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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9일 수요일

성광벤드의 끝없는 추락, 2008년 금융위기 때 최저점을 갱신하다

피팅(fittings, 관이음쇠) 제조 기업인 성광벤드의 실적과 주가가 박살이 나고 있습니다. 회사의 자세한 소개와 업황 분위기에 대한 부분은 예전에 올려드린 글이 있습니다. 따라서 회사를 잘 모르시는 분들께서는  그 글을 확인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성광벤드의 주간 주가 흐름 <출처 : 네이버 금융>

주봉 추세 입니다. 완전한 역배열입니다. 어려운 업황과 회사의 경영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쉴틈없이 내리고 있습니다. 2013년 가을의 최고점 31,500원 대비 75%가 넘는 주가 하락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저도 오늘까지 수익률이 -40%를 넘었는데, 다행히 비중을 늘리지 않고 지켜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 계좌 전체에 타격은 별로 없는 상황입니다.

성광벤드의 월간 주가 흐름 <출처 : 네이버 금융>

월간 주가 흐름입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금융시장 붕괴가 최고조에 달하던 2008년 10월의 최저점 7,850원이 오늘 깨졌습니다. 오늘 종가는 7,830원입니다. 주가만 보면 상황이 2008년 금융위기때보다 더 안 좋은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그런지 몇가지 간략한 지표만 비교를 해 보겠습니다.

2008.10 2015.12
WTI Crude(배럴당) $84.24 $37.51
과거 4개분기 EPS 2,298원 826원
BPS 9,423원 16,167원
수주잔고 956억원 1,200억원
PER 3.41배 9.48배
PBR 0.83배 0.48배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현재의 지표 비교 <자료:송종식, CME, 전자공시>

단순 지표만 몇개 비교를 해보았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2008년보다 현재가 더 어려운 상황으로 보입니다. 현재 수주잔고는 3년 연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작년 증권가에서는 2015년 상반기에는 수주 잔고가 다시 증가할거라는 기대를 했지만,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영업 환경은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습니다.

2008년 당시에는 BPS기준으로도 주가가 쌌지만, EPS 기준으로도 주가가 싸서 주가가 위로 튕겨 올라갈 여지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유가도 겨울 들어 급락하기는 했지만 다시 회복이 되었구요.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국제 정치적 문제로 저유가는 장기간 지속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배럴당 30달러 시대까지 시작되고 있습니다. 수주잔고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회사에서는 수주 공백 공포에 늘 우려를 갖고 있는 상황입니다. EPS 기준으로 현 주가도 전혀 싸지 않습니다.

따라서, 밸류에이션 툴을 EPS 상승에 따른 상방에 기대하기 보다는 싸지는 PBR 기준의 하방경직을 보고 조심스럽게 투자를 해야하는 단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제는 PBR도 0.4x대에 진입하였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에 PBR이 0.2x 대까지 간다고 하면 용기를 내 볼 구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0.2x대 PBR까지 갈지는 의문입니다.

내년에도 저유가로 인해 영업 환경은 어렵겠지만, 인간이 살아가야 하는 이상 피팅 부품들이 아예 안 쓰일수는 없습니다. 또, 국제 정세 급변동으로 저유가 상황이 언제 갑자기 끝날지도 모르고요. 배는 어쨌든 만들어야 하고, 플랜트도 어쨌든 만들긴 해야할거라 생각합니다. 수주액이 많이 감소는 하더라도 0원이 될수는 없지 않나 하는게 제 생각입니다.

또, 지금처럼 앞이 안 보이는 대악재에 짓눌린 종목은 작은 트리거나 모멘텀 하나에도 주가가 급반등 할 여지가 많아집니다. 고성장주가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다가 작은 실망에 폭락하는 것과 반대의 경우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장기적인 업황이 어려움에 처해있는 것도 사실이고, 시세도 장기간 역배열 상태이기 때문에, 아주 큰 실적 회복이나 업황 반전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 않는 이상 주가가 회복 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국제유가와 성광벤드 주가의 상관관계 <출처:네이버 금융>

동사의 주가 흐름과 국제 유가의 흐름간에 상관관계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전에 성광벤드를 분석할때도 말씀드렸지만, 동사의 실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에너지 가격, 그 중에서도 유가에 달렸습니다.

"국제유가의 하락 -> 조선, 플랜드 발주의 감소 -> 피팅 수요의 감소 -> 동사 실적의 타격" 패턴으로 현재 동사의 상황이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유가가 올라줘야 동사의 실적도 좋아지고 주가도 턴어라운드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 국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선을 붕괴시키면서 7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국제 유가가 하락하는데는 몇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존재합니다.

1)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붐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의 하락
:: 미국의 달러 패권 유지 (위안화 대비)
2) 그런 가운데, 산유국간의 M/S 방어와 정치적 공세를 위한 감산 결정의 거부
3) 공급이 줄어들지 않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의 감소
4) 중국 경기 둔화

등의 이유가 가장 큰 이유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유가가 오르려면 수요가 공급을 상회하면서 늘어나거나, 공급이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해야 할텐데요.

미국의 가스 Rig수 추이 <출처 : www.bakerhughes.com>

음. 이상하네요. 미국의 경우만 놓고보면 가스를 채취하는 Rig의 개수는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앞서서 유가가 하락하는 원인으로 제시한 1)번이 논리적으로 앞뒤가 안 맞게 되는데요. 다른 자료 하나를 더 구해보았습니다.

미국의 셰일가스 하루 생산량, 단위 : 10억 세제곱피트/일 <출처:SBS 뉴스, EIA>

미국 EIA자료를 보면 앞서 1) 번이 유가하락의 가장 큰 원인이 맞는 것을 재차 확인할 수 있습니다. 셰일가스의 생산량이 정말 엄청납니다. 이러니 유가가 하락할 수 밖에 없겠네요. 이 두가지 자료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셰일 리그의 개수보다는 실제로 셰일가스의 생산량 자체를 트래킹하는게 더 옳겠다는 생각입니다. 미국이 생산하는 셰일가스의 양을 볼 때, 당분간 생산량을 줄일 생각이 있을까 싶습니다.

채산성 문제로 일부 Rig이 가동했다 안했다 할 수는 있지만 미국은 지금 셰일가스 생산을 정치적,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셰일가스를 계속 퍼올려서, 중동과 러시아 길도 들이고 세계 패권도 유지하려는 전략이 깔려 있는 것 같구요. 미국이 셰일가스 생산량을 줄이지 않으면 성광벤드는 계속 암울할 가능성이 높죠.

원유 생산 단가에 따른 국가별 BEP <출처:한겨레 신문>

각국 BEP를 보면 원유나 가스를 팔아서 먹고 사는 모든 나라들이 현재 재정적자 상황임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OPEC 최대 산유국이며 BEP 수준도 낮은축에 들어가는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으며 올해 예상 재정 적자액은 151조원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 GDP의 20% 수준입니다. 사우디는 무세금 정책을 철회하고 세금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디폴트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인 베네수엘라의 경우에는 총 수출액 중 90%가 원유이며 국제 유가 하락으로 화폐 가치는 1/7 수준으로 폭락하고 올해 물가는 159% 상승했습니다.

디폴트 가능성이 높은 또 하나의 나라는 러시아입니다. 미국의 집중 타겟이 되고 있는 대표적 반미 국가인데요. 러시아 역시 국제 유가 하락으로 재정 적자 상황을 모면하지 못하고 있으며 루블화의 가치는 올해들어서 22% 이상 급락하였습니다.

역시 대표적인 원자재 수출국이자 신흥국인 브라질의 경우 헤알화의 가치가 절반 가까이 폭락하는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가장 안 좋은 상황은 원자재를 팔아서 먹고 사는 신흥국들이 국가 부도 사태를 맞는 것인데요. 이렇게 되면 공급자가 줄어서 국제 유가가 오를수도 있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 상황을 몰고 올 수도 있어서, 성광벤드 하나 투자하자고 그런 상황까지 바래야 하는지는 의문입니다.

현재 가장 좋은 상황은 미국이 셰일가스의 생산량을 줄이거나 OPEC이 원유 생산 감산에 합의하는 것이지 싶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미국은 자국의 패권 유지와 각 지역에서의 영향력 유지를 위해서 감산하지 않을 것이고, 사우디 역시 M/S를 유지하고 셰일가스를 무너뜨리기 위해서 감산에는 부정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혹시라도 OPEC에서 감산 소식이 뜨면 성광벤드가 상한가로 직행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지금으로선 가능성이..

참 어려운 상황입니다. 누구 하나가 죽어나가야 끝날 싸움 같아 보입니다. 원유를 생산하는 나라들이 죽어나가도 그 후폭풍은 거셀것으로 생각됩니다. 중동에서의 무력 분쟁 증가가 이 추세를 쉽사리 돌리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동사에게는 매우 힘든 시간임은 확실해 보입니다. 실적이 꺾이는 추세이지만 적자만 안 내줘도 정말 감사한 상황이죠. 현 상황에서 성광벤드는 PBR을 봐가면서 매우 보수적으로 투자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현금성 자산 현황 <출처:네이버 증권>

동사의 시가총액은 현재 2,000억이 붕괴되기 직전에 있습니다. 반면에 현금성 자산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3Q 보고서 기준으로 현금성 자산은 560억입니다.

유형자산 현황 <출처:네이버 증권>

토지 시세가 아니라 장부가만으로도 1,734억입니다. 현금성 자산 560억과 합하면 2,294억 입니다. 오늘 종가 기준으로 동사 시가총액이 2,239억입니다. 현재 시총은 동사가 보유한 토지 장부가와 현금성 자산보다 쌉니다.

또 눈여겨 볼 부분은 설비, 기계 부분입니다. 합하면 대략 940억 정도 되는 자산인데요, 이걸 온전히 제값을 받고 팔기도 힘들고 감가상각 이슈도 있습니다만, 이 부분이 동사가 보유한 막강한 해자 중 하나입니다. 경쟁사가 동사와 섣불리 경쟁하지 못하는 부분은 바로 프레스 등, 이 설비들 때문입니다. 회사측 의견에 따르면 신규 경쟁자가 동사와 동일한 설비를 구축하려면 최소한 10년이 걸릴것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동사는 아직 적자 기업도 아니며, 피팅 분야에서는 확고한 경쟁 우위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직 토지와 현금성자산을 인수할 수 있는 돈으로 동사 주식을 매입하면 이러한 동사의 여러가지 경쟁력은 공짜로 가지게 됩니다.

업황은 어둡지만 자산 가치 기준으로는 이제 비로소 싸다고 할 수 있는 구간으로 가격이 내려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힘든 시간이지만 잘 견디고 있다보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오겠지요.

성광벤드 실적 추정 및 밸류에이션, 클릭하면 커집니다 <추정:송종식>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 PBR이 0.2배 수준으로 내려오면 비중을 좀 많이 실어보고 싶네요. 유가가 상승하면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 줄 종목이라서 일단 손절매는 안하고 제몸에 줄줄 흐르는 피를 닦아가면서 잘 보유하고 기다려 보려고 합니다. 제 포트폴리오 내에서 최대 손실을 자랑하는 녀석이지만 언젠가는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리라 믿습니다. 당분간은 많이 힘들겠지만요..

2015년 12월 9일
송종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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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저는 동사의 주주임을 먼저 알려드립니다. 본 포스팅에서 언급된 비지니스 전망과 현황, 추정, 수치, 지표 등은 모두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또한, 전적으로 제 주관적 의견들임을 다시 한 번 알려드리며 경영 환경은 예측과 달리 급변할 수도 있습니다. 본 포스팅을 토대로 투자하시지 않으시길 부탁드리며, 투자 판단과 의사결정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수익과 손실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본 게시글은 시장에 공개된 자료들을 수집하여 작성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5년 9월 16일 수요일

케이에스피, STX계열사 인수하고 중견기업으로 도약 가능할까?

케이에스피(KSP). 시총이 200억대 중반에서 왔다갔다 하는 작은 기업입니다. 작년 매출이 369억, 영업손실 11억. 자본총계가 700억 정도에 총 자산이 1,170억 정도 되는 회사입니다. 얼핏보면 좀 부실해보이기도 하고 또 얼핏보면 저평가 같아 보이기도 한 회사입니다. 이 회사에서 어쩌면 재미있는 재미있는 투자포인트가 될만한 걸 찾았습니다.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일단 투자포인트를 다루기전에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정도는 체크를 하는게 좋겠죠. 

동사의 주력 매출원 <출처:KSP사업보고서, 송종식>

선박용 엔진 밸브와 형단조 부품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최근 실적 기준으로 매출은 위에서 보시는 것과 같이 6할 정도가 선박 엔진 밸브에서 나오고 4할 정도가 형단조 부품 제조에서 나옵니다. F/W사업도 하고 있는데 그 부분은 매출 비중이 미미해서 별 의미는 없는 것 같습니다.

선박용 엔진 밸브는..


엔진 내연 활동에 필요한 핵심 부품입니다. 선박의 종류에 관계없이 모든 선박에 필요한 부품입니다. 엔진 없이 가는 배는 없을테니까요. 내연 기관이다보니 열과 압력을 견뎌내는 힘이 필요합니다. 높은 기술적 장벽으로 인해 수입에만 의존하다가 KSP가 국내 최초로 국산화 한 부품입니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점은 3년, 7년 주기로 교체해야 하는 소모성 부품입니다. 비록 B2C 접점을 가진 모델은 아니지만 무역이 계속되는 한 배도 계속 필요할테죠. 그렇다면 엔진 밸브의 교체 수요도 꾸준할거구요. 버핏의 질레뜨 주요 투자포인트 중 하나도 면도날의 지속적 교체에 있었죠.

그리고 선박용 엔진 밸브는 만든다고 무조건 판매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엔진 메이커들의 제조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 제조 승인 장벽이 매우 높습니다다. 한마디로 기술 장벽, 승인 장벽 등 다양한 해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동사의 선박 엔진 밸브 국내 시장 점유율은 70% 수준으로 독점 수준입니다.

형단조 제품..


동사의 형단조 제품은 주로 플랜트 파이프라인 이음쇠(flange)나 건설 장비 기계류에 들어가는 기어용 부품입니다. 프레스로 찍어내서 제조를 하구요.

형단조 제품은 100kg 이하의 제품과 이상의 제품으로 나눠보면 100kg 이하의 제품은 마켓 사이즈가 6할 정도 되며, 경쟁이 치열하고 동사의 점유율도 높지 않습니다. 반면에 100kg 이상의 제품은 마켓 사이즈는 4할 정도 되며 동사가 독점하는 시장입니다.

주주구성


지분구조 <출처:전자공시>
동사의 발행 주식 수는 944만 주 정도됩니다.

이 중에서 5% 정도가 자기 주식이고 나머지 95% 주식 중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49%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5%로 잡혀있는 국민연금은 국민연금과 네오플럭스가 출자한 투자조합 보유 지분입니다.

나머지 40% 정도를 기타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데, 실제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은 353만 주 정도 되고 최근 주가 기준으로 시가 환산하면 100억 원 정도 되는 작은 규모입니다. 큰손 누군가가 마음만 먹으면 시세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수준입니다. 현재는 평소에 거래대금이 몇백만원 수준입니다.

사채업자, 기업회생절차 그리고 한국공작기계


과거 워낙에 업황도 좋았고 실적도 좋았습니다.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었고 기술력도 탄탄한 우량한 기업이었죠. 그런데 이 회사에 비극이 드리우게 된 스토리가 있습니다.

창업자가 건강상의 이유로 지분 44%를 네오플럭스에 매각했습니다. 네오플럭스는 차익을 실현하며 이스트블루 측에 지분을 매각합니다. 이스트블루는 알고보니 명동 사채업자의 법인이었습니다. 이 사채업자는 케이에스피의 자본금 250억을 횡령하고 사채와 어음을 남발하여 600억 정도의 부채를 남깁니다. 이후 우량기업이었던 케이에스피는 부실기업이 됩니다.

2008~9년 경에 케이에스피는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가고 3년만인 2011년에 기업회생절차를 종료합니다. 보통의 기업들보다 빨리 기업 회생 절차를 졸업했습니다.

회사가 보유한 10여개의 탄탄한 기술과 영업망 덕분에 회사는 빚을 거의 다 갚습니다. 이후에 동사를 눈여겨 보고 있던 한국공작기계가 나머지 빚을 탕감해주고 대주주로 등극합니다.
최대주주 한국공작기계의 영문 로고와 제품 <출처:한국공작기계 웹사이트>

최대주주인 한국공작기계는 CNC 장비 전문 제조기업입니다. 작년 매출 877억, 자산 2,140억의 중견기업입니다.

리스크 / 들쭉날쭉하며 감소하는 과거 연간 실적


사채업자의 공격으로 동사의 실적은 2008년 이후 엉망진창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계열사인 신영중공업이 어려움에 빠지면서 2008년에는 최악의 한해를 보냈습니다.

지난 10년간 동사의 요약 실적, 2010년부터 IFRS별도 <출처:KSP사업보고서, 송종식>

그 여파는 2011년에 마무리가 됐지만 아직 조선 업황이 어려워진 관계로 매출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전방 기업들이 무너지는 와중에도 그나마 회사가 큰 적자를 내지 않고 버티는 수준, 최근에 들어서는 분기이익이 흑자 전환한 후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점이 놀라울 정도입니다.

리스크 / 어려운 국내 조선 산업과 연동되는 실적..


동사 매출은 당연히 선박 건조량과 연동됩니다.

선박 건조량과 매출액 연동 여부 체크, 2010년부터 IFRS별도 <출처:KSP사업보고서, 통계청, 송종식>

국내 조선사들이 잘 나갈때, 동사도 잘 나갔습니다. 그러다가 2000년대 후반에 사채업자가 회사를 인수하고 횡령과 사채 남발을 통해 회사를 망가 뜨리면서 2011년까지의 조선업 호황을 전혀 누리지 못했습니다. 회사로서는 안타까운 일입니다. 

2010년대 들어서 중국 조선사들이 약진하면서 국내 조선회사들이 어려움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수주 선박수와 선박 건조량이 모두 줄어드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동사의 매출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동사의 외형적 성장은 국내 조선사들의 선박 건조량에 달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무순이 인수가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중국 조선사들의 실적도 함께 봐주면 될 것 같습니다.

투자포인트 / 일시적일지라도 분기 실적 턴 조짐?


어려워진 조선 업황은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죠. 현대중공업은 몇 분기째 대규모 손실을 내고 있고, 다른 대형 조선사들도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이런 시절인데도 불구하고 동사는 분기 이익이 자견 4분기에 흑자 전환한 후에 조금씩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원래는 강한 기업이라는 반증이죠.

KSP의 과거 10개 분기 실적 추이, IFRS별도 <출처:KSP사업보고서>

동사의 분기별 요약 실적입니다. 2014년 1분기에 바닥을 찍을 실적은 그 이후에 분기별로 조금씩 개선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매출도 미미하나마 증가하고 있고 영업이익도 흑자로 돌아선 상태입니다. 상선 발주가 내년까지는 늘어난다는 소식도 있던데 그 영향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중국의 조선소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간 점도 일부 영향이 있을수는 있겠지만 우리나라 대형 조선사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걸로 봐서 그 부분은 큰 영향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최근에 현대중공업 주가도 바닥에서 조금 올라 온 상태인데 조선이나 경기민감 산업쪽에서 좋은 소식이 있는건지 조금 더 두고 봐야겠네요.

투자포인트 / 그래도 현금은 잘 도는 편


최근 들어 영업활동으로인한현금흐름 > 당기순이익 <출처:KSP사업보고서, 송종식>

2012년부터 영업활동으로인한현금흐름이 좋습니다. 당기순이익이 적자를 낼때도 현금흐름은 계속 좋아서 회사에 문의를 해보니 원래 현금흐름은 나쁘지 않은 회사다.. 정도의 의미없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투자포인트 / 항공, 우주 R&D?


향후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인류의 미래를 만들어 갈 부분이 항공, 우주 분야인건 부정하는 사람이 없을거라 생각됩니다. 동사는 현재 항공, 우주 쪽 제품 R&D에 돌입했습니다. 공시에 따르면 3년 후, 즉 2018년부터는 항공기 부품을 양산할 계획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신규 먹거리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선박 다음은 항공, 우주 <출처:사람인, KSP사업보고서>

채용 사이트인 사람인에 소개된 업종을 봐도 '조선, 항공, 우주'라고 명기돼 있습니다. 회사가 향후 조선 뿐 아니라 항공기와 우주관련한 부품도 만들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부품은 엔진에 들어가는 부품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원래 하던게 있으니까요.

핵심 투자포인트 / STX의 중국 계열사 인수로 몸집 불리기 도전


KSP에서 STX의 거대 계열사(무순중흥중공유한공사)를 인수하는 것이 포착됐습니다. 이 부분이 케이에스피의 핵심 투자포인트 입니다. 개요부터 왜 투자포인트가 되는 것인가까지 찬찬히 확인해 보겠습니다.

2013년 1분기 STX의 분기보고서 중 계열 회사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분입니다.

무순이의 역할 <출처:STX사업보고서>

무순중흥중공유한공사는 '선박용엔진핵심부품'을 제조하는 것으로 나와있습니다.

KSP무순중흥중공유한공사(구:STX중공) 공장 전경 <출처:STX 2013년 사보>

2013년 STX 사보에 소개된 무순 공장의 모습입니다. 세계적인 4행정 엔진 메이커라고 소개가 돼 있네요.

과거 STX의 무순이 지분율 <출처:STX사업보고서>

2013년 1분기 STX의 분기보고서를 보면 계열사 정보에 STX중공(무순)유한공사에 대한 STX의 지분율이 100%로 보유중이라는 표시가 나옵니다. 중국회사와 JV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STX의 해외법인 구조조정 공시 <출처:STX사업보고서>

2013~2014년 STX는 강도 높은 구조정에 들어갑니다. 그 과정에서 해외계열사를 비롯한 알짜배기 회사들이 대거 계열사에서 제외됩니다. 2014년 1분기보고서를 보면 STX중공(무순)유한공사를 비롯한 몇개 계열사가 STX로 부터 계열제외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배력이 상실된 계열사에 대한 공시 <출처:STX사업보고서>

'약정'에 따른 지배 상실이라고 하는데, 어떤 약정일까요?
일단 이 시기즈음해서 케이에스피의 재무제표 한 번 보시죠.

250억 수준의 장기차입금 증가 <출처:네이버 금융>

동사는 부채비율이 원래 20~30% 정도였습니다. 거의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었구요. 그러다가 작년에 갑자기 장기차입금이 250억 가까이 늘어납니다. 뭔가 하기 위해서 돈을 빌렸겠죠.

투자자산의 증가 <출처:네이버 금융>

빌린돈은 전액 투자자산 계정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STX무순을 향한 금전대여 결정 공시 <출처:전자공시>

투자자산에 잡혀 있는 250억이 STX가 계열사에서 제외 시켰던 무순중흥중공유한공사에 나가있는 돈임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2014년 1월에 올라 온 공시인데, 250억을 운영자금으로 빌려주고 연리 6%를 2017년 12월 말일까지 받는다는 계약입니다.

150억 출자 전환 부분에 대한 참고사항 <출처:전자공시>

특이사항은 150억에 대해서는 향후 무순이의 보통주로 출자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내재돼 있는 부분입니다. STX는 자금 사정이 어려워서 긴박하게 구조조정을 하는 시기였죠. 그러니 현금이 급했을겁니다. 현금을 받으면서 무순이에 대한 경영권을 단돈 150억에 케이에스피로 넘긴 것으로 추정됩니다.

실제로 채용 사이트에서도 무순중흥중공유한공사 이름 앞에 STX가 떨어지고 KSP가 붙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의 계약내용로 보면 출자전환 기간은 2017년 12월까지로 돼 있습니다. 2017년이 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경영권은 KSP가 넘겨받고 인수인계를 받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STX무순이 아니라 KSP무순으로 인력을 채용하고 있는 현장 <출처:일간조선해양>

회사에서 말하기를 출자전환 기간은 2017년보다 앞당겨 질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KSP무순 공장에는 아직까지 STX 출신 기술자들이 많이 일하고 있고 KSP에서 보낸 사람은 파견 수준이라고 합니다.

250억 대여 당시 무순이에 대한 요약 정보 <출처:전자공시>

동사가 무순이쪽으로 250억을 대여해주고 150억에 대해서는 출자 전환 권리를 가진 워런트를 획득했을 때 무순이의 자산총계는 2,029억, 자본총계는 1,018억, 매출 675억짜리 거대한 법인이었습니다. 동사 시총이 250억 수준이니 무순이에게 케이에스피가 얼마나 큰 베팅을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KSP에 무순 법인을 넘기기 직전 빅배스 포착 <출처:STX사업보고서>

하지만 STX가 바보가 아닌 이상 자본 1,000억짜리 법인을 단돈 150억에 넘길리는 없겠죠. 2013년에 대규모 빅배스가 일어납니다. 그동안의 부실을 적자 한번으로 다 털어내고 정확하게 반올림해서 자본을 털어먹고 KSP에게 법인을 넘긴 듯 합니다.

그렇다면 KSP는 손해를 본거냐? 그것도 아닙니다. KSP와 STX가 서로서로 윈윈한 거래로 보입니다. STX는 자본잠식된 법인을 부채까지 얹어서 털어낸 다음 급하게 현금을 조달할 수 있었고, KSP는 영업권(goodwill)과 기존 제조 설비 공장을 단돈 250억에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KSP가 무순 공장을 가지고 옴으로써 얻는 혜택은 1) 자연스런 중국 진출, 2) 기존 제조설비를 넘겨 받음으로서 공장 건설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 추가적인 리스크 절감, 3) 무순이의 기존 영업 노하우 전수.. 등이 있겠습니다. 비록 자본 잠식 상태에 부채 1,000억 짜리 법인이지만 이익만 낸다면 추가적인 capex 투입이 별로 필요없으니 곧바로 자본이나 잉여금으로 돈을 쌓을 수 있겠습니다. 영업이 잘 안된다고 해도 채권자나 제3자들에게 회사를 넘겨버리면 그만이구요.

중국 랴오닝성 무순(Fushun)시의 위치 <출처:구글맵>

참고로 무순시는 요즘 한창 핫 한 동북아개발 중심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위치가 훈춘시쪽에 조금 더 가까워서 러시아의 바다나 북한의 동해를 이용해서 북극항로나 태평양까지 이용할 수 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근처 다롄 인근에 중국 1위 조선소 COSCO등 큰 부품 수요처가 몇개 있으니 지리상으로는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국 - 북한 - 러시아 등 동북아개발이 본격화 되면 꽤 빨리 발전할 지역이라고 생각됩니다.

투자 심리와 시장 분위기


워낙에 거래량이 적은 종목이라 투심 분석이 의미가 있나 싶습니다. 자칫하면 거래량 부족으로 상폐까지 갈 가능성도 있는 종목이니까요. 평소에 거래대금이 백만원, 이백만원 수준입니다.

올해 일봉 주가 흐름 <출처:네이버 금융>

일봉을 보면 올해 초에 누군가의 손이 타고 있는 것 같은 거래량을 볼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매집을 하는 것일까요?

과거 9년간 주봉상 주가 흐름 <출처:네이버 금융>

우리나라 조선 업황이 한창 좋을때는 시총이 3,000억 가까이 갔던적도 있습니다. 그 이후에 업황 악화, 사채업자의 공격, 실적 악화 등으로 주가는 장기간 내리막길을 걸어오고 있습니다.

결론


단기적으로 '국내 상선발주 증가' 등의 이슈가 있기는 하지만 거시적으로는 조선 산업 자체가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는 건 외면하기 힘든 현실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중국 사업 진출을 위한 STX의 거대 계열사를 인수하는 전략은 좋은 전략으로 보입니다.

동사의 투자 포인트는 STX의 계열사이던 무순이 인수, 그리고 무순이의 정상화 가능 여부에 달렸습니다.

동사에서도 추후 인수가 된다면 중국 조선사 상대로 영업을 하겠다고 했고, 회사 돌아가는 상황을 봤을 때 인수는 거의 확실시 되는 것 같습니다. 단지 출자전환이 2017년까지 기다렸다가 되냐, 그 전에 되냐하는 시간 문제일 뿐이겠죠. 경영권+지배권을 획득하게 된다면 무순이 재무제표는 연결로 잡힐테구요.

크게 3가지 정도의 경우로 나누어 미래를 그려볼 수 있습니다.

1) 무순이 인수에는 성공했으나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경우


이게 가장 최악의 경우입니다. 무순이를 턴어라운드 시키지 못하고 연결로 적자가 누적되는 케이스인데요. 이 경우에도 KSP의 카드는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채권자들에게 회사를 넘겨서 청산시키거나, 다른 투자자에게 법인을 그대로 넘기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KSP에서도 무순이를 턴 어라운드 시킬 자신이 있으니 회사 운명을 건 거금을 빌려서 투자를 했을거라 생각됩니다.

2) 무순이 인수가 없던 일로 되는 경우


이 경우에는 그동안 받던 이자 6%만 받다가 그냥 모든게 없던 것으로 되는건데요. 뭐 회사에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는 경우입니다. 무순이에게 대여한 자금을 돌려받고 부채 250억을 갚으면서 부채비율과 이자 부담이 내려가겠죠. 이 경우도 STX가 무순이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얼마나 가능성이 높은 케이스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3) 무순이 인수하고 나서 무순이 실적 턴어라운드 되는 경우


당연히, 이게 가장 좋은 케이스입니다. 설비를 아예 새로 건설하는게 아니므로 무순이에 추가적인 capex는 많이 안들어갈테구요. 이익을 낼 수 있다면 이익은 곧바로 자본을 늘리거나 잉여금을 쌓는데 쓸 수 있습니다. 우량한 계열회사 덕분에 자산도 늘어나고 이익도 늘어나면서 연결 EPS도 크게 늘어날 것입니다.

무순이가 한때 자본총계 1,000억, 자산총계 2,000억 연매출 1,000억을 하던 회사입니다. 최정점의 시대만큼은 당장 힘들더라도 그 이상 클 수 있는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죠. 중국 조선사 상대로 꾸준히 영업을 잘 해나가다 보면 좋은 실적을 낼 가능성도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어쨌든 무순이에 대한 투자가 실패한다고 해도 현재 시가총액은 250억 남짓에 PBR은 0.3x대로 안전마진이 충분한 가격대에 있습니다. 영업이익은 올해 흑자를 유지하고 있고, 무순이 대여 자금을 갚고 나면 부채비율도 20%대로 다시 떨어집니다.

무순이에 대한 투자가 정상적으로 잘 진행된다면 일단은 자산 2,200억대의 중견기업이 됩니다. 여기에 모회사가 턴어라운드 기조만 잘 유지해주고 무순이가 연간 몇십억이라도 이익만 꾸준히 내주기 시작하면 순이익 상으로도 큰 턴어라운드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KSP가 무순이 인수 후, 현 국내 조선사 중심의 영업 노선을 깨고 중국 조선사에 얼마나 영업을 잘 하는지에 따라 회사가 중견기업으로 도약하고 못하고가 달린 것으로 보입니다. 순이익이 50억만 나줘도 per 5배면 250억, 10배면 500억이니 기대가 됩니다.

2015년 9월 16일
송종식 드림

알림 :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저는 동사의 주주임을 먼저 알려드립니다. 본 포스팅에서 언급된 비지니스 전망과 현황, 추정, 수치, 지표 등은 모두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또한, 전적으로 제 주관적 의견들임을 다시 한 번 알려드리며 경영 환경은 예측과 달리 급변할 수도 있습니다. 본 포스팅을 토대로 투자하시지 않으시길 부탁드리며, 투자 판단과 의사결정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수익과 손실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본 게시글은 시장에 공개된 자료들을 수집하여 작성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5년 1월 30일 금요일

성광벤드, 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고 비틀거리다

원자재 시세를 예측하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 의미 없습니다. 전적으로 정치, 경제를 휘어잡고 있는 큰 형님들 마음대로 움직일 것이고 예측한다고 예측대로 가지도 않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유가가 바닥을 찍고 상승을 할 때를 대비해서 유가 상승과 관련된 비기 하나씩은 미리 준비해두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평소에 시장과 반대되는 생각으로 종목을 공부하여 깔아두면 나중에 반드시 빛을 봤던 것 같습니다.

보통 유가 상승 수혜주로 정유주와 같은 직접적인 종목들을 꼽습니다. 그런 종목들은 시장에 워낙 많이 노출돼 있기 때문에 저는 반 발짝 옆으로 물러서서 피팅주를 준비해 보았습니다.

동사(성광벤드)는 펀더멘탈 자체가 훌륭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비정상적인 유가 하락으로 인한 영업 실적 악화에 대해서는 관심 있게 모니터링을 해야 하는 기업이 아닌가 싶습니다.

피팅(fittings)이란?


가스나 석유, 각종 화학제품 등 기체와 액체의 수송은 산업 각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분야입니다. 비행기나 배, 자동차와 같은 기계에도 액체와 기체의 수송은 중요하고 우리 몸으로 치면 혈관 정도가 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출처 : emersonprocess.com

액체나 기체를 수송하는 기본 도구는 파이프입니다. 파이프는 일직선 상으로만 돼 있는데 파이프끼리 연결해주는 중간의 관 이음쇠를 '피팅'이라고 부릅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피팅은 파이프를 연결해 유체나 기체의 방향을 바꾸거나 양을 조정하는 등의 역할을 합니다.

주요 제품


제품의 종류와 특성


동사는 피팅, seamless 파이프 등을 제조/판매하는 기업입니다. 피팅은 역할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됩니다.

출처 : stainlesssteel-sheets.net, amazonsupply.com

피팅은 역할에 따라 파이프의 방향을 변경해주는 엘보(elbow), 파이프의 반향을 분기해주는 티(tee), 파이프의 크기를 줄여주는 리듀서(reducer) 그리고 끝으로 파이프의 끝 부분을 막아주는 캡(cap)등의 제품으로 분류됩니다.

동사의 매출 구성에서 각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엘보가 63.51%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다음이 티로 17.66%, 리듀서는 8.13%의 매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기타 제품들이 10.7%의 매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산업군별 주요 매출처


피팅은 거의 모든 중후장대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부품입니다. 동사에서 납품하는 주요 산업군은 다음과 같습니다.

산업군별 동사의 주요 매출처

리스크 : 특정 산업군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음


매출의 60% 정도가 석유·화학 업종에서 발생하고, 25% 정도가 조선·해양 분야에서 발생합니다. 나머지 발전소나 반도체 제조 등 기타 분야 매출이 잡히고요.

이렇다 보니 동사의 실적은 석유·화학 분야나 조선·해양 분야의 업황과 긴밀하게 연동됩니다. 조선·해양은 진작에 업황이 망가졌고, 석유·화학 분야는 유가 하락으로 전방 업체들의 주요 플랜트 건설 수주들이 취소 되다 보니 동사 실적에도 치명타를 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동사의 실적과 주가 흐름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석유·화학 업종 업황이고 핵심 포인트는 유가의 방향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유가가 에너지 개발주체들의 BEP를 넘어서야 플랜트 건설이 재개될 테니까요.

유가의 흐름과 동사의 주가 추이


그렇다면 유가와 동사의 실적, 주가의 흐름은 어땠는지 간단하게 체크해 보겠습니다.

<클릭하면 커집니다>

투자포인트 : 유가 추이를 면밀히 관찰하자


수주 주기가 짧다 보니 주가도 매출에 따라 요동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3년 중반까지는 조선주 특히 현대중공업의 주가와 동사 주가가 궤를 같이하다가 2014년 들어서는 유가와 조선업황이 함께 힘들어지면서 크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 주가는 워낙 장기간 크게 하락했기 때문에 조선업황이나 유가 반전만 있으면 턴어라운드 할 가능성이 커 보이는데요, 아무래도 '조선업황이 턴 하는 것보다는 유가가 턴 하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적


실적 요약


분기별 요약 실적 간단하게 체크하고 가겠습니다.

분기별 요약 실적 <출처:성광벤드>

2012년 4분기에 정점을 찍은 매출액이 가장 2014년 3분기까지 내리막을 걷고 있습니다. 아마도 전방 산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동사도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 부분이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나름대로 이익률 자체는 탄탄하게 유지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지표에서 보이네요. 매출 회복이 동사 주가 턴어라운드의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참고로 2014년 3분기까지, 최근 4개 분기 합산 매출액 3,258억, 영업이익 881억, 순이익 511억 원입니다. 2013년 연간으로는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이 각 4,035억, 903억, 687억이 나왔습니다. 실적 감소세를 확연히 느낄 수 있습니다.

주요 재무지표 요약


심플한 비지니스 모델이다보니 재무지표도 주요한 것 몇가지만 확인하면 될 것 같습니다.

주요 재무지표 <출처:성광벤드, 클릭하면 커집니다>

2014년 3분기까지, 최근 4개 분기 합산 ROE는 11.49%, 2013년 연간 ROE는 16.42%입니다. 최근들에 ROE역시 하향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재무구조가 튼튼해서 여전히 매력적인 ROE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투자포인트 : 위기관리에 능한 기업


동사의 부채비율과 유동비율을 보면 업황이 악화될즈음부터 안전기제가 발동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13년 4분기부터 증가한 유동비율은 2014년 2분기에 700%가 되었습니다.

유동비율을 추적하다 보면 재미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동사는 2008~2009 금융위기 시절에도 요즘과 같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 시절에도 금융위기를 예견이나 한 듯 유동비율을 높여 2006년에는 100% 수준이던 유동비율을 2009년에는 320%로 끌어올립니다.

2008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적자를 면하다


경쟁사들이 적자의 늪에 빠지던 시기에도 동사는 흑자 경영을 하였습니다. 당시는 피팅 경쟁사뿐 아니라 경기민감 대형주들 모두 힘들었던 시기였습니다.

동사는 원가부담이 높은 제품 가공 공정은 외주처리를 해 비용을 줄이고 있습니다. 제품 원가 포트폴리오 구성 역시 효율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있고 특정 회사와만 거래하기 보다 다양한 회사와 거래를 해 거래 리스크를 줄이고 오랫동안 쌓은 신뢰로 어려운 시기에도 제품을 납품할 수 있는 무형 자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IR을 담당하시는 이사님께 '지금과 2008년 중 언제가 더 힘드냐?'라고 여쭸더니 단연코 2008년이 더 힘들었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렇다면 지금 아무리 힘들어도 2008년 이하로는 안 내려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키코 태풍을 피하다


몇 해 전 중소기업 줄도산 공포를 불러왔던 KIKO사태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동사는 KIKO에도 가입하지 않아서 KIKO공포를 피해갈 수 있었습니다. 이 회사는 금융회사도 아닌데 왜 이렇게 리스크 관리가 잘 되는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CFO께서 이쪽으로는 탁월하신 분이라고 합니다. 훌륭하신 분께 박수를 보냅니다.

시장


기계 부품류의 전통 강자는 이탈리아입니다. 생산액 기준으로는 이탈리아 회사들이 다른 나라를 압도합니다.

매출액 기준으로 동사는 플랜트향 매출 비중이 높아서 플랜트 개발이 활발한 지역으로의 매출 비중이 높습니다.

<자료:한국무역협회, 성광벤드>

생산 측면과 판매 측면 2개 시장을 간략하게 확인하겠습니다.

먼저, 생산 측면에서의 시장입니다. 피팅업의 연간 전 세계 시장 규모는 약 4조 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무역협회 자료보다는 조금 큰 수치인데(2배 정도), 회사 측에서 추산하는 규모입니다. 성광벤드는 세계 시장 점유율 10%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기계류 부품의 전통 강자인 이탈리아가 속한 EU가 전 세계 피팅 생산의 56%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내수 매출은 사실 공개된 통계가 의미 없습니다. 대부분 조선향 매출이고, 만들어진 배는 사실상 대부분 해외로 수출되기 때문입니다. 국내 업체들은 태광, AJS, 하이록코리아, 디케이락 등의 상장 업체가 있습니다. 비등비등한 회사들이 많고 태광이 1위 업체이므로 시장 점유율은 크게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특징적인 것은 하이록코리아가 피팅 뿐 아니라 밸브도 함께하고 동사보다는 산업 포트폴리오가 편중되지 않게 잘 짜져 있는 편이라 유가 하락의 피해를 덜 보고 있다는 정도입니다.

연간 피팅 매출액 500억원 이상의 규모를 가진 회사 (총 10개사)


  • 대한민국 : 성광벤드, 태광
  • 이탈리아 : Bassi, Tectubi, Petrol Raccord, Techno Forge
  • 오스트리아 : Erne Fitting
  • 일본 : Benex
  • 태국 : Canad Oil
  • 중국 : Zibo

동사 매출 기준으로는 원유 생산 플랜트가 많은 중동과 역시 원유와 셰일 개발이 활발한 북미 쪽 매출 비중이 가장 많았습니다. 이 두 지역이 동사를 먹여 살렸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2013년 들어서는 아시아 쪽 매출이 급격하게 늘어나는데 이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대규모 발전 플랜트 수주 건 덕분입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향 매출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리스크이자 기회 : EU시장과 중국, 인도 시장


유럽시장과 중국 시장은 동사에게는 큰 리스크이자 기회로 작용하는 곳입니다. 동사는 유럽 시장 매출이 전무하고 중국, 인도향 매출은 없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유럽은 반덤핑 과세율이 44%나 되기 때문에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동사 제품의 유럽 진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자기네가 잘하는 기계 부품 시장을 지키기 위해서 사실상 무역 장벽을 세워놓고 있는 셈입니다.
언젠가는 동사가 뚫어내야 할 거대 시장들 <출처:네이버 국가정보>

중국과 인도는 한술 더 떠 아예 수출이 불가능한 국가입니다. 중국과 인도는 자국 기자재 사용을 위해 기자재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으므로 동사로서는 큰 시장에 진입할 수 없어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듯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정책 때문에 커다란 자국 내수 시장을 등에 업고 큰 기업이 세계 시장에 등장할 경우 동사에는 위협적인 리스크가 될 수 있습니다. 별거 없는 알리바바가 내수 시장을 등에 업고 세계 최고의 IT회사로 등장한 것 처럼요.

다른 한편으로는 EU, 중국, 인도 시장의 무역 장벽이 무너져 동사 제품 수출이 가능해진다면 동사가 고속 성장을 할 수 있는 발판도 될 수 있습니다. 언제쯤 가능할런지..

생산


기본 밸류체인


단일 사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동사의 밸류체인은 간단합니다.
성광벤드의 약식 밸류체인
<이미지 출처 : 현대중공업, 금호석유화학, MHT, 다아라기계장터, allbiz, hotrolled-steelcoils.com>

동사의 원재료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플레이트와 파이프 두 가지 형태의 철입니다. 재료별로는 스테인리스냐 카본이냐로 나뉩니다.

사 가지고 온 플레이트와 파이프를 요리조리 가공하여 피팅을 제조한 후, 주요 EPC 업체나 기타 고객들에게 납품되는 간단한 밸류체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재료에 대해


앞서 살펴보았듯 동사의 주요 원재료는 포스코와 일본에서 사 옵니다. 여기서 하나 확인해야 할 것은 엔저의 영향을 받는지 여부인데요.

3Q14 원재료 매입 비율과 결제 통화 <출처:성광벤드>

65% 정도로 원재료의 절대적인 비중이 파이프와 플레이트입니다. 일본에서 사 오는 철강류는 엔화로 결제하지 않고 달러로 결제합니다. 따라서 원재료 매입과 관련해서 엔화 변동성의 영향은 안 받습니다.

원재료 시세와 매출총이익률의 관계 <출처:성광벤드>
* 2010년은 GAAP개별, 2011년 부터는 IFRS연결 기준, 원재료가는 전체 기간 개별 기준

kg당 카본제의 가격이 스테인리스류 원재료보다 1/3~1/5 수준으로 싼 가격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매출총이익률은 카본류 보다는 스테인리스 제품 원가의 영향을 더 많이 받습니다. 원료가가 오르면 제품가도 오르고, 원료가가 내리면 제품가도 내리는 스프레드 마진형 BM입니다. 따라서 원재료 가격이 크게 내린다고 해도 동사가 얻는 이익이 많이 늘어나지는 않습니다.

동사가 생산하는 제품 중 스테인리스 제품이 카본류보다 적게는 3배에서 많게는 10배 정도 이익률이 높습니다. 스테인리스 제품이 많이 팔려야 동사의 이익률이 높아집니다. 2015년에는 카본류 제품의 비중이 다소 늘어난다고 합니다. 이는 이익률에 다소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원재료 구매 발주를 하면 원재료가 동사에 도착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동사는 원재료 재고 6개월분을 항상 보유 중이라고 합니다. 그래야 고객사의 긴박한 대응에도 바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원재료 재고 부담이 있는데, 사실은 이런 이유가 있어서 입니다.

체계적 대외 악재가 없는 이상 동사의 매출총이익률은 20~30% 수준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회사 측 의견으로는 철강류의 시세는 현재가 바닥 국면이라고 합니다. 어디까지나 회사의 추정에 불과하겠지만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생산공정


밸류체인은 간단하지만 생산 공정은 까다롭고 여러가지 기술적, 자본집약적 해자가 존재합니다.


공정의 핵심 부분만을 생각해보면 공정의 흐름 자체는 이해하기 쉽습니다. 철판이나 파이프를 사 와서 프레스로 잘라주고 이를 원하는 모양대로 성형한 후, 용접이나 열처리를 거쳐 부식방지 코팅을 해서 제품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각 프로세스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고 오랜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투자포인트 : 축적된 기술적 해자


동사는 재료별, 모양별, 제품별, 크기별로 약 8만여 가지의 제품을 즉시 생산할 수 있는 다품종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습니다. 동사는 금형을 제작할 수 있는 사업부가 따로 있고 이는 타사 대비 우월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동사가 보유한 금형은 약 3,000개 정도 되고 프레스는 500톤에서 5만 톤까지 약 45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측 의견으로는 신규 진입자가 이 생산 체제를 갖추려면 10년 이상 걸린다고 합니다. 자본의 장벽 뿐 아니라 고객들과 장기간 제품의 안정성, 납기일의 준수 여부 등 다양한 신뢰를 쌓아야 하는 업종입니다.

고객사의 어떤 요청이라도 즉시 대응이 가능한 회사입니다.

CAPA


동사의 공장은 부산 사하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본사 공장을 비롯해서 녹산공장, 그리고 종속회사 등의 공장에서 물량을 생산합니다.

CAPA 현황 <출처:성광벤드, IFRS연결 기준>

주력 생산기지인 녹산공장의 가동률은 73~85%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5~6분기 마다 증설을 꾸준히 해 온 덕분에 현재는 연간 17만 톤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capa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근 무리하게 땅을 매입하고 증설을 한 것이 업황 악화와 맞물려 부정적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동사의 강점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자회사 - 화진피에프


투자에 있어 중요한 사항은 아닌 뒷이야기이니 짤막하게 쓰고 넘어가겠습니다. 화진피에프는 동사 협력업체였습니다.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는 등 문제가 생기자 동사가 아예 인수해버렸다고 합니다. 현재는 동사와 함께 시너지를 잘 내고 있다고 합니다.

국제 유가


동사 영업 환경이 회복을 하기 위해서는 국제 유가가 회복을 하는 것이 가장 관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매크로 분석을 할줄도 모를 뿐 더러 매크로 보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합니다. 개별 기업에 집중을 해야하는데 요즘에는 유가와 연동된 기업이 많다보니 유가는 어쩔 수 없이 봐야하네요. 그러다보면 또 국제 정세도 살펴야하고.. 유가가 다시 반등을 크게 해서 매크로 안 보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매크로 보는 눈이 없기 때문에 동사 투자와 관련해서 핵심적인 부분만 간략하게 짚어보겠습니다.

국제 유가 하락의 이유


국제 유가의 하락 이유는 공급이 수요보다 많기 때문입니다. 저성장, 디플레, 소비 침체 등으로 석유의 소비는 떨어지는데 석유 생산 주체들은 시장 점유율을 잃기 싫어서 감산하지 않고 생산량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중국의 경기 침체로 석유 소비가 늘지 않는 데다 이라크는 사상 최대의 원유 생산량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석유 생산량이 소비량을 1개월에 1%만 초과해도 누적되는 원유 재고량은 저유가 시간표를 더 늘리는 요소가 됩니다.

시장 점유율에 특히 민감한 곳은 사우디아라비아입니다. 저유가로 여러 국가가 부도위기를 겪고 있음에도 원유 생산 BEP가 낮은 사우디는 상대적으로 버틸 수 있다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사우디 역시 국부의 대부분이 원유 판매에서 나오고 막대한 복지 재원을 원유 판매에 의지하고 있으므로 최근의 주가하락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유가 하락은 언제쯤 진정될까


현재 원유 생산량을 놓고 헤게모니 다툼을 벌이는 주체는 크게 3곳입니다. 먼저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나라가 포함된 OPEC, 그리고 러시아, 노르웨이, 베네수엘라, 멕시코처럼 OPEC에 가입되지 않은 비OPEC, 끝으로 셰일오일로 전성기를 맞은 미국입니다.

OPEC은 셰일오일과 셰일가스가 에너지 가격을 낮추는 것이 장기적으로 자신들에게 득이 되지 않기 때문에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 업체들을 고사시키는 것이 목적으로 보입니다.

반면에 미국도 지금의 저유가를 즐기고 있고 당장은 굳이 유가가 오르길 바라지 않는 것 같습니다. 세계 2위의 석유 생산국이자 가장 말을 안 듣고 있는 러시아를 길들이기 딱 좋은 것이 저유가입니다. 실제로 러시아는 저유가로 모라토리엄 직전까지 몰려 있습니다.

그리고, IS와 같은 테러 단체도 수익의 상당액을 석유 판매대금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유가 하락은 테러조직의 자금줄도 마르게 할 수 있습니다. 저유가로 미국 경제는 어쨌든 다시 한 번 활기를 찾으며 다우지수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요.

유가 하락은 주요 석유 생산주체 중 하나가 치킨 게임에서 쓰러져서 공급 부족 현상이 생겨야 바닥을 찍고 오름세를 보일 것입니다.

미국은 말 안듣는 나라들을 골탕 먹이는 것 이외에도, 주요 석유 생산주체들이 무너지고 자신들이 에너지 패권을 잡기를 바랄 것이고 사우디아라비아도 빨리 경쟁 주체들이 무너지길 바라고 있을 것입니다.

지금 가장 유력한 상황은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등의 국가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석유 생산도 중단되는 상황을 맞는 것입니다. 아직은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국제 유가의 바닥이 어디쯤일지 알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각 생산 주체별 BEP


작년 11월 주요 증권사의 석유 생산 주체별 BEP추정 <클릭하면 커집니다>

작년 11월 삼성증권과 유안타증권에서 나온 석유 생산 주체별 BEP 추정 자료입니다. 국제 유가는 현재 배럴당 50달러가 깨져서 40달러대에서 움직이고 있으므로 거의 모든 산유국이 적자입니다. 특히 세계 2위 산유국인 러시아 같은 나라들은 기름을 퍼내면 퍼낼수록 복리로 불어나는 적자에 시달리게 되는데요. 푸틴은 지금 죽고 싶은 심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미국의 셰일오일도 BEP는 60달러 선이지만, 소위 몸빵을 하면서 잘 버티고 있습니다. 오히려 미국은 저유가를 즐기는 입장이고요. 해당 국가에는 불행한 일이지만 동사 주주분들께는 산유국 몇 개가 부도났다는 이야기가 가장 반가운 소식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돌발 변수 - 중국의 전략유 비축


동사 주주분들에게 반가울 만한 의외의 변수는 있습니다. 저유가를 생각보다 빨리 끝낼 수 있는 변수인데요. 중국이 유가 하락을 틈타 하루 1,800만 배럴 이상의 전략유를 사들여 비축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물론 재에 관한 셈법은 지구 최고를 자랑하는 중국인들이 석유 가격을 끌어올려 가면서까지 전략유를 비축할지는 좀 더 두고 봐야합니다.

주요 EPC 업체의 수주잔고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올 봄에 공정률 10%에 도달하는 플랜트 프로젝트가 많아져서 동사 영업 환경에도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출처:대신증권 리서치 센터, 클릭하면 커집니다>

물론 업황이 워낙 안 좋기 때문에 위 프로젝트들은 계속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영토 전역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라크는 IS가 활개치는 사실상 여행금지 국가라 공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 입니다.

밸류에이션


동사의 전방이 매크로와 연동된 회사들이라 동사 실적을 추정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예측이 빗나겠지만. 언제나 제 멘트 있잖아요. 눈 감고 투자할 순 없으니까요. 그래도 밸류에이션을 정성껏 진행해 보겠습니다.

밸류에이션 <클릭하면 커집니다>

밸류에이션의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 동사의 수주잔고는 13년 3분기 1,840억 원에서 14년 3분기에 1,315억 원으로 감소
  • 수주잔고 감소 리스크는 2015년 봄(2분기)부터 해소될 것으로 기대
  • 통상임금 10% 인상, 13년엔 우발 200억, 14년엔 20억 추가
  • 중국과 인도는 타국 업체의 피팅 부품 수입을 안 하므로 밸류에 미포함
  • EU는 반덤핑 과세율이 44%, EU시장 성장성도 밸류에 미포함
  • 2012년에 카본 : 비카본 제품의 매출 비중이 5:5였음
  • 사측에서 2015년에는 카본 제품의 비중이 소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 마진율 소폭 감소 예상
    • 비 카본제품의 단가가 카본 제품보다 3~10배 정도 높음
  • 2014년 4분기 수주 상황도 좋지 못함, 200억 초반대
  • 2014년 OPM 가이던스 15~20% 사이
  • 2014년에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폴의 발전플랜트 상황이 좋았음
  • 원재료가 싸져도 제품가가 같이 떨어지는 스프레드형 BM
  • 철강 가격은 지금이 거의 바닥일 것으로 추정, gm 스프레드 지금 보단 보수적으로
  • 배당은 평년 수준으로 가능 (약 42억 9천만 원 이상)
  • 유가는 올해 중반기를 넘어야 바닥을 찍을 것으로 개인적으로 예상
  • 정말 시장 상황이 안 따라와 주면 올해 내내 업황이 나쁠 수도 있음
  • 2016년은 돼야 유가 하락과 조선업 불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것으로 판단
    • 반대로 회사에서는 2016년 중반 이후 수주 공백에 대해 걱정하였음
  • 동사는 저력이 있는 회사이므로 업황 회복시 목표가는 큰폭으로 상향 가능, 업황 분위기상 보수적으로 밸류에이션

기술상 위치


기술적으로는 하락세가 진정이 안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정찰병 수준이 아니라면 큰 비중의 자금을 섣불리 투입하는 것은 위험해 보입니다. 빨리 하락세가 진정되길 기원합니다.

주봉 추세 <출처:네이버, 클릭하면 커집니다>

결론


매우 탄탄하고 우량한 기업임은 틀림없습니다. 업황이 돌아서면 아주 빠른 속도로 영업 실적을 회복할 저력 있는 회사입니다. 당분간은 유가의 흐름에 집중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조선업이 회복되거나 유가가 상승하면 동사의 주가도 안정을 찾으리라 생각됩니다.

당장은 어렵지만 업황이 반전할 때를 위해 종목을 깔아두는 것으로..

2015년 1월 7일
송종식 드림


주의사항 :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저는 동사의 주주임을 먼저 알려드립니다. 본 포스팅에서 언급된 비지니스 전망과 현황, 수치, 지표 등은 모두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또한, 전적으로 제 주관적 의견들임을 다시 한번 알려드리며 개인적으로 학습한 내용을 다른 투자자분들과 교류하고 의견을 나누기 위해 작성한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본 포스팅을 토대로 투자 하시지 않으시길 부탁드리며, 투자 판단과 의사결정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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