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5일 수요일

맞춤법, 지적자와 지적당하는 자

맞춤법은 실수로라도 한 번만 틀리면 이미지가 확 나빠집니다. 특히 여자분들은 맞춤법 틀리는 남자 친구는 무식해 보이기까지 해 비호감이라는 의견도 많은 것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맞춤법. 이게 우리나라 선비 문화 그리고 인간 본연의 이기심과 맞물려서 사람을 이중적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무슨 말이냐면 혹시 내가 실수로 맞춤법을 틀리거나 평소 잘못 사용하고 있는 맞춤법을 지적당하면 굉장히 기분이 나쁘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반대로 남이 틀린 맞춤법을 보면 지적을 해주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하다는 분들도 많고요.

저는 가끔 문학 교수님이나 국어 선생님께서 맞춤법을 틀리는 것도 봤습니다. 하물며 우리말 공부만 오래 하신 분들도 이런데 저를 포함한 일반인들은 어련할까 싶습니다.

맞춤법 퀴즈 몇 개 내 보겠습니다. '평소 맞춤법엔 자신 있다.' 하시는 분들도 적극 도전해보세요~ 각 항목에서 옳은 맞춤법으로 표기된 걸 선택하시면 됩니다.


  • 내일 뵈요, 내일 봬요.
  • 염두해 두다, 염두에 두다
  • 며칠 전, 몇일 전
  • 허섭스레기, 허섭쓰레기, 허접쓰레기
  • 되다, 돼다
  • 내노라하는, 내로라하는
  • 안성맞춤, 안성마춤
  • 할께요, 할게요
  • 페널티, 패널티


정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내일 봬요, 염두에 두다, 며칠 전, 허섭스레기, 내로라하는, 안성맞춤, 할게요, 페널티"
몇개나 맞히셨나요?
- 덧(2013년 9월 23일 추가내용) : 익명님의 제보에 의하면 2011년부터 '허접쓰레기'도 표준어에 등재되었다고 합니다. 제보해 주신 익명님께 감사의 말씀 전해드립니다.

되다, 돼다의 경우에는 용법에 따라 사용하면 되지만, 그거 어떻게 하면 '돼'?를 '되'로 사용하는 등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돼는 '되 + 어'용법이니 곰곰히 생각해보고 사용하시면 됩니다.

글을 쓸 때뿐 아니라 말을 할 때도 자주 틀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가령, '빚(debt)이 있다'를 '비지-' 발음이 아니라 '비시-', '비치-' 등으로 발음하는 분들이 아주 많은데요. 정확하게 '비지-'로 발음하는 게 옳습니다.

또 하나 예를 들면 '학생을 가르킨다'라고 표현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학생을 가르친다'라고 표현하는게 정확합니다. '가리키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다르겠죠?

당장 생각이 안 나는데 이 외에도 자주 틀리는 맞춤법이나 독서량이 많은 분들도 애매하게 생각하는 맞춤법은 정말로 많고 끝도 없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유난히 타인의 맞춤법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남을 지적하는 분들도 틀리는 맞춤법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맞춤법을 지적해주면 좋아하는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서로의 감정만 상합니다.

그래서 이건 제 생각이지만 타인이 틀린 맞춤법을 쓰더라도 뜻만 제대로 통하면 모르는 척 넘어가 주는 게 좋지 않나 생각됩니다. 애초에 맞춤법 지적질은 하지 않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괜한 싸움만 될 뿐이죠. 지적하는 분들은 대부분 내가 하나라도 더 안다는 우월감을 추스르는 게 좋아 보입니다.

반대로 내가 글을 쓰는 입장이라면 맞춤법을 틀리지 말고 글을 쓸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내가 쓴 글에 틀린 맞춤법이 있다면 읽는 사람도 마음이 불편해질 것이고 또 작은 실수 하나 때문에 내 이미지도 나빠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맞춤법을 최대한 안 틀리는 요령은, 평소 알쏭달쏭한 맞춤법은 국립국어원이나 부산대 맞춤법 검사기를 통해 숙지하고 꾸준한 독서를 병행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2013년 6월 5일
송종식 드림

2013년 6월 2일 일요일

3D 프린터에 대한 잡다한 생각

예전에 3D프린터가 어떤 물체를 인쇄(?)하는 모습을 본적이 있는데 많은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3D 프린터라는 아이디어 그 자체가 대단한건 아니다. 왜냐하면 굉장히 오래된 기술인데다, 많은 학자들이나 기술자들이 언젠간 이런 기계를 만들려고 노력했을거고, 심지어 초등학교에 다닐때 미래 그림 그리기 대회가 열리면 친구들 중에서 지금의 3D프린터와 비슷한 기계를 상상해 그려내는 친구들도 있었으니 아이디어 자체는 특별하지 않은 것 같다. 다만 찬사를 보내야 할 점은 그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했다는 것이다. 3D프린터를 구현한 엔지니어분들은 멋진 분들이다 일단 박수를 보낸다.


문명, 기반 기술


3D 프린터 분사액의 주요 소재는 폴리머다. 분사액은 도면에 따라 정확하게 분사 되어야 하고 다음층을 쌓기 전에 응고되어야 하고 각 층은 정확하게 접착이 되어야 한다. 이런 일련의 화학 기술들이 3D프린터의 핵심 기술 중 하나라고 본다. 기존 X, Y 프린터 축에 Z축이 하나 더 생긴건데 축 자체를 도면에 따라 움직이게 하고 액을 분사 시키는 기술을 구현하는 것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은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3D 프린터 확산에 크게 기여한(할) 기술 중 하나는 네트워킹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웹(WWW)이 전자 도면의 유통을 담당하게 될 것이고, 유통 속도는 거의 제로에 수렴할 것이다. 만약에 웹이 활성화 되지 않았다면 전자 도면이 담긴 CD나 디스켓을 우편으로 주고 받았어야 했을 것이고 3차 산업 혁명이니 하는 이야기도 듣기 힘들었을 것이다.

유통 혁신, 창조 혁명


삶의 잔잔한 부분까지 바꿔놓을 기술이지만 가장 덩치가 큰 부분을 생각해보면 유통 혁명을 가져올 것 같다. 지금은 인터넷에서 제품을 주문하면 택배사를 통해 물건을 받아보는 식이지만 3D프린터가 대중화되면 도면 파일을 다운로드 받아서 인쇄하면 즉시 물건을 사용할 수 있으니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 실제로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지금의 ebay같은 사이트는 실물이 아니라 3D프린터 도면을 팔게될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3D 프린터를 '3차 산업 혁명'이라거나 농업, 산업, 정보에 이은 4차 '창조' 혁명이라고도 부른다. 과장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각 가정에서 3D 프린터를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면 금형 업체들이나 어지간한 제조 업체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될게 뻔하다. 3D 프린터가 대중화 되려면 몇 가지 해결해야 할 부분들도 눈에 띄는데 그와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이 몇 가지를 생각해 보았다.

대중화와 진화 방향


3D프린터 대중화를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문제들이 해결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재


현재는 한두가지 소재로 제품을 인쇄하는 방식인데 여러 소재를 믹스해서 제품을 인쇄할 수 있는 단계가 빨리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폴리머 뿐 아니라, 섬유를 찍어낼 수 도 있게 되고, 철강 제품도 만들어낼 수 있고, 또 이들을 조합할 수 있으면 점점 그 파괴력이 커질 것은 확실하다.

먼 미래에는 미세한 반도체 같은 부품들 까지 찍어낼 수 있으면 그 가치는 거의 무한대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속도


자전거 한대를 인쇄해서 타고 다니는 사람을 봤는데 자전거를 인쇄하는데 몇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이래서는 대중화가 힘들다. 인쇄 속도를 끌어올려야 할 필요성이 있는데 많은 기술적 장벽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그 옛날 도트프린터에서 레이저 프린터로 진화한 인간의 저력을 봤을 때 언젠가는 1초에  물건 하나를 찍어낼 수 있는 날이 오리라 긍정적으로 믿는다.

가격


가장 큰 장벽이다. 지금 같은 가격으로 대중화는 절대로 힘들고 대중화가 안되면 '4차 혁명'도 그저 신기루로 끝나고 만다. 삼성과 같은 기업들이 대량 생산을 하게 되면 가격도 어느  정도 내려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제품의 가격 뿐 아니라 인쇄 물질로 사용될 소재 가격도 함께 내려가면 금상첨화다.

향기와의 결합


3D 프린터 응용 기술로 향기도 담을 수 있다면 오랫동안 학자들이 고민했던 '네트워크로 향기 전송하기'에 대한 문제가 일정 부분 해결될것으로 보인다. 물론 수 만가지에 이르는 향기를 어떻게 보관하고 생성하고 담을 것인가가 또 새로운 허들이 되겠지만...

음식 레시피 전송


음식 레시피용 3D 프린터가 나오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인터넷에서 음식 레시피를 내려 받고 필요한 재료만 넣어두면 쿠키도 찍어내고 뭐 그런 식인데 응용 방법은 이외에도 많은 것 같다.

기술과 규제


미국의 3D 프린터 도면 공유 사이트에서는 총을 만들 수 있는 3D 프린터 도면이 공유됐고 이는 단번에 100,000건 이상이 다운로드 되었다. 실제 3D 프린터로 만든 총으로 격발하는 동영상도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다. 미국 정부는 사안이 위험함을 감지하고 이 도면을 배포하고 다운로드 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도 이것을 막지 못한다는 문건이 외부에 유출돼 곤욕을 치르고 있다.



법은 기술을 따라 가느라 바쁘고, 일단 어느 정도 따라 가면 기술을 규제하는 것이 정석이다. 특히 이 3D 프린팅 분야는 창조와 범죄의 가운데 서 있는 기술이기 때문에 범죄자들의 악용을 피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사람이 죽을까봐 자동차 기술을 사용하지 못 하도록 막고, 금융 범죄가 두려워 인터넷으로 은행 이용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구더기가 무서워도 장은 담궈야 인류가 한발 진보한다. 규제는 있겠지만 기술의 진보는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파이를 키우는 건 자본


당연한 이야기지만 자본은 항상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다닌다. 지난 몇년간 '스마트폰'이라는 먹거리로 산업 전반에 큰 파괴력을 행사했고, 그 먹거리는 이제 폭발적 성장 단계를 지나 어느 정도 안정화 되는 단계에 왔다. 아마도 새로운 자금들은 바이오 테크놀로지와 로봇, 우주, 그리고 이 3D프린팅 산업으로 향할 것 같다.

3D프린터 산업도, 프린터 하드웨어나 분사액 수준이 아니라 유통 구조와 전반적인 우리 삶의 모습을 바꿔놓을 파괴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투자될 자금이 향할 수 있는 방향도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이쪽에서 한몫 잡으려면 계속 상황을 주시하는게 좋을 것 같다. 큰 패러다임 변화는 좋은 사업 기회나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 방향의 흐름을 포착하고도 이익을 취하지 않으면 얼마나 아까운 일인가?

혹시 이쪽과 관련해서 사업 아이디어를 잡거나 투자 계획을 짜기 위해서는 기술에 대한 조금 더 깊은 공부와 산업에 대한 정밀한 데이터 조사 작업이 필요하지 싶다. 일단 이쪽 트렌드가 확실히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관심을 업고 빨리빨리 진행되고 있는 분위기인 것 같아서 관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 블로그에 기록을 남겨 둔다.

2013년 6월 2일
송종식