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2일 토요일

투자 서적 출판 제안을 조심스럽게 거절중인 이유

평범한 투자자가 자신의 생각을 집대성한 서적을 출간한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그것도 요즘 유행하는 사비 출판이 아니라 나름 실력있는 출판사에서 많은 분들의 손을 거쳐 완성되는 책은 더욱 그렇습니다. 적지 않은 투자자가 자신의 투자 저서를 만들고 싶다는 꿈도 있을 줄 압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시대가 흘러도 변치 않고 읽힐 수 있는 그런 좋은 투자 서적을 써 보고 싶습니다.

저는 평범한 개인투자자입니다. 그리고 저는 투자를 하면서 매해 배웁니다. 그리고 매일 배웁니다. 배울게 끝없이 있겠지만, 지금까지 배운 것 보다 앞으로 배울 것이 더 많이 남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직은 책을 쓸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남들의 이야기를 짜깁기 하거나, 얕은 수준의 책을 쓰거나, 혹은 잘못된 지식을 담은 책을 출간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나름대로 개인 공간에 글도 쓰고 영상도 올립니다. 그렇지만 아직은 입보다는 귀를 훨씬 더 크게 열고 있습니다. 제가 글을 쓰는 것의 몇백배에 달하는 타인의 소리를 듣기 위해 귀를 열고 삽니다. 제가 귀보다 입을 더 열어도 되겠다 싶으면 책도 쓰고, 강연도 하고 그러고 싶습니다.

블로그나 유튜브는 취미 삼아서 쉬엄쉬엄해도 됩니다. 그러나 책을 쓰려면 조금 더 책임감이 따른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출판사의 이름도 있을 것이고, 돈을 주고 책을 사보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것인가도 고민해야 할것이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저자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저자들이 자격미달입니다. 특히, 주식과 부동산 등 재테크 분야는 더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책을 써서 인지도를 높인 다음 그것을 발판으로 다른 사업을 전개해 나갑니다. 투자를 잘 한다면 굳이 그렇게 힘들게 살 이유가 없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투자로 본업을 영위하기가 어려워진 사람들이 그렇게 옆길로 많이 샙니다.

어쨌든, 여러 출판사에서 투자 서적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주시고 계시지만 너무나 송구스럽게도 모두 거절하고 있습니다. 쟁쟁한 출판사의 훌륭한 기획자들께서 제안을 주시는데 거절 메일을 쓸때마다 너무 죄송해서 몸둘바를 모르고 있습니다. 제가 감히 뭐라고요..

저를 좋게 봐주신 고마운 분들의 출판 제안 메일 중 일부
<출처 : 송종식>

추후에, 스스로 생각하기에 '이 정도면 이제 두고두고 사람들에게 읽힐만한 책을 쓸 수 있는 자격이 되겠다' 싶을때가 오리라고 확신합니다. 그때에 가서는 꼭 책을 써 보고 싶습니다. 제안 주시는 출판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평범한 개인투자자에 불과한 저를 어쨌든 좋게 봐 주시고 제안해 주시는거니까요. 한분한분 성함을 잊지 않고 있겠습니다.

아주 간간히 방송 출연 제의도 있었습니다. 공중파에서의 제안은 아직은 당연히 없습니다. 공중파에는 알머리 제이슨님과 같은 캐릭터가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말투도 외모도 동네 촌부이미지라서 아마 영원히 공중파 근처에도 갈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일부 경제TV에서 일하거나 관련된 지인들이 밥자리나 술자리에서 증권방송에 출연한번 해보라는 제의를 간간히 해주십니다. 그것도 너무 죄송하지만 모두 거절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경제방송을 주로 시청하는 분들 눈높이에서 제가 하는 뻔한 이야기는 지루하고 재미가 없을 것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재미없는 가치투자자 아재가 나와서 재미도 없는 뻔한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시청율이 떨어질 건 뻔합니다. 공히 열심히 일 하시는 방송관계자분들께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재미있으려면 약간은 약장수 기질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되도록 단타나 모멘텀 위주의 이야기를 해야합니다. 그래야 컨텐츠가 끊임없이 나오고, 적시성도 있어서 시청율도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또, 나아가 추종자가 생기면 유료 회원을 모집하는 식의 방향으로 가게 될텐데 저는 그건 정말 하기 싫습니다. 아무 종목이나 몇개 찍어주면서 순진한 사람들로부터 엄청난 금액을 뜯어가는 걸 저는 사기라고 보지 비지니스라고 보지 않습니다.

저는 자유를 중시합니다.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거나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하는 활동은 재미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블로그나 유튜브에 매몰된 일상을 살지는 않습니다. 가끔 심심할 때 끄적 거릴 수 있는 일상 생활 속 즐거운 소일거리 중 하나입니다. 제가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마는 취미입니다. 취미이다보니 부담없이 가볍게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 취미가 특별히 남들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습니다. 저는 유사수신이나 유료리딩을 하거나 그러진 않으니까요. 어쨌든 가벼운 소일거리인 블로깅과 유튜브는 삶의 작은 즐거움이 되고 있습니다.

다만, 책을 쓰거나 전파를 타는 방송에 나가는 건 별개의 문제입니다. 제가 완벽하게 준비된 사람이어야 하고, 또 저의 말과 글을 통해서 영향을 받을 사람들이 많이 생길 수 있는 매체이기 때문에 큰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생각과 말과 글이 타인에게 피해를 끼쳐서는 안됨은 물론,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책과 전파를 타는 방송은 취미로 쉬이 할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제가 좀 더 자질을 갖추고, 자격있는 사람이 되고나서 도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끝으로, 주종이 바뀌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유료로 종목 리딩을 하고 회비를 받아서 자산을 축적하는 분들은 주업이 사업이지 투자가 아닙니다. 저술 활동이나 강연 활동에 치중하며 돈벌이를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주업이 투자인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혹시 아침에 신문배달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해도 저의 주업은 투자이고 싶습니다.

어쨌든, 별볼일 없는 개인투자자에게 멋진 제안을 해주시는 분들께 다시 한번 온 진심을 담아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2019년 11월 1일
송종식 드림


댓글 30개:

  1. 그 발걸음 지지합니다. 추후 책나오면 싸인 부탁드립니다. ㅋ 가끔 투자자들과 가끔 작은 모임도 있었음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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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죽기전에는 꼭 써보고 싶긴 합니다. 바쁘실텐데도 자주 교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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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투자자들과 티타임 같은 건 한번 생각 좀 해보겠습니다~ 어떤 형태로 모여서 수다떨고 놀면 좋을지요~! 남은 주말도 편안한 시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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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티타임도 좋고, 가볍게 호프 벙개도 좋구요.. 편안한 마음으로 수다떨고 놀면 좋겠네요... 아니면 머리도 식힐겸 사진 같은 취미 활동도 좋으리라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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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옙. 일단 찬찬히 고민 좀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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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마인드까지 정말 멋지시네요 ㅎㅎ 글 잘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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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랜만이에요~ 잘 계시죠~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세요. 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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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라. 인천 갑부 태훈형님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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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처음시작부터 많은 시행착오 끝에 지금이경지에 이르렀을줄압니다
    겸손과 나눔과 차분을 다배울수있는분이네요
    요즘 선생님 글 하나하나 읽는 낙으로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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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는 평범한 개인투자자라서 경지라고 할 것도 없지만 제 생각이 다른 분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작은 안주라도 될 수 있음에 감사한 말씀을 드립니다~ 자주 들러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좋은 투자 이야기를 자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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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한 개인에게 본인 이름의 책이 나오는건 정말 뜻 깊은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회를 마다하시고 훗날을 기약하시는 모습은 정말 멋지시네요.
    나중에 나오실 책 꼭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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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직은 제가 더 배워야하고 부족한 입장이라는 걸 알아서요~ 살면서 글자 몇자 끼적댈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좋겠습니다. 힘이 되는 말씀 감사합니다. 성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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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인천이면 멀지않은곳에 계시네요^^ 좋은기운 받겠습니다ㅎㅎㅎ 글에서 늘 겸손과 진심, 정성이 느껴집니다. 감사히보고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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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좋은 기운을 드릴 수 있어서 기쁩니다. 자주 왕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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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너무 멋진 분이시네요. 언젠가 책이 출간되면 필히 구매하고 싶습니다 ㅎㅎ 우연히 가치투자 유튜브를 타고 타고 오다보니 이 블로그에 도착했는데 왜 이제서야 봤지 싶습니다. 유튜브도 유익했지만..여긴 거의 보물창고 수준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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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 마음 변치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인터넷 시대이다 보니 이렇게 어떤 링크나 검색어를 타고 우연히 인연이 되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이것도 다 운명이고 인연의 끈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경로로 오셨든 변방에 숨어있는 곳 까지 와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투자 관련해서 좋은 이야기 많이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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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재능공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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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네, 컨텐츠 생산 주기가 짧지는 못해도 꾸준히는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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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조용한 변방이

    저는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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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가치투자자들의 기본 취향이 그러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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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선생님을 오늘 처음 알게 되었네요. 유튜브를 타고 검색해 보다가 이 블로그를 알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의 글 한자한자에 진심이 느껴집니다. 추천하신 책들도 앞으로 한 권씩 다 읽어보고 나중에는 선생님의 책도 읽어보고 싶네요! 인사이트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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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꽤 오래전에 댓글을 남겨 주셨는데 이제야 답신을 드리게 돼 송구합니다. 책 읽어보시고 열공하시고 궁금한 점은 언제든 물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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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송종식님의 여러 글들을 읽으면서 ‘책을 쓰셔도 좋겠다 왜 책은 안내시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역시나 출판계에서도 가만놔두지 않았었군요. 종식님의 가볍지 않은 행보 너무 멋지고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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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작성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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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함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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