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22일 화요일

현금흐름할인류의 밸류에이션 툴에 대해..

DDM, DCF, RIM과 같은 밸류에이션 방법들은 배당이든, 주주에게  귀속되는 현금이든, 잔여이익이든 모두 주주에게 직접 관련된 미래의 현금흐름을 추정하여 할인하는 방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나 역시 한때는 워런버핏을 따라하겠답시고 이런류의 밸류에이션에 목을 매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살짝 쓴웃음이 난다. 인간의 미래란 한 치 앞을 내다보기도 힘들다. 특히 여러 사람들이 모여 세상과 유기적으로 엮여 돌아가는 기업의 미래를 예측하기란 더 어렵다. 아니 불가능하다고 보는게 맞겠다. 어쩌다 몇번 고장난 시계가 두번 정도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게다가,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 기업의 미래는 더욱 예측하기가 어렵다. 대외 변수 변동에 취약하고 중국이라는 강력한 경쟁자 겸 동반자도 나타났다. 비지니스의 생명주기는 더욱 짧아지고 있고, 기술 혁신으로 어떤 사업이 어떤 운명을 맞게 될지는 아무도 섣불리 예단하기 힘든 시대다.

아무리 대기업이라고 해도 그 기업의 2년 후, 5년 후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상황이 이러한데 주식 투자를 하면서, 그것도 개인투자자가 기업의 밸류에이션 툴을 DCF나 RIM과 같은 류의 현금흐름할인 방식을 쓴다면 과연 성공률은 얼마나 될까. 적정가에 대한 종교적 가치 그 정도의 가치밖에 없을 것 같다.

우리나라 기업들을 대상으로 미래 10년치의 현금흐름을 예측해서 할인하고, 심지어 영구적인 현금흐름의 가치를 추정하여 사용한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참, 말도 안되는 일을 하였구나.'하는 생각을 들게한다.

이런류의 툴이 통하려면 몇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1) 기업이 속한 국가의 군사력, 경제력이 압도적으로 강하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일 수 있는가?
2) 기업의 브랜드가치와 영업적 해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강력한가?
3)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의 업황은 변동성이 적고, 앞으로도 그럴 것인가?
4) 투자자는 그 어떤 중간중간의 작은 휩쏘에도 견딜 수 있는 체력이 있는가?

그나마 이 정도가 돼야 DCF, RIM 등의 툴을 적용해 볼만하다. 물론 이런 상황이 받쳐줘도 DCF는 미래의 추정에 대한 불확실성을 내포한다.

주식 투자를 할 때는 반드시 '투자자의 추정'이 들어간다.

그리고 그 추정은 틀리게 마련이다.

추정이 현실과 더욱 크게 틀리게 되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1) 추정에 필요한 변수가 많아지고,
2) 추정을 하는 미래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

DCF나 RIM은 추정 기간이 길 수밖에 없고, 중간에 어떤 변수에 의해서 적정주가는 심하게 왜곡된다. 중요 팩터의 변수값을 살짝만 조정해도 목표가가 크게 변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을것이다. 이것을 내 입맛대로, 구색대로 하다가는 큰 낭패를 본다. 사실 DCF나 RIM은 사칙연산만으로 사용할 수 있는 툴이지만, 그 이면에 내재된 여러가지 변수에 대한 사용 기술, 철저한 기업의 질적 분석이 뒤따르지 않으면 사용이 매우 까다로운 툴이다


그리고 또 문제가, COE나 CAPM, WACC과  같은 도구들은 상아탑에서나 유용하지 실제 시장에서 얼마나 유용한가에 대한 의문이다.

암튼, 추정에 필요한 변수는 최대한 줄이는 심플한 투자, 추정 기간은 본인이 내다보는 선에서 최대한 단축하는 것이 되려 개인투자자가 성공하기 위한 핵심이 아닌가 생각한다.

만약에 굴리는 자금 규모가 크고, 내다보는 안목이 길다면 그 사람은 어느 정도 트레이더에서 인베스터로 진화중인 사람이라 봐도 무방할 것이고 그나마 워런버핏의 흉내 정도는 낼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런 시각을 가지고는 있지만 현금흐름할인방식의 밸류에이션 도구를 아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에게 있어서 그 툴은 없어서는 안될 매우 중요한 툴임에는 분명하고 유용한 것도 사실이다. 다만, 한국이 처한 경제 환경과 그런 환경에서 투자하는 개인투자자가 과연 저런 툴을 이용해서 투자를 하는 것이 현실성이 있는 것인지에 의문을 다는 것이다.

공인회계사 시험에서 전국 수석을 했으며, 회계 법인에서 일했던 회계사 친구(4대 펌에 있다가 지금은 VC로 이직). 주식 투자로도 곧잘 수익을 내는 그 친구가 한말이 생각난다.

"밸류에이션이요? 1년치 예상 EPS에 주고 싶은 PER 퉁 때리는게 그나마 제일 정확해요." 농담삼아 던진 말이지만 깊이 생각하게 하는 말이었다.

2015년 9월 22일
송종식
2015년 9월 16일 수요일

케이에스피, STX계열사 인수하고 중견기업으로 도약 가능할까?

케이에스피(KSP). 시총이 200억대 중반에서 왔다갔다 하는 작은 기업입니다. 작년 매출이 369억, 영업손실 11억. 자본총계가 700억 정도에 총 자산이 1,170억 정도 되는 회사입니다. 얼핏보면 좀 부실해보이기도 하고 또 얼핏보면 저평가 같아 보이기도 한 회사입니다. 이 회사에서 어쩌면 재미있는 재미있는 투자포인트가 될만한 걸 찾았습니다.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일단 투자포인트를 다루기전에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정도는 체크를 하는게 좋겠죠. 

동사의 주력 매출원 <출처:KSP사업보고서, 송종식>

선박용 엔진 밸브와 형단조 부품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최근 실적 기준으로 매출은 위에서 보시는 것과 같이 6할 정도가 선박 엔진 밸브에서 나오고 4할 정도가 형단조 부품 제조에서 나옵니다. F/W사업도 하고 있는데 그 부분은 매출 비중이 미미해서 별 의미는 없는 것 같습니다.

선박용 엔진 밸브는..


엔진 내연 활동에 필요한 핵심 부품입니다. 선박의 종류에 관계없이 모든 선박에 필요한 부품입니다. 엔진 없이 가는 배는 없을테니까요. 내연 기관이다보니 열과 압력을 견뎌내는 힘이 필요합니다. 높은 기술적 장벽으로 인해 수입에만 의존하다가 KSP가 국내 최초로 국산화 한 부품입니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점은 3년, 7년 주기로 교체해야 하는 소모성 부품입니다. 비록 B2C 접점을 가진 모델은 아니지만 무역이 계속되는 한 배도 계속 필요할테죠. 그렇다면 엔진 밸브의 교체 수요도 꾸준할거구요. 버핏의 질레뜨 주요 투자포인트 중 하나도 면도날의 지속적 교체에 있었죠.

그리고 선박용 엔진 밸브는 만든다고 무조건 판매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엔진 메이커들의 제조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 제조 승인 장벽이 매우 높습니다다. 한마디로 기술 장벽, 승인 장벽 등 다양한 해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동사의 선박 엔진 밸브 국내 시장 점유율은 70% 수준으로 독점 수준입니다.

형단조 제품..


동사의 형단조 제품은 주로 플랜트 파이프라인 이음쇠(flange)나 건설 장비 기계류에 들어가는 기어용 부품입니다. 프레스로 찍어내서 제조를 하구요.

형단조 제품은 100kg 이하의 제품과 이상의 제품으로 나눠보면 100kg 이하의 제품은 마켓 사이즈가 6할 정도 되며, 경쟁이 치열하고 동사의 점유율도 높지 않습니다. 반면에 100kg 이상의 제품은 마켓 사이즈는 4할 정도 되며 동사가 독점하는 시장입니다.

주주구성


지분구조 <출처:전자공시>
동사의 발행 주식 수는 944만 주 정도됩니다.

이 중에서 5% 정도가 자기 주식이고 나머지 95% 주식 중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49%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5%로 잡혀있는 국민연금은 국민연금과 네오플럭스가 출자한 투자조합 보유 지분입니다.

나머지 40% 정도를 기타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데, 실제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은 353만 주 정도 되고 최근 주가 기준으로 시가 환산하면 100억 원 정도 되는 작은 규모입니다. 큰손 누군가가 마음만 먹으면 시세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수준입니다. 현재는 평소에 거래대금이 몇백만원 수준입니다.

사채업자, 기업회생절차 그리고 한국공작기계


과거 워낙에 업황도 좋았고 실적도 좋았습니다.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었고 기술력도 탄탄한 우량한 기업이었죠. 그런데 이 회사에 비극이 드리우게 된 스토리가 있습니다.

창업자가 건강상의 이유로 지분 44%를 네오플럭스에 매각했습니다. 네오플럭스는 차익을 실현하며 이스트블루 측에 지분을 매각합니다. 이스트블루는 알고보니 명동 사채업자의 법인이었습니다. 이 사채업자는 케이에스피의 자본금 250억을 횡령하고 사채와 어음을 남발하여 600억 정도의 부채를 남깁니다. 이후 우량기업이었던 케이에스피는 부실기업이 됩니다.

2008~9년 경에 케이에스피는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가고 3년만인 2011년에 기업회생절차를 종료합니다. 보통의 기업들보다 빨리 기업 회생 절차를 졸업했습니다.

회사가 보유한 10여개의 탄탄한 기술과 영업망 덕분에 회사는 빚을 거의 다 갚습니다. 이후에 동사를 눈여겨 보고 있던 한국공작기계가 나머지 빚을 탕감해주고 대주주로 등극합니다.
최대주주 한국공작기계의 영문 로고와 제품 <출처:한국공작기계 웹사이트>

최대주주인 한국공작기계는 CNC 장비 전문 제조기업입니다. 작년 매출 877억, 자산 2,140억의 중견기업입니다.

리스크 / 들쭉날쭉하며 감소하는 과거 연간 실적


사채업자의 공격으로 동사의 실적은 2008년 이후 엉망진창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계열사인 신영중공업이 어려움에 빠지면서 2008년에는 최악의 한해를 보냈습니다.

지난 10년간 동사의 요약 실적, 2010년부터 IFRS별도 <출처:KSP사업보고서, 송종식>

그 여파는 2011년에 마무리가 됐지만 아직 조선 업황이 어려워진 관계로 매출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전방 기업들이 무너지는 와중에도 그나마 회사가 큰 적자를 내지 않고 버티는 수준, 최근에 들어서는 분기이익이 흑자 전환한 후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점이 놀라울 정도입니다.

리스크 / 어려운 국내 조선 산업과 연동되는 실적..


동사 매출은 당연히 선박 건조량과 연동됩니다.

선박 건조량과 매출액 연동 여부 체크, 2010년부터 IFRS별도 <출처:KSP사업보고서, 통계청, 송종식>

국내 조선사들이 잘 나갈때, 동사도 잘 나갔습니다. 그러다가 2000년대 후반에 사채업자가 회사를 인수하고 횡령과 사채 남발을 통해 회사를 망가 뜨리면서 2011년까지의 조선업 호황을 전혀 누리지 못했습니다. 회사로서는 안타까운 일입니다. 

2010년대 들어서 중국 조선사들이 약진하면서 국내 조선회사들이 어려움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수주 선박수와 선박 건조량이 모두 줄어드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동사의 매출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동사의 외형적 성장은 국내 조선사들의 선박 건조량에 달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무순이 인수가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중국 조선사들의 실적도 함께 봐주면 될 것 같습니다.

투자포인트 / 일시적일지라도 분기 실적 턴 조짐?


어려워진 조선 업황은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죠. 현대중공업은 몇 분기째 대규모 손실을 내고 있고, 다른 대형 조선사들도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이런 시절인데도 불구하고 동사는 분기 이익이 자견 4분기에 흑자 전환한 후에 조금씩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원래는 강한 기업이라는 반증이죠.

KSP의 과거 10개 분기 실적 추이, IFRS별도 <출처:KSP사업보고서>

동사의 분기별 요약 실적입니다. 2014년 1분기에 바닥을 찍을 실적은 그 이후에 분기별로 조금씩 개선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매출도 미미하나마 증가하고 있고 영업이익도 흑자로 돌아선 상태입니다. 상선 발주가 내년까지는 늘어난다는 소식도 있던데 그 영향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중국의 조선소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간 점도 일부 영향이 있을수는 있겠지만 우리나라 대형 조선사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걸로 봐서 그 부분은 큰 영향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최근에 현대중공업 주가도 바닥에서 조금 올라 온 상태인데 조선이나 경기민감 산업쪽에서 좋은 소식이 있는건지 조금 더 두고 봐야겠네요.

투자포인트 / 그래도 현금은 잘 도는 편


최근 들어 영업활동으로인한현금흐름 > 당기순이익 <출처:KSP사업보고서, 송종식>

2012년부터 영업활동으로인한현금흐름이 좋습니다. 당기순이익이 적자를 낼때도 현금흐름은 계속 좋아서 회사에 문의를 해보니 원래 현금흐름은 나쁘지 않은 회사다.. 정도의 의미없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투자포인트 / 항공, 우주 R&D?


향후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인류의 미래를 만들어 갈 부분이 항공, 우주 분야인건 부정하는 사람이 없을거라 생각됩니다. 동사는 현재 항공, 우주 쪽 제품 R&D에 돌입했습니다. 공시에 따르면 3년 후, 즉 2018년부터는 항공기 부품을 양산할 계획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신규 먹거리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선박 다음은 항공, 우주 <출처:사람인, KSP사업보고서>

채용 사이트인 사람인에 소개된 업종을 봐도 '조선, 항공, 우주'라고 명기돼 있습니다. 회사가 향후 조선 뿐 아니라 항공기와 우주관련한 부품도 만들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부품은 엔진에 들어가는 부품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원래 하던게 있으니까요.

핵심 투자포인트 / STX의 중국 계열사 인수로 몸집 불리기 도전


KSP에서 STX의 거대 계열사(무순중흥중공유한공사)를 인수하는 것이 포착됐습니다. 이 부분이 케이에스피의 핵심 투자포인트 입니다. 개요부터 왜 투자포인트가 되는 것인가까지 찬찬히 확인해 보겠습니다.

2013년 1분기 STX의 분기보고서 중 계열 회사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분입니다.

무순이의 역할 <출처:STX사업보고서>

무순중흥중공유한공사는 '선박용엔진핵심부품'을 제조하는 것으로 나와있습니다.

KSP무순중흥중공유한공사(구:STX중공) 공장 전경 <출처:STX 2013년 사보>

2013년 STX 사보에 소개된 무순 공장의 모습입니다. 세계적인 4행정 엔진 메이커라고 소개가 돼 있네요.

과거 STX의 무순이 지분율 <출처:STX사업보고서>

2013년 1분기 STX의 분기보고서를 보면 계열사 정보에 STX중공(무순)유한공사에 대한 STX의 지분율이 100%로 보유중이라는 표시가 나옵니다. 중국회사와 JV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STX의 해외법인 구조조정 공시 <출처:STX사업보고서>

2013~2014년 STX는 강도 높은 구조정에 들어갑니다. 그 과정에서 해외계열사를 비롯한 알짜배기 회사들이 대거 계열사에서 제외됩니다. 2014년 1분기보고서를 보면 STX중공(무순)유한공사를 비롯한 몇개 계열사가 STX로 부터 계열제외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배력이 상실된 계열사에 대한 공시 <출처:STX사업보고서>

'약정'에 따른 지배 상실이라고 하는데, 어떤 약정일까요?
일단 이 시기즈음해서 케이에스피의 재무제표 한 번 보시죠.

250억 수준의 장기차입금 증가 <출처:네이버 금융>

동사는 부채비율이 원래 20~30% 정도였습니다. 거의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었구요. 그러다가 작년에 갑자기 장기차입금이 250억 가까이 늘어납니다. 뭔가 하기 위해서 돈을 빌렸겠죠.

투자자산의 증가 <출처:네이버 금융>

빌린돈은 전액 투자자산 계정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STX무순을 향한 금전대여 결정 공시 <출처:전자공시>

투자자산에 잡혀 있는 250억이 STX가 계열사에서 제외 시켰던 무순중흥중공유한공사에 나가있는 돈임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2014년 1월에 올라 온 공시인데, 250억을 운영자금으로 빌려주고 연리 6%를 2017년 12월 말일까지 받는다는 계약입니다.

150억 출자 전환 부분에 대한 참고사항 <출처:전자공시>

특이사항은 150억에 대해서는 향후 무순이의 보통주로 출자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내재돼 있는 부분입니다. STX는 자금 사정이 어려워서 긴박하게 구조조정을 하는 시기였죠. 그러니 현금이 급했을겁니다. 현금을 받으면서 무순이에 대한 경영권을 단돈 150억에 케이에스피로 넘긴 것으로 추정됩니다.

실제로 채용 사이트에서도 무순중흥중공유한공사 이름 앞에 STX가 떨어지고 KSP가 붙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의 계약내용로 보면 출자전환 기간은 2017년 12월까지로 돼 있습니다. 2017년이 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경영권은 KSP가 넘겨받고 인수인계를 받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STX무순이 아니라 KSP무순으로 인력을 채용하고 있는 현장 <출처:일간조선해양>

회사에서 말하기를 출자전환 기간은 2017년보다 앞당겨 질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KSP무순 공장에는 아직까지 STX 출신 기술자들이 많이 일하고 있고 KSP에서 보낸 사람은 파견 수준이라고 합니다.

250억 대여 당시 무순이에 대한 요약 정보 <출처:전자공시>

동사가 무순이쪽으로 250억을 대여해주고 150억에 대해서는 출자 전환 권리를 가진 워런트를 획득했을 때 무순이의 자산총계는 2,029억, 자본총계는 1,018억, 매출 675억짜리 거대한 법인이었습니다. 동사 시총이 250억 수준이니 무순이에게 케이에스피가 얼마나 큰 베팅을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KSP에 무순 법인을 넘기기 직전 빅배스 포착 <출처:STX사업보고서>

하지만 STX가 바보가 아닌 이상 자본 1,000억짜리 법인을 단돈 150억에 넘길리는 없겠죠. 2013년에 대규모 빅배스가 일어납니다. 그동안의 부실을 적자 한번으로 다 털어내고 정확하게 반올림해서 자본을 털어먹고 KSP에게 법인을 넘긴 듯 합니다.

그렇다면 KSP는 손해를 본거냐? 그것도 아닙니다. KSP와 STX가 서로서로 윈윈한 거래로 보입니다. STX는 자본잠식된 법인을 부채까지 얹어서 털어낸 다음 급하게 현금을 조달할 수 있었고, KSP는 영업권(goodwill)과 기존 제조 설비 공장을 단돈 250억에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KSP가 무순 공장을 가지고 옴으로써 얻는 혜택은 1) 자연스런 중국 진출, 2) 기존 제조설비를 넘겨 받음으로서 공장 건설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 추가적인 리스크 절감, 3) 무순이의 기존 영업 노하우 전수.. 등이 있겠습니다. 비록 자본 잠식 상태에 부채 1,000억 짜리 법인이지만 이익만 낸다면 추가적인 capex 투입이 별로 필요없으니 곧바로 자본이나 잉여금으로 돈을 쌓을 수 있겠습니다. 영업이 잘 안된다고 해도 채권자나 제3자들에게 회사를 넘겨버리면 그만이구요.

중국 랴오닝성 무순(Fushun)시의 위치 <출처:구글맵>

참고로 무순시는 요즘 한창 핫 한 동북아개발 중심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위치가 훈춘시쪽에 조금 더 가까워서 러시아의 바다나 북한의 동해를 이용해서 북극항로나 태평양까지 이용할 수 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근처 다롄 인근에 중국 1위 조선소 COSCO등 큰 부품 수요처가 몇개 있으니 지리상으로는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국 - 북한 - 러시아 등 동북아개발이 본격화 되면 꽤 빨리 발전할 지역이라고 생각됩니다.

투자 심리와 시장 분위기


워낙에 거래량이 적은 종목이라 투심 분석이 의미가 있나 싶습니다. 자칫하면 거래량 부족으로 상폐까지 갈 가능성도 있는 종목이니까요. 평소에 거래대금이 백만원, 이백만원 수준입니다.

올해 일봉 주가 흐름 <출처:네이버 금융>

일봉을 보면 올해 초에 누군가의 손이 타고 있는 것 같은 거래량을 볼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매집을 하는 것일까요?

과거 9년간 주봉상 주가 흐름 <출처:네이버 금융>

우리나라 조선 업황이 한창 좋을때는 시총이 3,000억 가까이 갔던적도 있습니다. 그 이후에 업황 악화, 사채업자의 공격, 실적 악화 등으로 주가는 장기간 내리막길을 걸어오고 있습니다.

결론


단기적으로 '국내 상선발주 증가' 등의 이슈가 있기는 하지만 거시적으로는 조선 산업 자체가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는 건 외면하기 힘든 현실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중국 사업 진출을 위한 STX의 거대 계열사를 인수하는 전략은 좋은 전략으로 보입니다.

동사의 투자 포인트는 STX의 계열사이던 무순이 인수, 그리고 무순이의 정상화 가능 여부에 달렸습니다.

동사에서도 추후 인수가 된다면 중국 조선사 상대로 영업을 하겠다고 했고, 회사 돌아가는 상황을 봤을 때 인수는 거의 확실시 되는 것 같습니다. 단지 출자전환이 2017년까지 기다렸다가 되냐, 그 전에 되냐하는 시간 문제일 뿐이겠죠. 경영권+지배권을 획득하게 된다면 무순이 재무제표는 연결로 잡힐테구요.

크게 3가지 정도의 경우로 나누어 미래를 그려볼 수 있습니다.

1) 무순이 인수에는 성공했으나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경우


이게 가장 최악의 경우입니다. 무순이를 턴어라운드 시키지 못하고 연결로 적자가 누적되는 케이스인데요. 이 경우에도 KSP의 카드는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채권자들에게 회사를 넘겨서 청산시키거나, 다른 투자자에게 법인을 그대로 넘기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KSP에서도 무순이를 턴 어라운드 시킬 자신이 있으니 회사 운명을 건 거금을 빌려서 투자를 했을거라 생각됩니다.

2) 무순이 인수가 없던 일로 되는 경우


이 경우에는 그동안 받던 이자 6%만 받다가 그냥 모든게 없던 것으로 되는건데요. 뭐 회사에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는 경우입니다. 무순이에게 대여한 자금을 돌려받고 부채 250억을 갚으면서 부채비율과 이자 부담이 내려가겠죠. 이 경우도 STX가 무순이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얼마나 가능성이 높은 케이스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3) 무순이 인수하고 나서 무순이 실적 턴어라운드 되는 경우


당연히, 이게 가장 좋은 케이스입니다. 설비를 아예 새로 건설하는게 아니므로 무순이에 추가적인 capex는 많이 안들어갈테구요. 이익을 낼 수 있다면 이익은 곧바로 자본을 늘리거나 잉여금을 쌓는데 쓸 수 있습니다. 우량한 계열회사 덕분에 자산도 늘어나고 이익도 늘어나면서 연결 EPS도 크게 늘어날 것입니다.

무순이가 한때 자본총계 1,000억, 자산총계 2,000억 연매출 1,000억을 하던 회사입니다. 최정점의 시대만큼은 당장 힘들더라도 그 이상 클 수 있는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죠. 중국 조선사 상대로 꾸준히 영업을 잘 해나가다 보면 좋은 실적을 낼 가능성도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어쨌든 무순이에 대한 투자가 실패한다고 해도 현재 시가총액은 250억 남짓에 PBR은 0.3x대로 안전마진이 충분한 가격대에 있습니다. 영업이익은 올해 흑자를 유지하고 있고, 무순이 대여 자금을 갚고 나면 부채비율도 20%대로 다시 떨어집니다.

무순이에 대한 투자가 정상적으로 잘 진행된다면 일단은 자산 2,200억대의 중견기업이 됩니다. 여기에 모회사가 턴어라운드 기조만 잘 유지해주고 무순이가 연간 몇십억이라도 이익만 꾸준히 내주기 시작하면 순이익 상으로도 큰 턴어라운드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KSP가 무순이 인수 후, 현 국내 조선사 중심의 영업 노선을 깨고 중국 조선사에 얼마나 영업을 잘 하는지에 따라 회사가 중견기업으로 도약하고 못하고가 달린 것으로 보입니다. 순이익이 50억만 나줘도 per 5배면 250억, 10배면 500억이니 기대가 됩니다.

2015년 9월 16일
송종식 드림

알림 :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저는 동사의 주주임을 먼저 알려드립니다. 본 포스팅에서 언급된 비지니스 전망과 현황, 추정, 수치, 지표 등은 모두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또한, 전적으로 제 주관적 의견들임을 다시 한 번 알려드리며 경영 환경은 예측과 달리 급변할 수도 있습니다. 본 포스팅을 토대로 투자하시지 않으시길 부탁드리며, 투자 판단과 의사결정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수익과 손실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본 게시글은 시장에 공개된 자료들을 수집하여 작성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5년 9월 13일 일요일

나라별 10대 부자 (상속 vs. 자수성가, 그리고 나라의 역동성..)

포브스의 부호 랭킹은 재산을 주로 상장된 지분 가치로 계산합니다. 그래서 만수르, 로스차일드 가문의 일원, 부동산 부자들은 필터링이 되는 듯 합니다. 간혹 비상장 기업이라도 상장 기업에 준하는 가치가 있거나, 부동산도 랜드마크급 가치가 있어서 유명하거나 비싼 것들은 포함시키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포브스의 부호 랭킹을 보면 한국과 긴밀한 주요 국가의 억만장자들은 자수성가 한 사람들이 참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의 10대 부자 <출처:포브스>

미국의 상위권 부자들은 금융과 IT S/W카테고리쪽 비중이 높습니다. 1위~10위권을 보면 업종은 꽤 골고루 분산돼 있습니다. 우선은 샘월튼의 상속자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자수성가로 재산을 형성한 사람들입니다. 월튼 가족들도 주가 흐름에 따라서 10위권 밖으로 밀렸다가 올라왔다가 합니다.

우리보다 부자나라이고 자본주의도 더욱 오래 지속한 나라인데 상속자가 수위를 차지하지 못하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중국의 10대 부자 <출처:포브스>

동북아 주요 국가 중 가장 늦게 개방된 나라라 그런지 10명 전원이 자수성가형 부자였습니다. 경제 개방 이후 자본가와 사업가들이 등장하고 폭발적으로 발생하는 부를 적극적으로 축적한 사람들이 현재 중국 재벌이 되었습니다. 중국의 문화적 여건을 볼 때, 이 창업 1세대가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면 우리나라와 같이 2세들이 최상위권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가장 큰 나라입니다.

어쨌든 중국은 동북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나라임은 확실하고 이 랭킹이 그것을 반증하는 하나의 자료가 되기는 할 것 같습니다. IT쪽 부자가 절반 가까이 되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일본의 10대 부자 <출처:포브스>

일본이라고 하면 강하지만 정체된 느낌,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나라입니다. 그런데도 의외로 일본 최상위권 부자들은 대부분 자수성가로 부를 일궈낸 사람들입니다. 의외였고 놀랐습니다.

한국의 10대 부자 <출처:포브스>

우리나라는 최상위권 부자 대부분이 선대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형 부자들입니다. 대부분이 재벌 2, 3세들이구요. 현재 일부 재벌들은 재벌 4세로 벌써 상속, 증여가 이뤄지는 가문들도 많습니다.

나라마다 사회, 경제, 정치, 법적 환경이 다르고 사람들의 정서도 다를 겁니다. 여러 가지 지표들을 들어서 분석도 필요할 테구요. 이것만 놓고, 우리나라가 '계층 이동이 정체된 사회다.'라고 단정 짓기는 힘들겠지만, 어느 정도 참고는 가능하리라 보입니다.

또 생각해야 할 점은 이건희 회장님 같은 경우 선대에서 물려받은 회사를 몇천 배로 성장시켰으니 일반적인 어감의 상속부자와는 경계를 둬야 하는 점도 맞습니다.

다만, 다시 생각해 볼 점은 거의 대부분 월급쟁이, 투자가, 사업가는 초반에 생계와 전쟁을 하게 됩니다. 생계 레벨을 벗어나기도 쉽지 않습니다. 생계의 위협을 벗어나야 비로소 안정적인 무언가를 추구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상속부자들은 어찌 되었든 출발부터 생계 걱정은 덜고 시작하는 사람들이니 사회를 고착화하는데 일조한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본인 능력에 따른 차등은 분명히 생겨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기회의 평등도 있어야겠지요. 누구는 출발부터 현찰 100억을 쥐고 사회에 뛰어들고, 누구는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데 가난한 노부모까지 모시고 시작해야 한다면 이미 그들의 인생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시작부터 결판이 난 거라 봐도 되겠죠.

사회에 진출하는 청년들이 노력한 만큼의 기회의 평등은 최대한 누려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야 어떤 인재가 혜성처럼 등장해서 인류의 미래에 기여도 할 테구요. 우리가 사랑하는 자본주의도 더욱 건강하게 오래 존속하겠죠.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 '헬조선, 금수저, 흙수저'와 같은 자학적 단어들이 유행합니다. 제 동생이 그런 단어를 쓰면서 남 탓을 하면 쥐어박아서라도 그러지 말라고, '잘 살고 못 사는 건 니 하기에 달렸다.'라고 혼낼 것 같습니다. 어떤 한 개인의 삶은 얼마든지 통계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뷰파인더를 개인이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넓혀서 본다면 청년들의 저런 자조는 분명 괜히 나오는 소리는 아닐 겁니다. 통계적으로 보면 실제로 개천에서 용이 나오기 힘든 시대도 맞구요. 여러 가지 통계를 접해보면 그들 말대로 노력한다고 잘 사는 시대도 아닌 건 분명합니다.

GNI 리니어(좌), GNI 로그(우) <출처:Google public data explorer, 세계은행>
한국 재벌은 해외 차관, 공적자금(국민세금) 등을 레버리지 또는 백기사로 이용해 고속 성장을 해왔습니다.
양극화가 심해지고 기업들의 자본이 해외로 이전되는 요즘, 국민들의 피땀으로 일궈낸 성장의 과실은 과연 누가 다 따먹고 또 어디로 다 갔을까요? <클릭하면 커집니다>

그 옛날 임금이 실정을 하면 어린이들 사이에서 임금을 욕하는 뉘앙스를 품은 노래들이 유행했다고 합니다. 눈치 빠른 임금들은 그런 아이들의 노래에 귀 기울였구요. 청년들 사이에서 저런 자조적인 단어가 유행한다면 눈치 빠른 리더는 빨리 그 부분을 캐치해서 대응책을 만들어야겠죠. 

국가의 밝은 미래와 건전하고 오래가는 자본주의(그리고 민주주의)의 유지를 위해서도 부가 한곳에 집중돼 고인 물로 썩어가는 것은 좋은 징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2015년 9월 13일
송종식 드림
2015년 9월 2일 수요일

암사동 거리를 거닐다가.. 돈 잘 버는 사장님들은 어디에나 있다

주요 제조업 기업들은 해외 투자를 늘리고, 부는 재벌과 상류층에게 편중되고, 일자리는 줄어드는 상황에 국가의 성장 동력도 꺼져간다고 모두가 아우성입니다. 굳이 언론에서 떠들지 않아도 어려운 경기를 피부로 체감하는 분들도 많을 거라 생각됩니다. 미천한 저 역시 그렇구요(ㅠㅠ)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여전히 호황인 업종은 있게 마련인데요. 저희 동네(서울 강동구 암사동)를 거닐면서 최근 그런 부분을 더욱 느끼게 됩니다. 세상의 모든 부가 일시에 사라지지 않는 이상 한쪽에서 사라진 부는 다른 쪽으로 이동한다고 보았을 때, 지금 어느 쪽으로 부의 물결이 흐르는지를 판단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시중 통화량의 증가와 감소는 일단 감안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요.)

숲을 보는 관점의 글은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쓰도록 할게요. 오늘은 저희집 주변 암사동이라는 나무만 놓고 제눈에 비친 이야기를 써 보겠습니다.

1. 확장 이전하는 암사동 다이소


암사역에는 다이소가 하나 있는데, 재작년인가? 우연히 이 매장의 일일 매출을 보고 입을 떡 벌렸던 적이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에 가보니 확장 이전 한다고 공지가 떴네요.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도 다이소와 같은 천원샵은 아주 잘 나갑니다. 실제로 주변을 둘러보면 다이소 매장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것을 피부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천호동, 명일, 고덕동 근방만 해도 다이소 매장이 소리소문없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암사동 다이소 전경 <출처:다음 로드뷰>

다이소를 다니면 직원들이 친절한 매장은 찾기가 힘듭니다. 대부분 좀 불친절한 느낌이죠. 실제로 매장 리뷰에서도 사람들의 악평이 많구요. 그런데 다이소의 비지니스 포인트는 직원들의 친절은 아니니까 건재하게 장사가 잘 되고 있습니다. 가격 경쟁력에서 다이소를 앞서는 곳이 나오지 않는 한 건재할 것 같네요. 앞으로 경제 저성장, 소득 양극화가 계속된다면 다이소는 승승장구하리라 생각됩니다.

2. 확장 이전하는 시장 닭강정


암사닭강정은 암사시장의 명물입니다. 원래 주인아주머니 혼자 폭 1m도 안 되는 작은 가게에서 시작했습니다. 이 가게의 매력 포인트는 가격입니다. 푸짐한 양에 가격도 착하고 또 맛도 있었죠. 저는 이 집의 단골이었습니다. 한때는 튀긴 닭 두 마리를 6,600원에 팔기도 했으니까요. 지금은 9,900원으로 올랐지만요.

어쨌든 이 가게는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확장을 했고 지금은 직원도 4명이나 고용했습니다. 불과 1~2년 만에 급성장을 하고 있는 셈이죠. 직장인분들이 퇴근하는 시간대에 가보면 이 집은 항상 길게 줄을 서 있습니다. 이 집 강정을 먹으려면 20분 줄 서는 건 기본이지요.

이 처럼 가격 + 맛 + 양 3박자를 갖추면 어렵다는 불경기 속에서도, 그리고 그 안된다는 음식점 자영업도 승승장구 할 수 있다는 걸 두눈으로 목격했습니다. 이집 근처에서 닭강정 가게와 치킨 가게가 몇번 개업을 하기도 했는데 거의다 한달도 못 버티고 망해서 없어졌습니다.

3. 왕저렴 동네 커피숍


일전에 제가 포스팅한 적 있는 커피숍입니다. 3,000원에 스타벅스 벤티 사이즈 만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동네 명소입니다. 인테리어도 편안하고 사장님 친절하시고 무엇보다 로스팅이 잘 돼서 커피도 아주 맛있습니다.

변두리라서 수 많은 가게들이 생겼다 사라지는데도 이 가게는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대중을 상대로 한 장사의 진리죠. 싸고 + 맛있고 + 양 많고 + 친절하고.

4. 줄서서 먹는 왕저렴 동네 샤브샤브 뷔페


단돈 만원돈에 샤브샤브 고기와 다양한 요리를 먹을 수 있는 샤브샤브 + 뷔페집인데 여기도 갈때마다 줄을 서서 먹습니다. 어쩔때는 40분 정도 기다려서 줄을 섭니다. 먹는 자영업이 힘들다고 하는데 이 집은 예외인 듯 합니다.

역시 비결은 가성비가 뛰어나고, 음식도 맛있고, 아기들을 데리고 가서 마음놓고 떠들어도 되기 때문인데,  그래서 아기를 데리고 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다들 떠드니 우리애가 좀 떠들어도 마음이 놓이고요. 요즘 노키즈존이다 뭐다 말도 많아서 어지간한데는 아이 데리고 가기가 미안하고 부담이 되는게 사실이라서요.

5. 동네 전체가 공사판, 끝없이 들어서는 신축 빌라의 물결..


가뜩이나 전세난이 심한 요즘, 강동구는 재건축 아파트 이주 가구가 쏟아져서 더 난리입니다. 고덕주공2단지, 삼익 그린 1차 등 이 동네에 수 만 가구의 이주 행렬로 전세가 동 나버린 것은 물론이고 기존 빌라의 전세가마저 치솟고 있습니다. 둔촌 주공 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시행 인가로 옆 동네도 전세 물건이 동나 난리가 나고 있습니다.

미취학 아동을 데리고 있거나 자녀가 없는 집은 괜찮지만 자녀의 학교 문제가 걸려있는 집은 멀리 못갑니다. 대부분 기존에 살던 곳 근처로 이사를 가야하는데 그러다보니 이제는 허름한 빌라까지도 전세가가 정신없이 오르고 있습니다.

저희 동네는 요즘 완전히 공사판입니다. 기존 주택들을 허물고 신축 빌라들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공사판이었는데, 이미 들어선 빌라도 많고 새로이 건물을 허물고 터파기 공사를 하는 곳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아주 난리입니다. 이 동네 신축 빌라는 수도권 외곽에 부채를 잔뜩 진 채 건당 천만 원 띄기를 하는 그런 빌라가 아니라 전세난을 읽은 자본들이 속도감 있게 지어 올리는 물량들입니다.

건물 거래가 늘어서 주택의 주인들도 빠르게 바뀌고 있고요.

경기가 어렵다는 요즘. 이 동네 인테리어 업자분들이나 건자재 업자 분들, 배관, 배선 일 하시는 분들은 일거리가 넘쳐나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물론, 한 2년 후 부터는 이 지역에 쏟아질 아파트 물량 때문에 그 분들에게 이 피크는 끝나겠지만 어쨌든 지금 동네 업자분들은 신났죠. 먹고 살기가 힘들어도 반드시 돈이 흐르는 곳은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6. 늘어나는 반려동물 병원과 용품샵


예전에 반려동물 관련 지출 비용이 늘어나는 부분과 관련해서 수혜주를 찾는 포스팅을 작성한 바 있습니다. 통계에서 이미 확인을 한 부분이지만 저희 동네에서도 반려동물관련 용품샵과 반려동물 병원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최근 1인 가구 증가 테마로 오뚜기나 BGF리테일과 같은 기업의 주가가 강세를 보였습니다.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커지는 것도 1인 가구 증가 테마의 연장선으로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전에 1인 가구 증가 테마로 가장 눈여겨 보았던 오뚜기는 이미 급등을 했는데, 저희 식구들은 200% 가까이 수익을 냈고, 저는 손가락만 빨았네요.

모두가 어려워도 솟아날 구멍, 그리고 소비 패턴의 변화..


저희 동네를 벗어난 이야기를 해볼게요.

국가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주식 시장이 이렇다 할 성장을 못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업투자를 하는 젊은 사람 중에는 잭팟을 터트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20~30대 어린 나이에 상상을 초월하는 경제적 자유를 획득하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계속 생깁니다. 시장이 힘들어도 잘하는 사람은 수익을 잘 내는 것 같습니다.

문 닫는 지역 의원들이 많다고 하던데 삼성서울병원은 사람들로 북새통입니다. 특히 소화기쪽은 갈 때마다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느낌입니다. 지난주에 삼성서울병원 소화기쪽 진료를 받으러 갔는데 1시간 가까이 대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고령화에다가 식습관이 서구화되니 소화기쪽 환자들은 지속해서 늘어날 거라 생각합니다. 이쪽 의사분들이나 제약사들은 쭉 잘 먹고 잘살겠죠?

한쪽에서는 취업이 안 된다고 고시원에서 목을 매달고 죽어가는데, 한쪽에서는 20대 나이의 창업자가 수십조의 자산을 가진 억만장자가 됩니다. 미국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스타트업을 시작한 친구들은 적게는 몇 억에서 많게는 수백~수천억을 투자받아 회사를 키우고 올해의 인물에 선정됩니다. 큰돈들은 IT, 바이오 스타트업 시장에서 오가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에서도 하루에 수천억이 사라졌다가 생깁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목돈의 흐름은 분명히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저성장이라 불만이면 베트남과 같이 부침없이 꾸준히 고속성장 하는 나라에 투자하는 것도 대안입니다. 우리나라가 힘들어도 잘 나가는 다른나라는 있게 마련이죠.

우리나라를 먹여살렸던 중후장대 산업들이 망해가고 있는데 콘텐츠, 음식료, 바이오, 지식 산업 등 경박단소 산업들은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대세 산업이 힘들면 다른 산업으로 돈이 몰리고 잘 되는 산업은 다시 대세 산업이 되기 위한 발판이 됩니다.

좀 오래된 자료지만.. 쪼그라드는 중산층, 늘어나는 상류층과 하류층 <출처:연합뉴스>

우리나라 중산층은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습니다. 통계를 확인해봐도 이는 사실로 확인됩니다. 그래서 장사가 더욱 안된다고 여기저기서 난리입니다. 자영업의 수요 공급의 문제도 있지만, 장사의 정교함 부족 탓도 있겠지요. 나 하나의 힘으로 이 트렌드를 막을 수 없다면 트렌드에 적응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소득 분포의 한가운데 허리는 점차 얇아지지만, 저소득과 고소득 양쪽의 굵기는 점점 굵어지고 있습니다. 아주 고급스럽거나, 아주 값이 싸거나 둘 중 하나를 충족하는 사업 방식들이 잘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 애매하거나 어정쩡한 것들은 사장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4월 8일자 기사 타이틀 <출처:경향신문>

스몰럭셔리라고 해서 저소득 계층일지라도 아예 특정 분야에는 최고로 돈을 쓰는 문화도 조성되고 있습니다. 집은 반지하에 살더라도 여행은 최고급으로 짧게 다녀온다든지, 비록 생활 수준을 올리지는 못해도 내가 좋아하는 전자기기는 최고급으로 구매한다든지, 비록 대부분의 나날을 라면으로 때워야 하는 운명이라도 가끔 음식 한 끼 만큼은 정말 고급스러운 데서 먹는다든지 하는 것들입니다. 능력 내에서 작은 럭셔리를 즐기는 문화입니다.

한잔에 5~6,000원 하는 비싼 커피를 사 먹으면서도 스타벅스에 젊은 사람이 넘치는 이유는 뭘까요. 소득이 불안정한 젊은 사람들의 주거 불안정은 사회적 문제입니다. 어쨌든 이런 주거 불안정으로 감옥 같은 집 안에 있으면 답답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스타벅스는 그 어떤 곳보다도 편안하게 내 집처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니까요. 커피보다는 공간을 사는 개념에 가깝다 생각합니다. 탁 트인 데다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사람들도 많으니 덜 답답하지 싶습니다. 강동구에서만 해도 스타벅스의 영토확장 속도는 놀라울 정도입니다. 천호역에만 길을 마주 보고 스타벅스 매장이 3개나 있습니다.

이것도 스몰럭셔리에 포함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근로소득으로는 구매가 불가능한 집 구매를 포기한 청년들은 잉여자금으로 아예 외제차를 구입하고 여행에 돈을 쓰는데 주저하지 않는 문화도 생기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잘보면 돈 벌 기회는 도처에 널려있는 것 같습니다.

2015년 9월 2일
송종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