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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19일 목요일

가치와 가격이 작동하는 방식 (feat.한국형 가치투자)

두 가지 흐름: 가격(센티멘트) - 가치(펀더멘털)


가치와 가격이 작동하는 방식을 알면 마음이 편안합니다. 그것을 알고 진득하게 기다리면 투자로 실패할 확률은 많이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단기간에 폭발적인 수익을 올리는 건 모든 사람들의 욕심입니다. 확률적으로도 모두가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가격과 가치의 관계를 알고, 안전마진을 확보한 뒤 투자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수익을 쌓아나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가치와 가격의 움직임의 예 <자료: 송종식>

위의 그림에서 주황색 선은 기업의 가치를 의미합니다. 까만색 선은 가격입니다. 위의 기업은 꾸준히 가치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주가는 기업의 가치를 중심으로 오르락 내리락하고 있습니다.

계획과 실제

위의 도식은 가치와 가격의 관계를 쉽게 설명하려고 만든 것입니다. 따라서 도식화 된 그림에서 기업의 가치는 선형으로 증가합니다. 주가 역시 주기적으로 등락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달리 예측 불가능합니다. 실제로는 아래의 그림처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온갖 장애물을 건너가야 마침내 목적지에 도달합니다. 이 그림은 우여곡절이 많지만 어쨌든 목적지는 시작지보다 우상향이네요. 가치와 가격의 관계를 쉽게 설명드리기 위함이니, 가치-가격의 움직임을 단순화 한 그림에 대해 이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가격이 적정가치 아래로 내려오면.. <출처: 송종식>

가치투자자들은 통상 가격이 적정가치 아래로 내려오면 안전마진이 있다고 봅니다. 위의 그림에서는 주황색 선 아래의 노란색 영역이 안전마진이 있는 구간입니다.

주가는 가치에 평균회귀한다 <출처: 송종식>

이 그래프를 숙지하는 건 중요합니다. 주가는 적정가치를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주가가 계속 올라서 과대평가 되면 하락 압력을 받습니다. 주가가 계속 내리면 상승 압력을 받습니다. 주가는 기업의 가치를 중심으로 '평균회귀'하려는 습성을 대체로 가지고 있습니다. 주가가 가치보다 낮은 상태에서 우리는 현재 주가가 '안전마진'이 있는 가격이다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기업의 가치는 DCF와 같은 도구를 사용하여 미래의 예상 현금흐름을 모두 합해서 할인 하는 방법으로 산출하기도 하고, 내년 또는 그 이후의 예상 이익과 추정 멀티플(PER)을 추정하여 산출하는 단순한 방법도 있습니다. 그 외에도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도구는 무수히 많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에 다루어 보겠습니다.

안전마진에 대한 정의도 투자자들마다 다르게 할 수 있습니다. 어떤 가치투자자는 '적정주가-현재주가'의 차액이 안전마진이라고 보기도 하고, 다른 어떤 가치투자자들은 '순유동자산-현재시가총액'이 안전마진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투자자들마다 가치와 안전마진을 정의하고 생각하는 기준은 조금씩 다릅니다. 그러나 공통점은 기업에 대해 충분히 공부를 하여, 적정주가를 산출하고, 안전마진이 충분한 상태에서 주식을 매입한다는 점입니다.

빨간색 동그라미를 친 부분은 '주가의 단기 변동성은 펀더멘털과 관계가 없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주가는 장기적으로는 펀더멘털을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펀더멘털과 별 관계 없이 랜덤워크 이론을 따릅니다. 단기 실적에 따라 수급이 몰리기도 하고, 뉴스에 따라 주가가 요동치기도 합니다. 심지어 중소형주의 경우에는 누군가가 돈이 급해서 주식을 팔면 주가가 급락하기도 합니다.

앙드레코스톨라니의 '주인과 개' 이론 <출처: 송종식>

성공한 개인투자자로 자유를 누리며 살았던 앙드레코스톨라니는 기업의 가치와 주가의 관계를 '개와 주인'이라고 묘사했습니다. 개와 주인이 산책을 하면 주인이 앞서 걷기도 하고, 개가 앞서 걷기도 합니다. 개와 주인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걷습니다. 개는 가끔 주인과 멀리 떨어져서 다른 곳에 관심을 보이기도 하고 이내 다시 주인 곁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을 기업의 가치와 주가의 관계로 표현했는데, 표현 발상이 재미있습니다.

하워드막스의 시계추 이론 <출처: 송종식>

오크트리캐피털의 하워드막스는 최근 한국에서 이름이 많이 오르내리는 투자자입니다. 버핏도 하워드막스가 쓰는 메모를 매일 읽는다고 합니다. 하워드 막스는 주가와 가치가 정확하게 일치하는 순간은 '찰나'라고 했습니다. 주가는 항상 고평가 또는 저평가 상태로 왜곡돼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벤저민 그레이엄의 '미스터마켓' (위)
워런 버핏의 '삼진아웃이 없는 투구' (아래)
<자료: 송종식>

투자 대가들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두분만 더 인용을 하겠습니다. 가치투자의 아버지 벤저민 그레이엄과 가치투자자들의 록스타! 워런버핏입니다.

그레이엄은 '미스터마켓'이라는 단어를 고안했습니다. 이 사람은 매일 아침 우리를 찾아와서 회사의 가격을 제시합니다. 어떤 날은 500원을 부르기도 하고, 어떤날은 1,000원을 부르기도합니다. 우리는 미스터마켓이 제시하는 모든 가격에 응대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가격이 오면 사거나, 팔면됩니다. 미스터마켓은 조울증이 있어서 가끔은 좋은 회사를 아주 싼 가격에 내놓기도 합니다. 이런 기회를 놓치지 말고 잡아야 합니다.

버핏은 주가를 '삼진아웃이 없는 투구'라고 불렀습니다. 야구 선수와 달리, 우리는 원하는 공(가격)이 들어올 때까지 수백, 수천개의 공을 그냥 흘려보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아웃을 당하지 않습니다. 원하는 공이 들어올때만 배트를 휘두르면 됩니다.

자료 : 송종식

우리는 신이 아닙니다. 가격의 하락과 상승이 언제까지 진행될지? 가격이 얼마나 내리고 오를지? 그 누가 와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습니다.

중수 가치투자자와 투자 대가의 차이


아래의 내용은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오랫동안 시장과 시장 참여자들을 지켜보았습니다. 그 중에 큰 돈을 벌고 성공한 지인들도 많고, 나름대로 착실히 자산을 불려가는 분들도 많습니다. 저도 주식 투자를 통해서 작으나마 돈을 벌어오고 있는 입장이구요.

이 과정에서 중수투자자와 대가 투자자의 명확한 차이를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그 몇가지 차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가격에 변화에 민감한가? 덜 민감한가?
2) 머무를 수 있는 엉덩이의 무게와 끈기는 어느 정도인가?
3) 펀더멘털의 미래를 믿는가? 가격과 가치의 차익거래를 믿는가?

딱 이것입니다.

<그림: 송종식>

위의 그림은 중수 가치투자자의 일반적인 매매패턴을 도식화 한 것입니다. 기업가치가 꾸준히 높아지는 기업을 가치보다 저평가 상태일 때 분할매수합니다. 그리고 가격이 높아져서 가치보다 비싸지만 비중을 줄이는 패턴을 반복합니다. 한 싸이클이 1개월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는 모릅니다.

이런식의 투자는 가치투자 베이스의 차익거래라고 생각합니다. 가격과 가치의 괴리를 이용해서 투자 대가들 보다는 조금 더 활발하게 매매를 하는 것이죠. 물론, 단기 거래자들처럼 주식을 자주 사고 팔지는 않습니다만, 대가들처럼 특정 종목으로 10배~100배 수익을 올리는 대신, 적당한 수익을 꾸준히 누적해 나가는 방식입니다.

어떤 분께서는 이 방식이 가치투자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심지어 이 방법으로 투자하면 '가짜 가치투자자'라고까지 말하더군요. 그렇지만 이 방법도 분명 가치투자입니다. 가치투자를 가장 잘 정의한 벤저민 그레이엄의 가치투자 정의에 따르면 '1) 철저한 분석과, 2) 적절한 수익, 3) 원금의 안정성' 이 3가지 원칙을 지키려고 하면 모두 가치투자의 범주에 포함됩니다. 벤저민 그레이엄 역시 비싸진 종목은 적극적으로 매도하여 이익을 실현하였고요.

그리고 실제 가치투자자들은 무조건 이 방법만 쓰는게 아니고 영구 보유하는 종목이 있는가 하면 가격과 가치의 괴리를 이용해서 적극적으로 매매하는 종목도 있고, 어느 한 방법에만 국한된 투자는 하지 않습니다.

<그림: 송종식>

대가들의 경우에도 미래에 기업가치가 높아질만한 기업을 골라 투자합니다. 중수투자자와 다른 점은 안전마진이 커지면 매수해서 주식 수량을 늘리고, 기업가치가 다소 비싸져도 어지간하면 매도를 안한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기업의 펀더멘털이 시간이 갈수록 강해지고, 기업의 가치가 먼 미래에도 높아질거라 생각하면 당장 가격이 조금 비싸진다고 매도하지 않습니다. 먼 미래에 훨씬 더 높아져 있을 회사 가치를 생각하며 매수만으로 대응하고 그냥 쭉 홀딩합니다.

앞서, 중수투자자는 누구나 조금 공부하고 노력하면 도달할 수 있는 경지입니다. 그러나 여기까지 도달하는 투자자도 시장 참여자의 4%가 안된다고 합니다. 그럼 막대한 자산가가 될 수 있는 대가 투자자는 어떨까요? 대가의 경지는 배워서 되는 부분이 아니고, 잔기술로 되는 부분도 아닌, 기질의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엄청난 끈기와 믿음, 엉덩이의 힘은 투자에 대해서 조금 더 배웠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에서 위대한 투자자와 그저그런 투자자가 갈립니다.

한국에서 자주 목격되는 몇가지 가격-가치 패턴


<그림: 송종식>

회사의 가치보다 주가가 항상 고평가 된 상태입니다. 그리고 이 상태로 회사 가치도 오르고 주가도 꾸준히 오르는 경우입니다. 대표적인 종목으로 LG생활건강과 같은 경우가 있습니다. LG생건은 십수년전부터 '비싸다' 소리를 들었지만 높은 멀티플을 받으면서 비싼 상태로 주가가 꾸준히 올랐습니다.


<그림: 송종식>

LG생활건강이 이렇게 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해없길 바랍니다. 장기간 실적이 올라왔고, 주가도 약간의 높은 멀티플을 받으면서 꾸준히 증가해왔습니다. 그러다가, 실적 성장세가 조금만 둔화되면 주가는 이보다 더 과격한 반응을 보이며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림: 송종식>

기업가치가 낮아지는 기업, 그리고 그것이 개선될 여지가 없는 기업의 주식은 애초에 사면 안됩니다.

<그림: 송종식>

우리나라에서 이런 경우는 적지 않게 발견됩니다. 기업의 가치는 꾸준히 높아지고 있지만, 주가는 오히려 더 낮아지거나 못 오르는 경우입니다. 가치투자 철학을 갖고 장기투자를 하더라도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 이런 종목에서 발생합니다.

기업의 가치가 높아질 때 주가는 못 오르다가, 기업 가치가 낮아지면서 그나마 저평가이던 주가가 기업가치 훼손과 함께 떨어지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가 적지 않게 발견되므로, 아무리 싸고 좋은 기업이라고 해도 한종목에 몰빵투자 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그림: 송종식>

기업의 가치가 훼손되자 주가는 이것보다 더 과도하게 하락합니다. 그리고 얻어맞을만큼 맞고 장기간 찌들린 주가는 약간의 실적 개선세만 동반되어도 더 극적으로 턴어라운드 합니다. 이런 경우 역시 우리나라에서 쉽게 발견되는 케이스입니다. 그래서, 극단적 저PBR주만 찾아서 턴어라운드가 가능한 기업을 찾아다니는 전업투자자들도 많습니다.

<그림: 송종식>

안전마진이 유지되는 상태로 기업의 가치와 주가가 장기간 동반상승하는 케이스입니다. 이 경우는 중수투자자의 경우에도 주식을 매도할 일이 없으니 부담없이 장기투자가 가능합니다.

<그림: 송종식>

기업의 실적이나 펀더멘털의 가치와 무관하게 주가만 급등하는 경우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케이스입니다. 내가 가진 종목이 실적이나 가치와 무관하게 급등하면 감사히 매도하면 됩니다. 반면에, 이미 주가가 오른 상태에서는 회사에 특별한 변화가 없는한 가치투자자들은 절대로 매수하지 않습니다.

<그림: 송종식>

테마로 급등한 주가는 대부분 왼쪽의 경우처럼 원래 가격대로 급락합니다. 오른쪽의 경우에는 테마가 실제 실적으로 연결된 케이스입니다. 주가가 실적을 선반영 했기 때문에 실적이 나와도 주가가 움직이지 않거나, 되려 떨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주가가 재차 더 상승하려면 더욱 강력한 실적 모멘텀이 나와주어야 합니다.

우리의 맞은편에: 조지소로스의 재귀성 이론


가치투자자들은 주가가 (장기적으로) 가치에 수렴한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그 반대의 논리를 펴는 사람도 있습니다. 유명한 트레이더이자 투기꾼인 조지소로스입니다.

조지소로스의 재귀성 이론 <출처: 조지소로스의 저서>

가격이 먼저 움직이면 가격이 가치를 만들기도 한다는 논리입니다. 예를들면 주가의 꾸준한 상승은 실제로 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거나, 자금 유치를 원활하게 하는 등의 도움을 주고, 이는 기업의 펀더멘털 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그리고 시장에는 정보가 새는 일도 많기 때문에, 펀더멘털의 변화보다 앞서서 가격이 먼저 움직이는 경우도 많다는 논리입니다.

그리고 재귀성 이론의 또 하나의 논리는 '이슈 발생 초반의 변동성'에 관한것입니다. 위의 그림에서 보시다시피, EPS가 상승하는 초기에 주가는 EPS의 상승폭보다 더 가파르게 상승합니다. 그리고 EPS증가세가 둔화되면 주가는 고점을 찍고 꺾입니다. 이때, 주가의 꺾이는 각도는 매우 가파릅니다. 이처럼 주가는 EPS의 변동보다 더 격정적으로 움직이다가 시간이 갈수록 안정되고, 주가와 EPS는 발을 맞춰서 걷는다는 것이 조지소로스의 논리입니다. 군중심리와 인간심리를 정말 잘 묘사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포스팅과 관련된 내용으로 비디오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유튜브에 올려두었으니 글을 모두 읽을 시간이 부족한 분들께서는 영상을 통해서 내용을 확인하셔도 됩니다.

개인적으로 무언가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글도 쓰고 영상도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창작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공부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주식 컨텐츠는 저변이 좁습니다. 그러므로, 유튜브로 성공할 가능성은 당연히 0%에 수렴합니다. 빤히 그걸 알지만, 저와 생각이 맞는 소수의 투자자분들이라도 함께 소통하면 재미있을거라 생각하고 유튜브 채널과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좋은 인연을 많이 만들어 나갔으면 싶습니다. 많은 이용 부탁드립니다.

2019년 9월 19일
송종식 드림


2014년 12월 23일 화요일

세스클라만의 안전마진 (원제:Margin of safety)

절판된 중고책이 수백만원?


안전마진(부제 : 현명한투자자를 위한 위험회피 가치투자 전략, 원제 : Margin of safety)은 전설적인 가치투자자인 세스클라만(Seth A. Klarman)의 역작입니다.

미국에서 1991년에 출판된 책입니다. 현재는 절판된 상태입니다. 영어 원본으로 된 책 자체가 희귀본입니다. 얼마전까지는 공개 사이트에 PDF가 공짜로 돌아다녔는데, 최근에는 다 막혔습니다. 제가 처음 이책의 중고 가격을 봤을때는 중고책 권당 100만원 수준이었습니다. 글을 쓰는 현재 다시 아마존을 통해 확인해보니 $1,700 ~ $4,597까지 가격이 치솟았습니다. 이 책의 가격이 도대체 어디까지 오를지 저도 궁금할 지경입니다.

그럼 과연 이 중고책은 수백만원을 주고 읽을 가치가 있는걸까요?

왼쪽이 재야고수 슈퍼개미 형에게 선물로 받은 한국어판 안전마진 번역본,
오른쪽이 아마존에서 수백만원에 거래되고 있는 중고책 원본 하드커버

영문판 서적은 구할 수 없어서 한국어판을 가지고 책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우연히 업계에서도 유명하고 또 제가 존경하는 투자자 형님의 사무실에 놀러갔다가 선물로 받은 책 입니다. 세스클라만이 번역 허가를 내주지 않아 정식으로 출판된 책은 없습니다. 제가 선물로 받은 책은 국내 모 투자자문사에서 임의로 번역한 책이라고 합니다. 소량의 이 번역본이 시중에 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후배를 위해 마음씨 써준 형님 덕분에 저도 이 책을 손에 넣게 되었습니다.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말씀을 다시 한번 전해드립니다.

투자자들에게는 가히 제1의 필독서


이 책을 읽고 '뭐 별로 대단한 내용도 없는데, 어째서 이 책 중고가가 몇백만원씩 하는거지?'라고 반문하는 분들도 종종 계십니다. 맞습니다. 이미 상당 경지에 오른 전업투자자분들이 보기에는 싱거운 내용들 뿐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책을 가히 제1의 필독서로 꼽는 이유는 있습니다. 현명한투자자나 증권분석과 같이 책이 무자비하게 두껍지 않습니다. 핸드북 수준으로 책이 얇고 내용도 짧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와 투기에 대한 정의를 시작으로 가치 투자 철학, 리서치, 안전마진, 밸류에이션, 시장 읽는 법, 트레이딩 하는 법, 자금관리 방법과 같이 투자 전반에 걸친 핵심적인 내용을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정말 투자에 필요한 액기스만 농축해서 담고 있는 책 입니다. 특히 투자에 입문하시는 분들은 반드시 이 책을 거치고 지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프로 수준의 전업투자자 분들도 심심할 때 마다 이 책을 꺼내 읽으면 읽을 때 마다 저번에 놓쳤던 새로운 문구가 가슴을 파고들고 무릎을 치게 만든다고 장담합니다.

고전은 괜히 고전이 아니고 명저는 괜히 명저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너덜너덜한 중고책이 아마존에서 수 백만원에 팔리는 이유는 확실히 있는 것 같습니다.

1세대 가치투자자들처럼 꽉 막히지 않는 유연함


1세대 가치투자자들은 자기만의 기준이 엄격합니다. 그레이엄의 경우에는 꽁초투자의 틀을 잘 벗어나지 않았고 필립피셔는 자신만의 기준으로 성장주를 골라 평생 보유하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이렇듯 1세대 가치투자자들의 투자 방식엔 뭔가 기준이 너무 꼿꼿하다는 느낌이 든다는 분들도 많습니다.

현재 생존중이며 왕성하게 투자하는 세스클라만 역시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투자자입니다만 1세대 가치투자자들에 비해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대 시장에서는 그레이엄의 투자방식이 거의 먹혀들지 않습니다. 아예 매수 기회조차 없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현대적 가치투자에는 세스클라만의 조언이 더 잘 먹혀든다 생각합니다. 세스클라만은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위해서 트레이딩을 필요악으로 규정하고 해악으로 규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책 중반부에서는 조지소로스의 재귀성 이론도 동원합니다. 이는 명백하게 각 투자 국면별로 시장 참여자의 군중심리와 시세의 방향을 감지하고 적절히 트레이딩을 해야한다는 이야기로 비칩니다.

책 제목이 안전마진인 만큼 기업의 가치에 대해서도 중시하고, 바이앤홀드와 트레이딩을 적절히 구사하며, 자산주 가치주와 성장 가치주, 턴어라운드주에 모두 고루 투자하는 다변화된 투자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방법이 골수 그레이엄 투자 방식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이렇게 투자하고 있고요.

가치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 하나를 꼽으라 하면 '안전마진'을 꼽을 수 있습니다. 사실 안전마진은 기업의 본질가치(또는 미래 특정 시점의 본질가치 또는 영구적 현금흐름의 현재가치)와 현재 주가의 괴리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가치투자자라고 해서 시세를 보지 않는 다는 말은 거짓말입니다. 시세를 봐야 투수가 던진 공이 제대로 들어오는지 아닌지 알 수 있을테니까요. 그래서 엄밀하게 따지면 가치투자도 가치-가격간 스프레드 따먹기를 하는 차익거래의 일종입니다. 그러므로 기업의 본질 가치에 집중하되 시세 흐름도 꾸준히 체크를 하는 것 정도는 나쁘지 않다 생각합니다. 너무 트레이딩에 연연하면 안되겠지만요.

기억에 남는 몇 구절


뻔한 내용이지만 가장 중요하다 생각하는 문구들을 다시 마음에 되새깁니다. 투자와 관련한 전문적이고 테크니컬한 부분들은 직접 책을 통해 체득하시길 추천드립니다.

  • 투자자들은 장기적으로 증권 가격이 해당 기업의 발전 양상을 펀더멘털로 반영할 것이라고 믿는다. 반대로 투기꾼들은 증권의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에 대한 믿음을 기초로 하여 주식을 매입한다.
  • 조작이 없더라도 보고된 이익의 분석은 투자자들이 기업의 실질적인 수익성을 잘못 알게 할 수 있다. 현금흐름의 분석이 기업 경제성의 진실을 더 잘 드러낸다.
  • 수익을 많이 올리려는 투기적 마인드 보다는 잃지 않으려는 손실 회피적 투자 전략은 확실히 우월하다. 적은 수익이라도 수 년간의 시간이 흐를수록 복리의 효과는 확실히 나타난다.
  • 가치투자자는 타자다. 대신 삼진아웃을 당하지 않는 타자다. 가치투자자는 내가 원하는 스트라이크 존으로 공이 날아올때까지 수백, 수 천개의 공을 흘려보낼 수 있다. 가치투자자는 그렇게 흘려보낸 수 천개의 공을 통해서도 공부하고 배우는 사람이다.
  • 가치투자자는 수 백개 회사의 분석에 온갖 힘을 쏟고도 투자를 하기 위한 최후의 기업을 하나도 건지지 못할 수 있다. 가치는 숨겨져 있는 것이기 때문에 불굴의 노력이 필요하다.
  • 특정 투자안에 대해 모든 정보가 열려있다고 가정하는 것은 착각이다. 때때로 제대로 질문되어야 할 것들을 아예 생각조차 못하는 경우도 많다. 투자자에게 알려진 현안이라도 정확하지 않은 미래의 예측에 불과한 재료들이 많다. 밸류에이션의 어려움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 '가치투자'라는 용어는 투자 업계에서 가장 폭 넓게 남발되고, 가장 상반되게 사용되는 용어다. 폭 넓은 전략을 제시하며 모든 것이 가치투자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말하는 '가치사기꾼'들을 조심하라. 그레이엄의 철학이래 진정한 가치투자자인 워런버핏, 빌 루안, 맥스 하이네와 같은 진정한 가치투자자들의 성과가 세상에 드러나면서 가치 사기꾼들이 극성을 부리고 투자자금을 모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 변화하는 기업의 가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기업의 가치 하락을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가? 큰 안전마진의 확보는 그래서 중요하며, 안전마진은 오로지 유형자산을 중심으로 해서만 확보할 수 있다.
  • 가치투자는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실천하기 어렵다. 가치투자자들은 복잡한 컴퓨터 모델을 만들고 수학 공식을 동원하고, 자산의 가치를 측정하는 천재들이 아니다. 가치투자자들은 그저 투자 판단을 잘하고 원칙을 잘 지키며 인내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 소로스의 '재귀성 이론'은 주가가 종종 기업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론이다. 가치투자자들도 이를 외면하면 안된다. 시간이 갈수록 기업 가치에 주가가 따라오지만 때때로 주가가 기업 가치의 방향성을 결정해 주거나, 회사의 펀더멘털을 실질적으로 좋게 만들어 주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 투자라는 것은 끊임없이 유동성을 관리하는 작업이다. 계좌에는 늘 현금이 있어야 한다. 주식 100%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죽은 나무만 쌓아놓았다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주식의 비중이 높아지면 기회비용과 리스크는 커진다. 투자는 주식의 비중을 높이면서 리스크와 수익 기회를 높이고, 주식을 줄여가면서 다시 리스크를 줄여나가는 과정의 반복이다. 현금 100%를 들고 있다면 리스크도 없지만 수익 기회도 당연히 없다. 투자는 이 비중을 결정하는 어려운 과정이다. 개인투자자라면 10~15종목의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것이 적당하다.

책 목차


  1.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실패하는 이유
    • 투자 vs 투기
    • 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히는 월스트리트
    • 기관투자자의  수익률 게임 : 패자는 고객
    • 가치의 망상 : 정크본드에 대한 통념과 오해
  2. 가치투자 철학
    • 당신의 투자 목적은 무엇인가?
    • 가치투자 : 안전마진의 중요성
    • 가치투자 철학의 기원
    • 밸류에이션의 기술
  3. 가치투자 프로세스
    • 리서치 : 투자 기회를 찾기 위한 도전
    • 가치투자자에게 기회란
    • 상호대부조합 전환 투자
    • 어려움에 처해있는 기업에 투자하기
    • 포트폴리오 운용과 트레이딩
    • 개인 투자자들을 위한 대안

세스클라만(Seth A. Klarman)은 어떤 사람?


Seth A. Klarman
오마하에 버핏이, LA에 하워드막스가 있다면 보스턴에는 세스클라만이 있습니다. 코넬대를 졸업한 세스클라만은 25살에 되던 1983년에 '더 바우포스트 그룹(The Baupost Group)'을 보스턴에 설립하여 현재 27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초기 자본금을 자산운용업을 하면서 1,000배 가까이 불려냈습니다.

전통적인 가치투자 원칙을 지키면서도 여러가지 유연한 방식의 투자를 마다하지 않으며, 투자 대상도 주식 뿐 아니라 채권을 비롯해서 다양합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우리나라의 제약주와 가스회사 등에 투자해 큰 수익을 올린 바 있습니다. 2014년 12월 현재 개인 순자산은 $1.2B입니다.

2014년 12월 22일
송종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