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8일 일요일

카카오톡 비즈보드 관련 논쟁에서 배운점

예측은 대부분 틀리고, 우리의 전망은 대부분 틀립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나중에 가서 내말이 몇개 맞았다고 "거봐 내말맞지?" 하는 행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자제하는 편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번 기억은 복기 차원에서 기록으로 남길 필요성이 있어서 큰 마음먹고 글을 씁니다.

2019년 봄. 어떤 투자자 모임의 단톡방. 거기서 저와 논쟁을 하셨던 분이 계셨습니다. 논쟁은 소중한 곳에 써야하는 에너지를 뺐습니다. 그리고 논쟁 상대방과 자칫하면 적이 될 수 있습니다. 논쟁은 얻는것은 없고 잃는 것만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급적 논쟁을 피하려고 합니다. 논쟁을 즐기는 성격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올 봄에 약간의 논쟁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카카오톡 비즈보드와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카카오톡의 비즈보드는 아래의 그림과 같이 생긴 배너광고입니다. 언제부턴가 알게 모르게 저 배너가 친구목록 화면에 등장하였습니다.

카카오톡 비즈보드 <출처 : 카카오 비즈보드 상품소개서>

올봄에 카카오에서 카카오톡 친구목록 화면에 위와 같은 배너 광고를 넣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주주한분이 거의 폭주하다시피 하시며 흥분을 하셨습니다.

"저거 넣으면 안된다. 넣으면 카카오톡 망한다!"

저분이 폭주를 하시기에 조용히 지켜보던 제가 한마디 했습니다.

"전국민이 쓰는 메신저가 배너 광고 하나 들어간다고 망하지 않습니다."

대화를 하는데 배너 광고 넣는데 부정적인 다른 분들도 몇마디 거들었습니다. 그분들도 대체로 부정적인 의견들이었습니다.

"카카오톡으로 더 이상 돈 벌 수단이 없나보다 궁리하다 나온게 고작 배너광고냐"
"화면도 좁은데 저런거 들어가면 사람들 다 이탈한다"

오랫동안 웹/모바일 서비스를 만들면서 밥벌이를 해 온 입장에서는 저분들의 우려가 전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분들의 흥분을 잠재우기 위해서 아래와 같이 저의 생각을 말했습니다.

"메신저 서비스는 네트워크 효과 때문에 큰 의사결정의 패착이나 강력한 경쟁 서비스의 등장, 또는 서비스 장애가 없는 이상은 이용자 이탈이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카카오 정도 되면 이미 이용자 빅데이터를 이용해서 회원 이탈률 같은 걸 다 체크했을거다. 하다못해 배너 출시 직전에 A/B테스트 등 여러가지 테스트 도구들도 있으니 크게 걱정 안하셔도 된다."

그러나 그분들 귀에 제 이야기가 들어갈리가 없었습니다. 서로 일치할 수 없는 몇마디 의견이 오가고 결국에는 "배너 광고 붙고 나서 보자. 카카오 망하나 안망하나."이 이야기로 약간의 논쟁은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그날 느낀점이 있습니다.

저 역시 제가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저분들과 같이 오판을 숱하게 내리고 있을 수 있겠구나.'하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투자포인트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은 투자포인트가 아닐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투자리스크라고 생각했던게 실은 리스크는 커녕 회사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이슈일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물론 잘 모르는 것엔 투자를 안하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잘 모르는 분야를 잘 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고, 또 그렇게 자신감이 높을 때 위험도가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좋아보이는 것과 나빠보이는 것을 실제보다 과대해석 하는 일도 비일비재 하다는 것을 새삼느꼈습니다. 물론 저 자신도 그렇고요.

저분들은 카카오톡 친구목록 화면에 배너광고가 들어가는 것이 회사를 흔들어 놓을 정도로 위험한 리스크라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카카오톡 MAU, 단위 : 천 명 <출처 : 카카오 IR북>

카카오의 이용자는 이탈은 커녕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배너광고 붙는다고 입에 거품을 무셨던 분들께서 거품 물었을 때 MaU는 4,407.6만 명, 그리고 3분기 현재는 4,473.1명으로 되려 활성 이용자는 더 늘어났습니다.
카카오 플랫폼 부문 실적, 단위 : 백만 원  (회색 부분이 톡보드의 실적)
<출처 : 카카오 IR북>

카카오의 실적은 순항중입니다. 특히, 모두가 우려하던 그 배너광고(비즈보드)가 실적 성장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비즈보드 때문에 이용자 이탈이 없을거라는 제 생각은 맞았습니다. 그러나 저도 하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비즈보드가 돈이 될까?'라고 의구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돈을 굉장히 잘 버는 효자 상품이 되었습니다.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의 추세적 연장선의 예측은 쉬워도, 전혀 존재하지 않던 것에 대한 미래 예측은 거의 무용지물임을 다시 상기합니다. (물론 전자가 후자에 비해 수월하다는 것일 뿐, 추세도 언제든 깨질 수 있으므로 추세가 영원히 갈거라는 믿음은 헛된 믿음입니다.)

그나저나 그때 카카오 망할거라고 온 난동을 피우던 그분과 동조자분들은 자신들이 그랬던 기억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또 다른 예측을 하고 계시겠죠? 투자자가 흥분하면 지는건데 말입니다. 어딜가셔도 흥분은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상황을 차분하게 생각해보면 호재가 호재가 아니고, 악재가 악재가 아니고, 호재가 호재인들, 악재가 악재인들 의미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흥분하면 감정이 한쪽으로 쏠립니다. 이는 의사결정 체계가 오판을 내리도록 만듭니다.

2019년 12월 8일
송종식 드림


댓글 13개:

  1. 저도 해당 사례로 많이 배웠습니다. 역시 인터넷/모바일 시대에는 트래픽=수익인 것 같습니다.

    논쟁이 무의미하다는데에 동의합니다. 의견을 교환할 때에 논쟁이 아닌 토론이 되어야 발전적인 건데 우리는 토론을 하는 연습이 되어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현 상황이 이렇고 근시일 내에 문화가 바뀔 것 같지도 않으니 가능한 논쟁을 피하는 게 상수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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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역시 말씀하신대로 인터넷/모바일 서비스는 트래픽이 곧 돈 이라는데 절대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리고 논쟁을 피하는게 '상수'라는 표현에도 절대 공감합니다.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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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인간은 항상 새로운것에 대해 두려워 하고 싫어 하는 마음을 갖고 있죠

    그 새로움이 본인에게 이득이 되든 손해가 되든 상관없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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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토론의 전제조건은 토론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무지의 지'를 인지해야 한다는 점! 아니겠습니까~
    저도 제가가 모를 수도 있다는 점을 항상 견지하며 투자에 임합니다!
    좋은 글 남겨줘서 고맙습니다~!! 답글은 안 남기셔도 됩니다. 구글 블로그 후져서 ㅋㅋ..댓글 달렸다고 알림도 안 떠서 어차피 까먹고 못 볼거 같습니다. ㅋㅋㅋ ㅠㅠ 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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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확하게 짚어주셨네요. 사실 저도 마찬가지가 사람들이 자신의 무지의 지와 한계를 명확하게 알고 있고, 또 토론을 통해서 상대를 제압하는게 아니라 나도 배운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면 더 좋을텐데..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비록 구글 블로그가 너무 후져서 댓글 알림 기능도 없지만, 한편으로 그래서 댓글 한번 달기도 번거로운 곳에 의견 남겨주셨기에 지난치지 못하고 대댓글 남깁니다. 언제나 항상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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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아마도 과거 다음의 이메일 유료화가 오버랩 되었기때문일테죠..
    그런데 그때랑 다르게 모바일 메신저에서 경쟁상대도 없는데다가.. 나만 메신저를 바꿔도 정작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 카카오톡을 사용하기 때문에 벗어나기 어렵다는것도 한몫하고 있을거구요..
    올해 톡비즈광고에 1조매출을 예상한다고 하니 카카오의 효자부분이 아닐까 싶네요..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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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해주신 말씀에 답이 다 있네요. 맞습니다. 이메일은 다른 걸로 바꿔도 다른 사람과 소통이 되지만, 메신저는 카카오톡 쓰는 사람하고 연락하려면 카카오톡만 써야하니 이미 구축된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와 락인 효과가 배너 광고가 달렸을 때의 손해를 훨씬 넘어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서비스를 전면 유료화 하면 대부분 망하지만(과거 프리챌, 한메일 등..) 기본 무료화 베이스 위에 광고를 붙이는 전략은 여전히 가장 확실하게 괜찮은 트래픽 베이스의 인터넷 비지니스 모델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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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트래픽을 수익으로 전환하는 것은 BM을 얼마나 거부감없이 만드느냐와 서비스가 갖는 절대적 가치가 가장 중요하겠죠. 카카오톡 비즈보드에 대한 생각은 투자자가 아닌 디지털 쪽 종사자로서 종식선생님 의견에 백프로 동의합니다 ㅎㅎ
    특히 대화창 진입 전에 배치해서 본질인 채팅을 해치지 않은 포지셔닝이 특히 잘한 부분같더라구요. 인스타가 스크롤 방식인데 중간에 광고를 끼워서 마치 피드처럼 보여주는게 집중도는 높지만 거부감이 드는 것과 다르게 대놓고(?) 광고하는 게 차라리 나아보이더라구요. 특히 카톡이 게임 뿐 아니라 얼마든지 확장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사례고, 카카오페이와 카뱅이 개인금융시장은 평정할 지도 모르고..카카오는 정말 대단한 기업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카오의 고PER는 분석력 약한 주린이에게는 높은 벽이네요 ㅠ 혹시 종식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고PER기업 투자 사례나 분석할 때 유의할 점도 시간되실 때 공유해주심 넘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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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거부감 없이' 잘 침투하는게 중요하다는 걸 곧바로 찍어내시는 걸 보니 종사자 맞으시네요^^ 지식기반 산업에 속한 회사들은 PBR은 거의 의미가 없다고 볼 수 있고, PER 또한 가가운 시일을 예측한 PER은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부분은 추후에 기회가 되면 썰을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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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친절한 답변 감사합니다! 좋은 팁까지 주시고,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맛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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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중국의 위쳇이 카카오를 베끼고 만들었는데 중국에 오래살면서도 위쳇을 사지 못한점. 역으로 카카오가 위쳇을 베끼고 있을때 위쳇의 확정성을 보고도 카카오를 사지 못한점. 너무 안타깝습니다.ㅎㅎ 다 제가 몰라서 그런거죠. 논쟁을 하신 분들도 내가 맞지?보다 어 내 생각이 틀렸네 하고 결과를 보고 인정을 하면 발전이 있겠죠. 오늘도 덕분에 잘 배웠습니다.(jinjingy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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