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13일 일요일

나라별 10대 부자 (상속 vs. 자수성가, 그리고 나라의 역동성..)

포브스의 부호 랭킹은 재산을 주로 상장된 지분 가치로 계산합니다. 그래서 만수르, 로스차일드 가문의 일원, 부동산 부자들은 필터링이 되는 듯 합니다. 간혹 비상장 기업이라도 상장 기업에 준하는 가치가 있거나, 부동산도 랜드마크급 가치가 있어서 유명하거나 비싼 것들은 포함시키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포브스의 부호 랭킹을 보면 한국과 긴밀한 주요 국가의 억만장자들은 자수성가 한 사람들이 참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의 10대 부자 <출처:포브스>

미국의 상위권 부자들은 금융과 IT S/W카테고리쪽 비중이 높습니다. 1위~10위권을 보면 업종은 꽤 골고루 분산돼 있습니다. 우선은 샘월튼의 상속자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자수성가로 재산을 형성한 사람들입니다. 월튼 가족들도 주가 흐름에 따라서 10위권 밖으로 밀렸다가 올라왔다가 합니다.

우리보다 부자나라이고 자본주의도 더욱 오래 지속한 나라인데 상속자가 수위를 차지하지 못하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중국의 10대 부자 <출처:포브스>

동북아 주요 국가 중 가장 늦게 개방된 나라라 그런지 10명 전원이 자수성가형 부자였습니다. 경제 개방 이후 자본가와 사업가들이 등장하고 폭발적으로 발생하는 부를 적극적으로 축적한 사람들이 현재 중국 재벌이 되었습니다. 중국의 문화적 여건을 볼 때, 이 창업 1세대가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면 우리나라와 같이 2세들이 최상위권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가장 큰 나라입니다.

어쨌든 중국은 동북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나라임은 확실하고 이 랭킹이 그것을 반증하는 하나의 자료가 되기는 할 것 같습니다. IT쪽 부자가 절반 가까이 되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일본의 10대 부자 <출처:포브스>

일본이라고 하면 강하지만 정체된 느낌,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나라입니다. 그런데도 의외로 일본 최상위권 부자들은 대부분 자수성가로 부를 일궈낸 사람들입니다. 의외였고 놀랐습니다.

한국의 10대 부자 <출처:포브스>

우리나라는 최상위권 부자 대부분이 선대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형 부자들입니다. 대부분이 재벌 2, 3세들이구요. 현재 일부 재벌들은 재벌 4세로 벌써 상속, 증여가 이뤄지는 가문들도 많습니다.

나라마다 사회, 경제, 정치, 법적 환경이 다르고 사람들의 정서도 다를 겁니다. 여러 가지 지표들을 들어서 분석도 필요할 테구요. 이것만 놓고, 우리나라가 '계층 이동이 정체된 사회다.'라고 단정 짓기는 힘들겠지만, 어느 정도 참고는 가능하리라 보입니다.

또 생각해야 할 점은 이건희 회장님 같은 경우 선대에서 물려받은 회사를 몇천 배로 성장시켰으니 일반적인 어감의 상속부자와는 경계를 둬야 하는 점도 맞습니다.

다만, 다시 생각해 볼 점은 거의 대부분 월급쟁이, 투자가, 사업가는 초반에 생계와 전쟁을 하게 됩니다. 생계 레벨을 벗어나기도 쉽지 않습니다. 생계의 위협을 벗어나야 비로소 안정적인 무언가를 추구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상속부자들은 어찌 되었든 출발부터 생계 걱정은 덜고 시작하는 사람들이니 사회를 고착화하는데 일조한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본인 능력에 따른 차등은 분명히 생겨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기회의 평등도 있어야겠지요. 누구는 출발부터 현찰 100억을 쥐고 사회에 뛰어들고, 누구는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데 가난한 노부모까지 모시고 시작해야 한다면 이미 그들의 인생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시작부터 결판이 난 거라 봐도 되겠죠.

사회에 진출하는 청년들이 노력한 만큼의 기회의 평등은 최대한 누려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야 어떤 인재가 혜성처럼 등장해서 인류의 미래에 기여도 할 테구요. 우리가 사랑하는 자본주의도 더욱 건강하게 오래 존속하겠죠.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 '헬조선, 금수저, 흙수저'와 같은 자학적 단어들이 유행합니다. 제 동생이 그런 단어를 쓰면서 남 탓을 하면 쥐어박아서라도 그러지 말라고, '잘 살고 못 사는 건 니 하기에 달렸다.'라고 혼낼 것 같습니다. 어떤 한 개인의 삶은 얼마든지 통계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뷰파인더를 개인이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넓혀서 본다면 청년들의 저런 자조는 분명 괜히 나오는 소리는 아닐 겁니다. 통계적으로 보면 실제로 개천에서 용이 나오기 힘든 시대도 맞구요. 여러 가지 통계를 접해보면 그들 말대로 노력한다고 잘 사는 시대도 아닌 건 분명합니다.

GNI 리니어(좌), GNI 로그(우) <출처:Google public data explorer, 세계은행>
한국 재벌은 해외 차관, 공적자금(국민세금) 등을 레버리지 또는 백기사로 이용해 고속 성장을 해왔습니다.
양극화가 심해지고 기업들의 자본이 해외로 이전되는 요즘, 국민들의 피땀으로 일궈낸 성장의 과실은 과연 누가 다 따먹고 또 어디로 다 갔을까요? <클릭하면 커집니다>

그 옛날 임금이 실정을 하면 어린이들 사이에서 임금을 욕하는 뉘앙스를 품은 노래들이 유행했다고 합니다. 눈치 빠른 임금들은 그런 아이들의 노래에 귀 기울였구요. 청년들 사이에서 저런 자조적인 단어가 유행한다면 눈치 빠른 리더는 빨리 그 부분을 캐치해서 대응책을 만들어야겠죠. 

국가의 밝은 미래와 건전하고 오래가는 자본주의(그리고 민주주의)의 유지를 위해서도 부가 한곳에 집중돼 고인 물로 썩어가는 것은 좋은 징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2015년 9월 13일
송종식 드림

댓글 6개:

  1. 이제는 우리나라도 성숙기에 진입한 만큼 상속형보다는 자수성가형 부자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네요...저는 바이오산업에 투자중이니 앞으로 바이오업종에서도 자수성가형 부자가 나올지 주목이 됩니다...항상 좋은포스팅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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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공감합니다. 아무래도 다음 싸이클은 바이오가 맞는 것 같구요. 그쪽에서 억만장자가 나올 것 같습니다. 이미 셀트리온이나 바이로메드 최대주주님은 가능성이 높지 않나요?.. 향후 주가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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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자수성가에 대한 글 찾다가 우연히 들어와서 보게 됐는데 참 좋은 글 같아요 제 생각에 많은 살을 덧붙여 주셨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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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셨나보네요.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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