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일본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일본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22년 9월 18일 일요일

IMF도, 내수 작음도 극복해 왔듯

인구위기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이제는 어린 아이들도 인구위기를 이야기 할 정도가 되었다. 저출산과 인구축소, 그리고 그로 인해서 파생되어 발생할 문제점에 대해 모르는 사람도 이제는 없다.

이미 가임기 여성의 숫자는 빠르게 줄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 모든 가임기 여성이 일제히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줄어드는 인구 트렌드를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인구가 줄어 든다고 주저 앉아서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 민족은 지금까지 많은 위기를 잘 극복해 온 유전자가 있다. 그리고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역발상 능력도 가진 민족이다.

온 국민이 힘을 모아 가장 빨리 IMF 구제금융 상황을 벗어난 것은 이제 두 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로 우리 민족의 자존심으로 남아있다.

인구 문제에서 한 때 일본을 부러워 하면서 항상 나오던 '1억 내수론'이야기가 있다. 인구가 1억은 넘어야 내수에서 생산과 소비가 잘 돌고 내수만으로 경제가 돌아갈 수 있다는 논리이다.

우리나라는 내수가 작아서 경제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상당히 많았다. 우리나라의 내수 시장이 작은 것을 이유로 들어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학자들과 경제 전문가들도 많았다.

실제 일본에 여행을 가면 보기 좋았던 모습들이 있다. 일본은 작은 점포들도 구석구석 사람들로 북적이는 경우가 많았다. 파리 날리는 우리나라의 점포들과 대조적인 기억이 참 많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내수가 작은 것을 기회로 만들었다. 오히려 수출에 강한 산업과 기업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제는 스타트업들 조차도 서비스 기획이나 창업 초기부터 해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는 경우가 많다.

'1억 내수론'을 통해 우리의 부러움을 샀던 일본은 오히려 이것이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한국이 작은 내수를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혁신하고 성장하는 동안, 일본은 갈라파고스화가 되었다.

실제 일본이 1990년대 중반 이후 제대로 된 경제 성장을 못하고 정체되어 있는 동안 우리나라 경제는 빠르게 성장했다. 

1인당 국민소득은 한국이 일본을 역사상 처음으로 앞질렀다. 불과 20~30년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난 것이다. 

구매력 기준 한국인의 1인당 소득은 이미 일본을 앞질렀거나 앞지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실제 가파른 엔저로 일본인들의 구매력은 더욱 낮아지고 있다. 이제는 한국인들이 일본인 아내를 맞이 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도쿄에서는 한국인 투자자들이 부동산 쇼핑을 즐기고 있다. 격세지감이다.

자료 : 연합뉴스

1960~1990년대 한국과 일본의 경제력 격차는 컸다. 개인 소득 기준으로 줄곧 6~10배 정도의 소득 격차를 유지하며 두 국가는 성장했다. 일본은 1990년대 중반에 고점을 찍고 방향타를 잃어버렸고, 한국은 지속해서 고성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국도 저성장 국면에 접어 들면서 일본의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이 늘었다.

자료 : 구글 퍼블릭 데이터 익스플로러

과거 한국과 일본의 개인소득은 10배 정도 차이가 났다. 덕분에 일본의 남성들은 한국에 내집 드나들 듯 기생관광을 왔다. 심지어 일본의 평범한 샐러리맨들 조차 한국에 첩을 두고 여러집 살림을 했다는 우스갯 소리도 돌았다. 이것은 사회문제로 비화되어 국가에서 이를 통제하는 수준에 이르기까지 했다. 어쨌든 이제는 일본 국민들 보다 한국 국민들이 더 부유한 삶을 산다.

자료 : 1973년 동아일보 사회면 <네이버 옛날 신문 아카이브>

극복하기 힘들 정도의 격차를 보였던 한국과 일본의 경제력. 덕분에 일본인 남성들은 저렴한 한국에서 기생관광을 실컷 즐겼다. 이 문제는 1970년대부터1990년대까지 한국의 암적인 문제였다. 기생관광의 절정은 역시 일본 경제 리즈시절이었던 1980년대였다.

자료 : 1995년 한겨레신문 사회면 <네이버 옛날 신문 아카이브>

물론, 일본은 여전히 기초과학 강국이다. 또한, 순채권국으로서 그 동안 벌어 놓은 돈으로 막대한 자산을 사들였고 이를 통해 나오는 이자 규모도 상당하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리는 컨텐츠 IP 최상위권에 아직도 일본산 컨텐츠들이 똬리를 트고 있다. 과거 명성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일본은 여전히 강대국임은 틀림없다. 우리도 현재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계속 긴장하고 나아가야 한다. 상황은 언제든 다시 뒤집힐 수 있다.

어쨌든 한국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위기를 기회로 바꾼 혁신의 결과였다.

현재의 인구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이 인구문제를 극복할 키는 크게 4가지 정도로 생각된다. 1) 외국의 노동력 수입, 2) 로봇 등 자동화 시스템 혁신과 확산, 3) 통일, 4) 초고부가가치 산업 육성과 이들의 해외 진출

일단 통일을 제외하면 이미 상당 부분 현실화 되었고 갈수록 더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부분들이다.

통일은 우리가 하자고 해서 되는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정치적 문제가 너무나 복잡하게 얽혀 있다. 통일 논의가 진지하게 진행되는 것 만으로도 자칫 사회의 대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우리의 기득권층 뿐 아니라 주변 강대국의 입김도 중요하다. 아주 민감한 문제이고 난이도도 높다. 

북한도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출산율 저하가 한국처럼 심각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자료 : populationpyramid.net

또한, 설사 통일이 된다고 해서 인구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북한도 상당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만약 북한의 인구피라미드가 정석적인 삼각형 피라미드 형태를 띤다고 해도 통일 이후에 들어갈 막대한 통일 비용이 문제다. 먼 미래의 인구 문제가 터지기 전에 코 앞에 경제 문제와 사회 소요사태가 먼저 터질 가능성이 높다.

거의 확실한 대안으로 가고 있는 이민자 문제도 민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적지 않은 국민들이 노동력 부족분을 이민자로 채워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정서적으로 이를 용인하기를 어려워 한다. 그동안 우리는 '한민족, 한 핏줄'이라는 교육을 받으며 자라 온 영향이 큰 것이다.

고급인력이 유입되는 것이야 다들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아직은 한국인이 하기 싫어하는 3D 업종이나 단순 업무를 위해 들어오는 노동자들이 많다 보니, 이들에 대한 공포증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또한, 우리나라가 중국화 되는 것 아니냐, 무슬림들의 성지가 되는 것 아니냐, 치안이 불안해 지는 것 아니냐와 같은 걱정도 뒤따른다.

지금 시골의 초등학교는 이미 다문화가 상당히 진행되었다. 심지어 학교에 따라서는 다문화 학생들이 토종 한국인 학생을 따돌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다문화로 나아가는 방향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사람들이 싫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수준은 이미 지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문화와 관련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그리고 투자자로서 앞으로 마음을 열고 더욱 많은 공부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단순히 '다문화를 찬성한다' 또는 '반대한다' 정도의 시선을 갖고서는 아무것도 대비를 하지 못할 듯 하다.

제조업 경쟁력, 스마트팩토리, 로봇 등 인간 노동력을 자동화 하는 부분도 이미 우리나라는 세계 최정상에 위치하는 국가다. 

하지만 경제활동인구가 앞으로 아주 가파르게 감소할 예정이므로 제조/SW/HW 부문 모두 더욱 많은 투자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끝으로, 기업들의 해외진출. 이 부분도 이미 회사들이 아주 잘 해 나가고 있다. '회사니까 뭐라도 하겠지'라는 말이 정말 맞다.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회사라는 집단이다. 그리고 누구보다 생존 더듬이가 잘 발달한 집단이 아니던가. 기업을 공부하다 보면 의외로 우리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많이 진행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오리온 매출 중 수출 비중

자료 : 오리온, 송종식

경동나비엔 매출 중 수출 비중

자료 : 경동나비엔, 송종식

라면 회사들 매출 중 수출 비중

자료 : 각 사, 송종식

사실 기업들의 본사만 한국에 위치하고, 돈을 해외에서 벌어 온다면 내수 인구가 줄어들든 말든 큰 상관은 없다. 물론, 고령화로 조세 압박은 조금 있을 수 있겠다.

오래전에 작성한 포스팅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1) 전 국민이 투자자/사업가가 되고, 2) 각자가 막대한 고부가가치를 올리는 역군이 되어, 3) 해외에서 돈을 벌어오는 방법으로 생존 전략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기업 뿐 아니라 개인들 사이에서도 그런 기류는 분명히 감지되고 있다.

상장사에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수출'에 대한 부분을 더욱 중요하게 볼 수 밖에 없다. 내수에만 집착하는 회사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시기가 머잖아 닥칠 것이다. 물론 이 경우도 1) 내수에서 Q나 P가 꾸준히 상승하거나, 2) 아직 규모가 작아서 내수에서도 당분간 성장할 여지가 많고, 내수를 다 채운 이후에는 해외로 나갈 여지가 많은 회사 정도는 들여다 봐도 좋을 것이다.

글이 중구난방이 되었다. 어쨌든 인구감소를 기회로 잘 활용한다면 1) 더욱 많은 글로벌 기업 배출, 2)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체질 전환, 3) 자동화 부문에서 세계 최강국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또한, 연간 수백 조 원에 달하는 시니어 시장에서의 경험을 해외로 수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2022년 9월 17일
송종식


2021년 4월 12일 월요일

풍전등화 미얀마와 대한민국의 운명

미중분쟁에 관한 이야기다. 특히 아시아 정세에 관한 것들이다. 남들도 다 아는 뻔한 이야기다. 오래전부터 생각하던 것들도 있고 최근에 업데이트 된 것도 있다. 장황하게 쓰기엔 시간이 좀 아까우니 간략하게만 정리를 해두자. 혹시라도 살면서 도움이 될지 모른다. 작게는 투자를 하면서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탑다운식으로 도움을 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자료 : 연합뉴스 장성구 기자

미국은 아주 오래전부터 미군의 해외주둔이라는 수단을 이용해서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을 써왔다. 서쪽으로는 아랍권, 동쪽으로는 필리핀-대만-한국-일본에 이르는 해상봉쇄를 통해서 중국을 압박해왔다. 아랍에 있던 일부 병력은 작년 트럼프 대통령 명령으로 올 1월에 다소 철수해서 숫자가 많이 줄었다.

중국의 해안지역은 필리핀에서 대만, 대한민국과 일본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이 봉쇄하고 있다.

자료 : 연합뉴스

중국은 이런 미국의 포위망을 풀기 위해서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을 구상하여 추진중이다. 육상 실크로드를 의미하는 일대(一帶), 해상실크로드를 의미하는 일로(一路)의 조합어다.

일대일로 전략은 첫째, 중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구상된 전략이다. 둘째, 미국의 중국 봉쇄망을 깨기 위한 전략이다. 일대일로의 루트를 보면 북미는 빠져있다. 일대일로 전략과 별개로 과학일대일로 전략에는 남미의 국가들이 포함되어 있다.

압박하고 막아두려는 자와 팽창하고 뚫고 나가려는 자의 싸움이다.

그러나 일대일로 정책은 수행이 쉽지 않은 상태다. 중국과 협력했던 나라들 대부분이 착취만 당한채 막대한 채무를 지게 되었다. 이용만 당한다고 느꼈던 여러 국가들이 일대일로 정책에서 발을 빼는 중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그 나라들이 협력을 해주었더라도 해상실크로드는 반쪽짜리 실크로드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대만과 필리핀의 바다는 물론이고 남중국해를 관통하기도 어렵다. 더구나 중국은 남중국해가 꼭 필요했기에 그 지역에 대한 욕심을 내면서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인근 국가들과 큰 마찰을 빚어왔다.

출처 : ESRI 2017

2017년의 자료이지만 지금도 크게 다른점은 없다. 중국의 서쪽은 '-스탄'나라들이며 그 옆에는 분쟁이 심각한 산유국들이다. 중국의 해상진출은 위의 그림과 같이 차단되어 있다. 적갈색으로 표현된 나라들이 위의 그림에서는 미국의 동맹국들로 한국, 일본, 태국, 필리핀, 호주 5개국이다.

짙은 파란색으로 된 부분은 군사적으로 압박되어 있는 해상구역이다. 대만은 1979년에 미국과 단교를 한 바 있다. 2020년대 들어서는 중국의 내정간섭이 거세지자 미국과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미국은 대만보호법등을 제정하며 대만지키기에 나섰다. 지리상으로도 대만은 중국의 해상을 압박하기 위해서 반드시 미국의 편에 서게 해야하는 중요한 지역이다. 대만 입장에서도 미국의 보호가 절실하다.

인도는 원래도 중국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최근에는 중국과의 분쟁이 날로 더 거세지고 있는 국가다. 반면, 미국과는 관계가 좋은 편이다. 인도의 많은 엘리트들은 미국으로 건너가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굳이 따지자면 반중감정은 심하고 미국과는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나가고 있는 나라다.

합리주의로 똘똘뭉친 베트남 역시 과거는 잊고 미국과 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면서 경제적 발전을 꾀하고 있다. 미국 역시 베트남이 지정학적으로 꼭 필요한 입장이라 두 국가의 협력과 우호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생각한다. 베트남과 중국의 경제교류 규모는 크지만 베트남 국민들의 반중 정서는 매우 거센편이라서 사실상 반중 국가라고 볼 수 있다.

태국은 예로부터 중립외교를 잘 했던 나라고 앞으로도 잘 할 것이라고 본다. 지금은 중국보다 미국의 힘이 월등하니 미국쪽에 잘 붙어있는 모양새고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 입장에서 남은 카드는 친중 국가인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다. 그러니 저 3개 국가를 통해서 해상실크로드를 개척해야 하는데 저 지역의 지도를 잘 보면 중국은 미얀마를 놓칠수가 없는 형세다.

아세안지역의 지도 <출처 : 구글>

중국은 자국에 우호적인 라오스-캄보디아를 이용해서 해상루트를 개척할 생각도 있을 것이다. 이미 캄보디아는 친중국가이고 라오스는 일대일로에 참여하여 상당한 빚을 진 상태다. 게다가 중국이 다른 친중국가에 쓰는 방법과 똑같은 방법을 라오스에도 쓰고 있다. 괴뢰화 시키려는 국가에 중국인을 상당수 이주시키는 전략이다. 머릿수를 이용한 동화정책인데, 이미 라오스에도 상당한 중국인을 이주시켜 수도 비엔티안은 인구의 1/8수준 까지 중국인 인구가 올라 온 상태다.

어쨌든 문제는 역시 2개 국가에 걸쳐 해상루트를 뚫어야 한다면 추후 갑자기 불거질 반중감정에 대한 대비가 중국 입장에서는 필요할 것이다. 그 지역이 친중 상태로 안정적이라고 하더라도 문제는 남중국해 분쟁이다.

중국-라오스 접경지역인 보텐을 거쳐 시아누크빌을 육상으로 도착한 후, 시아누크빌을 통해서 해상무역을 개시할 것이다. 이때 친미 국가인 태국의 앞바다를 지나야 하고 다양한 이해관계로 다른 국가들과 분쟁중인 남중국해를 지나야한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가 마주보고 있는 좁은 바닷길이 말라카 해협. 전세계 무역량의 25% 이상이 이 해상루트를 지나간다 <출처 : 구글지도>

중국 입장에서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이들 바다를 지나고 나서 말라카 해협을 지나야 한다는 것이다. 말라카 해협은 미국의 영향을 받는다. 중국을 압박하는 용도로 미국은 말라카 해협을 폐쇄할 수 있다. 물론 이때, 중국 뿐 아니라 우리나라와 대만, 일본이 모두 큰 타격을 입는다. 따라서 미국이 이러한 조치를 취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지만 조치를 취한다면 중국 무역선에 대해서만 타격을 가할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출처 : 아산정책연구원

중국 입장에서는 해상실크로드를 안정적으로 돌기기 위해서 백업 루트가 필요했는데, 거기가 바로 미얀마다. 지도에서 잘 볼 수 있듯이 미얀마의 해안선은 무려 1,930km에 이를 정도로 광활하다. 또한 그 방향도 서쪽을 향하고 있다. 벵골만을 지나면 곧장 아라비아해로 접근할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최적의 무역루트이자 안정적인 무역루트를 개척할 수 있는 미얀마를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중국 쿤밍에서 미얀마의 짜욱퓨 항구 그리고 스리랑카의 함반토타를 지나는 인도양 해상루트는 중국에게 남중국해를 지나는 루트보다 매우 안정적인 루트이다. 게다가 미얀마의 짜욱퓨 항 앞바다는 수십도 30m 이상으로 깊어서 대형 선박이 드나들기도 좋다.

그래서 중국은 송유관 투자 뿐만 아니라 짜욱퓨 등 항만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물론 이것도 협력을 하는 국가들이 잘 살도록 만들어 주기 위함이라기 보다는 자국의 이익을 뽑아먹기 위한 사업들이다.

중국이 마지막으로 백업을 해둔 항구는 파키스탄의 과다르항이다. 파키스탄은 중국과 우호관계에 있는 나라다. 과다르항의 이용권도 중국이 가지고 있다.

중국이 군사위기 등으로 말라카해협, 미얀마의 짜욱퓨항을 이용하지 못할 경우 최종적으로 파키스탄의 과다르항을 이용해서 부족하나마 무역을 지속할 수 있다.

과다르항은 아라비아로 들어가는 물류 수송의 요충지이자 군사적 요충지로써 그 중요성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지역이다.

다만, 송유관과 도로길이가 너무 길어서 투자금 대비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또한, 과다르항은 크기도 작아서 중국의 엄청난 물동량을 감당할 수도 없는 곳이다. 무엇보다 중국이 내심 두려워 하는 것은 과다르항으로 들어온 물류가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카스 지역을 지나야 한다는 점이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는 독립을 외치는 지역이며 정체성도 중국 본토의 한족 보다는 이슬람족에 가깝다.

송유관을 지키기 위해서 삼엄하게 경비를 하겠지만 이 지역에서 마음먹고 송유관 테러를 자행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골치가 아플 것이다.

또한, 과다르에서는 BLA 반군의 분리주의 테러도 극심하다. 이들은 중국인들을 노린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 파키스탄 역시 일대일로에 참여한 이후 중국에 대한 부채가 늘어 반중심리가 고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출처 : 아시아경제

중국은 또 다른 대안으로 북극항로 개척에 힘을 쓰고 있다. 거기에 대해 몇해전에는 '북극정책백서'까지 발간해 북극 개발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중국은 북극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대일로 정책과 별개로 북극에서도 영향력을 미치겠다는 의지가 담긴 '일도'정책도 수행중이다. 미국 역시 2019년에 그린란드에 영사관을 열었고, 남북극지역에서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3척의 쇄빙선을 배치해두었다. 러시아 역시 북극직역에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 미중러 강대국들의 패권경쟁이 극지방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동북아시아의 국가들은 기존의 동남아-아랍 지역을 이용하는 것 보다 암스테르담까지의 거리를 37% 단축시킬 수 있다.

북극항로는 원래 얼어붙어 있어서 여름 일부 기간을 제외하면 사용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인해 녹아 있는 기간이 늘어나는데다 쇄빙선 덕분에 항로개척이 가능해졌다. 쇄빙선의 도입과 운용이 워낙 비싸서 중국 입장에서 북극항로 이용에 큰 이점이 있겠냐는 의문도 있지만 일단 무역거리를 37%나 절감하는 것은 큰 유혹임에 틀림없다.

중국 북동부는 바다와 인접해 있지 않다. 따라서 북극항로를 이용하려면 기본적으로 북한의 나진선봉지역이나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를 이용해야한다. 자체 항구를 이용한다면 한반도를 조금 돌아는 가더라도 다롄항을 이용하여 북극항로에 오를 것이다. 

조금 연구해 볼 방법으로는 헤이룽장성의 Beijxiang 지역에서 러시아 지역으로 도로를 뚫어 야쿠츠크까지 연결한 후, 레나강을 지나 북극해로 빠져나가는 방법이다. 이것이 가능하면 북극항로의 길이는 더욱 단축된다. 레나강에 쇄빙선과 무역선이 다닐 수 있는지 여부와 수심 같은 것은 따로 조사해 보지는 못했다.


쿼드 참여 국가 <자료 : 연합뉴스>

쿼드의 출발은 2004년 남아시아 대지진 구호를 위해 미국, 인도, 일본, 호주 4개국 지도자들이 모여 관련된 논의를 하면서 시작되었다. 2007년에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제안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기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이 모임에서 하였고 2008년에 모임이 잠시 중단되었다가, 2010년에 중국이 남중국해에 영해 분쟁을 일으키자 다시 부활하였다.

최초 취지와 달리 쿼드는 인도양-태평양에 이르는 바다를 '자유롭고 열린공간'으로 만든다는 취지하에 중국 주도의 일대일로 패권주의 정책에 대항하기 위한 기구가 되었다. 

현재 한국, 베트남, 뉴질랜드가 쿼드에 추가될 가능성이 높은 나라들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 나라들이 추가되는 쿼드플러스는 일단 가능성이 낮지는 않으나 한국과 베트남은 미국과 중국사이에서 눈치를 보고 있다.

한국이 쿼드플러스에 들어가 합동훈련까지 참가할 경우 이는 중국을 적국이라고 대외 선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언제가지고 쿼드 참가를 미룰수도 없다. 쿼드플러스에서 한국이 제외되면 이 또한 심각한 안보위협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중국 팽창의 위협에 직접 노출된 나라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화약고 <자료 : Asia N>

미국이 자유주의 최후 마지노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방어 라인이 위 그림의 파란색 라인이다. 반면에, 중국이 생각하는 제1도련선은 한반도와 타이완을 포함한다. 중국은 일단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대부분을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에 두려고 한다. 중국이 팽창하면서 이것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중국이 생각하는 제2도련선에는 일본과 미국령 괌까지 포함된다. 중국이 생각하는 도련선은 해상방어선이다.

위의 간략한 상황으로만 보더라도 미중이 무력충돌 할 경우 싸움터가 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 중 하나가 한반도와 대만, 남중국해이다.

미중 간 무력 충돌 가능성이 있는 지역(노란색)
<자료 : 구글맵>

이상의 생각을 토대로 미중 간 무력 충돌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노란색으로 마킹해보았다. 

미중간 분쟁은 과거 미국과 구소련의 냉전체제처럼 1) 장기간 경제전과 과학전으로 흘러 갈 가능성이 높다. 2) 중국의 GDP가 미국을 많이 따라잡긴 했으나 핵을 제외한 군사력에서 중국이 미국에 대항하기는 아직 힘들다. 미국의 항모들이 중국 앞바다를 휘젓고 다니는 것만 봐도 이것을 알 수 있다. 남중국해에 중국 인공섬이 요새화 되고 있어서 더 시간을 끌면 미국도 점점 이 지역에서 답이 없어지므로 무언가 결단을 내릴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 국지전을 한다면 주로 중국 코앞에서 해상전의 형태로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4) 그보다 더 강한 충돌이 있다면 괴뢰국가나 동맹국을 이용한 대리전의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리전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거론되는 곳은 미얀마와 대만, 한반도 등지이다. 그러나 한반도와 일본은 경제적으로 위상이 높고 중요한 밸류체인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은 최빈국이자 최약소국인 미얀마에서 미중 대리전이 치러질 가능성이 더 높고 한반도에서 대리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당장에 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중국의 해안접경지에 위치한 국가들이 중국의 팽창과 미국의 저지선이 만나는 화약고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 남북전쟁을 위시한 미중 대리전이 발생하면 그것은 우리에게 가장 큰 재난이다. 이런 일은 막아야한다. 한반도에서 흘리는 피로, 일본과 중국 그리고 미국과 인접 국가들은 고도의 단물을 받아먹고 고속 성장의 동력을 다시 돌릴 것이다. 절대로 그래서는 안된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우리가 독자적으로 세력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 누구에게도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지금 당장은 이루어 질 수 없는 꿈이다.

중립국 선언은 현재 우리와 북한의 입장이 있어서 현실적으로 불가능 한 것이다. 주변 여건이 지금 같지 않아서 스위스처럼 중립국 선언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아무의미 없는 선언이다. 히틀러가 스위스를 밀어버리고 지나간 적도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로 미국이냐? 중국이냐? 양쪽의 갈림길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입장일 수 밖에 없다. 국가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라면 이 선택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경제는 중국에 거의 종속되어 가고 있는 상태다. 수출입 비중 모두 중국이 압도적인 1위이고 그 비중은 떨어질 줄을 모른다.

반면, 미국과의 교역량도 적지 않을 뿐더러 무엇보다 민주주의와 시장자본주의 가치를 함께 지켜나가는 동맹국으로서 군사적으로 절대적 의지를 하고 있는 입장이다.

출처 : 중앙일보

몇년 지난 자료기는 하지만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의 수입과 수출 대상국 모두 1위는 중국이다. 대중국 수출 비중은 대략 26~27% 수준이다. 이것은 특정 국가에 경제가 종속되었다고 봐도 될 정도로 위험한 수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저것만 볼 게 아니다. 홍콩 수출비중도 8~9%가 된다. 홍콩향 수출물량 중 8할이 다시 중국본토로 향한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 수출액의 1/3 정도가 중국을 향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주식 포트폴리오로 치면 중국에 집중투자를 하고 있는 셈이다.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는 지도자들 입장에서는 매우 어려운 상황은 맞다. 그러나 반드시 양자택일의 순간이 온다. 그렇다면 나는 주저없이 중국을 손절하고 서방권 국가들과 손을 잡겠다. 지도자가 아닌 훈수두는 내 입장에서 이 선택지의 답은 너무나 명확하다. 뭐 남의 말 하기 쉬운게 인간이라서 그렇기는 하겠지만.

물론, 중국을 대번에 끊어낼 수는 없다.

양자택일의 순간은 언젠간 온다는 생각으로 착실히, 은밀히 준비할 것이다.

1) 중국에 종속된 경제 족쇄를 조금씩 풀어나가야 한다. 중국과 무역하며 먹고 사는 사람들의 밥 그릇을 빼앗아서는 안 될일이다. 그러므로 적극적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여 전체 무역액을 더 힘차게 키워나가고 중국 의존도를 점차 줄여 나가는 것이다. 중국은 우리와 이념도 사고방식도 다르다. 그리고 호시탐탐 한반도를 자신의 소수민족 영토로 편입하기 위해 각종 공정을 하며 노리고 있다. 그런 부분은 감안하되 경제는 분리하여 서서히 떨어져 나가는 정책을 방향으로 잡는다.

2) 군사적 독립이 가능할 때 까지 군사력 증강에도 최선을 다한다. 특히, 어떻게든 핵을 확보할 수 있도록 비공식적으로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것은 서방 세계와의 단절을 의미할 수도 있는 것이나 어떻게든 이런 문제를 정치공학적(중국 책임론, 이스라엘형 묵묵부답 전략 등)으로 풀어서 전술핵이라도 자체 보유할 수 있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독립은 없다고 본다.

3) 민주주의 이념과 시장경제 체제를 공유하는 서방세력과 동맹을 더욱 강화한다. 중간에 애매하게 발을 걸친다는 느낌을 중국과 미국에 보내면서도 결정적으로는 미국의 우방국임을 미국에게 확신시켜 줄 여러가지 장치와 방법이 필요할 것이다.

여태 중국과 일대일로 정책을 함께 진행하다가 잘 풀린 나라가 하나도 없다. 전부 빚더미에 앉았다. 그에 대한 불만으로 파키스탄에서는 중국인에 대한 살인 폭탄 테러도 자행되고 있다.

멀리 안가고 북한만 보아도 그렇다. 과거 구소련의 줄을 타고 있을 때는 그럭저럭 굴러가던 경제가 중국 노선을 타고 나서는 완전히 망했다.

중국은 중화사상으로 똘똘 뭉쳐 있으며 다른 나라들은 오랑캐로 생각할 뿐이다. 개인적인 윤리 의식 수준도 낮다. 중국에서는 사기를 당하거나 계책을 당한 사람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사기를 치거나 계책과 술수를 잘 쓰는 사람은 인정해준다.

중국에 줄을 섰다가 우리의 인권과 권리와 국력을 모두 상실한 뒤에는 정말 답이 안 나올 것이다. 우리는 자력으로 진정한 독립을 이루기 전 까지는 서방세계에 붙어서 성장을 해야하고 그게 현재로서는 가장 유리한 노선이다. 실제 공산주의를 막겠다고 방패 개념으로 키워주긴 했지만 미국의 보호 아래 이 만큼 먹고 살만한 나라로 성장하지 않았는가? 대마불사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경제가 더욱 더 거대하게 성장하고, 세계 무대에서 발언권이 강해진다면 이민족들이 이 땅에 함부로 전쟁을 일으킬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도 중국도 각자의 최대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 있고 그럴 것이다. 선악구도의 프레임을 가지고 들어오면 곤란하다. 우리는 어느 쪽의 줄에 서야 최대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선택해야 한다.

거시적인 이야기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우리 각자가, 우선 내가 해야 하는 선택은?.. 이것도 간단한 것 같다.

1) 우선은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서 일하는 것이다. 그것이 모이면 국력이 된다. 아직은 미중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처지다. 그래서 언제든 분쟁의 땅이 될 염려가 있다. 그러나 앞서 서술하였듯이 국제 영향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제 아무리 미국과 중국이라고 해도 우리나라에서 뭘 어떻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얀마를 보라. 가난하고 못 살면 저렇게 남의 손에 유린을 당하는 것이다.

2) 투자자로서는 당분간 난이도 높은 선택들이 조금 있을 것 같다. 벌써부터 보유한 기업들 일부는 미중패권 분쟁의 영향으로 타격을 받는 것들이 생기고 있다. 앞으로 기업을 분석할 때는 이 부분도 조금 면밀히 들여야 볼 생각이다. 그리고 과거에도 그랬지만 중국과 엮여 있는 기업은 될 수 있으면 손을 대지 않을 생각이다. 엮에 있더라도 언제든지 발을 뺄 수 있거나, 뒤통수를 맞지 않을 회사들로 추려낼 생각이다.

투자자들에게도 곧 양자택일의 순간이 올텐데, 나는 주저없이 미국과 서방세계의 노선을 선택하겠다. 그들이라고 선한 존재도 아니고 악당과 같은 면은 매한가지로 많지만 그래도 독재보다는 민주주의가 낫고, 폐쇄주의 보다는 열려있는 시장경제체제가 좋지 않나 생각한다. 

미국은 아시아인 증오 정서와 범죄를 잘 막아야 할 것이다. 그것을 막지 못한다면 훗날 동양과 서양의 대결로 싸움이 번질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의 입지도 정말 애매해지게 된다. 물론 미국 역시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미국에서 이민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과 역량을 생각해보면. 부디 아시아인 증오 범죄가 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나길 바란다.

중국이 번성하면 한반도가 힘들었고, 중국이 분열하면 한반도가 융성했다. 지금은 중국이 번성하는 시기다. 중국의 팽창은 주변국들에게는 재앙이다. 그럴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고 또 그렇게 되어서도 안되지만 만에 하나 미국이 대한민국을 포기하거나 한반도가 중국의 성으로 편입되는 경우, 적어도 괴뢰 정부가 들어서게 될 경우를 대비해서 평소에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해두고, 여분의 달러를 해외 금융 기관에 예치해두고 사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인적 바람은 중국내 소수민족이 독립하고 중국이 분열되어 쪼개지기를 바란다. 그것이 우리민족에게 가장 큰 호재다.

그 이후의 답은 나중에 더 찾아보기로 하고 오늘 글은 여기서 마무리 짓자.

2021년 4월 13일
송종식


2020년 12월 16일 수요일

20대에게 거는 희망

위에서 아래로 많은 사람들이 입모아 말합니다. '우리나라의 미래는 점점 어두워지지 않겠냐'고요. 그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제시하는 이유는 많습니다. 가장 많이 드는 이유로 인구문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경제, 정치 문제를 비롯해서 지정학적 문제 등 다양한 이유를 듭니다.

그런 이유들을 들어보면 타당한 논리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시나리오를 짜서 대응을 해야할 뿐이죠.

그런 여러 전망이 나오는 와중에도 저는 일말의 희망을 보았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차세대인 20대들에게서 몇가지 희망을 보았습니다. 물론 이것이 세상의 흐름을 뒤집어 놓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작은 것도 나중에는 큰 것이 될 수 있으므로 유의미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세대 중 가장 힘든 세대


노인빈곤이 문제라고합니다. 일평생 열심히 산 죄 밖에 없는데 지나고 보니 가난한 노인이 되어 있었다는 토로를 하는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이것은 통계적으로도 나타나는 부분입니다. 분명 큰 사회문제 중 하나는 맞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살아 온 동안 한국은 고성장을 구가했습니다. 고성장의 단물 덕분에 취직은 쉬웠습니다. 월급만 모아도 집을 살 수 있었고, 자산의 가격은 착실히 상승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살면서 잡을 수 있는 여러 기회도 많았습니다. 작게는 공부에서, 크게는 투자와 사업 등 손을 뻗으면 쭉쭉 성장할 수 있는 사다리가 넘쳐났습니다. 

이런 모습은 2010년대 초중반 베트남에서도 나타났습니다. 그들을 통해 고성장을 구가하던 시대에 우리 어른들이 어떤 표정으로 젊은 시절을 보냈는지 유추할 수 있습니다. 2015년 당시 호치민에서 인터뷰 했던 베트남 학생들은 거의 대부분 행복해했습니다. 표정에는 행복감과 자신감이 넘쳐났습니다. 회사를 골라서 들어갈 수 있었기에 베트남 대학생들은 낙관적이었습니다.


고성장 시기의 한국 젊은이들 역시 그랬으리라 생각합니다. 또, 당시 남아있는 여러 영상 자료들을 봐도 대부분 좋았던 시절로 기억되는 것 같습니다. 정치적으로는 어두웠던 시기도 있었지만 어쨌든 사회는 역동적이었고, 경제적으로 고성장 하면서 먹고 사는 문제 보다는 미래에 대한 기대가 컸던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반면, 현재 사회에 진출하고 있는 20대의 어려움은 기성세대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에서는 작아지는 파이를 놓고 다투는 사람들의 신경전이 치열합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사회 곳곳에서 사람들은 예민해져 가고 있었습니다. 퍼뜩 기억나는 것이 같은 대학의 학우들끼리도 수능 점수 1~2점 차이로 니편 내편을 나누고 차별을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충격적이지만 그런 장면은 상징적인 변화의 단면일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가뜩이나 나눠먹을 파이는 줄어드는데, 올해는 코로나까지 덮쳤습니다. 원래도 힘들었던 20대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기업들은 신입사원 채용을 꺼립니다. 가급적 경력 사원을 원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일자리에 신입이 들어갈 구멍은 없습니다. 사업을 시작하는 것도 녹록치 않습니다.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에 고스펙을 가진 사람까지 지원하는 등 경쟁률이 100:1을 넘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청년들은 공무원이 되기 위해 몰렸지만 거기도 답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듯합니다. 그 20대 중 한명이 저라면 저는 어떻게든 헝그리 정신을 갖고 이 악물고 세상을 살아나가겠습니다만, 대한민국 모든 20대에게 헝그리 정신만을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전 연령을 통틀어서 금융자산 12억원을 보유한 사람은 인구의 1%라고 합니다. 국민 절반이 순자산 보유액 1억원이 안된다고 합니다. 월 수입 200만원을 못 받는 사람이 국민 과반이라고 합니다. 상황이 이러니 20대 친구들 중에서 부모가 부자인 사람은 거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부분이 흙수저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원래도 20대가 부자일 수는 없습니다. 일찌감치 재산을 물려받았거나, 스포츠/연예 스타이거나 스타트업 창업이나 투자로 큰 부를 거머쥔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죠.

기본적인 소득조차 올릴 수 있는 구멍이 다 막혀버리니 20대는 숨 쉴 구멍이 없습니다. 이러니 능력이 되는 사람은 해외로 유출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해외에 나갈 상황이 안되는 사람들은 극단적인 것들에 노출되기 시작합니다.

기성세대는 지금 20대가 노력과 악이 부족해서 그렇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제가 보기엔 아닙니다. 고성장 시대에 단물을 빨던 세대가 지금 20대에게 '노력'을 말하기는 부끄럽다는 생각입니다. 현 20대들은 훨씬 더 노력하며 살지만 삶이 녹록치 않습니다. 20대 입장에서는 기성세대가 던지는 호통이나 위로의 메시지가 귀에 닿지 않는 이유일것입니다.

다만,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20대 동생들에게 '노력의 방법'을 바꾸어보라는 조언은 하고 싶습니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서 청춘을 도서관 책상머리에서 보내고 있는 것은 방법이 잘못된 것입니다. 노력은 인정하지만 방법을 바꿀 필요는 있습니다.

어쨌든, 노인 빈곤도 문제이지만 앞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갈 청년들의 빈곤이 더 문제입니다. 청년들이 어깨를 펴지 못하면 나라의 미래는 없습니다.

정치


20대, 특히 20대 남성들의 정치 성향은 다른 세대의 그것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윗 세대는 '니편이냐? 내편이냐'를 따지는 계파주의 성향을 보였습니다. 물론, 부동층이나 중도라고 하는 사람들도 존재는 합니다만, 한국 정계의 주류 세력은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을 놓고 다투는 거대 좌우세력입니다.

하지만 조금 더 돋보기를 갖다대고 보면 단순한 진보와 보수의 이념을 갖고 다투지 않습니다. 한국의 주류 세력은 이념이나 나의 신념 보다는 '우리편'이 주장하는 것에 목소리를 맞추고, 상대가 하는 이야기는 이유없이 반대만 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임을 알 수 있습니다.

패거리 정치 수준을 못 벗어나다보니 우리나라의 정치는 국가의 수준에 비해서 가장 떨어지는 분야라는 말이 끊이질 않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제가 어릴 때도 나왔고, 대학 시절과 군에서도 들었고, 현재도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특정한 사안을 놓고 상식과 논리, 여러가지 근거에 기반하는 게 아니라 그저 상대가 주장하는 것에 반대만 하려고 하다보니 대중들이 보기에는 말도 안되는 법안과 정책이 속출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나라의 성장 가능성을 저해시킬 뿐 더러, 국민의 행복도도 떨어뜨리고, 사회를 전반적으로 망가뜨리는데 일조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20대는 다릅니다. 주위에 20대 동생이나 후배들이 있다보면 한번 물어보세요. 이들은 정확하게 '나는 좌파야'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드물고, 그렇다고 '나는 우파'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드뭅니다.

윗 세대가 집단주의 성향이 강했다면 이들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합니다. 그리고 추상적인 말 장난이나 감성보단, 확실한 실리를 추구하는 성향도 강합니다.

이들이 정치인들에게 내는 목소리를 들어봐도 그렇습니다. 이들은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 않습니다. 그저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며 사리에 맞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편을 들어주고 그렇지 않으면 확실히 비판하고 분노합니다.

20대는 문재인 정부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들 시각에서 상식에 어긋나는 여러가지 정책과 언행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걸 두고 보수 야권에서는 20대 민심 잡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20대가 보수 야권을 지지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 기성세대들은 조심스러워야합니다.

현재 20대 친구들은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진 일의 부당함에 반기를 들고 촛불을 들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때 촛불을 든 친구들이 지금은 문재인 정부를 향해서 온갖 비토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저는 논리와 합리를 추구하는 20대의 정치성향을 보고 일말의 희망을 느꼈습니다. 윗 세대가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하고, 20대가 사회의 중추세력이 되면, 우리나라 정치의 고질병인 '편가르기 정치'가 막을 내릴수도 있겠다는 그런 희망입니다.

젊은 사람은 '진보', 나이 많은 사람은 '보수'라는 어이없는 세대 가르기도 이미 시대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느낌입니다.

논리와 정책으로 싸우고, 상식과 합리주의에 근거해서 돌아가는 그런 환상적인 정치환경을 꿈꿔봅니다.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현실에서 100% 그런 세상이 구현되긴 힘들겠지만 말입니다.

경제


우리나라는 부동산'만'의 공화국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금융 투자에 무지하였으며 두려워하였습니다. 특히, 경제를 구성하는 핵심축인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도박하는 것' 정도로 치부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인식은 고위 경제관료들을 통해 확인된 바 여전히 뿌리 깊이 박혀 있는 인식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기업가 정신에 관해서도 불모지나 다름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되도록 기업가가 되기 보다는 취직을 하거나, 공무원이 되려고 하였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스라엘처럼 창업국가가 되어야하고, 유럽의 강소국가들이나 유대인들처럼 전국민이 금융을 잘 아는 금융투자형 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국가 전체적으로는 소수의 외침에 불가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변화가 없을 줄 알았던 우리나라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 2월 초에 썼던 글에서 저는 서점가에서 특이사항이 발견된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 특이사항은 바로 '주식투자서적의 약진'이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주식투자 서적이 판매량 최상단으로 올라와 있었습니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사이비 주식전문가들이 쓴 차트책이나 '나 얼마벌었다'류의 책들이 아니라 피터린치, 벤저민 그레이엄, 필립피셔 같은 대가들의 고전서가 상위에 포진했습니다.

금융투자에 대한 대중의 인식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쨌든 3월 시장폭락 이후 3월 말 부터는 누군가가 만든 '동학개미운동'이라는 단어가 널리 퍼지기 시작했고, 그 사람들의 실체와 막강한 자금력이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올해는 그 개인투자자의 힘이 연중 내내 막강했던 해였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이 3월에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고 이미 그 전부터 공부와 준비를 하며 벼르고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강세장의 기저에 유동성의 힘도 없지는 않지만 개인투자자들은 확실히 변했습니다. 이전보다 '열공'하는 분위기는 확실히 확인이 됩니다. 특히, 투자철학과 기업분석 등 제대로 된 투자를 하는 사람이 제 주변에서도 많이 늘었습니다.

20~30대를 중심으로 한 투자와 투자공부에 대한 열기는 하늘을 찌를 기세입니다. 올해 계좌 개설의 주축도 40대 여성과 20대 라고합니다.

앞서 살펴 본 대로 20대 청년들의 신분 상승 사다리가 많이 걷어 차여진 상태입니다. 이제 남은거라고는 영끌해서 부동산 투자에 뛰어드는 것과 주식 투자 정도입니다. 아무래도 부동산은 이미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한데다 대출도 막혀버렸고, 또 대출에 대한 부담도 아직은 많이 느끼는 세대다 보니 상대적으로 진입하기가 쉽고, 가격 변동성이 큰 주식 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유동성의 힘도 유동성의 힘이지만 세상 사람들 모두가 이제는 주식을 신분상승의 사다리로 붙잡고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20대 친구들의 태도를 보면 분명히 다음 하락장에 쓸려나갈 사람들도 보입니다. 이것은 시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고 반복되는 패턴입니다. 급한 마음에 매우 투기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분명히 변했습니다.

특히 이번 3월에도 사람들은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였습니다. 시장 폭락에 겁내지 않고 용감하게 주식을 매수하는 모습말이지요. 개미라는 단어가 과거에는 경멸조로 쓰였지만 이제는 언론과 기관도 감히 그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20대 친구들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국민은 금융문맹자야'라는 이야기는 사라질지도 모르겠다는 가능성을 품어봅니다. 이제 이들은 금융 문맹자가 아닙니다. 적극적으로 금융을 활용해서 살아가기 시작한 세대로 보입니다. 그리고 또, 기성세대 역시 디레버리징 되는 국내 시장을 벗어나서 글로벌 시장에도 과감히 투자하고 있습니다.

금융으로 먹고사는 유럽 강소국가들

과거 일본과 같은 나라가 그랬듯, 그리고 금융으로 먹고 사는 유럽의 강소국가들이 그랬듯 우리도 이제 비로소 제 길을 찾아간다는 느낌도 희미하게나마 듭니다.

많은 전문가들과 오피니언 리더들이 바랐던 대로 한국은 서서히 창업국가, 금융으로 먹고 사는 투자 국가로 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장은 산재한 문제점이 너무 많고, 미래를 어둡게 보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20대 친구들에게 일말의 희망을 걸어봅니다.

2020년 12월 16일
송종식 드림


2019년 12월 12일 목요일

복고열풍

" 인간은 현재를 비난하고 과거를 찬미한다 "

에드워드 기번이 쓴 로마제국쇠망사에서 봤던 이 문구는 몇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저의 뇌리에 강렬하게 남아있습니다.

10, 20대 한국 남자라면 누구나 다가 올 군입대에 대한 공포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군대에 있는 동안에는 시간이 가지 않아서 너무나 괴롭고 지루한 시간을 보냅니다. 여차저차 전역을 하고 사회에 나와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문뜩 군생활이 그립게 느껴집니다.

여자는 현재 만나는 남자 친구가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다른 남자를 만납니다. 대개 그 신선함과 사랑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오히려 직전 애인을 그리워합니다. "그래 인간은, 남자는 다 똑같지 그래도 걔가 나았다"

대통령은 욕을 먹는 자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수천만명의 사람들에게 숱하게 욕을 먹습니다. 누가 대통령을 하더라도 마찬가지 입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현재 대통령에 만족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정권을 교체시킵니다. 그리고 오래가지 않아 새 대통령도 마음에 들어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또 정권을 교체시킵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은 옛 대통령이 그래도 잘 했다고 하면서 그 대통령 시대를 그리워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한번쯤 어린 시절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그 시절을 그리워합니다. 가끔 초등학교 시절에 썼던 물건들이나 그때 했던 놀이들을 모아서 보여주는 TV프로그램이나 온라인 게시물이 뜨면 이미 사회인이 된 성인들은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열광합니다.

원래 사람의 본성에 어느 정도 과거를 그리워 하는 본능은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것이 본능을 넘어서 더 짙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물론 만고 제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제 개인 블로그니까 별다른 팩트 제시 없이 생각나는대로 막 써보겠습니다.

(C)  tvN

응답하라 19XX시리즈는 그냥 인기가 있는 수준이 아니라 사람들의 열광적 반응을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습니다. 특히, 1960~8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에 젊음을 보냈던 사람들이 그리워 하던 저 시절에 대한 향수를 굉장히 잘 그려내 주었습니다.

1998년 SBS 인기가요 라이브
<출처 : 유튜브 SBS KPOP CLASSIC>

SBS가 옛날 인기가요를 24시간 틀어주는 채널인 'SBS KPOP CLASSIC' 채널은 많을때는 동접자가 수 만명에 달하기도 합니다. 24시간 끝없이 90년대 노래를 틀어주는데다, 채팅창에서는 옛 기억을 간직한 사람들이 부지런히 대화를 나눕니다. 그래서 이 채널의 별명은 '온라인 탑골공원'입니다.

TV손자병법 1987
<출처 : KBS Archive : 옛날티비>

KBS에서도 옛날에 했던 방송들을 모아서 유튜브에 'KBS Archive 옛날티비'라는 채널을 만들어서 운영중입니다. 손자병법 1회 방송이 1987년에 방송했으니 저는 걸음마를 갓 떼었을 때네요. 그래도 신기한게, 손자병법이 시작할 때 나오는 BGM이 귀에 무척이나 익숙했습니다. 저 방송이 1990년을 넘어서까지 했으니 아마 어릴적에 즐겨봤던 기억이 남아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당시 직장인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사무실에 개인 컴퓨터가 없는 것, 지금으로치면 철컹철컹 할지도 모르는 여직원들에 대한 희롱, 사무실 안에서 담배 피우기.. 같은 모습은 조금 낯설고 충격적입니다. 어쨌든 기록은 남겨두니까 참 좋기는하네요. 문제는 KBS에서 남은 자료가 없어서 시청자들께서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방송을 제공하시는 거라고 합니다.

유튜브, SBS 복고채널

SBS는 사람들의 이런 감성을 잘 파악했습니다. 아까 소개드렸던 온라인 탑골공원 말고도 따로 복고채널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SBS의 오래된 프로그램들을 다시볼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현재 이 채널의 구독자는 20만 명을 코앞에 두고 있고 누적 조회수는 1억 5,000만 회에 이릅니다. 죽어있는 컨텐츠를 사람들이 많이 유입되는 플랫폼으로 끄집어내서 부가수입을 톡톡히 올리고 있습니다.

유튜브를 가장 잘 활용하는 기존 방송사로 생각되는 SBS는 이외에도 유튜브에 수 많은 SBS 부가 채널을 만들어서 운영중입니다. 드라마 공식 채널인 Catch는 구독자 90만 명에 누적 조회수가 7억회에 이릅니다. 예능 채널인 SBS ENTER PLAY의 구독자는 142만 명에 누적 조회수는 8억회입니다. 이외에도 수많은 채널이 있으며 가끔 공중파에서 하는 방송을 라이브로도 해주는 메인 채널인 SBS NOW는 구독자 307만명에 누적 조회수는 31억회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거 공중파 방송사들은 컨텐츠 제작과 유통을 동시에 겸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양상을 보니 컨텐츠는 방송사에서 쥐고 있지만 이걸 제대로 유통하려면 결국은 외부 유통망(유튜브 등)을 잘 이용하는 쪽으로 변해야 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 공중파를 시청하는 사람보다 유튜브를 보는 사람이 훨씬 많으니 이해는합니다. 망할 줄 알았던 공중파들은 생각보다 자신의 역할을 빠르게 재정립하면서 잘 적응하는 것 같습니다.

전부 확인해보지는 못했지만 SBS는 유튜브 광고수입이 무시하지 못할 숫자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글을 쓰고 나서 분석을 한번 해봐야겠습니다. 숫자가 나와주면 좋고 안나오면 그만이구요.

이야기가 옆으로 잠시샜는데, 복고열풍은 우리나라만의 것은 아닙니다.

부활하는 일본의 공중전화
<출처 :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j_dig>

한때 세계 2위의 규모와 활력을 자랑하던 경제가 수십년째 쪼그라들고 있는 일본, 일본에서의 복고 열풍은 우리의 그것을 뛰어 넘는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공중전화를 그리워해서 공중전화 설치대수가 늘어나는가 하면 쇼와 시대의 그리운 정서를 타게팅한 비지니스도 성업하고 있습니다.

음식 뿐 아니라 패션까지 8090년대의 복고풍으로 연출하여 입고 다니고, 롯폰기힐즈에서는 멸종한 줄 알았던 카세트테이프를 쓰는 젊은이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일본인들은 쇼와시대, 특히 80년대 경제팽창기를 매우 그리워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90년대 리즈시절을 그리워하는 것 처럼요. 현재와 미래에 대한 기대가 없어서 그런것일까요?

한국, 일본, 홍콩 3개국의 GDP 성장률
<출처 : Google Data Explorer>

GDP 성장률 감소는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그러나 개발된 동북아 국가들은 그 기세가 조금 드라마틱합니다. 위의 그래프를 보시면 홍콩과 일본, 우리나라는 꾸준히 성장 하긴했으나 성장률은 1950년대 전쟁이후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런 자본주의의 장기활력을 되돌리고 번영하는 길은 전쟁뿐이라고 말하는 극단주의자도 있습니다. 덜덜. (흠좀무)

서서히 우하향하는 우리나라도 2010년대 들어서는 성장률이 맥을 못 추는 저성장 시대에 진입하였습니다. 일본은 진작에 저성장 시대에 진입을 하였고요.

어쨌든 글의 서두에서 썼듯이 과거를 동경하고 찬미하는 것은 인간 본성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점점 떨어지는 GDP 성장률을 보면 알 수 있듯, 사람들은 점점 더 격한 생존경쟁으로 내몰리고 있고, 몸과 마음이 지치다보니 더욱 옛 생각이 날 수 밖에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먹고 살기가 힘들면 예전 생각을 많이 하는게 사람이기 때문이죠. 서글프지만 관련된 비지니스나 투자처가 있을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2019년 12월 12일
송종식 드림


2019년 12월 7일 토요일

지금 한국주식 비싼가? 싼가?

애플사의 시가총액이 한국 코스피 시장을 추월했습니다. 한 국가의 주식시장 규모가 단일 기업 하나보다 작은 수준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의 시가총액이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을 추월했습니다. 한쪽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은 터질 듯 팽창중인데,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은 계속 쪼그라들며 빙하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 거래대금 / 시가총액 -
사람들은 한국 주식시장에 관심이 없고 거래량은 말라 붙었다
<자료 : 송종식, 클릭하면 커집니다>

시장 하방을 가늠하기 위해 무의미한 숫자놀이에 가담하다


최근 한국 시장을 버리고 떠난 다는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저는 그럴수록 한국 시장에 더 애착이 생깁니다. 남들이 열광하면 떠나고 싶고, 남들이 침을 뱉고 떠나면 사고 싶습니다. 아마 많은 가치투자자께서 저와 비슷한 심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래 시장은 잘 안 봅니다. 다만 요즘 한국 시장이 욕을 워낙 많이 먹다보니 한국 시장의 위치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몇가지 숫자들만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뉴스와 사람들의 뷰는 시시각각 변합니다. 오르면 오르는 논리와 이유가 뒤따라 붙습니다. 내리면 내리는 이유가 뒤따라 붙고요.

시장의 배당수익률 추이


2002년 봄 ~ 2019년 겨울까지 한국 시장 배당수익률 추이
<자료 : 송종식, 클릭하면 커집니다>

주가를 방어하는 '최후의 보루' 중 하나를 꼽으라면 배당수익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배당수익률은 '연간배당금/현재주가'로 계산합니다. 주가가 떨어지면 배당수익률이 높아집니다. 가령 매해 주당 1,000원씩 배당을 주는 기업이 있다고 합시다. 이 회사의 주가는 연초에 50,000원이었습니다. 세금을 감안하지 않은 배당수익률은 2%입니다.

이 회사의 주가는 슬금슬금 떨어져서 지금은 10,00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외부 요인을 감안해야겠지만 외부 요인의 변동은 전혀 없다고 치고 계산하면 배당수익률은 무려 10%가 됩니다. 현재 금융권의 예금 이자를 생각해보면 어마어마한 배당수익률입니다.

따라서, 회사의 실적과 배당정책에 큰 변화가 없다면 주가가 낮아질수록 배당수익률이 높아지므로 매력적이게 됩니다.

위의 그래프를 보면 우리나라 시장은 배당수익률 3% 선이 최후 방어선으로 작동돼 왔습니다. 2000년대 초반이 그랬고,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로 전세계 금융시장이 붕괴될때도 그랬습니다. 물론 개별주로 들어가면 일시적으로 배당수익률이 10%를 넘는 종목들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시장의 배당수익률을 체크해보니 현재 2019년 겨울의 시장이 어느 정도에 위치해 있는지 대충 가늠이 되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그리고 2010년부터 2015년까지는 배당수익률이 슬금슬금 떨어집니다. 그것은 그 시기에 주식 투자자들이 주식투자를 통해서 돈을 벌기 쉬웠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주식이 생각보다 잘 올랐던 시기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가치투자 베이스의 슈퍼개미들은 2002~2004년 사이부터 시작한 사람들중에서 많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2008년~2015년 사이에 투자를 시작한 사람들이 돈을 좀 벌었습니다. 쓸모없는 거시에 대한 소식이나 뉴스로 인한 소음은 되도록 무시해야 하지만 밸류에이션 수준으로 가늠해봤을 때 분명히 투자를 하기에 좋은 시기가 있는 것은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시장의 배당수익률은 2.5% 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배당수익률만으로 보면 매력적인 국면에 오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회사들의 당기순이익이 감소하면 배당수익률이 왜곡될 수 있습니다. 2019년 온기 실적들을 체크하고 그것과 비교해서 확인해야 하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시장의 PBR 추이


2002년 봄 ~ 2019년 겨울까지 한국 시장 PBR 추이
<자료 : 송종식, 클릭하면 커집니다>

PBR밴드는 배당수익률과 역으로 움직입니다.

지나간 길을 결과론적으로 이야기 해 보자면 2003년, 2008년이 시장 바닥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시장은 PBR 1배를 잘 깨지 않고 움직이는 편이었습니다. PBR 1배를 깰때는 가파르게 깹니다. 그리고 곧장 다시 PBR 1배를 회복해왔습니다. 물론, 훨씬 이전의 데이터도 봐야겠지만 과거 20년을 놓고 보면 그렇습니다.

현재는 과거와 약간 다른 모습이기는 합니다. PBR1배가 깨진게 2018년 여름입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PBR 1배 회복을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PBR 1배를 깰 때, 시장이 급락한게 아닙니다. 2011년을 기점으로 시장 PBR 밸류에이션이 슬금슬금 낮아져 오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보통 시장의 급락은 실물 경제보다는 금융 시장 자체 문제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장기간 밸류에이션이 빠지는 건 마치 서서히 침몰하는 타이타닉을 보는 것 같아서 으스스합니다.

그리고 논외로 PBR 밸류에이션의 흐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역시 2002~2003년부터 투자를 시작한 사람들은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08년까지 강세장의 수혜를 받으며 막대한 돈을 벌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 이후에는 2008년 이후 시장이 회복되면서 기회가 한번 더 나타났습니다.

PER을 주가 상방을 보는 도구로, PBR을 하방을 보는 도구로 많이들 활용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PBR이 주가 하락을 방어해주는 절대적 보루라고는 또 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시장 PBR위치는 시장이 고평가 구간 보다는 저평가 구간에 있음을 말해줍니다. 시장이 기록을 갱신하고 계속 빠질지 PBR 0.6~0.7배 수준에서 하락을 멈추어 줄지가 궁금합니다.

시장의 PER 추이


2002년 봄 ~ 2019년 겨울까지 한국 시장 PER 추이
<자료 : 송종식, 클릭하면 커집니다>

이 그래프가 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앞서 배당수익률, PBR 지표로는 시장이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내려 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익단을 확인해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PBR기준으로 시장은 점점 싸졌는데, PER은 높아지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기업들이 돈을 잘 못번다는 이야기입니다. 2019년 들어서 기업들은 돈을 더욱 못 벌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2019년 연간배당수익률도 낮아질 가능성이 있으니 배당수익만으로 시장의 하방을 찾기도 무리가 생깁니다.

기업을 힘들게 만드는 정책 기조들과 주변국의 대국굴기


다음부터 할 이야기는 절대로 정치 이야기가 아니니, 송구스럽지만 정치적인 논쟁은 사양하겠습니다. 저는 정치를 잘 모릅니다.

저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체력이 약해진데에 3가지 정도의 큰 이유를 꼽고 싶습니다. 1) 중국이 급부상 하면서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을 잠식해왔습니다, 2) 아베노믹스로 돈 풀기에 성공한 일본이 가격 경쟁력으로 국제 무대에서 한국 산업을 짓눌러 왔습니다, 3) 2018년 들어서 한국의 법인세율이 3%p 상승하였습니다. 손익계산서에서 당기순이익을 갉아먹는 요소가 하나 더 추가되었습니다.

1)번과 2)번 문제는 사실 우리 내부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니 간접적 대응과 준비는 할 수 있지만 우리가 직접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3)번은 조금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승승장구 하고 있다면 조금 이해할 법도 합니다. 그러나, 사면초가에 몰린 우리 기업들에게 세제 혜택을 주고, 규제를 풀어줘도 모자란 마당에 법인세율을 올려버리는 오판을 하였습니다.

물론 정부의 입장도 이해는 됩니다. 고령 인구는 늘어나고 국민 부양에 들어가는 지출은 커지는데 딱히 세수를 더 걷을데는 없는 상황이니, 법인세를 올렸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법인세를 올리는 판단보다는 내리는 판단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법인세율이 3%p 오른 것은 얼핏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손익계산서 단에서는 EPS를 크게 갉아먹습니다. 3%p 그 몇배이죠. 게다가 우리와 경쟁하는 위치에 있는 주변국은 일제히 법인세를 내리고 있습니다. 각 국가들이 자본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이죠. 우리가 3%p의 법인세율을 올리고, 경쟁국에서 10%p의 법인세를 내리면, 각 국가별 기업들의 EPS는 압도적으로 벌어지게 됩니다. EPS는 기업 펀더멘털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해보면 현재 주식 시장의 움직임도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시장의 센티멘트는 펀더멘털보다 더 과격하게 움직입니다. 돈은 겁이 많습니다. 조금만 매력이 떨어지거나, 이런 저런 사항으로 겁을 먹으면 돈은 빠르게 도망갑니다. 돈은 국가와 국가를 넘나듭니다. 더 매력적인 나라, 더 매력적인 기업으로 순식간에 이동합니다.

법인세를 내리고 기업을 하는데 장애가 되는 규제 몇개만 풀어줘도 국내로 들어오는 자본이 늘어날 건 자명한 이치입니다. 자본이 들어오면 국내에서 활동하는 기업도 늘어날테고, 그것은 오히려 법인세수가 늘어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럴때 일수록 더 강력하게 기업 우호적 정책들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정책이 바뀐다면 시장 분위기 반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변 주요국의 최근 시장 움직임과 법인세율 변동 추이
- 위에서 부터 대만, 일본, 미국, 한국 -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정책들과 국내 기업들의 펀더멘털과 투자자들의 센티먼트가 모두 훼손되고 있는 상황
<출처 : Trading Economics, 클릭하면 커집니다>

한 국가의 주식 시장을 움직이는 힘은 복잡계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몇가지 이유 한두개로 움직이진 않는 다는것을 잘 압니다. 그래서 법인세율 변동추이와 지수 차트를 올려두었다고 혼내는 분들도 계실텐데, 여러가지 의미를 내포하는 상징적 의미로써 올려둔 것이니 단순히 참고만 하여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시장 불신의 원흉, 일부 부패한 기업가와 최대주주들의 문제


그리고 정책이 지원은 커녕 기업들을 궁지로 내모는 것 외에 기업들도 문제가 많습니다.

저희는 분명히 '주식을 1주라도 가지고 있으면 그 회사의 주인이다'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한국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회사는 최대주주 일가의 소유라고 생각하는 오너들이 많습니다.

주식시장은 다른 사람 주머니에서 돈을 빼내서 고통분담을 하는 용도로만 사용합니다. 그리고 회사에서 나오는 과실은 최대주주일가끼리 나눕니다. 이것은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모럴헤저드입니다. 최대주주 또는 오너 일가가 회사의 이익을 다른 주주와 나누지 않고 빼돌리는 방법은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그런 것들에 대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합니다.

또한, 경제 사범은 미국처럼 다시는 사회에 발 붙이지 못할 정도로 엄하게 처벌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경제 사범에 대한 처벌이 너무 약합니다. 그들이 사회와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죄를 짓는것에 비해 처벌은 미약하니 당연히 사기를 치거나, 모럴헤저드를 범할 유인이 더 큰 상황입니다.

이번글은 우리나라 주식 시장의 문제점에서 대해서 다루는 글이 아니니 이런 이야기는 대충 이 정도선에서 마무리 하겠습니다.

이유는 갖다 붙이기 나름, 역발상 투자자와 청개구리들의 기회


요즘 돈은 클릭 한번으로 쉽게 국가를 넘나듭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인식은 해저를 관통하는 비트의 움직임 만큼이나 빨리 변합니다. 오늘의 루저가 내일의 위너가 되고, 오늘의 위너가 내일의 루저가 된다는 말은 요즘은 그 텀이 더 짧아졌습니다. 몇몇 기업들은 어제까지만 해도 망한다 소리가 나오다가도 주가가 조금만 반등하면 금세 그런 이야기는 사라집니다. 사람들의 인식은 더욱 극단적이고, 단기적으로 변했습니다. 이럴때 일수록 청개구리적인 태도가 투자에는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경제는 침체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러나 인구 5,000만의 이 나라는 한편으로는 그렇게 만만한 나라도 아닙니다. 1) 몇가지 정책적인 리스크가 걷히고, 2) 과도하게 낮아진 밸류에이션이 주가를 위로 튀어 오르게 할만한 요소로 기대할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국가의 뿌리와 틀이 바뀌어야 될만큼 어려운 시기는 맞다는 생각입니다.

어쨌든 지금은 유명한 몇몇 골수 가치투자자들 마저도 한국 시장은 답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들마저도 힘들다고 한국 시장에서 떠나는 시국이라서 저는 반대로 한국 시장에 더욱 애착을 갖게 됩니다. 남들이 좋다고 말하면서 인식이 개선되면 지금처럼 싸게 사기가 힘듭니다. 항상 남들의 인식이 바닥일 때 사야합니다.

- 12월 7일 현재 각 나라의 GDP 대비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비중 -
미국 시장은 현재 GDP대비 시장 시가총액의 비중이 역사상 최고 수준인 149%를 찍고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반면에, 역사상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든 나라들도 보인다. 무엇이 이런 결과와 차이를 낳았을까?
<출처 : Trading Economics, 클릭하면 커집니다>

마켓타이밍은 누구도 잴 수 없습니다. 얼마간은 지금과 같은 추세가 유지될 수도 있습니다. 오르는 미국 시장이 계속 오르고, 한국 시장은 계속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다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기조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뒤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9년 12월 7일
송종식 드림


2017년 9월 29일 금요일

교토맛집, 철학의길 중간쯤 있는 요지야카페(よーじや, Yojiya Cafe)

철학의 길을 이용하면 은각사(긴카쿠지, 지쇼지)와 남선사(난젠지)를 걸어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은각사와 남선사의 도보 거리는 대략 2.5km 정도 됩니다. 성인 걸음으로는 30분 정도 걸으면 됩니다. 저는 아이와 함께 걸어서 훨씬 오래 걸렸습니다.

긴카쿠지 - 철학의 길 - 난젠지 여행 코스에 포함할 경우


아래에 첨부해드리는 경로를 이용하시면 긴카쿠지와 난젠지간의 이동을 걸어서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중간에 철학의 길과 요지야 카페도 모두 즐길 수 있습니다.

철학의 길을 이용한 지쇼지와 난젠지 루트 (클릭하면 커집니다)
<출처 : 구글맵, 송종식>

성인 걸음으로 30~40분 루트이며 거리는 2~3km 정도입니다. 위 지도에서 '철학의길'이라고 적힌 부분 바로 위에 별 표시가 하나 더 있는데 거기가 요지야 카페입니다. 상세한 지도는 아래에서 다시 첨부하겠습니다.

버스를 타고 한번에 갈 경우


혼넨마치 정류장에서 걸어서 3분, 클릭하면 커집니다
<출처 : 구글맵, 송종식>

혼넨마치 버스 정류장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있습니다. 혼넨마치 버스 정류장은 100번 버스와, 32번 버스가 지나갑니다.



철학의 길을 걸으며 찾는 방법


조용하고 쉬기 좋은 예쁜 곳이기는 하지만 굳이 요지야 카페만을 위해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 보다는, 철학의 길을 걷다가 중간에 들르는 정도로 방문하는 걸 추천합니다.

요지야 카페의 존재 자체를 모르면 철학의 길을 걷다가 그냥 지나쳐 버릴 수 있습니다. 존재를 안다고 해도 초행길이기 때문에 찾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요지야카페는 철학의 길 물길 건너에 숨어있습니다, 클릭하면 커집니다
<출처 : 구글맵, 송종식>

긴카쿠지에서 내려온다면 우측에, 난젠지에서 올라온다면 좌측에 "染のひとみ(소메노히토미)"라는 선물가게 같은게 있습니다. 위의 지도에서 네모로 표시한 부분이고, 전경은 아래 사진과 같이 생겼습니다.

소메노히토미의 전경 <출처 : 구글 스트리트 뷰>

소메노히토미는 철학의길에 바짝 붙어있어서 찾기가 쉽습니다. 이 가게를 내 왼쪽으로 두면 아래 사진과 같이 다리 두개를 볼 수 있습니다. 앞에 돌다리가 보이고 그 왼쪽에 다리가 하나 더 보입니다.

출처 : 구글 스트리트 뷰

돌다리 왼쪽에 있는 다리를 건너면 우측에 요지야 카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요지야카페의 상징인 얼굴? <사진 : 송종식>

무섭게 생긴 여자 얼굴 캐릭터가 그려진 집을 찾으시면 됩니다. 쉽게 찾으실 수 있습니다.

들어가는 입구쪽에서 본 정원으로 가는 길 <출처 : 송종식>

입구쪽으로 들어가서 왼쪽에 있는 정문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위의 사진과 같은 돌길이 보입니다. 쭉 들어가면 요지야 카페의 멋진 정원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일단 저는 다리도 좀 풀고  쉬기 위해서 카페 내부로 먼저 들어갔습니다.

요지야 카페 2층 전경 <사진 : 송종식>

철학의 길 가운데 있기 때문에 벚꽃이 피는 봄에는 줄을 길게 써야한다고 합니다. 제가 갔을때는 성수기도 아니었고 마침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운 좋게 2층 전체를 저희가 편안하게 쓸 수 있었습니다. 원래 2층을 쓰려면 미리 예약을 해야한다고 합니다. 운이 좋았네요.

음식을 기다리며.. <출처 : 송종식>

음식이 나오는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가게의 느낌 자체도 교토스러움이 물씬 묻어났지만, 기다리는 시간도 느리게 흐르는 교토의 정서라 생각하고 여유있게 기다렸습니다. 딸래미도 시원한 다다미 바닥이 시원했는지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팥이 들어있는 과자와, 떡이 들어있는 냉팥죽 <사진 : 송종식>

이름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떡이 들어있는 냉팥죽을 시켰습니다. 팥이 들어있는 과자도 맛있었습니다. 딸래미가 시킨 말차 파르페의 사진도 찍어뒀는데 글쓰면서 사진을 찾으려고 보니 사진을 못찾겠네요.

요지야 카페의 메뉴 <출처 : 요지야카페>

말차, 팥, 아이스크림, 밤 등을 이용한 메뉴가 주류입니다. 메뉴별로 가격대는 1,000엔 전후를 형성하고 있어서 크게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대체로 깔끔하고 맛있습니다.

2층에서 바라 본 카페 정원의 모습 <사진 : 송종식>

요지야 카페의 자랑 중 하나인 정원의 모습입니다. 깔끔하게 잘 정리되어 있고 고즈넉하며 조용합니다. 저는 저기 나가서 한바퀴 걷고 왔습니다.

발 휴식 중 <사진 : 송종식>

난젠지에서 철학의 길을 타고 올라왔기 때문에 꽤 멀었습니다. 비도 조금씩 내렸고 아이를 목마 태우고 걸어서 발이 무척 피곤했습니다. 다다미도 좋았지만 나무마루도 좋았습니다. 다리를 쭉 펴고 앉아서 발의 피로를 조금 풀어주었습니다.

철학의 길을 걷는다면 요지야 카페를 놓치지 말고 방문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주소15 Shishigatani Hōneninchō, Sakyō-ku, Kyōto-shi, Kyōto-fu 606-8421, Japan
전화 : +81 75-754-0017
웹사이트yojiyacafe.com
영업시간 : 오전 9시 15분에서 오후 6시까지

2017년 9월 29일
송종식 드림

2015년 9월 13일 일요일

나라별 10대 부자 (상속 vs. 자수성가, 그리고 나라의 역동성..)

포브스의 부호 랭킹은 재산을 주로 상장된 지분 가치로 계산합니다. 그래서 만수르, 로스차일드 가문의 일원, 부동산 부자들은 필터링이 되는 듯 합니다. 간혹 비상장 기업이라도 상장 기업에 준하는 가치가 있거나, 부동산도 랜드마크급 가치가 있어서 유명하거나 비싼 것들은 포함시키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포브스의 부호 랭킹을 보면 한국과 긴밀한 주요 국가의 억만장자들은 자수성가 한 사람들이 참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의 10대 부자 <출처:포브스>

미국의 상위권 부자들은 금융과 IT S/W카테고리쪽 비중이 높습니다. 1위~10위권을 보면 업종은 꽤 골고루 분산돼 있습니다. 우선은 샘월튼의 상속자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자수성가로 재산을 형성한 사람들입니다. 월튼 가족들도 주가 흐름에 따라서 10위권 밖으로 밀렸다가 올라왔다가 합니다.

우리보다 부자나라이고 자본주의도 더욱 오래 지속한 나라인데 상속자가 수위를 차지하지 못하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중국의 10대 부자 <출처:포브스>

동북아 주요 국가 중 가장 늦게 개방된 나라라 그런지 10명 전원이 자수성가형 부자였습니다. 경제 개방 이후 자본가와 사업가들이 등장하고 폭발적으로 발생하는 부를 적극적으로 축적한 사람들이 현재 중국 재벌이 되었습니다. 중국의 문화적 여건을 볼 때, 이 창업 1세대가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면 우리나라와 같이 2세들이 최상위권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가장 큰 나라입니다.

어쨌든 중국은 동북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나라임은 확실하고 이 랭킹이 그것을 반증하는 하나의 자료가 되기는 할 것 같습니다. IT쪽 부자가 절반 가까이 되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일본의 10대 부자 <출처:포브스>

일본이라고 하면 강하지만 정체된 느낌,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나라입니다. 그런데도 의외로 일본 최상위권 부자들은 대부분 자수성가로 부를 일궈낸 사람들입니다. 의외였고 놀랐습니다.

한국의 10대 부자 <출처:포브스>

우리나라는 최상위권 부자 대부분이 선대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형 부자들입니다. 대부분이 재벌 2, 3세들이구요. 현재 일부 재벌들은 재벌 4세로 벌써 상속, 증여가 이뤄지는 가문들도 많습니다.

나라마다 사회, 경제, 정치, 법적 환경이 다르고 사람들의 정서도 다를 겁니다. 여러 가지 지표들을 들어서 분석도 필요할 테구요. 이것만 놓고, 우리나라가 '계층 이동이 정체된 사회다.'라고 단정 짓기는 힘들겠지만, 어느 정도 참고는 가능하리라 보입니다.

또 생각해야 할 점은 이건희 회장님 같은 경우 선대에서 물려받은 회사를 몇천 배로 성장시켰으니 일반적인 어감의 상속부자와는 경계를 둬야 하는 점도 맞습니다.

다만, 다시 생각해 볼 점은 거의 대부분 월급쟁이, 투자가, 사업가는 초반에 생계와 전쟁을 하게 됩니다. 생계 레벨을 벗어나기도 쉽지 않습니다. 생계의 위협을 벗어나야 비로소 안정적인 무언가를 추구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상속부자들은 어찌 되었든 출발부터 생계 걱정은 덜고 시작하는 사람들이니 사회를 고착화하는데 일조한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본인 능력에 따른 차등은 분명히 생겨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기회의 평등도 있어야겠지요. 누구는 출발부터 현찰 100억을 쥐고 사회에 뛰어들고, 누구는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데 가난한 노부모까지 모시고 시작해야 한다면 이미 그들의 인생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시작부터 결판이 난 거라 봐도 되겠죠.

사회에 진출하는 청년들이 노력한 만큼의 기회의 평등은 최대한 누려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야 어떤 인재가 혜성처럼 등장해서 인류의 미래에 기여도 할 테구요. 우리가 사랑하는 자본주의도 더욱 건강하게 오래 존속하겠죠.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 '헬조선, 금수저, 흙수저'와 같은 자학적 단어들이 유행합니다. 제 동생이 그런 단어를 쓰면서 남 탓을 하면 쥐어박아서라도 그러지 말라고, '잘 살고 못 사는 건 니 하기에 달렸다.'라고 혼낼 것 같습니다. 어떤 한 개인의 삶은 얼마든지 통계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뷰파인더를 개인이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넓혀서 본다면 청년들의 저런 자조는 분명 괜히 나오는 소리는 아닐 겁니다. 통계적으로 보면 실제로 개천에서 용이 나오기 힘든 시대도 맞구요. 여러 가지 통계를 접해보면 그들 말대로 노력한다고 잘 사는 시대도 아닌 건 분명합니다.

GNI 리니어(좌), GNI 로그(우) <출처:Google public data explorer, 세계은행>
한국 재벌은 해외 차관, 공적자금(국민세금) 등을 레버리지 또는 백기사로 이용해 고속 성장을 해왔습니다.
양극화가 심해지고 기업들의 자본이 해외로 이전되는 요즘, 국민들의 피땀으로 일궈낸 성장의 과실은 과연 누가 다 따먹고 또 어디로 다 갔을까요? <클릭하면 커집니다>

그 옛날 임금이 실정을 하면 어린이들 사이에서 임금을 욕하는 뉘앙스를 품은 노래들이 유행했다고 합니다. 눈치 빠른 임금들은 그런 아이들의 노래에 귀 기울였구요. 청년들 사이에서 저런 자조적인 단어가 유행한다면 눈치 빠른 리더는 빨리 그 부분을 캐치해서 대응책을 만들어야겠죠. 

국가의 밝은 미래와 건전하고 오래가는 자본주의(그리고 민주주의)의 유지를 위해서도 부가 한곳에 집중돼 고인 물로 썩어가는 것은 좋은 징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2015년 9월 13일
송종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