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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9일 금요일

가치투자 vs. 추세추종 해묵은 논쟁이 아직도...


가치투자가 우월하냐, 추세추종이 우월하냐. 아무 의미도 없는 논쟁입니다. 돌아 다니다 보니 이 해묵은 논쟁이 또 눈에 보이네요.

그만큼 시장에는 새로운 사람들이 끝없이 유입되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죽은 사람은 시장에서 퇴출돼 말이 없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살아남은 사람들은 해묵은 논쟁에 가담할 이유를 별로 느끼지 못합니다. 이런류의 주장을 토대로 한 논쟁은 이미 오래전에 목에 피가 튀어라 해봤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치투자가 우월해!', '아니야! 추세추종이 우월해', 자기 밥벌이 잘 하고 있는 사람들은 저런 목소리 내는데 에너지를 쓰지도 않습니다. 이제 막 어떤 투자 방법론에 눈을 뜨기 시작했거나, 아직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경우에 저런 논쟁거리를 놓고 싸울 확률이 높지 않나 생각합니다.

권투같은 격투 종목들을 봐도 그렇습니다. 수련을 오래하신 분들은 어딜가도 여유가 있고 겸손합니다. 가급적 싸우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제 막 수련을 시작한 사람은 자신감이 생겨서 어디 가서든 주먹을 한번 써보고 싶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시비를 걸고 다닙니다.

어떤 방법론을 사용하는 사람이건 구루들이 입모아 말하는 것이 있습니다.

"너 자신을 먼저 알라"

어떤 투자 방법론에 대해 다루기 전에, 먼저 나에 대해 심연 깊은 곳 까지 들어갔다 나오는 것이 가장 최우선입니다. 내 취향과 기질과 성격이 어느 쪽인지를 먼저 알아야 됩니다.

내 기질이 가치투자쪽이 맞으면 가치투자자의 길을 걸으면 됩니다. 내 기질이 추세추종이 더 잘 맞으면 추세추종가의 길을 걸으면 됩니다. 그 뿐입니다.

내 기질이 가치투자자인데 추세추종을 붙들고 있거나, 내 기질이 추세추종가인데 가치투자를 붙들고 있으면 그만한 비극도 없습니다. 물론, 어느 쪽이든 수십년 간의 노하우가 쌓이면 정통의 길에서 나만의 테크닉이 덧붙여 집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같은 가치투자자여도 다양한 방법론을 가진 가치투자자들이 생기게 되고, 같은 추세추종가여도 다양한 방법론을 가진 추세추종가들이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투자는 철저히 혼자하는 것입니다. 남의 포트폴리오, 남의 매매방법, 남의 투자방법, 남의 철학을 100% 복제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나를 먼저 알아야 하고 내게 맞는 옷을 먼저 찾아야 됩니다.

여기서 비극적인 것은 '자기 주장이 쎈 주린이', '영어를 섞어 쓰면서 있어 보이는 척 하는 그저그런 사람들', '고개를 덜 숙인 덜 영근 짧은 경력자들이 갈겨쓰는 글'이 너무 쉽게 유통된다는 점입니다.

게임처럼 글쓴이 옆에 레벨이라도 붙어 있으면 분간이라도 쉬울텐데 말입니다. 버핏과 같이 명백하게 드러나는 투자 성과가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은 누가 쓰는 글이든, 누가 하는 말이든 문장력이 있다면 대개 그럴싸 해보이는 게 큰 함정입니다.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자기 주장만 하면 되는데 꼭 누군가를 끌어 내린다는데 있습니다. 나한테는 추세추종이 맞는 옷이어도 누군가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가치투자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런데, '가치투자를 하지 않으면 전부 하수'라거나, '추세추종만이 답이다. 얼치기 가치투자자들은 전부 주린이나 마찬가지다'와 같은 말을 내뱉는 순간, 아직 시장에서의 경험이 미천한 것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꼴이 되고 맙니다. 어느 정도 이상의 경력이 있고, 자기 밥벌이 잘 하는 투자자들을 함부로 깔보아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투자대회 같은 것의 함정은 너무 많습니다. 일단 1) 시계열이 너무 짧습니다. 2) 외부변수 투입 가능성도 큽니다. 투자대회 입상자와 투자고수는 절대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없는 단어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주식투자 대회는 더욱 그렇습니다. 랜덤워크에 가까운 결과를 내는 투자대회가 실력을 가늠하는 하나의 지표인냥 가지고 와서도 안됩니다.

2019~2021년에는 가치투자자들의 성과가 저조했던 해였습니다. 반대로 추세추종가들의 계좌는 뚜렷한 추세가 발현되지 않는 박스권 장세에서는 녹아나갑니다. 어떤 투자 방법론이든 장점과 단점이 있습니다. 좋은 시기가 있다면 또 어려운 시기가 있게 마련입니다. 

특정 시기마다 사람들은 특정 방법론을 조롱합니다. 유동성 파티를 벌이던 시절에는 가치투자자들이 조롱을 당했습니다. 박스권 장세에서는 추세추종가들이 조롱을 당하지요.

모두 쓸데없는 일입니다.

우리는 특정 시계열 구간 안에서만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치투자자들은 어려운 시기에 지분을 사모읍니다. 그리고 아주 장기간 회사가 성장할 것을 감안하면 어려운 시기에 더욱 욕심을 냅니다. 그리고 끝내 기업의 성장 과실을 누리며 부자가 되어갑니다.

추세추종가들의 계좌는 박스권 장세에서는 거듭되는 손절매로 녹습니다. 그러나 한번 대시세에 올라타면 어마어마한 수익을 얻습니다. 손절에 손절을 거듭하지만 대시세를 포착하면 그들은 쉽게 추세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예전에 해외에서 활동하는 추세추종가들의 기업분석 리포트들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제대로 된 추세추종가들은 기업분석도 정말 잘 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치투자자든 추세추종가든 투자할 대상에 대한 펀더멘털을 철저하게 분석하는 것은 공통적인 부분이지 싶습니다.

물론 추세추종가들은 꼭 기업이 아니라 원자재, 환, 코인 등 다양한 부분에서 활약할 수 있습니다. 펀더멘털을 조금 덜 보고 기술적분석에 비중을 더 두는 추세추종가의 경우는 활동반경이 넓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가치투자자와 추세추종가의 하나의 공통점은 '이왕이면 수익을 길게 끌고 간다는 점'입니다. 가치투자자들은 주가가 하락할 때 기계적으로 손절하기 보다는 펀더멘털과 가격의 괴리가 커지면 수량을 모으고, 추세추종가들은 일정 수준이상 주가가 하락하면 칼손절을 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다만 수익은 길게 끌고 가야 한다는 부분에서는 대체로 의견 일치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가치투자자들은 너무 빨리 판다는 이야기가 있기도 하지만 요즘 가치투자자들은 그 부분에 대한 약점을 많이 보완하였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예전에는 매도 시 단순한 '가격-가치'의 괴리를 많이 생각하였지만 이제는 매도할 때는 '추세추종' 방법론에 대해서도 일정부분 참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그에 덧붙여 회사의 조금 더 장기적인 성장도 내다 보고 있습니다. 너무 빨리 팔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가치투자와 추세추종에 대한 최고 구루들을 보면 보유-매도에 대한 방법론도 다르기는 합니다. 워런버핏의 경우 대체로 비지니스가 잘 굴러가는 한 보유하는 방법을 쓰지만, 추세추종 대가들의 경우 고점에서 일정 수준이상 주가가 하락하거나 ATR, ADL 등의 기술적 지표를 참고하여 매도를 하기도 합니다. 이 부분은 정통 가치투자자와는 다른 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가치투자자들은 그레이엄이나 버핏의 가르침을 토대로 내 방법을 만들어 나가면 됩니다. 추세추종가들은 제시리버모어나 리처드데니스의 가르침을 토대로 자기 방법을 만들어 나가면 되겠지요.

투자, 재테크는 내 삶을 윤택하게 만들기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내 계좌 운용을 잘 해서 나부터 일단 잘 먹고 잘 살면 됩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경쟁하거나 논쟁을 하는 순간 삶의 질은 나락으로 갑니다. 재테크를 하는 이유와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투자가 수능은 아닙니다. 정보올림피아드 대회도 아니죠. '누구보다 내가 더 잘 한다', '누구보다 내가 더 많이 안다', '내 방법이 훨씬 낫다', '나만 정답이다. 제발 내 방법을 좀 따라해라' 이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남들과 경쟁할 필요도 없고, 내 몸에 맞는 옷이라고 남들에게 입어보라고 강요할 필요도 없습니다. 재테크를 남들 이기려고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남들이사 단숨에 돈을 벌어서 페라리를 타든, 포르쉐를 타든 그건 그 사람들 인생이고 우리는 우리 인생에 집중하고 잘 살면 그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돈을 너무 많이 벌어서 에너지와 시간이 남는다면 남들을 헐 뜯는데 쓰기 보다는 사회에 봉사하는데 쓰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022년 9월 9일
송종식 드림



2015년 12월 2일 수요일

2015년 8월 시장 폭락, 그 이후..

지금은 벌써 잊혀졌지만 올해 7월부터 8월 사이, 놀기 좋은 여름에 시장 폭락이 있었습니다. 코스닥의 경우에 단기간에 시장이 20% 정도 빠졌고, 8월 중반에는 1주일 새 시장이 15~16% 정도 폭락을 했습니다.

투자자들을 공포에 질리게 했던 올 여름 시장 급락 <출처:네이버 금융>

물론 이 정도 폭락은 2008년 금융위기나 IMF구제 금융 당시의 대규모 폭락에 비견할 바는 아닙니다. 그러나 많은 투자자들을 공포로 몰아가기에 충분한 파워를 가진 급락이었습니다. 흡사 2011년 8월의 시장 폭락을 연상케 했습니다. 이 정도 규모의 폭락은 짧은 주기로는 1년에 한번씩은, 좀 길게는 2~3년에 한번씩은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그 당시에 많은 투자자들의 행동은 대체적으로 아래와 같이 압축 됐습니다.

1) 손절매
2) 그냥 가만히 있기
3) 그냥 가만히 있기 + 싸진 주식 아주 조금씩 더 사기

1)번은 마켓 타이밍을 재는건데, 사실상 가장 멍청한 의사 결정 중 하나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이번 여름 급락장에서도 여지없이 그것이 증명되었습니다. 손절매를 하신 분들은 대부분 급락장의 최바닥 부근에서 손절매를 하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더 비싼 가격에 재매수를 하셔야 했거나, 반등하는 시장을 보면서 멘탈 붕괴에 빠졌겠죠?

2)번은 현명한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제 블로그에서도 몇번 언급을 드렸지만, 재야고수 형님과 맥주를 한잔 하면서 나눈 만담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위 글을 보시면 미국의 대공황, 우리나라의 IMF 구제 금융 시절을 제외하고, 역사상 가장 혹독했던 시장 폭락기 중 하나인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때 시장 폭락 시기를 '그냥 가만히 있는 것'으로 대응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시기가 지나고 나서 재산이 되려 많이 불어났다구요.

3)번은 가장 현명한 방법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현명하려면 전제가 필요합니다. 추가 매수를 한다는 것에는 두가지 방법론이 존재합니다. 하나는 '단지 마켓 타이밍을 재서 추가 매수를 하는 것' 이구요. 나머지 하나는 '철저히 가치와 가격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사람이 가치보다 가격이 많이 싸졌다는 판단하에 감정 빼고 기계적으로 매수하는 것'입니다. 전자라면 1)번의 경우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후자의 경우라면 가장 현명한 의사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시장이 폭락하고 그 하락이 당분간 더 갈수도 있지만 가치보다 싼 가격에 주식을 사서 보유하고 있다면 대부분을 시장 폭락전보다 훨씬 더 회복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시장 폭락의 폭격을 맞아 초토화 된 제 계좌를 보여드리면서 잠시 언급드렸던 적도 있으니, 시간 여유가 되시는 분들께서는 그때 제가 올려드렸던 글도 읽어보시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앞서 제시한 1), 2), 3)번 중. 3)번을 실행했습니다. 급락한다고 해서 보유 종목을 손절매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가만히 있었습니다. 일부 현금은 평소 봐두었던 종목이 싸졌다고 판단해서 조금 더 매수를 하였습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6월 2일부터 12월 1일까지 수익률 그래프 <출처:크레온MTS, 송종식>

8월에 계좌도 초토화되고 시장도 초토화 된게 보이네요 ㅠ.ㅠ 그러나 그런 상황은 얼마가지 않았습니다. 불과 1~2주일만에 전부 회복되었습니다. 회복 이후에 계좌는 더 빠른 속도로 커지기 시작하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저는 매우 보수적인 투자자이기 때문에 연간 몇백%씩 수익을 내는 다른 전업 투자자분들에 비해서 수익률이 환상적인 수준은 아닙니다. 저의 연간 목표 수익률은 10~15% 수준이기 때문에 반년 수익률이 16.29%면 매우 만족합니다.

매도 포지션을 잡지 않고 주식 롱온리 포지션만으로도 얼마든지 꾸준히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락장은 겁낼 대상이 아니라, 좋은 사업체를 저가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시장이 급락한다는 이유로 가치가 탄탄한 훌륭한 사업체를 손절매 해서는 안됩니다. 되려 사업체의 지분을 늘리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가격의 바닥과 천정은 예수님, 부처님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다만, 가치와 가격을 분리해서 생각한다면 가치대비 현재 주가가 얼마나 싼 수준인지는 우리 인간들도 얼마든지 알 수 있습니다.

2015년 12월 2일
송종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