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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4일 목요일

흑화하면 안돼~! 내 사랑 스타벅스

1999년, 역사를 쓰기 시작하다


스타벅스는 1999년 7월에 이화여대 앞에 1호점을 내면서 전설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도 끝없이 성장하는 출점 점포 숫자와 매출 숫자를 보면 '이것이 성장 브랜드다!'라는 것을 보여준다.

스타벅스의 등장 이후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도 많이 바뀌었다. 특히, '식사 후 커피 한잔하는 문화'는 한국을 강타했다. 커피와 전혀 상관없던 우리나라는 이제 세계에서 커피 소비가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가 되었다.

식후 믹스커피 한잔을 즐기던 우리는 이제 밥값에 버금가는 커피도 즐기게 되었다. 이런 커피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전국 각지에 멋있는 개인 카페들도 생겼다. 국내 여행을 하다 보면 산과 들, 섬과 바다를 막론하고 어디를 가도 멋들어진 카페들이 즐비하다.

이제는 개인 카페들도 자본력이 붙기 시작했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카페는 물론, 크고 웅장한 카페들도 전국에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생겼다. 우리나라는 이제 카페 공화국이라고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가 않다. 나중에는 외국인들이 멋진 카페 투어를 위해 우리나라에 관광을 오는 시대가 열릴지도 모르겠다.

공간의 가치


이 모든 것의 시발점은 스타벅스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스타벅스는 한국의 문화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스타벅스가 바꾸어 놓은 것은 비단 식문화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스타벅스는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조용히 책을 읽거나, 랩탑을 가져가서 업무를 처리할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스타벅스는 그런 갈증을 정확하게 파고 들었다.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나만의 편안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그런 공간에 대해 한국인들은 자각하기 시작했다.

스타벅스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일 뿐 아니라, 앉아서 수다를 떨거나, 업무를 할 수 있는 개인 사무실의 역할도 담당했다.

실제 실리콘밸리 근처 산호세에서 맨로파크 일대에 있는 스타벅스들은 스타트업의 성지이다. 맥북을 열고 코딩하는 사람들을 정말 많이 볼 수 있다. 우리나라도 별 다르지 않다. 스타벅스에 가면 수 많은 디지털노마드, 1인 기업가, 스타트업 창업가, 대학생, 비지니스 맨과 우먼이 랩탑을 열고 자신들의 업무에 열중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나 역시 2007년에 스타벅스 커피맛을 처음 본 이후 커피 보다는 자유로운 공간에 매료되었다. 커피와 약간의 백색소음, 그리고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라는 심리적 안정감 덕분에 정말 오래도록 스타벅스의 열혈 고객이 되었다. 덕분에 스타벅스에서 만들어진 무형자산이 많다. 내 블로그, 유튜브 채널, 많은 앱들 등 내 손을 거친 글과 코드 등 많은 무형자산이 스타벅스 태생이다. 지금 이 글도 스타벅스에서 쓰고 있다. 사무실이 따로 있지만 어쩐지 업무를 위해 스타벅스에 더 자주 오게 된다. 지인들 중에서도 스타벅스에서 열혈 코딩을 해서 출시한 앱이 잘 돼 큰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도 많다. 혼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스타벅스 만큼 귀한 공간도 없는 듯 하다.

그런 배경에는 테이블마다 제공하던 콘센트의 역할도 컸다. 스타벅스는 프랜차이즈 카페 중 가장 많은 콘센트를 제공했다. 게다가 모든 매장이 직영매장이어서 눈치를 보지 않고도 자유롭게 매장을 이용할 수 있었다. 

이것이 매출과 무슨 상관이 있겠냐고 반문하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가게가 제공하는 인심이 박해지면 이를 가장 먼저 감지하는 것은 손님들이다. 손님들은 재빠르게 가게에 발길을 끊는다. 실제 오래전에 커피빈이 매장의 콘센트 숫자를 줄이기 시작했고, 손님은 급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 역시 카페를 장시간 이용하면 미안해서 정해진 시간마다 꾸준히 음료와 음식을 시킨다. 덕분에 스벅에 쓰는 돈이 매해 중고차 경차 한대값이지만 전혀 아깝지 않다.

굿즈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사건


스타벅스는 굿즈를 주는 이벤트를 자주 한다. 스타벅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받는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다. 나 역시 거의 매번 굿즈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다. 굿즈를 받기 위해서 참여하는 게 아니라, 스타벅스를 이용하다 보니 스티커를 자동으로 모으게 돼서 자동으로 참여를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굿즈만을 얻기 위해' 짧은 기간 동안 스티커를 집중적으로 많이 모은다고 한다. 그만큼 스타벅스 굿즈가 예쁘기도 하고 희소성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료 : 스타벅스

이번 여름 굿즈 이벤트는 캐리백, 파우치, 후디 3종이 나왔다. 이 굿즈를 받기 위해서는 미션 음료 3잔과 일반 음료 14잔을 합쳐 총 17잔의 음료를 정해진 기간 내에 사먹고 스티커를 모아야 했다.

이 이벤트는 맘카페 등 몇몇 여초 커뮤니티에서는 인기가 많아서 과열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스티커를 구한다는 글도 끝없이 올라왔다.

나 역시 스타벅스를 자주 이용하다 보니 굿즈 수령 자격이 되었다. 주변 모두가 캐리백을 받으라고 했다. 그래서 캐리백을 신청하려고 했으나 캐리백은 진작에 전 매장에서 품절이 되었다. 차선책으로 파우치를 받으려고 머나 먼 스타벅스 매장까지 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냥 후드티를 수령했다. 그런데 막상 물건을 받고 보니 후디도 나쁘지 않았다. 품질도 나름대로 만족했다.

특히 이번에 양양 해변에 놀러 가서 유용했다. 샤워 후 입을 옷을 준비하지 못했는데 마침 스타벅스에서 받은 후디가 있어서 저걸 입고 돌아 다녔다. 편안하고 뽀송했다.

캐리백에서 포름알데히드 기준치 초과 검출


사람들이 그토록 갖고 싶어하던 캐리백은 이제는 빨리 처분해야 할 폐기물이 되고 말았다. 포름알데히드가 다량 검출됐다는 루머가 돌기 시작한 것이다.

스타벅스 측은 처음에는 함구했다. 다음에는 부정했지만, 나중에는 포름알데히드 검출량이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시인하며 고객들에게 사과했다.

사과 과정에서 또 다른 논란이 생겼다. 캐리백을 스타벅스에 갖고 오면 음료 3잔으로 바꾸어 주겠다는 공지를 한 것이다. 세상에 천하의 스타벅스가 대고객 대응을 이렇게 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사람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캐리백을 받기 위해서 17잔의 커피를 소비하고 획득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심리적 스트레스를 견뎠는데 고작 커피 3잔으로 바꿔주겠다는 말에 고객들의 불만이 터진것이다. 게다가 해당 제품에는 발암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는가. 

14,000원짜리 샐러드 상태가..?!


스타벅스는 전국 어느 매장을 가도 기본은 한다. 그리고 스타벅스를 이용하면서 딱히 기분 나빴던 경험도 없다. 그러나 며칠 전에 '어라 스타벅스가 이런다고?' 싶은 일이 있었다.

13,900원 짜리 부라타 & 샐러드
- 사진 : 송종식

위 사진은 13,900원 짜리 부라타와 샐러드 세트다. 저게 적정한 가격인지 궁금해서 당시 내가 운영하던 텔레그램에 설문 조사를 해보았다. 1,000명이 넘는 분이 투표를 해주셨다. 대부분이 4,000~5,000원이면 적정한 퀄리티라고 하셨다. 실제 위의 사진은 음식을 받자마자 손을 대지 않고 바로 사진을 찍은 것이다. 옆에 있는 카라멜 마끼아또와 함께 총 21,100원을 지불한 음료와 음식의 모습인데, 물가가 올라서 가성비가 안 좋아진 것인지? 스타벅스가 흑화한 것인지? 아니면 당시 내가 특별히 차별을 당한 것인지 더 자세한 연유는 알지 못한다.

스타벅스에서 홍보하고 있는 부라타 & 샐러드의 이미지
<사진 : 스타벅스>

나는 장사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가장 편안한 손님이다. 정말 '어지간해서는' 클레임을 걸지 않는다. 남들이 조악하다고 하는 제품도 받아서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남들이 맛 없다는 음식도 잘 먹는다. 정말 어지간해서는 세상에 별 불만이 없다.

꼬장부리는 사람이 되기 싫어서 좀 손해를 보더라도 그냥 잊어 버리는 편이다. 금전을 지불해서 빠르고 편리하게 진행되는 일이 있다면 흥정하지 않고 상대가 달라는 금전을 곧장 주고 일처리를 하는 편이다.

그리고 음식점의 경우에도 가게에 들며 날며 사장님들께 '안녕하세요!',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인사도 빼놓지 않는다. 덕담을 하면 했지 어지간 하면 나쁜 이야기를 안한다. 그런 나같은 손님에게까지 클레임이 걸린다면 그 가게는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최근의 스타벅스가 그렇다. 10년 넘는 세월동안 별 문제 없이 이용해 왔다. 이번 부라타 & 샐러드 사건은 내 개인적 작은 이벤트에 불과하다. 하지만 하필 같은 기간에 굿즈와 관련한 문제와 거기서 파생되는 후속 문제들, 그리고 콘센트가 줄어드는 매장들의 모습. 이런저런 모습들을 보면서 설마 이제는 스타벅스가 성장을 다하고 후퇴하기 시작한건가 싶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위의 건으로 스타벅스 해당 매장에 별도로 클레임을 걸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스타벅스 바리스타 분들은 정말 친절하다. 전국 어느 매장을 가도 다 그렇다. 친절하지 않은 바리스타 분을 본 적이 한번도 없다. 스타벅스에 가면 존중받는 느낌이 든다. 커피가 아주 맛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국 어디를 가도 예측 가능한 맛의 커피를 받는다. 요즘은 스타벅스 쿠폰 선물을 많이 주고 받는다. 그것 또한 사람들이 스타벅스를 계속 가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인 것 같다. 기타 여전히 공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점, 싸이렌 오더의 편리함 등 스타벅스를 써야 할 이유는 많다.

굿즈에서 검출된 발암물질 이슈가 시끄러운 중에도 우리 동네 스타벅스 매장에는 자리가 없다. 주차장에는 들어 가려는 차들로 줄을 서고 있고, 커피 한잔을 시키면 한참을 대기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의 여전한 인기
<캡처 : 송종식, 스타벅스>

아직은 스타벅스가 가진 해자가 견고해 보인다. 그러나 해자에 구멍이 생기면 처음에는 느끼지 못해도 그 해자는 어느날 갑자기 붕괴된다. 내가 애정하는 스타벅스가 더는 흑화하지 말고 해자에 생긴 구멍을 잘 찾아내서 메꿨으면 좋겠다.

2022년 8월 4일
송종식


2020년 12월 1일 화요일

천마표시멘트 팝콘

밀가루 제조사인 대한제분은 자사의 '곰표'브랜드로 맥주를 만들어 팔면서 히트를 쳤습니다. 뒤이어 나온 구두약 브랜드 말표 맥주도 호평을 얻고 있습니다.

달라도 너무 다른 브랜드 간 콜라보 마케팅이 유행을 하고 있습니다. 또, 여기에 '펀슈머', '가잼비' 등의 신조어를 만들어 내는 새로운 재미 마케팅도 선전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곰표맥주와 말표맥주는 맛도 좋았습니다. 이런 이색 마케팅도 재미있지만, 제품 퀄리티도 은근히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11월 24일, 신문지 상에서 '천마표시멘트 팝콘' 출시 기사를 보았습니다. 시멘트 포대를 연상케 하는 묵직한 디자인과 '이번에는 시멘트다'라는 묵직한 문구에 저는 대번에 꽂혔습니다. 세븐일레븐과 협력하여 나온 제품이라길래 동네 세븐일레븐을 돌아보았습니다. 제품을 알현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끄저께 다시 동네 세븐일레븐에 방문했습니다. 이번에는 수줍게 모여있는 시멘트 포대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편의점 사장님께서는 "이야 정보가 좋으시네요? 방금 들어 온 제품인데 어떻게 아시고 이걸 사 가세요? (웃음)"라고 저에게 되물었습니다.

어렵게 만난 너란 녀석 <사진 : 송종식>

봉지당 1,200~1,500원에 팔리는 것 같습니다. 저는 1,500원을 주고 샀습니다. 봉지 디자인만 보면 별로 먹고 싶지 않습니다. 팝콘을 뜯어보니 검정색 색소가 조금 흉물스러워 보이기도 했습니다.

오! 그런데 웬걸요. 별 기대 없이 먹었는데 은근히 손이 계속 가게 만드는 맛이었습니다. 단맛과 짠맛이 오가는 그런 맛이었습니다. 나름대로 심심할 때 한줌씩 주전부리 삼아서 먹을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웅장하다 <사진 : 송종식>

저는 원래 이런 마케팅에 놀아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특정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는 행동은 개인적으로 정말 싫어합니다. 몇년 전, 허니버터칩 대란때도 저는 되레 허니버터칩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들었습니다. 사람이 몰리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성격 탓입니다. 왜 과자를 줄 서서 사 먹어야 하는지 여전히 이해를 하지 못하는 1인입니다. 대신 이번 제품은 아직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전에라 선취매 개념으로 대량 구매를 하여 즐겨보고 있습니다.

제가 이런 제품들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있습니다. 소비자와 접촉할 기회가 적은 B2B 기업, 그리고 시장의 관심을 전혀 받지 못하는 초저PBR 기업들이 앞으로 이런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유인이 많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신기하게도 곰표의 대한제분과 천마표의 성신양회도 이런류의 기업입니다. 

이런 방식의 마케팅을 일회성으로 끝낼 게 아니라, 전략을 잘 짜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키울 틈도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래서 이런 마케팅과 제품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사양산업에 속한 기업들의 돌파구가 되어줄 수 있을지..? 아직은 그냥저냥 장난 수준에 불과해 보이지만 사람과 기업의 미래는 모르는 것이니까요.

2020년 12월 1일
송종식 드림


2016년 1월 28일 목요일

이케아에서는 왜 콜라를 와인잔에 담아줄까

이케아를 생각하면 참 재미있습니다. 처음 한국에 들어온다고 했을 때, 우리나라 가구 회사는 다 망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한샘을 필두로 우리나라 가구 회사들은 이케아가 들어오고 나서 몇배로 성장을 했고, 주가도 폭발적으로 상승했습니다.

작은 한국 시장에 메기가 한마리 들어오면서 미꾸라지들이 더 부지런히 움직인 결과 더 잘 생존하게 됐다나요. 이걸 마케팅 용어로는 메기효과라고 부른다나요. 말은 만들기 나름이니까요.

이케아에 간다간다 하면서 한번도 못 가다가 오늘 다녀왔습니다. 가서 그냥 구경하고 밥만 먹고 왔습니다. 사실 이케아에서 밥을 판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가구 매장에서 밥 파는걸 그냥 우리나라 일반 백화점들이 분수효과샤워효과를 노리는 것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것도 아니면 요새 자구책으로 꺼낸 디파테인먼트 전략 정도로 생각했지요.

하지만 이케아 현장에 다녀와 보니 동선 구성을 비롯해서 밥을 파는 이유, 그리고 사소한 아이템들의 배치 하나하나가 모두 고도로 전략적인 기획하에 구성된 것임을 느꼈습니다.

동선의 맨 마지막에 먹는 공간을 만들어 둔 것도, 엘리베이터타고 직행하면 놀이방이 있는 것도요. 이런 동선 전략이야 유통 업체들이 언제나 신경쓰는 부분이죠.

이케아 밥이 나름 레스토랑 흉내 정도는 낸다고 해서 먹으러 올라가봤습니다. 왜 이런 레스토랑을 만들어 놓았는지 대번에 알아챘습니다.

일단 밥 먹는 곳에 준비된 가구가 전부 이케아에서 파는 가구였습니다. 아무 가구에나 앉아서 먹으면 되는데, 가구 형태가 다양하게 준비돼 있습니다. 낮은 테이블, 높은 테이블, 쇼파에서 앉아서 먹을 수 있게 준비된 테이블, 중간 높이 테이블 등등. 편안한 인테리어와 조명 아래 다양한 형태의 식탁에서 밥을 먹으면서 이케아와의 경험을 소비자들에게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게임 회사로 치면 소비자들에게 베타테스팅을 그런식으로 진행하고 있던셈이죠.

이케아는 디테일에서도 고도의 마케팅 전술을 발휘하고 있었습니다. 일단 음식을 팔아서 내는 수익도 적지 않을 것 같았지만, 음식을 사려면 일부러 줄을 서야합니다. 애플이 자주 쓰는 줄 세우기 마케팅을 하고 있더군요. 밥 주문하는데 한참 걸렸습니다.

처음 가서 놀랐던게 식사를 하면서 사람들이 저마다 와인을 마시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와인이 알고보니 콜라였습니다. 콜라를 와인잔에 담아줍니다. 투박한 플라스틱 컵에 담아주면 자신들의 가구도 덩달아 초라해 보일테니, 우아하게 보이기 위한 전략이었습니다. 정말 테이블마다 와인잔이 올려져 있으니 가구도 깔끔해 보이는 착시 효과가 있었습니다.

미트볼이나 감자샐러드와 같은 음식에 파란색 스웨덴 국기를 꽂아둔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일단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 국가들의 이미지는 동경과 찬사의 대상이죠. 국가 이미지를 각인할 뿐 아니라 고급 브랜드가 아니지만 그래도 외제라는 인상을 주기에는 충분했습니다.

노마진 정책을 쓰면서 유통에서는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는 코스트코. 대신 연간 회비를 통해서 영업이익을 올리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처음에 저는 코스트코의 BM을 접하고 무릎을 탁 쳤던적이 있습니다. 이 모델을 다른 형태의 소매점이 가격으로 이기는건 처음부터 불가능합니다. 심지어 월마트도 코스트코와의 가격 경쟁은 힘들어 할 정도라고 하니까요.

어쨌든 코스트코의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BM을 접했을 때 만큼의 신선함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간만에 정석 마케팅 책 한권 읽고 온 느낌입니다. 어쩌면 뻔한 마케팅, 뻔한 동선 구성일지도 모르지만 뻔한게 정석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석으로 그래도 한국 시장에서 작년에 장사 잘 했다네요. 모범생 같은 이케아 구경 잘 하고 왔습니다.

2016년 1월 28일
송종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