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26일 목요일

미세먼지는 중국에서 오고, 할로윈 파티에선 뭐가 왔을까?

미세먼지


우리나라의 사계절에는 특징적인 변화가 추가되었습니다. 겨울이 되면 잿빛하늘, 그리고 미세먼지와 함께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합니다. 그러다 계절이 변해 여름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파란 하늘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아주 단순한 이유 때문입니다. 여름에는 동남풍이 불고, 겨울에는 북서풍이 불기 때문입니다. 동남풍에는 미세먼지가 섞여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북서풍이 불기 시작하면 한반도는 지옥같은 나날이 시작됩니다. 중국 본토에서 출발하는 엄청난 양의 대기오염 물질이 날아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언제부턴가 여름이 기다려지기 시작했습니다.

황홀했던 2020년 여름의 사진들. 코로나로 인해서 중국의 공장들이 멈추고, 또 여름 동남풍이 합세하면서 중국발 미세먼지에서 완전히 해방되었다. 지평선 끝까지 보이는 파란 하늘과 구름 덕분에 사람들은 나날이 행복해했다. 나도 하늘을 구경하고 깨끗한 공기를 마시는 재미로 올 여름을 보냈다. <사진 : 송종식>

특히, 올 여름은 더욱 환상적이었습니다. 근 몇년래 가장 아름다운 하늘과 풍광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는 동남풍의 영향도 있었지만 한반도 근처의 대기가 더욱 깨끗하게 정화된 탓도 컸습니다. 

중국의 공장들이 코로나로 멈추면서 중국 본토의 하늘도 모처럼 장기간 파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런 변화는 우리나라에도 즉각 영향을 미쳤습니다. 최근 몇년 동안 볼 수 없었던, 진기한 모습 중 하나인 수평선과 지평선의 끝이 선명하게 보이는 날도 꽤 오래 지속했습니다. 특히, 지평선 끝에 붙어있는 구름도 선명하게 보이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코로나로 고생중입니다. 특히, 올 여름에도 코로나로 답답한 나날이 지속됐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사람들은 극도의 행복감을 만끽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파란 하늘, 선명한 풍광, 깨끗한 공기 덕분이었습니다. 겨울 내내 잿빛 하늘아래 우울증을 겪던 사람들이 모처럼 웃었습니다.

사람들의 밝은 표정과, 눈이 부시도록 선명한 날씨를 보면서 깨달은 것이 많은 해였습니다. 특히, 자연의 소중함과 환경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했습니다. 깨끗한 자연과 맑은 날이, 빨간색으로 물들어 있는 계좌의 숫자보다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 뼛속 깊숙히 깨달았습니다. 이런 기분과 생각은 ESG에 대한 저의 관심도 끌어 올렸습니다.

망상증 환자라는 소리를 듣던 억울한 나날들


저는 주변 변화에 민감한 편입니다. 그래서 미세먼지에 대해서도 비교적 일찍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모두가 알아 챌 정도로 미세먼지가 습격하던 시절부터는 그것이 중국 때문임을 진작에 알았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여년 전이네요. 그때부터 저는 중국 때문에 우리나라의 하늘이 잿빛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그렇게 말하면 주변에서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 같았습니다.

"소설 쓰지마라."
"되도 안한 소리다."
"말도 안되는 소리다."

제가 아무런 근거가 없이 그런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해외의 위성 사진은 물론, 여러가지 자료를 제시해도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같았습니다. 꽤 오랜 시간동안 저는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습니다. 저는 그것을 개인 소셜미디어에 기록해 두었습니다. 어차피 사람들은 미세먼지가 중국발이라고 주장해도 들어주지 않을테니, 그냥 기록으로라도 남겨놓기로 했습니다.

몇몇 언론들마저 미세먼지는 중국탓이 안니라 우리나라 탓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것은 정치와 전혀 상관없는 상식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생존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이것을 정치적인 문제로 연결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유리한 입장만을 내세웠습니다.

박근혜 정부때는 미세먼지가 경유차와 고등어 때문이라고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우리나라 공장들이 돌리는 연기와 석탄 발전소 그리고 경유차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런 주장에 늘 되묻고 싶었습니다. 여름에는 파란 하늘이 드러납니다. 그러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름에는 고등어도 안 구워먹고, 경유차도 안타고, 발전소도 안 돌리는지요?

간단한 위성 사진 몇개만 녹화해서 돌려보더라도 간단하게 알 수 있는 이치입니다. 이것을 전문 인력을 동원해서 조사를 했습니다. 미세먼지가 우리탓이 아님을 말이죠. 여기에 또 막대한 혈세가 들어갔습니다.

겨울에 백령도 서쪽 바다의 미세먼지 수치가 서울보다 높게 나옵니다. 백령도에서 화력발전소라도 돌려서 그렇게 나오는 게 아님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을텐데, 중국 눈치를 보는 사람들만 그것을 모른체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하늘을 잿빛으로 만드는 것이 중국에서 오는 오염물질들이라는 것을요.

할로윈 파티, 이태원..


그렇다면 최근에 다시 가파르게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어디에서 왔을까요? 우선 최근 몇몇 기사들의 헤드라인 중, 중요한 키워드를 몇가지 뽑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확산중"
"밖에서 괜찮았던 청년들이 입대 후 훈련병 신분으로 갑자기 대거 확진 판정"
"키즈카페 아르바이트생을 통해서 80여 명에게 집단 전파"
"124명의 확진자가 나온 식당과 고시학원"

볼드로 처리한 키워드에 주목해 주세요. 이들의 공통점은 '젊음'입니다. 최근의 빠른 전파세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주요 매체를 통해서도 최근 재유행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언론보도도 많고, 관련 지표도 많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서울시에서는 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발표를 했습니다. 일부 언론사의 헤드라인만 발췌해보면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혹시 조중동에서 기사를 왜곡해서 썼나 싶어서 찾아보았습니다. 그건 아니었습니다. 다른 언론사들도 모두 동일한 내용으로 기사가 나간 것을 확인했습니다.

서울시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저 브리핑을 했던 날은 11월 19일입니다. 보수단체의 집회일은 8월 15일입니다. 그리고 핼러윈데이는 10월 31일, 그것도 마침 토요일이었습니다. 이후 민주노총의 집회는 다음달 11월 14일이었습니다.

지난 10월 31일 이태원. 할로윈 파티를 즐기기 위해서 몰려나온 사람들 <사진 : 연합뉴스>

상식적으로 날짜 기준으로만 생각해봅시다. 날짜를 가지고 근거를 삼으려면 민주노총 집회를 최우선 타깃으로 잡아야 합니다. 가장 가까운 날짜에 사람들이 대규모로 모였던 행사니까요.

코로나 바이러스는 약 2주간의 잠복기가 있습니다. 잠복기를 생각해보면 핼러윈 데이를 거치면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잠복기를 지나 확산된 것이 아닌지 강하게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시기가 가장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앞서 보았듯이 최근의 확산세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 의심은 더욱 강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일단은 날짜만 놓고 생각해도 8.15 집회 탓을 하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그리고 그 집회 참가자 대부분은 노년층입니다. 젊은층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진회입니다. 이것을 놓고봐도 서울시의 발언에 공감하기가 힘듭니다.

그리고 또 하나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죠. 8.15 보수집회가 열리던 당일부터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수는 빠르게 늘었습니다. 며칠 후, 이내 잠잠해졌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질본에서는 이때, 이 확산세가 보수집회 탓이라고 했습니다. 그때도 저는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잠복기도 없이, 사람들이 모였다고 당일날 감염자가 확산되고, 즉시 집계되는 시스템이라니.. 놀라웠습니다.

공정한 사회인지에 대한 의문


어떤 정부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현 정부가 조금 심한 측면이 있습니다. 모든 사안을 정치적 사안으로만 놓고 처리합니다. 그리고 일단 니편이냐, 내편이냐를 따지고 결과를 미리 정해버립니다.

이러니 많은 발언과 의사결정이 상식에 반하는 결과를 낳게됩니다. 이것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피로도는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절대적인 지지층이야 뭘 해도 좋다고 박수를 쳐 줄테지요. 그러나 그렇지 않은 대다수의 국민들은 극심한 피로를 느낍니다. 이것은 시간이 갈수록 분노로 응축됩니다.

8.15 보수집회는 초대형 규모의 집회였습니다. 그러나 이 집회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빌미로 와해됐습니다. 집회 당일, 경찰 버스로 차벽을 만들고 개미새끼 한마리도 지나가지 못하게 막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며칠 후 할로윈 파티에는 그 어떤 대책도 세우지 않았습니다. 특히, 파티를 위해 엄청난 인파가 몰렸던 이태원의 상황은 심각했습니다. 사람들은 발을 디딜 틈도 없이 뭉쳐서 몸을 비비며 놀았습니다. 그 중에는 마스크를 하지 않은 외국인도 상당수가 끼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며칠 뒤, 민주노총의 대규모 집회가 열렸습니다. 정부에서는 집회를 하지 말라는 엄포만 놓았습니다. 보수집회를 막을 때와 마찬가지로 차벽을 세우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사실상 집회에 별 물리적 제재를 가하지 않은것이죠.

이러니 코로나를 핑계로 '정치방역'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커져갑니다.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만 쌓여갑니다.

집회와 결사의 자유는 지켜져야 합니다. 우리편의 집회와 결사의 자유는 지켜주고, 내 입맛에 안 맞는 집회 결사의 자유는 차단한다면 이는 이미 민주주의 균열을 의미합니다.

니편이든, 내편이든 가리지 않고 그 누구의 집회와 결사의 자유도 지켜져야 합니다.

그러니 방역을 이유로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잠시나마 제한하겠다고 하면, 이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었어야 합니다.

집회를 허용할 거라면 시원하게 허용해야합니다. 방역이 우선이라면 니편내편 가리지 말고 모든 사람들을 철저히 관리해야합니다.

법과 규칙에 대한 적용은 모든 구성원에게 공정하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아는 상식입니다. 너무나 상식적인 이야기여서 글로 쓰기도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가 공정한 사회인지 의문을 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비단 이번 포스팅에서 언급한 사례 뿐만 아닙니다.

불공정하다고 여겨지는 처사는 사회 전방위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권력층의 입맛에 맞는 사람은 정말로 살기 편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방송계와 출판계를 종횡무진하며 돈을 법니다. 또, 아무리 큰 죄를 지어도 무마가 되거나 보호가 됩니다.

반면에, 권력층의 입맛에 맞지 않은 사람은 어떻습니까? 아주 사소한 꼬투리 하나만 잡혀도 크나 큰 고초를 겪습니다. 공적으로는 법적, 직업적 제재부터 시작해서 사적으로는 권력층을 비호하는 지지자들의 무리에게 엄청난 공격을 당해야 합니다. 흡사 홍위병과 비슷한 사람들말이죠.

저는 처음부터 현 정부의 지지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그 반대쪽 지지자도 아니었습니다. 부동층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서 관망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어쨌든 박근혜 정부가 붕괴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설 때, 우리 국민들은 이전보다 나은 정부를 바랐습니다. 특히,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되리라는 기대를 걸었던 분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우리들은 수십억대 고급 아파트에 살 테니, 너희들은 7평짜리 공공 임대 주택에서 어른들과 믹스돼서 살아"
"우리 자식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용을 만들테니, 너희들은 개천의 가재, 붕어, 개구리로 살아. 모두가 용이 될 필요는 없어"
"군 휴가는 1분만 늦게 복귀해도 엄하게 처벌해야 하지만, 우리 아들은 좀 늦게 복귀해도 괜찮아"
"국민들은 가족들과 만나지도 말고 제사도 지내면 안되지만, 우리는 성묘갈거야."

이런식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전 정부보다 더 나은 정부를 바랐던 국민들은 실망감이 아주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야 애초에 정치인들에게 기대도 실망도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주변에 친정부 성향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등을 돌리는 것을 보면 민심이반이 많이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적어도 이전 정부보다는 나아야 할텐데 말입니다. 이전 정부나 현 정부나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 심지어 더 심각한 정부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사람들이 이러라고 뽑아준게 아닐텐데 말입니다.

그리운 것이 된 '상식'이라는 이름의 단어


상식에 반하는 이야기가 쏟아지는 요즘입니다. 어떤 사안을 놓고 정치적으로 편을 갈라 싸우자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것은 애초에 관심도 없습니다. 오로지 상식과 비상식, 논리와 비논리만 놓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논란의 여지가 끼어들 틈이 없는 것들입니다. 초등학생 수준의 사고만 할 수 있어도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상식적이고 비상식적인지 대번에 선택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정치인들이 쏟아내는 발언들을 보면 비상식의 연속입니다. 비상식이 선을 넘어서 사람들의 가슴 속 깊은 곳에서 화를 치밀어 오르게 합니다. 그런게 한두군데가 아닙니다. 심지어 그것을 말에서 끝내지 않습니다. 법안으로 발의하거나 실제 정책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이러는 과정에서 외교, 안보, 경제, 법률, 사회 시스템과 사람들의 마음 등 우리나라 곳곳이 망가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다음 정부가 제대로 일을 해도 회복이 가능할지 조차 의문입니다. 그 정도로 망가진 사회 시스템이 한두곳이 아닙니다. 

대형 IT기업에서 CTO로 일하고 있는 형님이 있습니다. 이 형님은 원래는 골수 친문이었습니다. 최근에는 돌아 선 사람입니다. 이 형이 돌아선 것 자체를 믿을 수 없었는데,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더욱 믿을 수 없었습니다.

"잘 만들어져서 착착 돌아가던 선진국 하나가 완전히 망가지고 있는 느낌이야."

높은 직급을 갖고 있으니 다양한 사람을 데리고 일합니다. 또 큰 기술과 자금을 움직이고 있지요. 그러다보니 조망할 수 있는 시야도 넓어진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비지지자들이야 원래 느끼고 있던 부분입니다만, 애초 골수 지지자였던 사람의 입에서도 이 정도의 이야기가 나오니 말 다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로나 블루로 사람들의 우울증이 심하다고 합니다. 내면에 내재된 분노는 폭발직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칼부림으로 사람을 여럿 해치는 사고도 갈수록 잦아지는 것 같습니다.

저성장으로 나눠먹을 수 있는 파이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의 분노는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의 언행이 갈수록 비상식적으로 변하니 분노는 곱절로 늘어납니다.

법이나 상식, 제도와 규칙보다는 주먹과 칼에 의지하는 사람이 대거 늘어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2010년대 들어서 유독 정치가 우리에게 주는 스트레스가 커진 것 같습니다. 뭔가 진행되는 일이나 상정되는 법안들이 평범한 일반인들 눈높이에서 보기에는 비상식적인 것 투성이입니다. 그게 단순히 비상식선에서만 끝나도 그런가보다 하며 넘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비상식이 대한민국이라는 배를 아주 조금씩 침몰 시키는 게 느껴져서 문제입니다. 또, 그것을 저 뿐만 아니라 아주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의 사생활, 사유재산, 자유, 권리, 인간성 같은 소중한 가치들이 하나씩 훼손되는 것을 확실히 느낍니다. 가끔은 무섭고 두렵기까지 합니다. 아직 이 부분에 대해서 예민하지 않은 사람들도 언젠가는 느끼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권력자들 지근거리에 충신이 있어야 하는데, 간신배들만 들끓고 있는 것 같습니다. 권력자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입을 틀어쥐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누군가가 나서서 정당한 비판을 하면 보나마나 홍위병들에게 영혼까지 탈탈 털리고 인생이 무너져 버리겠지요. 그래서 충신들도 그런 것을 두려워 해 입 열기를 꺼려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사람들은 점점 억압당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모두가 가슴에 화를 한 가득씩 품고 있습니다. 이것은 언제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앞서 말했듯 비단 코로나 때문만이 아닙니다.

내로남불, 불공정, 비상식.. 이런 부분들에 대한 개선만 제대로 되어도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돈만 벌면 그만입니다.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상관없고,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상관없습니다. 그 기회를 역이용해서 돈만 벌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무책임합니다. 투자에 있어서는 정치를 이용만 하면 됩니다. 그러나 투자를 떠나서 한 사람의 국민일 때는 실책으로 기울고 있는 나라를 걱정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20년 11월 26일
송종식 드림



2020년 11월 25일 수요일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1 지도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는 먹는 즐거움입니다. 그러므로, 주식으로 돈을 벌면 맛있는 것을 사 먹읍시다. 돈은 화면 안에만 있으면 그저 사이버머니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그걸 인출해서 맛있는 음식으로 바꿔 먹으면 돈이 돈이 됩니다. 현실 머니가 됩니다. 누군가 불러주어야 꽃이 되듯이 돈도 인출해서 조금은 써 주어야 진정한 돈이 됩니다.

저는 사실 누군가가 가이드를 해주는 대로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아마 여러분 누구라도 그러실 줄 압니다. 그래서 여행을 가서도 그런 습성이 발휘가 됩니다. 구글링을 해도 잘 안 나오고,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는 숨어있는 곳들을 찾아다니는 편입니다. 알려진 곳 보다는, 의외로 그런 곳들이 진정한 명소이거나 맛있는 가게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 사고방식을 가진 제게도 몇 가지 예외는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미쉐린 가이드를 구경하는 것입니다. 미쉐린 가이드를 통해서 방문해 본 곳들은 나름대로 저를 만족시켜 주었습니다. 물론, 빕구르망으로 선정된 몇몇 곳은 의외의 큰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만, 전반적으로는 역시 미슐랭 가이드가 가진 명망대로 괜찮은 곳들이 많았습니다.



범례는 위와 같습니다. 올해는 3스타로 뽑힌 가온과 라연을 시작으로 2스타 7개 가게 등 빕구르망 포함 총 178개의 음식점이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1 어워드 목록에 포함되었습니다. 대부분이 작년에 이어 연속으로 선정되었고, 22개 레스토랑이 새롭게 선정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1개 가게는 폐점되어서 제외되었습니다.


PDF 파일로 돌고 있는 미쉐린 가이드 어워드 리스트는 조금 불친절합니다. 단순히 가게 이름만 적혀 있어서 위치가 어디인지, 연락처는 어떻게 되는지, 홈페이지는 있는지와 같은 기본정보에 대한 갈증을 키웁니다. 물론, 미쉐린 가이드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자료 정리가 잘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가게마다 페이지가 하나씩 따로 있어서 음미하면서 볼 시간이 없는 분들께는 여전히 불편합니다.

그리고 미쉐린 가이드 어워드에 선정된 가게들을 가고 싶어도 위치를 몰라 애매하게 느끼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미 목록에 있는 곳들을 자주 가보신 분들은 상관없겠지만, 이번에 가고자하면 위치를 모아서 보여주는 페이지가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해, 지도를 만들어 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만, 올해는 제가 지도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대부분의 레스토랑이 중구와 강남쪽에 몰려있습니다. 아마도 미쉐린 가이드 리스트에 있는 가게들을 가려면 중구나 강남 어딘가에서 갈 생각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도에 표시된 밥집들이 너무 많으면 분잡해 보입니다. 그래서 왼쪽의 필터링 기능을 이용해서 필요한 가게들만 지도에 표시할 수 있습니다. 위의 경우에는 빕구르망을 안 보이도록 하고, 3스타와, 2스타를 받은 가게들만 보이게 표시한 모습입니다. 그리고 가게를 선택하면 대부분 가게의 홈페이지 정보를 알려줍니다. 들어가서 어떤 형태의 레스토랑인지 미리 확인할 수 있습니다. 1스타 이상의 레스토랑은 대부분 예약제입니다.


스마트폰의 경우에도 사용하시는 방법은 동일합니다. 'LEGEND' 또는 '범례' 버튼을 누르면 왼쪽에서 범례 목록이 슬라이드 되어 나타납니다.

혹시 잊어버리셨을지도 모르니 지도 링크를 다시 걸어드리겠습니다.

맛있는 것 많이 드시고, 항상 행복한 투자자가 됩시다. 감사합니다.

2020년 11월 25일
송종식 드림


2020년 11월 24일 화요일

로그차트를 쓰자

저는 아주 오랫동안 로그차트를 쓰고 있습니다. 물론, 차트만을 이용해서 투자를 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기업이 지난 시간 시장에서 받아왔던 평가들, 그리고 현재 시장 참여자들의 센티멘트를 확인 하는 정도로 차트를 아주 조금 참고는 하고 있습니다. 물론 기업분석이나 펀더멘털 분석이 9할 이상이고 차트는 안 봐도 그만인 수준으로만 참고합니다.

리니어 차트와 로그 차트


HTS에서 제공하는 차트는 물론이고, 포털에서 제공하는 차트, 그리고 각종 장기 경제 지표들을 다루는 차트들도 의외로 리니어 형태로 데이터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로그차트 사용이 일반적이지 않은 분위기임을 느끼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장기적인 성장률을 확인하려면 리니어 차트보다는 로그 차트를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리니어 차트가 장기적인 성장률을 시각적으로 얼마나 왜곡시키는지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분들은 의외로 모르시는 것 같아서 간단하게 썰을 풀어보겠습니다.

주가 차트를 기준으로 설명을 드리면 개인투자자들이 흔히 쓰는 리니어 차트에서 봉의 길이는 '가격'입니다. 그래서 1,000원 상승한 양봉보다, 10,000원 상승한 양봉이 10배나 더 장대양봉으로 표시됩니다.

그러나 로그차트는 봉의 길이가 가격이 아닌 '%'로 표시됩니다. 1,000원이 오르나 10,000원이 오르나 10% 오르면 봉의 길이는 똑같습니다. 장기적인 시세 등락이나 성장률은 로그차트로 확인하는게 정확합니다. 투자는 덧셈의 게임이 아니라 곱셈의 게임이니까요.

다음 두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시각적으로 왜곡되는 버크셔헤서웨이의 장기 수익률 차트


다음은 사람들이 많이 인용하는 버크셔헤서웨이의 장기 누적 수익률 차트입니다.

버크셔헤서웨이와 S&P 500 의 장기 수익률 비교 차트 (리니어)
<출처 : Business Insider>

복리 원리에 따라 투자 원금에 따른 절대금액은 2000년대 들어서 압도적으로 크게 번게 맞습니다. 그러나 이 리니어 차트는 버크셔헤서웨이의 수익률이 2000년대 들어서 폭발한 것이라고 착각을 할 정도로 왜곡이 돼 있습니다.

같은 기간 같은 조건의 로그 스케일 차트
<출처 : Business Insider>

리니어 차트로 보았을 때 버크셔헤서웨이의 자산 성장은 2000년대 들어서 전부 이뤄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로그스케일 차트를 보면 버크셔헤서웨이의 자산이 크게 증가한 시기는 1967년에서 1973년 사이, 그리고 1975년에서 1988년 사이입니다. 오히려 2000년대에 들어서는 과거에 비해서 투자 성과가 주춤해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장기적인 성장성의 시각적 왜곡


아래는 OCI(구 동양제철화학)의 장기 주가 흐름 차트입니다.

OCI의 14년치 장기 주가 흐름 차트(리니어)
<출처 : 대신증권 사이보스>

우리나라의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일반적인 리니어 차트입니다. 리니어 차트상으로 OCI는 2007년 3월 부터 주가가 움직인 것으로 보입니다. 2010년 4월부터 2011년 1월까지 주가가 약 3.5배 정도 상승하였습니다. 돈은 이 기간에 투자한 사람들이 다 번 것 같은 착시효과를 불러옵니다. 그러나 아래를 보시죠.

같은 기간 OCI의 주가 흐름(로그 스케일)
<출처 : 대신증권 사이보스>

똑같은 기간, 똑같은 종목을 로그적용한 차트입니다. 리니어 차트에서 2007년부터 주가가 움직인 것 처럼 보이지만 로그차트를 통해 확인하면 동종목은 이미 1998년부터 계속 폭발적 상승을 해온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07년에는 이미 50배 이상 주가가 상승한 후 입니다. OCI 투자로 돈을 가장 많이 번 분들은 1998년에 투자한 사람들임을 알 수 있습니다.

장기투자자분들은 장기적인 주가의 흐름을 참고하실 때는 로그 스케일 차트를 참고하는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정에는 덤덤해지고, 폭락때는 용기를 내게 해준다


로그차트가 주는 심리적 안정감은 덤입니다. 장기투자자의 경우 로그차트를 활용하면 주가 대폭락에도 의외로 덤덤하게 됩니다. 기업의 펀더멘털에는 변화가 없지만 시장 외부 요인으로 주가가 폭락할 때 심리적으로 훌륭한 안정감을 줍니다. 리니어 차트라면 주가가 폭포수처럼 쏟아질때도 로그차트로는 의외로 그 폭이 커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가가 장기간 하락한 후에 바닥권에서 다시 대폭락을 하면 봉이 꽤 길어지기 때문에 낮은 가격에 추가 진입을 하기에도 유용합니다.

2018년 3월 16일에
스팀잇에 썼던 글을 가져와서 재개시 함

송종식 드림


2020년 11월 19일 목요일

빚 24억 원을 1년 11개월만에 갚은 방법

모두가 은퇴 걱정을 할 때, 그는 음반을 냈다


"남자한테 참 좋은데~ 표현할 방뻡이 없네"

광고 카피 하나로 전국구 인사가 된 사람. 전 천호식품 회장이자 창업자인 김영식 회장이다. 그를 만나면 늘 유쾌하고 즐겁다. 온몸에서 즐거움과 긍정의 에너지가 솟구쳐 넘친다. 옆에 있는 사람도 절로 어깨춤을 추게 만든다.

모두가 은퇴 걱정과 노후 걱정을 할 나이에 그는 음반을 냈다. 그냥 돈만 많은 부자가 아니다. 사회에 여러가지 기여를 하고 있으며, 취미로 음악 활동도 하고 있다. 모두가 꿈꾸는 노후, 모두가 꿈꾸는 삶이 아니던가?

10미터만 더 <노래 : 김영식, 작곡 : 김정택, 작사 : 김영식>

그의 뮤직비디오다. B급 감성이 묻어난다. 멜로디도 흥이 난다. 그러나 가사에서 전달되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작사는 김영식 회장 본인이 직접했다. 작곡은 김정택 SBS 명예예술단장이 맡았다.

누구의 말마따나 이 노래는 아침 기상용 알람으로 딱이다. 가사를 음미하며 노래를 들으면 정말 흥이난다. 그냥 내가 하는 일이 다 잘 되어야만 할 것 같다.

코로나 바이러스 등으로 힘든 국민들에게 작으나마 힘을 주고 싶어서 노래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평소에도 국가를 위해 크고 작은 봉사와 후원을 많이 하고 있다.

곡은 태진미디어와 금영의 노래방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어렵지 않은 노래이니 흥을 돋구어야 하는 자리에서 불러보는 것도 좋겠다.

제대 5일만에 시작한 첫 사업


'김영식 회장'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역시 '뚝심', '추진력', '부지런함'이다. 그에 걸맞게 그는 군 제대 5일만에 첫 사업을 시작했다. 학습지 영업을 했는데, 자전거를 타고 매일 하루에 100km씩 다니며 영업을 했다. 그 결과 그는 전국에서 학습지 판매부수 1위 사업자에 올랐다. 돈도 벌렸고 사업도 점차 자리를 잡아갔다.

24살때 벌인 학습지 사업으로 돈이 벌리자 그는 사업을 확장했다. 80년대 초에는 '세계 금연의 해' 슬로건을 포착하고 금연파이프 사업을 진행했다. 금연파이프로 6개월도 되지 않아 현금 6,000만 원을 넘게 벌었다. 그 외에도 신발 밑창 사업도 했는데 사업이 잘 되었다. 1980년대 초에는 일반 회사원의 한달 봉급이 40만 원 수준이었으니 젊은 나이에 가히 어마어마한 돈을 번 것이다.

그러나 좋은 시절도 잠시 뿐. 첫 번째 시련이 찾아왔다.

금연파이프는 히트를 치자 짝퉁 제품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우선 짝퉁 제품에 대한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리고 또, 전문 분야가 아닌 다양한 사업에 문어발식 확장을 하면서 집중력을 잃었다. 무엇보다 큰 교통 사고를 당하면서 그의 첫번째 사업은 그렇게 망하고 만다.

달팽이로 부산에서 100등 안에 드는 부자가 되다


교통사고로 고생을 하던 중 지인의 소개로 달팽이를 먹게 된다. 달팽이를 먹으면서 크게 부러졌던 그의 팔은 기적적으로 치료가 된다. 흡사 종교 단체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마케팅 천재인 그가 마케팅을 위해서 달팽이의 효능을 과장한 것인지, 아니면 원래 팔이 나을 타이밍이었는데 우연히 달팽이를 섭취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달팽이가 효능이 있는 것인지는 모른다.

어쨌든 그는 1994년 이를 계기로 달팽이액기스 사업을 시작한다. 

그러나 달팽이액기스 사업은 생각보다 신통치 않았다. 판매는 거의 없다시피했다. 파산에 몰린 그에게는 돌파구가 필요했다. 제품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러므로 강력한 마케팅, 그 한방이 필요했다.

타고난 천재 마케터이자 승부사인 그는 KBS를 목표물로 삼았다.

현재도 방영중인 <6시 내고향>이라는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그는 무작정 방송국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담당 PD등을 만나려고 했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김영식 회장을 쳐다 보지도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6시 내고향>은 당시에는 인기도 많고 파급력도 큰 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6시 내고향에 출연하려고 줄을 선 사업가가 어디 김영식 회장 한 사람뿐이었으랴.

어쨌든 김영식 회장은 6시 내고향이 아니면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2주에 한번씩, 한달에 한번씩 6시 내고향 팀을 찾아갔다. 방송국에 발이 닳도록 꾸준히 찾아갔다고 한다.

이때도 그의 영리한 영업 기술을 배울 수 있다.

방송국 PD들에게 찾아가는 사람은 많다. 그리고 그들은 바쁘다. 그래서 김영식 회장은 일단 그들을 귀찮게 하지 않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그래서 우선은 매일 찾아가는 것을 삼갔다. 대신 잊을만 하면 찾아갔다. 찾아가서도 절대로 그들을 귀찮게 하지 않았다.

PD와 제작팀의 책상에 달팽이 액기스 하나씩을 조용히 올려두었다. 그리고 사무실을 나가면서 고개숙여 크게 인사했다고 한다.

"달팽이 왔다갑니다!"

방송국에 그토록 정성을 썼건만 더는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회사 문을 곧 닫을 판이었다. 그러던 몇달 후, 하늘이 도왔을까? 방송국에서 연락이 왔다.

"달팽이씨 방송 한 번 해봅시다."

PD님도 김영식 회장의 끈질긴 태도에 감복했다고 한다. 방송으로 달팽이엑기스를 주문할 수 있는 전화번호도 송출이되었다. 방송이 나가고 달팽이엑기스 구매 문의 전화로 전화기가 불통이 되었다고 한다. 밀려드는 주문에 그야말로 대번에 기사회생했다. 그의 간절함과 승부수가 통한것이다.

1992년부터 2년 동안에만 무려 현금으로 50억의 순수익을 남겼다. 열심히 사업을 했고 현금은 주체할 수 없이 쏟아졌다. 머지 않아 기관에서 이런 이야기를 전해줬다.

"김영식씨, 부산에서 현금 부자 100등 안에 들었네요."

여세를 몰아 그는 사업을 확장했다. 황토방, 찜질방, 서바이벌 게임장 등 할 수 있는 사업은 닥치는대로 확장을 했다. 첫 사업에서 그는 비전문분야에 대한 문어발식 투자로 주저 앉았다. 그는 그것을 잊고 있었다. 그에게 서서히 먹구름이 드리웠다. 그가 비전문분야에 대한 사업 확장을 하는 동안 IMF 사태가 터졌다.

순식간에 알거지가 되다


'인생지사 새옹지마'. 그의 가슴에 아로 새겨진 문구가 아닐까? 떵떵거리며 살던 그는 순식간에 알거지가 된다.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그는 어딜가나 VIP였다. 먹고 싶은 것은 다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주머니에 남은 것은 돈 2,000원이 전부였다.

길을 걷고 있는데 국밥집이 보였다. 국밥집에서 사람들이 맛있게 국밥을 먹고 있었다. 너무 먹고 싶었다. 그러나 그 국밥 한 그릇조차 사 먹을 돈이 없었다. 600원짜리 소시지 하나와 소주 한병을 사들고 기거중인 여관방으로 향했다.

방값을 내기조차 버거웠다. 소시지를 먹으면서 눈물을 그렇게 흘렸다. 문득 그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살아서 뭐하겠노. 마 죽자.'

여관 창문을 열고 한쪽 다리를 난간으로 내 밀었다. 나머지 다리 한쪽만 난간 밖으로 내밀면 떨어져 죽는다. 최후의 순간에는 그도 잠시 고민에 빠졌다. 마침 세무서 직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체납세금 납부독촉 전화였다. 돈이 많을 때는 간도 쓸개도 다 빼줄 것 처럼 굴던 사람들이 싹 변했다. 세금을 그렇게 많이 냈는데도 힘들어지고 나니 가차없이 밟아댄다.

세무서 직원은 통화중에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김영식 회장에게 물었다.

"자살하시려고요? 그러면 저 때문에 죽었다고 하면 안됩니데이."

그 이야기에 김영식 회장은 정신이 번쩍들었다. 웃음도 나고 화도 났다. 

"그래 다시 한번 해보자!"

빚 22억 원을 1년 11개월만에 다 갚고 재기하다


무일푼인 김영식 회장에게 남은 건 결혼반지 뿐이었다. 그것을 전당포에 맡기고 130만 원을 확보한다.

얼마전에 큰 딸이 '아빠 우리집이 그렇게 가난해?'라고 물었다. 우선 그는 그 130만 원을 들고 집으로 향했다. 딸이 보는 앞에서 만원 짜리를 하나씩 뿌렸다. 총 130장을 뿌렸다. 그랬더니 비좁은 방이 만 원짜리로 가득 찼다. 철 없고 어린 딸은 '우리집 부자네'하면서 좋아했다. 김영식 회장은 가슴이 아팠지만 그렇게 딸의 마음을 달래줄 수 있었다.

이제 그는 한 우물만 파기로 결심한다. 원래의 전문분야인 건강기능식품 시장으로 돌아왔다. 130만 원을 투자해서 강화사자발쑥 제품을 만들었다. 제품 박스를 들고 강남역으로 향했다. 쑥 색상의 넥타이와 와이셔츠를 입고 아침마다 전단지를 돌렸다. 원래도 넉살 좋은 그였지만 이때는 부끄럽고 뭐고도 없었다. 생존 자체가 절박했다. 

"쑥쑥 쑥자로 끝나는 말은~ 이쑥 저쑥 들쑥 날쑥 몸에 좋은 쑥~"

익숙한 멜로디에 나름대로 가사를 붙여서 강남역 앞에서 열심히 불렀다. 사람들이 전단지를 버리면 그걸 주워와서 다시 돌렸다. 죽기 살기로 영업했다. 변변한 매장하나 구할 돈이 없었다. 제품을 강남역에 쌓아놓고 팔았다.

그의 그런 노력은 1~2주 후 부터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제품은 서서히 팔려나가기 시작했고 첫달 매출 1,100만 원을 올리게 된다. 매출은 매월 수직 상승했다. 강남역에서 전단지를 돌린지 4개월 되던 때는 월 매출이 9,800만원, 6개월 째에는 2억 5,000만원, 그리고 다시 1년 뒤에는 월 매출 9억 8,000만원을 달성했다.

이렇게 '못 팔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한 박스 한 박스의 제품을 최선을 다해서 팔았다. 그 결과 그는 빚 22억 원을 1년 11개월 만에 다 갚았다. 매번 새로운 제품을 성공적으로 히트 시키며 2013년에는 매출액이 1,300억 원에 달하게 된다.

발 붙일 땅이 한 평 없어서 강남역에서 영업하던 그는 역삼동에 멋진 빌딩을 짓고 서울 사옥으로 만든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면서 대한항공 탑승만 2,800회 넘게 하여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행기를 많이 탄 사람 중 한명이 되었다. 부산에는 공장이 있으며 서울과 부산에 수행비서와 고급 차량들을 별도로 가지고 있다.

물론, 쑥 사업을 시작하면서 전당포에 맡겨 두었던 결혼 반지는 다시 잘 찾았다.

그가 어렵던 시절 그의 오뚝이 같은 근성을 높게 본 탤런트 이순재씨는 천호식품이 안정될 때 까지 무료로 회사의 모델을 해주었다.

모두가 어렵다고 아우성치는 시절이다. 그러나 항상 돌파구는 있게 마련이다. 생각하면 즉시 행동으로 실천하자는 그의 외침에 호응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2020년 11월 19일
송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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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레밍떼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이 많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으면 더욱 좋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모르는 사이가 되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특히,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무섭기까지 하다.

치안 좋기로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럽다. 그리고 치안 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질서도 잘 지키는 편이다. 하지만 소수의 레밍같은 사람들 때문에 길거리에 나서기가 두렵다. 앞서 말했듯 무섭기까지 하다.

#1

나는 운전대를 잡으면 가급적 양보를 하는 편이다. 좁은 길에서 다른 차와 마주 보는 경우라고 하자. 다른 차가 저 멀리서 골목에 진입하고 있으면 나는 진입하지 않고 기다려 주는 편이다. 먼저 지나가라고. 

이미 진입해서 앞차와 마주보고 있으면 내가 양보할 수 있는 선에서 먼저 후진을 해서 차를 빼 주는 편이다. 

내가 좋은 사람이라서가 아니다. 그게 바보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 도로를 수월하게 빠져 나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또, 삶에서 괜한 분쟁거리를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소한 것은 양보하면서 사는것이 밤에 두 발을 뻗고 자는 방법 중 하나다.

그런데, 의외로 마주보는 도로에서 시비가 붙은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서로 차를 빼주기 싫어서 버티다가, 급기야는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를 본다. 서로의 시간 낭비이며,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가 아닌가? 말다툼을 해서 이긴들 남는 것이 무엇인가? 만에 하나 상호간 흉기 범죄라도 일어나면 남은 인생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 사람들도 그것을 모르지는 않을터다. 그런데, 몇몇 사람들은 레밍떼처럼 그렇게 돌격한다.

#2

우리나라의 보도는 좁은 편이다. 거기다가 최근에는 자전거, 킥보드, 오토바이 등이 보도 이용에 합세하면서 가뜩이나 좁은 보도가 더 좁아졌다.

그래서 통행 시 특별히 유의하는 편이다. 길에서도 나는 극도로 조심하는 편이다. 앞에 누군가가 걸어오면 상대가 지나가기 편하도록 길을 바짝 비켜주는 편이다.

역시 내가 좋은 사람이라서 그런 게 아니다. 반대로 내가 싸울 힘이 없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 요즘 세상이 무섭다. 괜히 부딪혀서 적을 만들 필요가 없어서 그렇다. 그리고 그런 사소한 어깨 부딪힘으로 하루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도 않기 때문이다.

마주보는 서로가 자기 갈 길로 쭉 가면 몸이 부딪히든, 어깨가 부딪히든 반드시 충돌하게 된다. 내가 양보하지 않으면 서로 치고가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로 조금씩 잘 비켜주고 지나간다. 그러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상대방에게 기싸움이라도 걸 듯이 어깨를 치고 지나간다. 일부러 몸을 치고 가려고 작정하고 걸어오기도 한다. 이것은 남녀노소가 따로 없는 것 같다. 일부 남자분들만 그런 것 같지만 여자분들도 젊으나 연세가 있으나 의외로 걸어오는 상대를 고려하지 않고 돌격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돌격하는 레밍떼 같아서 무섭다.

#3

보행신호가 파란불이 되었다. 그래도 나는 좌우를 충분히 살피고 길을 건넌다. 확실히 차량이 멈췄거나 오는 차량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야 발걸음을 한다.

그리고 신호가 없는 곳에서 길을 건널 때도 마찬가지다. 차량이 보이면 차량을 우선 보내고 나중에 길을 건넌다. 혹시 내가 길을 건너고 있는데 차량이 오면 뛰면서 길을 빨리 건너 가 준다.

반대로, 운전자 입장에서는 탱크같은 보행자를 자주 목격한다. 내 차가 아직 정차하지도 않았는데, 무심한 듯 느그적느그적 길을 건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만에 하나, 운전자가 음주운전자거나 잠깐 다른 짓을 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그냥 죽는다. 

혹시라도 보행자를 배려를 하지 않고 질주하는 차량이라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나처럼 조심하니까 보행자가 안 죽는 것이다. 그래도 만에 하나를 조심해야 한다. 몸이 탱크도 아니고 무슨 배짱으로 차량이 오는데도 눈 하나 깜짝 안하고 도로위를 슬렁슬렁 건너 다니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무단횡단을 하면서도 그러는 사람들을 가끔 본다. 소름 돋는다. 이들이야 말로 길 위의 레밍같다.

물론, 차량이 보행자를 배려하는 게 우선이다. 하지만 보행자도 충분히 조심해야 한다. 사고가 나면 자기만 손해이다.

#4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줄을 서 있다. 내 앞에는 한 사람이 서 있다. 엘리베이터가 왔다. 앞 사람이 탄다. 나도 탄다. 그런데 문이 닫히면서 내 발이 걸린다. 왜 이렇게 문이 빨리 닫히나 봤더니, 앞서 탄 사람이 타자마자 닫힘 버튼을 누르고 있다.

이런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다. 사람이 타고 있는데 버튼을 누르기 바쁜 사람이 적지 않다. 나는 탔으니 그만이라는거다. 반대로 내가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는데 누군가가 닫힘 버튼을 막 누르고 있다면 기분이 어떨까? 몇번은 엘리베이터를 잡아줘서 고맙다고 인사까지 했는데 알고보니 닫힘 버튼을 누르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나는 가급적 뒷 사람을 위해서 엘리베이터를 잡아주는 편이다. 그게 차라리 기분이 낫다. 닫힘 버튼 그거 죽어라고 눌러봤자. 별 효과도 없다. 누르는 본인도 기분만 안 좋다.

닫힘 버튼 누른다고 어차피 엘리베이터 탈 사람이 안 타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그 버튼을 눌러대는지 모르겠다. 이것도 레밍같다.


#5

신호가 없는 동네 골목의 사거리. 골목 두 곳에서 차량이 온다. 이럴 때 어느 한쪽이 양보하면 수월하게 빠져나간다. 그러나 다른 골목에서 오는 차를 보고도 앞으로 돌격하는 차량들이 적지 않다. 저러다가는 사고가 날텐데 싶은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두 차량은 사고 직전에야 브레이크를 밟는다. 이건 서로 못 봐서 그런게 아니다.

이것도 일종의 기 싸움이며, 나부터 빨리 지나가야 한다는 이기심의 발로에서 시작되는 행동이다. 사고가 날 확률이 높아지는 걸 이들도 알거다. 알면서도 일단 브레이크는 안 밟는다. 적지 않은 차량들이 이런 행태를 보인다.

무시무시한 레밍이다.

#6

길 위에서의 양보는 일단 나 자신에게 큰 이익을 준다. 배려가 손해가 아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걸 모른다. 기다리고 배려하는 것을 손해로 인식한다. 무조건 들이대고, 돌격하고, 구겨 파고 들고, 밀어 붙이면 되는 줄 안다. 그게 비단 성격이 급한 것 만의 문제는 아닐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만 편하고 보자는 발생의 발로가 아닐까? 상대에 대한 배려 부족이 아닐까? 길에서 발생하는 작은 충돌로 인생이 망가질 수 있다는 걸 모르는 무지가 아닐까?

길에서는 그렇게 1분이라도 빨리 이동하려고 발걸음을 재촉해놓고, 일상에서는 시간을 허비한다. 이것은 모순이 아닌가? 차라리 일상에서 시간을 아껴쓰고, 길에서는 여유를 갖는 것이 어떨까? 후자가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2020년 11월 12일 목요일

항공주, 금융주, 저PBR주 투자 복기


올해는 많은 주식투자자들이 함박웃음을 머금은 해이다. 올 한해 세 자릿수의 수익률을 올린 사람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을 정도다. 그 정도의 호황장이었다. 봄날 대폭락이후 시장은 끝없이 상승했다. 

올해가 끝나려면 아직 한달 반이 남았다. 남은 기간 별다른 이벤트가 없다면 내 포트폴리오는 지수 상승률을 하회한다. 단방향으로 연중 내내 강세를 연출하는 시장을 이기기란 쉽지 않다. 지수를 압도하는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를 했거나, 레버리지를 써서 방향성을 정확하게 맞춰야 이런 시장을 이길 수 있다.

연 단위로 지수에 뒤진것은 올해가 처음인 것 같다.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두번째인가? 어쨌든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시간을 길게 늘렸을 때, 시장을 압도하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수익률에 만족한다. 세상천지 어디에 돈을 맡기면 연 20~30%의 수익을 돌려주겠나.

2020년 시장은 신기한 시장이었다. 올해 1~2월 부터 투자를 시작한 사람은 5~6년치 시장을 압축해서 경험한 것과 진배없다. 몇년에 걸쳐서 있을 법 했던 일이 단 1년만에 일어났다. 이런 시장은 주식 투자 16년차인 내게도 정신이 없었다. 비교적 매매를 적게 하는 편인 나도 올해는 생각할 것이 많은 시장이었다.

우선 3월 대폭락 때는 이미 현금 비중이 너무 적었던 터라 현금을 일찍 소진했다. 이 글을 복기해보니 코스피 지수 1,690선에서 남은 현금을 모두 소진했다. 3월 15일이었다. 시장 폭락의 클라이막스는 3월 19일에 일어났다. 물론 마켓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출수는 없다.

하지만 간발의 현금 비중과 들어간 타이밍 차이로 올해 수익률을 결정짓는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었다. 만약, 내게 현금 비중이 충분했고, 그것을 3월 19일에 모두 소진했다면 수익률이 몇 십%는 더 개선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불가능 한 가정이다. 시장이 폭락할 줄 누구도 몰랐다. 앞으로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충분히 싸고 좋다고 생각되는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수익률 차이가 벌어진 두 번째 이유는 시장에서 빨리 내려왔기 때문이다. 코스피 지수가 2,000포인트를 넘어가면서 보유한 주식 비중을 줄이기 시작했다. 지수가 2,200포인트를 넘으면서는 주식 비중이 50%가 되었다. 그 이후로 비중을 더 줄여나가지는 않았다.

보유한 기업들이 다시 제값을 받았거나 상승여력이 떨어졌다고 판단해서 비중을 줄였다. 그렇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아주 조금은 마켓타이밍을 재려는 욕심도 포함되었다. 코로나가 지속하고 있고 실물경제가 박살나고 있었다. 지수가 2,000포인트를 넘은 것도 신기했다. 지나고보니 유동성의 힘을 간과했다. 시장은 장기적으로는 가치에 발 맞춰가지만 단기적으로는 사람들의 심리나 유동성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그걸 알면서도 달리는 말에서 일찍 내렸다.

물론, 수익 실현한 금액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만족스러웠지만 이후 시장과 종목들의 상승을 생각하면 결과론적으로는 일찍 하차해서 여기서 또 벤치마크에 뒤지는 빌미를 주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뻔한 코로나 수혜 기업들을 자신 있게 매수하지 못했다. 보유한 기업 중 몇몇은 코로나 수혜를 입고 급등했지만 보유 비중은 크지 않았다. 그런 것들을 줄이고 부지런히 교체 투자를 하면서 누적 수익금을 실현해 나갔다. 물론 포트폴리오의 극히 일부만 그런 형태의 매매를 하였다. 어쨌든 그래도 그냥 3월에 갖고 있던 기업들을 묵직하게 보유하고 있는 것만 한참 못했다.

마음이 급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마음이 전혀 급하지는 않다. 그러나 내눈에 이런 저런 기회들이 보이니 올해는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았다. 이마트는 싸기는 한데 업황이 한동안 어려울 것으로 보아 큰 손실을 내고 손절매를 하였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하반기에 이마트는 극적으로 반등했다. 

반면, 사람들이 투자 아이디어를 인지하기 전에 헐값에 들어가 있던 CJ제일제당은 멋진 성과를 내고 투자를 종료하였다. 특히, 나의 투자아이디어가 모두 적중했다. 돈을 번 것 보다 그 점이 기분이 더 좋았다.

내가 특히 잘 했던 부분은 일본면세, 항공, 금융지주, 매해 실적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데 시장의 관심을 잃은 저PBR, 저PER주들을 대변 닦는 휴지보다 싸게 사서 흔들리지 않고 홀딩했던 점이다. 코로나가 언젠가는 끝난다는 아이디어로 헐값에 사 둔 종목들이다. 이 그룹의 종목들은 솔직히 올해는 답이 없어 보였다. 내년쯤 뭔가 반전이 있을 줄 알았는데, 백신이 생각보다 빨리 나오리란 기대로 급반전을 하고 있다. 이것은 화이자가 준 행운이다.

'틀딱주'라고 놀림을 받는 뻔한 종목들, 실적을 매해 성장시키고 이익을 잘 내면서도 저PBR 상태에 머무르고 있거나 주가 폭락으로 일시적 고배당주가 된 종목들은 역시 평균회귀 본능에 따라 부지런히 올라오고 있다. 화이자의 백신 소식으로 이 종목들이 순식간에 올라오고 있는데, 올해가 가기전에 투자 아이디어들이 빛을 봐서 힘이 난다.

올해 시장에 뒤지게 된 마지막 이유는 인버스 투자 때문이다. 나는 원래 매도 포지션을 안 좋아한다. 그리고 인버스 투자도 정말 혐오하는 사람이다. 다만, 올해는 시장이 너무 과열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특히, 코스닥의 멀티플이 너무 높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버스에도 투자를 조금 했다. 물론, 인버스로 돈을 벌고자 하는 이유는 아니었다. 보유한 종목들에 대한 헤지 용도였다. 비중도 크지 않은데 올해 시장이 워낙 뜨겁다 보니 인버스가 포트에 일정 부분 타격을 주고 있다. 그래서 올해 포트폴리오 상승률에 브레이크가 조금 걸렸다. 시장이 기회를 주어 이 인버스를 청산하고 나면 인버스 헤지를 안 할 생각이다. 다른 소극적인 헤지 방법을 하나 찾았는데, 다음에는 그 방법을 써 볼 예정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올해 내 포트폴리오 수익률은 별다른 이슈가 없다면 25%~35% 선에서 마무리가 될 것 같다. 올해 시장이 뿜어낸 퍼포먼스를 생각하면 보잘 것 없다고 놀림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만족한다. 게다가 그동안 누적된 수익률을 이어 붙이면 코스피, 코스닥 따위가 비빌 포트폴리오가 아니다. (웃음). 

그리고 내 포트폴리오는 하락장에 강하다. 보통의 시장은 늘 이겼고, 시장이 빠질 때는 시장보다 훨씬 덜 빠지는 편이다. 올해같은 원웨이 상승장에서만 답이 없다. 

어쨌든 시장은 언제든지 내 팬티를 벗겨 버릴 수 있다. 그런 다음, 나를 흠뻑 때린 후에 바다에 던져 버릴지 모른다. 나는 시장이 무섭다. 그래서 투자를 매우 보수적으로 하는 편이다. 그래서 내 포트폴리오는 방어력이 좋다. 시장이 빠질 때, 방어를 잘 하고, 꾸준히 수익을 누적해 나가면 자산은 복리로 누적된다.

한편으로는 올해 수익에 만족을 하면서도, 저질렀던 실수들을 복기해 본다. 더 나은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 분명 개선해야 할 점도 많이 노출되었다. 그 부분들을 연구하여 더 훌륭한 투자자가 되도록 노력을 해야겠다. 연말을 마무리 하면서 시장을 복기하는 글은 12월이나 1월에 다시 써야겠다.

덧. 본문에 빠뜨렸다. 혹시 몰라서 남는 현금으로 달러도 분할매수 하고 있다.

2020년 11월 12일
송종식


2020년 11월 10일 화요일

화이자발 낭보와 한국(특히 코스닥)시장 하락

어젯밤에 화이자발 낭보가 전세계를 휩쓸었습니다. 세계의 자본들 역시 통신망을 타고 그 무엇보다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밤새 유럽 각국의 주식시장은 폭등을 거듭하며 들썩였습니다.

우리나라의 투자자들은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저도 기뻤습니다. 투자는 둘째치고 잃어버린 우리의 일상을 곧 찾으리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잠들었습니다.

9시. 우리 시장도 개장했습니다. 우리 시장은 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깊은 조정을 받았습니다. 특히 코스닥 시장의 차익실현 매물이 많았습니다. 이는 전날밤 나스닥이 힌트를 주어서 어느정도 예상이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화이자 백신으로 전세계가 들썩이던 날 밤, 스터디 멤버들과의 대화 중 일부

그간 우리의 코스닥 시장 상승을 이끈것도 언택트로 대변되는 인터넷/소프트웨어 서비스 업체들과 바이오 기업들이었습니다. MAGA니 FAANG이니 하면서 지수 상승을 견인했던 소수 테크 기업들처럼, 우리에게도 코스닥 지수 상승을 견인한 소수 테크기업과 바이오 기업들이 있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특히 부각을 받았던 섹터이자 기업들입니다. 이들 기업들 중 다수는 밸류에이션을 무시하면서 상승했습니다. 심지어는 PDR이라는 단어까지 만들어 내게 만든 주역입니다. 인류 전체에게 있어 이들의 영향력이 막대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터무니 없는 시가총액을 합리화 할 수는 없습니다.

그 동안은 이들의 밸류에이션을 정당화 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PDR이라는 해괴한 지표가 등장했습니다. 더욱이 이들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터무니 없음을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도, 사실 주가가 하락할 유인도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어제 발표된 '화이자 백신의 코로나 예방 효과 90%' 소식은 이들의 주가를 끌어내리기에 충분한 트리거가 되어 주었습니다.

시장의 하락과 상승에는 항상 후속 이유가 따라 붙습니다. 주식을 십수년째 하고 있지만 지금도 지수의 상승과 하락을 예측하라고 하면 저는 하지 못합니다. 

다만, 언제나 그랬듯이 사람들은 시장의 상승과 하락에 그럴듯한 이유를 갖다 붙입니다. 대부분은 이래도 맞고, 저래도 맞는 말 수준입니다. 똑같이 금리를 올려도 어떤 때는 지수 상승의 이유가 되고, 또 어떤 때는 지수 하락의 근거가 됩니다. 끼워 맞추기 나름입니다.

그러나 오늘의 시장 하락은 그런 상황들과는 결이 좀 다릅니다. 충분히 이유가 있었고 또 예견된 하락이었습니다. 지수의 거품을 코로나 수혜 업종들이 만들었고, 화이자의 백신은 그런 거품을 꺼트리는 트리거가 되기에 충분한 재료였습니다.

그리고 코로나로 서구 사회가 초토화 되는 동안 우리나라는 비교적 평안했습니다. 여러 선진국들 사이에서는 충분히 투자 매력이 있을 법한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이슈가 종료되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한국을 찾았던 많은 돈들이 다시 원래 매력이 더 높았던 나라들로 돌아갈 여지가 커지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앞으로 추가 부양책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도 낮아진 상태입니다. 환율 또한 중기적으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들어오기에 우호적이지 못한 상황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주가를 끌어 올리고 환차익 까지 누릴 수 있으니 좋을지 몰라도요.

다만 꼭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루, 이틀, 길어야 일주일이나 한두달의 시장 분위기는 그다지 지속되기 힘듭니다.

컨택트 시대가 돌아온다고 해서 구글과 네이버를 안 쓸 수는 없습니다. 넷플릭스와 아마존이 언택트 경제를 이끌어 간다고 해서 우리는 밥을 안 먹고 살 수는 없습니다. 모든 것은 공존하는 것이며 양측의 파급력은 여전히 강력합니다.

시장은 말 만들어 내기를 좋아합니다. 언택/컨택은 시장이 만든 말장난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굳이 둘을 양분해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단기간의 수급 변동에 따른 출렁임은 있더라도, 언택이든 컨택이든 돈을 잘 벌고 꾸준히 성장하는 회사의 주가도 그에 맞춰서 우상향 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의 호들갑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우리는 그런 조울증을 이용만 하면 됩니다. 끌려 다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언택이든 컨택이든 열심히 일하고 돈을 잘 벌며, 장기적으로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회사를 골라서 마음 편하게 투자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날을 기점으로 시장 분위기가 조금 변할 여지는 있습니다. 가령, 올해 주식 투자를 시작하신 분들이 '가즈아'를 외쳤던 묻지마 고밸류 종목들의 상승 종료 후 쉬어가기, 정상적인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었거나 저평가를 받고 있던 돈 잘 버는 기업들의 재조명 등과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오늘 하루만 놓고 봐도 그렇습니다. 헤지를 위한 코스닥 인버스 일부 + 통상 가치주(성장주, 가치주 구분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라고 불리는 돈 잘벌고 저평가 된 기업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사람들은 이제 조금씩 숨통을 터나갈 희망이 보인 하루였습니다.

2020년 11월 10일
송종식 드림


2020년 11월 8일 일요일

댓글과 대댓글 알림 받는 법

제 블로그는 누군가의 말마따나 '찾아오기도 힘든 변방의 블로그'입니다. 

구글 블로그이기 때문에 네이버 검색엔진에서는 검색결과 우선순위에서 후순위로 노출됩니다. 그렇다고 구글에서 찾기 쉬운 것도 아닙니다. 주소가 친절한 것도 아니고 구독하기도 어렵습니다. 네이버 블로그처럼 이웃을 맺거나 댓글로 교류를 하기가 쉬운 것도 아닙니다.

네이버 블로그였다면 찾아오시기도, 교류하기도 훨씬 쉬웠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이웃의 수, 달리는 댓글의 양도 지금보다 훨씬 많았겠죠. 제가 구글 블로그를 쓰는 이유는 이 블로그를 개설하던 시절에 설명을 드린바 있습니다.

어쨌든 누군가가 링크를 던져주지 않으면 찾아오기도 어려운 곳이라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주 들러주시는 분들과 열심히 교류를 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블로그를 운영할 맛이 납니다. 

되레 생각이 깊고 진지하신 분들만 찾아주시니 더 나은점도 많은 것 같습니다. 우선은 제 공부를 위한 곳이지만 그래도 찾아주시는 분들 덕분에 제 공부도 더 정교해 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제 블로그에 찾아주시는 분들은 한결같이 돈이나 삶을 대하는 태도가 진지하고, 또 수준 높으신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블로그는 찾아오기 어려운 점 말고 또 하나의 애로사항이 있었습니다. 댓글을 다는 기능을 찾는것도 어렵지만, 댓글에 대댓글이 달렸을 경우에 알림으로 알려주는 기능도 매우 취약했었습니다.

이것은 찾아주시는 분들께도 불편한 점이지만, 저에게도 불편한 점입니다.

물리적으로 허용이 가능한 선에서,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께 가급적 모두 대댓글로 응대하자는 방침을 갖고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교류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또 배우는 점도 많구요.

다만, 저는 하루종일 컴퓨터를 보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댓글이 달리면 바로바로 응답을 해드리지 못합니다. 제 성격상 그렇습니다. 모니터 밖의 제 삶에 더 집중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댓글을 쌓아뒀다가 제 기분이 내키는 날에 차 한잔 마시며 몰아서 답글을 달아 드리는 편입니다. 그 기간은 길어서 대댓글을 달아 드리기까지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몇달이 걸릴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불편한 점이 생깁니다.

댓글을 다신 분 중에서는 저의 답글을 코가 빠지도록 기다리는 분이 계시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그러면 또 부담이 됩니다. 답글을 다는 것이 숙제처럼 되니까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주 간단하고 좋은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블로그에 댓글을 다는 UI입니다. 

오른쪽 아래에 보시면 '알림'이라는 체크박스가 있습니다. 여기에 체크를 하시면 작성하신 댓글에 누군가가 대댓글을 달면 알림 메일로 알려줍니다. 네이버 블로그처럼 간편하고 접근성이 뛰어난 방법은 아닙니다. 그러나 구글 블로그에서는 일단 이 방법이 가장 편리하고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기능을 사용하시면 달아주신 댓글에 대댓글이 언제쯤 달리는지 기다리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 역시 그런 마음의 부담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

댓글을 다실 때, 알림 기능을 자주 활용해 주시면 정말 감사드리겠습니다.

찾아 오시기도 어려운 변방의 블로그까지 발걸음을 해주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리고 누추한 곳에 시간을 내어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과 좋은 인사이트를 나눠주시는 분들께도 항상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송종식 드림
2020년 11월 8일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2020년 3분기 잠정실적 체크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의 3분기 잠정 실적이 발표되었습니다. 실적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2020년 3분기 잠정실적 (연결)
<출처 :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이 YoY로는 100.3% 증가, 15.8%증가, 38.9% 증가하였습니다. QoQ로는 13.1% 증가, 10.1% 증가, 3.5% 증가했습니다.

올해 동사의 실적에 대한 시장의 컨센서스는 매영순 순서대로 1,625억 / 240억 / 171억입니다.

3분기 현재까지 누적 실적은 1,123억 / 100억 / 85억입니다. 컨센서스를 충족하려면 4분기에 매출 500억, 영업이익은 140억, 순이익은 90억 정도를 올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올해 컨센서스 달성은 힘에 부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별도 기준으로는 영업이익이 YoY로 4% 역성장하고 순이익은 14% 밖에 성장을 못 했습니다.

훌륭한 성장세, 높은 시장의 눈높이


희귀한 몇몇 사례는 존재하지만 매해 100%~200%씩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회사는 드뭅니다. 상장 전 동사는 말 그대로 '폭발적인' 성장을 했습니다. 2018년 재무제표 기준으로는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886% 성장했고, 작년에는 162% 성장했습니다.

시장의 의구심이 없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당분간은 고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다.', '상장을 위한 마사지다. 그리고 BM이 특출나지 않아 끝물일 것이다.' 의견은 분분했습니다.

이번 3분기 실적은 마치 미국 대선을 보는 듯 합니다. 양쪽 누구의 말도 확실히 맞다고 하기 힘든 실적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양쪽말이 애매하게 맞는 상황의 실적입니다.

1) 매출 성장세는 훌륭하다.
2) 그러나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장세이다.
3) 성장률은 갈수록 떨어질 것이다.
4) 성장률 하방은 어디일까?

매출 성장률에 대한 생각은 이 정도로 정리가 됩니다. 

다만, 대표님께서 약속하셨던 2025년 매출 1조 원 달성에는 먹구름이 낀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2025년에 매출 1조원 목표를 달성하려면 남은 기간 CAGR로 40%에 수준의 매출 성장을 해내야 할테니까 말입니다.

시장의 반응이 궁금하다


근본적으로는 회사의 펀더멘털에 집중해야하고 회사의 미래를 내다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두 가지 결론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1) 주식을 모두 팔고 결별하는 것, 2) 단기 실적은 아쉽지만 회사와 조금 더 동행하는 것.

만약에, 2)번 '회사와 조금 더 동행'하는 카드를 선택했다면 시장의 반응에 따라서 운용전략을 달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실적공시가 발표된 금요일에 동사의 주가는 신저가를 깨고 내려갔습니다. 아마 1만 원대 부근에서 매매공방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기관 보유 물량이 많아서 시장 센티멘트가 어떻게 반응할지 저도 궁금합니다.

기대치와 눈높이를 낮추는 경우


시장이 눈높이를 낮추면 일단 단기적으로 주가가 1만 원을 깨고, 9,000원을 깨고 아래로 쭉쭉 하락하겠죠. 그러면 여기서도 또 투자자에 따라 포지션이 갈립니다.

1) 현재 실적과 센티는 안 좋지만 충분히 하락하여 싼 가격에 주식을 사서 회사의 성장과 회복을 믿고 투자하겠다. 2) 이 회사는 영원히 회복이 불능하다.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더 이상 쳐다보지 않겠다.

선택은 각자의 몫입니다.

조금 더 믿어보자는 쪽으로 갈 경우


1) 3분기 실적은 일시적 부침이라고 보는 시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2) 시장의 가파른 컨센서스를 충족하지 못해서 주가가 부침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컨센보다는 느리더라도 꾸준히 성장할거라는 시각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주가가 일시적 부침으로 폭락하는 것을 기회로 삼아 매수하고 홀드하는 전략을 쓸 수도 있습니다. 이 역시 투자자 개인의 판단에 달린 부분입니다.

영업이익률 감소의 이유


코로나 여파


코로나 여파가 지속하면서 동사의 실적에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됩니다. 먼저, 매출액이 가이던스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고, 동시에 영업이익 자체도 가이던스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으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동사의 매출액 성장률은 폭발적입니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매출액 가이던스는 맞출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동사는 이익이라도 내고 있는 상황이지만, 동사의 국내 경쟁사들은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동사 역시 발버둥을 치는 모습이 목격됩니다. 아래는 레깅스 1+1+1 할인을 하는 모습입니다.

치열한 경쟁을 반영하는 듯, 저에게 충격을 안겨준 1+1+1 할인 행사
<자료 : 젝시믹스 D2C 사이트>

레깅스 생산과 제조에는 어차피 큰 비용은 안 들어갑니다. 그래서 고객에게 레깅스 한 장 더 끼워주는 게 큰 부담은 안될거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런 측면이 아니라 경쟁과 사업상 해자에 대한 부분입니다.

레깅스계의 샤넬이라고 불리는 룰루레몬 D2C몰에 들어가보면 1+1 판매는 물론, 할인 행사도 찾기가 힘듭니다. 이것은 품질이든 브랜드 가치든 압도적인 무형가치의 차이에서 나오는 결과입니다.

동사와 국내 경쟁 업체들은 상시 1+1 묶음 판매를 진행합니다. 이것은 각 사의 제품이나 브랜드 가치에 별다른 차별점이 없다는 것으로도 상황을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이런 부분들을 개선해 나가야 동사의 실적도 더욱 차별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TV광고비 집행


3분기에 TV광고로 지출한 광고비는 약 30억 원에서 40억 원 정도로 추산됩니다. 올해 3분기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01억 원과 35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은 약 8.7%입니다.

회사에서 제시했던 연간 영업이익률은 10% 중반대입니다. 그에 비하면 3분기의 영업이익률은 실망스럽게 다가옵니다. 자세한 재무제표가 공시돼야 알겠지만 3분기에 동사가 집행했던 TV광고의 분량과 시장에 흩어진 자료들을 조사해보면 대략 광고비는 30~40억 수준으로 보입니다.

이익률 회복의 여지


광고비 지출을 제외하면 동사의 핵심비지니스와 영업이익률은 타격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만약에 동사에서 광고비 지출을 하지 않았다면 영업이익률은 16%에서 19%에 이릅니다. 문제는 광고비를 축소하면 동사 매출도 줄어들 것이 아닌가? 하는 부분입니다. 이것이 어느 정도 수준일지 스트레스 테스트가 필요해 보입니다.

또 하나 드는 의문점도 있습니다. 동사는 온라인 마케팅에 강점을 갖고 있는 미디어커머스 기업입니다. 그런데, 레거시 미디어에 대규모로 광고비를 지출한 이유가 납득이 잘 안됩니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인지도를 높여서 후발 주자나 경쟁사들을 멀찌감치 밀어내겠다는 의도로 보이는데요. 미디어커머스를 표방하는 회사인 만큼 레거시미디어에 돈을 써서 이익률에 발목을 잡히기 보다는 창업초기에 그랬던 것 처럼, 적은 비용을 들이고도 온라인에서 구매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더 찾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경영진들의 경영 전략이야 제가 다 알 수 없는 것이니 차차 지켜봐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빠른 외형 성장의 딜레마


외형 성장세가 빠른 것은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질이 중요합니다. 현재 이익을 내지 않더라도 매출부터 급격하게 높여두는 전략은 바이오와 테크 스타트업이 많이 쓰는 전략입니다. 특히, 아마존은 그런 전략의 시초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아마존은 오랫동안 이익을 내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익을 내지 '않은'것입니다. 이익을 '못 낸' 것이 아닙니다. 아마존은 매출부터 빠르게 늘려나가며 시장 지배력을 키웠습니다. 그리고 영업이익은 거의 0 수준에 맞추는 묘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자주 해왔기에 식상한 이야기가 되었네요.

이익을 0 수준에 맞추면서 아슬아슬하게, 그리고 빠르게 외형을 키워 온 아마존
<출처 : 빌그로스의 트위터>

그런 아마존이 시장을 거의 장악했다고 생각하자 영업이익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매출 300조에 영업이익률을 1%p만 올려도 3조입니다. 꿈 같은 이야기입니다.

이런 형태의 사업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테크 기업들이 이런 방법을 따라하지만 모두가 궁극에 다다르는 방법은 아닙니다.

이 방법의 종국에는 시장을 '장악'하여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어떤 힘이 생겨야합니다.

그런데 동사의 사업 방식을 보면 1) 많은 광고비를 투입한 만큼, 2) 많은 아이템에 Try 해 본 만큼, 3)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마케팅과 광고를 멈추면 매출도 떨어지는 사업구조입니다. 궁극적으로 아마존과 같은 사업모델이 아닙니다. 외형을 아무리 키워도 비용은 낮추고, 가격 통제력을 확보하며, 시장 지위가 공고한 플랫폼 형태의 사업자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그렇게 되려면 동사의 서비스 위에 다른 업체가 올라오지 않고는 안되는 플랫폼을 소유하거나, 동사의 기술적인 면, 고객 충성도면, 브랜드 가치면에서 타 업체들을 압도하는 무형의 힘을 얻어야합니다. 현재 동사 매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애슬레저 브랜드들은 경쟁이 치열합니다. 또, 동사가 시장을 장악한다고 해도 다른 업체가 얼마든지 튀어나올 수 있는 사업입니다. 단순히 OEM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고, 이를 파워풀하게 마케팅을 한 후, 그걸 열심히 팔아서 매출을 올리는 구조에 더해 뭔가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당연하게도 외형 성장을 멈출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외형 성장세는 크면 클수록 얻는 이점도 많아질테니까요. 또 아직은 외형 성장에 충실해야 하는 단계이기도 하고요. 경쟁 업체도 일단 덩치로 따돌려야 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사업현황 간략 체크


일본 진출 (feat. 라쿠텐 1위 소식)


10월 초에 젝시믹스가 일본 라쿠텐의 요가복 카테고리에서 매출 1위를 했다는 낭보가 떴습니다. 라쿠텐 전체가 아니라 요가복 카테고리 1위라서 큰 파급력은 없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일본은 아직 요가라던가, 요가복이라던가 레깅스 문화가 시작도 하지 않은 나라입니다. 성진국이라고 하지만 그런쪽으로의 보수성은 우리보다 심하죠.
2) 가뜩이나 작은 규모의 마켓인데, 라쿠텐의 수 많은 중하위 카테고리에서 매출 1위는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듭니다.

다만, 기대할 수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1) 동사의 일본 진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구나 하는 점과 꾸준히 카테고리에서 매출 상위권을 유지하면 2) 추후 일본에서 요가복과 레깅스 열풍이 불 때 동사가 얻을 수 있는 잠재 이익에 대한 기대입니다.

아직 큰 의미를 둘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나중을 생각하며 킵 해둘만한 소식인 것 같습니다.

<자료 : 라쿠텐 재팬>

한달여 기간이 지난 지금 라쿠텐에 들어가서 확인해 보았습니다. 동사 제품의 랭킹은 23위로 내려가 있었습니다. 작은 카테고리지만 랭킹 1위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리뷰와 별점은 대체로 호평이었습니다.

인기가 많은 상위 제품들의 가격대는 2,900엔 정도가 많았습니다. 동사 제품의 가격도 거기에 맞춘 것 같습니다. 제가 레깅스를 입어 보지도 않았고, 특히 일본에서 파는 제품들을 입어보지 않았습니다만, 일본에서 파는 2,900엔 짜리 제품과 동사 제품의 품질 차이가 없거나 동사 제품의 품질이 더 뛰어나야 장기적으로도 승부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제품을 생산하여 배를 띄우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의류의 특성상 인건비로 압도하지 않으면 수출이 쉽지 않으니까요. 이 부분은 회사에서 어떤 전략을 써서 일본 시장에 안착할지 더 두고봐야 하는 부분입니다.

휘아와 쓰리케어


개인적으로 휘아의 올해 매출은 200억, 쓰리케어의 매출은 115억 정도를 추정했습니다. 최근 11월 3일 보도자료를 보면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휘아와 쓰리케어의 매출도 올해 속속 100억 원대에 진입할 것'

그렇다면 쓰리케어의 매출은 제 추정에 부합하는 수준의 매출이 나올 것 같고, 휘아는 제 기대치에는 못 미칠 것 같습니다. 최근에 휘아의 이클리너도 빼빼로데이를 맞아 1+1+1+1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매출을 확대하기 위한 회사의 사투가 느껴지는데요. 일시적인 할인 행사일지 지속하는 행사일지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여자 연예인과 셀럽들이 포켓도시락을 이용하는 장면이 종종 공중파나 유튜브를 통해 나옵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의외로 포켓도시락의 성장세가 견조합니다. 이익률 자체가 얼마나 나오는지는 조사를 통해 체크해야 하지만 포켓도시락은 잘 키우면 HMR 브랜드로 괜찮게 자리를 잡을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워너글램


앞서 플랫폼 없이 매출만 확대하는 전략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D2C 몰은 이익률을 높여주는 역할을 할 뿐 궁극적인 플랫폼이 되기에는 2%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제가 기대를 걸고 있는 서비스가 워너글램입니다.

워너글램 <출처 :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회사측의 소개를 보면 일단 워너글램은 '영상 컨텐츠 및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헬스장이나 요가장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원격으로 운동을 배울 수 있는 서비스라고 유추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커뮤니티'라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능이 들어가는 모양인데 어떤식으로 구현이 될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회사의 추가적인 소개를 보면 '자사 PB상품인 홈트제품(운동기구), 젝시믹스(운동복)과 쓰리케어(식단) 등 각 브랜드를 연계하여 헬스케어 관련 플랫폼 비즈니스를 전개'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워너글램 플랫폼이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동사 제품들의 매출도 덩달아 올라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웨어러블 플랫폼과 인공지능(AI)을 탑재하여 생활습관 교정, 체성분 분석 등 다양한 진단결과에 따른 건강 솔루션을 제안' 이 부분을 어떻게 풀어갈지 궁금합니다.

앱을 통해서 단순한 관리는 할 수 있지만 운동 자체를 위해서는 스마트폰의 화면이 너무 좁습니다.

룰루레몬이 인수한 미러 <자료 : 룰루레몬 애슬레티카>

운동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서비스로는 룰루레몬이 인수한 미러가 가장 좋은 형태의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동사는 이 부분을 어떻게 풀어갈지 이 부분도 궁금합니다.

기대하는 서비스인데 아직까지 오픈을 못하고 있습니다. 내부 상황은 알 수 없지만 서비스 오픈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제품 가짓수를 늘리고, 매출을 늘리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플랫폼이 커야 동사의 '고잉컨선'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결론


  • 숫자만 보면 올해 가이던스 충족은 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
    • 시장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
      • 현재 주가가 꾸역꾸역 유지 되면서 내년 시장에 기대를 걸지,
      • 주가를 7,000~8,000원 수준으로 붕괴시키고 동사에 대한 기대를 접을 지.
        • 주가가 붕괴된 상태에서 저평가 매력이 부각될지.
  • 시장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여전히 폭발적인 외형 성장세는 매력적.
    • 다만, 외형 성장률은 점차 감소중인 추세에 있음.
      •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신규 브랜드들의 성공과 젝시믹스의 국내 매출 성장세 회복, 일본 진출 성공 등 굵직한 to do 들이 처리 되어야 함.
  • 코로나와 레거시 미디어 광고비 지출로 3분기 영업이익률 감소는 일시적일 듯.
    • 코로나가 지나가면 애슬레저 수요도 다시 견조하게 증가할 것으로 추정.
    • 레거시 미디어 광고비 지출이 없는 경우 영업이익률은 17~19% 수준에 이르나, 그 광고비를 줄였을 경우 매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시뮬레이션과 테스트, 모니터링이 필요함.
  • 회사의 꾸준한 성장을 믿는다면 현재 주가 수준은 부담스럽지 않음.
  • 회사가 상장을 위해 미래 실적을 당겨 왔거나, 외형 성장이나 이익을 찍어 내는데 문제가 생긴 것이라면 현재 주가는 부담스러운 수준.
    • 상장할 때와 마찬가지로 현재는 투자자가 가진 시각에 따라 판단하기 어려운 구간에 있음.
  • 주주들의 기대나 실망과 별개로 회사는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음. 회사를 지켜보기에 몇 분기는 짧다고 생각됨.


2020년 11월 8일
송종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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