎어져서 모든게 틀어지고, 공부도 그다지 잘하지 못했기 때문에 제도권 과학자의 길은 이제와서 요원하게 됐지만 혼자 꾸는 꿈이야 아무리 꾼들 어떠하리. 남한테 피해주는 것도 아니고 돈 드는 일도 아닌데.

보잘 것 없는 인간이라지만 영속적으로 의미있는 존재가 되려면 지구를 벗어나야 하고, 은하를 개척해야 하고, 은하단을 개척해야 하는데.. 그렇게 생각해보면 우리 인간들의 미래는 또 얼마나 무궁무진한가. 나는 그런 인간들의 발걸음을 위해 콩알 하나라도 도움이 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하이퍼플래닛 글이 왜 이렇게 끝나는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2015년 3월 16일
송종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